좌표로 부터의 이탈 - 5. 9일 동안의 게으름 from 꽁로 to 푸쿤
나는 게을러도 된다.
꽁로를 떠나는 날, 그날 비가 왔다.
비를 맞으며 밤길을 달려 나힌에 도착했다.
그밤부터 게을러졌다.
게으르게 일어나 게으르게 채비를 해서
게으르게 푸힌분 전망대를 오른다.
게으르게 느낀다.
게으르게 비엔티앤으로 향한다. 오토바이 연료는 충분했던가?
호화로운 비엔티앤과 방비엥에서의 일곱번의 밤,
다시 핸들을 잡아 북으로 향한다.
비엔티앤에서 카시까지 210km의 도로는 중국 굴기때문에 패이고 먼지나는 길이 많은데
카시에서 푸쿤에 이르는 45km 길은 빗겨있는 탓인지 한결 수월하게 운전할 수 있다.
카시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구길과 신길이 나눠지는데
신길을 선호하는 여행자가 많아지면서 구길은 아주 한산해졌다.
그리고 안전해졌다.
산이 높고 계곡이 깊은 곳이다.
왠만한 모든 것은 스스로 나고 죽는다.
높고 깊은 탓에 그러해야 한다.
게으른 9일 동안 겨우 600km의 좌표이동을 한다.
시공의 좌표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나는 게을러도 되고 그렇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