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로 부터의 이탈 - 3 역행으로 만나는 배면 on 타켁루프
방향이 문제다.
그랬다. 방향이 문제였다.
매해 관성적으로 시계방향으로만 돌았다.
그래서 등뒤의 실재한 세상은 매해 없었었다.
전면의 세상만 있었었고 배면의 세상은 없었었다.
존재는 인식의 영역,
굳이 타켁으로 돌아올 일이 없으니 시계반대 방향으로 루프를 돌아본다.
이제껏 부정되었던 영역을 만난다.
실재는 했지만 실존하지 못했던
배면의 영역을 인식한다.
그렇게 건기의 가뭄으로 말라가는 타랑에 이른다.
성수기의 객으로 살쪄가는 타랑에 이른다.
산 사람이 죽은 나무처럼 보이고
죽은 나무가 산 사람처럼 보이는 타랑에 이른다.
남튼의 음울함에 섞인 객들의 유쾌한 소음은
고사목을 위한 진혼곡처럼 들린다.
살기위한 처절한 노동이 대담하기도 하겠지만
죽음에 다가가는 자해로 보이기도 한다.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것 만큼의 노래가
살아가는 모든 것에도 필요한 타랑이다.
락사오를 거쳐
타켁 카르스트 회랑의 북쪽 변을 역행한다.
순행하는 행렬을 따돌리고
타박에서 숨을 고른 후
꽁로 초입에서 라면으로 허기를 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