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만 하다 돌아온 3박 5일 파타야/방콕 (1) - 출국
이 글을 읽을때의 주의사항.
1) 너무도 자세하여 살짝 지겨울수 있음 (스크롤 압박)
2) 사진이 없어 더 지겨울 수 있음 (사진기 안 가져감)
3) 반말임 -_-;;
예전에 "여자 혼자 숙소도 안 정하고 여행하는건 미친짓일까요?"
라는 제목으로 태사랑 묻고답하기 게시판에 글을 올린적이 있었다. ㅋㅋ
그래도 괜찮다는 많은 답변에 용기를 얻고, 혼자 여행하기로 맘을 굳혔다.
먼저 여권을 신청했다. 노원구청, 8일 걸린단다..
나이 31... 노처녀... 현재 직업 무... 가진돈 별로 없음... 비행기 경험 없음.. 영어 못함...
이런 상황이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백수가 되겠냐며, 더 나이 먹기전에 배낭여행이란걸 해보자 했다.
사실 내가 내입으로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대학교에서도 거의 집-학교만 반복하고
졸업과 거의 동시에 취직해서는 또 집-회사만 반복했던 온실속의 화초였다.
세상물정도 잘 모르고, 막내로 어리광만 부리면서 살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목적은 휴양도, 쇼핑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감 상승과 견문을 넓히는 거다.
몇몇 태사랑에서 같이 갈 여행자들을 탐색(?)하기도 했지만
여행의 목적을 위해 걍 혼자 가기로 최종 마음을 먹었다.
떠나기 일주일전쯤 갑자기 나온 3박 5일짜리 땡처리 항공권이 태사랑에 떴다.
오리엔트타이항공, 11일 낮에 방콕에 도착하고 15일날 아침 8시에 인천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가격은 텍스포함해서 299,000원... 우와, 싸다~~ 바로 예매했다..
태국이 끝나면 중국도 갈려고 역시 급하게 나온 항공권을 예매했다. 텍스 불포함 6만원.. ㅋㅋ
여권이 아직 안 나온 상태라서 걍 이름으로만 먼저 예매했다..
이제 남은건 이것저것 태사랑의 글을 둘러보는 것뿐..
겁이님 여행기도 잼있게 읽고, 여자혼자 여행했다는 글도 읽고, 각종 여행기를 읽었다.
(결국 이 여행기가 여행하는 내내 나의 지침서가 된다..)
사실 여행기 읽은게 준비의 전부였다. 프린트 한장도 안해갔고 책도 안샀다.(그래, 나 미쳤다. ㅋㅋ)
그래도 나름대로 준비기간동안 한 일이 있다.
먼저 외환은행가서 6000바트를 환전했다. (소액이라 수수료도 없다.ㅋㅋㅋ)
환전할때 서비스로 들 수 있다던 외환은행 여행자 보험은 소액을 바꾸면 해당사항 없단다. ㅡㅡ;;
그리고 만일을 위해 사용하던 현금카드를 외국에서도 쓸수 있는 현금카드로 바꾸었다.
이정도면 됐겠지...싶어서(되긴 뭐가 돼!!) 남은 며칠동안 영화나 다운받아 보면서 놀았다. ^^;;
떠나기 이틀전..(금요일) 갑자기 엄마가 너무 불안해 하신다.
아무래도 호텔 정도는 예약하고 가야 엄마가 마음이 놓이시겠다고 하신다..
(그래, 나도 좀 불안하긴 하다. ㅡㅡ;;)
그제서야 아시아나항공에 들어가서 방콕에 있는 호텔을 골랐다.
돈도 없고, 잠만자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장 저렴한 호텔 골랐다. 실시간 카드 계산했다.
한시간뒤, 아시아나에서 전화가 왔는데 방이 없단다.. 카드는 승인취소해준단다.. 우쒸..
그래서 다른 저렴한 호텔을 알아봐달라고 했는데, 몇십분 뒤 결국 주말이라 방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음.. 방콕 하루, 파타야 이틀을 지내려던 계획이었는데 뭐, 까짓것 수정하면 되지..ㅋ
파타야 이틀, 방콕 하루로 바꾸자.. 특별히 갈 데 정한것도 아니니까..ㅋㅋ
그런데 아시아나 항공, 금요일 오후라서 퇴근했다.. ㅠㅠ 내일은 주말이고 이를 어쩐다..
태사랑을 보니 레터박스가 현지 여행사인듯 하다. 태국은 2시간 빠르니 아직 퇴근 안했겠지??
1순위 센츄리 파타야 / 2순위 바이욕 파타야 / 3순위 웰컴 프라자
저렴한 순서로 3개 골라서 문의했더니 조금 있다가 온 답변... 셋다 방이 다 찼단다. ㅠㅠ
다시 1순위 비벌리 프라자 호텔 / 2순위 엠버서더 시티 좀티엔 / 3순위 센트럴 파타야 호텔
이렇게 그담으로 저렴한 순서로 문의했더니 다행히 비벌리 프라자에 방이 있단다.
5분내로 입금안하면 방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해서 인터넷 뱅킹으로 이틀치 4만9천원을 초고속 입금했다.
호텔을 예약해 놓고 나니까 맘이 한결 편하다. ㅋㅋ
마지막 방콕 하루는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맘으로 걍 냅뒀다. -_-;;
드디어 출국 하루전날 밤이 되었다.
이제 몇시간 뒤면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란 것을 보게 된다.. (떨려서 진정이 안된다.)
떠날 시간이 다가오니 너무 준비가 없어서 맘이 불안하다. ㅠㅠ
안되겠다 싶어서 태사랑에 올라와 있는 인사말과 물건살때 쓰는 말, 몇가지 음식이름을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호텔 주소도 적고, 호텔 약도도 손으로 대충 그렸다. ^^;; (집에 프린트가 없다..쩝)
걷는거 딱 질색, 무거운거 딱 질색, 땀나는거 딱 질색인 나는
짐을 최대한 간단히 꾸렸다..(간단해도 너무 간단했다 ㅋㅋ)
먼저 반팔티 2장, 무릎치마 1장, 팬티 2장, 양말 1컬레, 런닝 1장
이렇게 똘똘똘 말아 작은 크로스백에 넣었다. 여름옷이라 부피가 얼마 안된다.
그리고 따끈따끈한 여권, 수첩1개, 볼펜1개, 손수건1장, 1회용화장지 작은거1개, 물안경1개,
화장품은 조그만 용기에 덜어갔고, 썬크림 1개, 지갑, 일회용봉지, 비상약, 샤워타올, MP3, 핸드폰을 챙겼다.
모두 부피가 작아서 그 작은 크로스백에 다 들어가고도 남는다. ㅋㅋ (동네 나가는 거 같다..)
디카는 없을 뿐더러 혼자서 사진 찍기도 귀찮을 듯 해서 과감히 뺐다.
(뭐, 찍어봤자 풍경사진 또는 셀카밖에 더 찍겠는가 ㅋㅋ 디카가 없으니 오히려 홀가분하다)
이렇게 최대한 간단히 쌌는데도 필요없었던 게 꽤 있다.
팬티도 입고 있는거 외 1장만 챙기면 충분했다.(저녁에 빨면 아침이면 다 마른다)
더운 나라라 샌들을 신고다니기 때문에 여분의 양말도 필요없었고,
티셔츠만 달랑 입으면 런닝도 필요없다.
호텔에서 수영할거 아니면 물안경도 필요없었다. 지갑도 구지 필요 없었다.
속옷한세트, 긴팔1, 긴바지1, 운동화1, 양말1은 한국에서 입고 가기 때문에 저절로 챙겨진다. ㅋㅋ
그리고 정말 잘 챙겼다고 생각되는것도 있다.
먼저 손수건.. 이건 물수건 대용도 되고, 급할때 수건도 되고, 햇빛 가리개도 된다.
화장지.. 태국 화장실엔 좋은데 빼고 화장지가 없다.
일회용크린백봉지.. 냄새나는거나 젖은 물건 싸기엔 더없이 좋다. (이건 태국에서도 흔하다. 하지만 뭐 부피가 적으니까ㅋ)
샤워타올.. 내가 갔던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엔 샤워타올이 없었다. 가져가서 잘 썼다.
비상약.. 설사약, 감기약, 소화제를 4알씩, 밴드, 후시딘을 넣어갔는데 다 필요없었고 소화제만 두번 먹었다.
태국에 약국이 흔하고 많긴 하지만 짧은 영어로 설명이 부족하니 조금씩 챙기는것도 괜찮을 듯 하다.
여행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짐을 조금 싸길 정말 잘했다..
먼저 이동시 가볍고 간편하고, 비행기 수속시 간편하고, 입출국 심사시 간단하고, 너무 좋다.
위의 짐만으로도 불편한점 거의 없었다.
불편한 점이 생기면 그때그때 사면 된다. 아주 싼 값으로 말이다..
나처럼 3박 5일로 간단히 가는 사람에게는 (특히 자유여행자) 적은 짐을 추천한다. ^^;;
(짐이 적어서 여러 사람 놀래키기도 했다 ㅋㅋ)
물론 너무 간단히 짐을 싸서 아쉬운 점이 딱 한번 있었다..
칫솔, 치약, 린스, 빗, 스포츠타올 같은 세면도구를 안챙겨간 점..
(내가 간 호텔에는 수건, 비누, 샴푸, 샤워캡만 제공되었다. 카오산 게스트하우스에는 딸랑 수건만 제공되었다.)
아, 너무 서론이 길었다.. ㅡㅡ;; 죄송. (자세하다고 난 미리 경고 했음 ㅋㅋ)
어쨌든 아침이 밝았고 간단히 밥에 물말아 먹고 집을 나왔다.
엄마는 작은 크로스백 딸랑 하나 맨 나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신다. ㅋㅋㅋ
바로 집앞에서 공항 버스를 타고 1시간 반만에 처음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버스에서 내려 들어가자마자 약국이 보인다. 생각해보니 비행기 멀미약을 먹어야 될거 같다.. ㅡㅡ;;
갈때 올때 2개 샀더니 만이천원 달란다.. 헉! 그래서 6천원에 한개만 샀다.
이제 항공예매권을 찾으러 3층으로 가야한다.. 우쒸,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 모르겠다.ㅠㅠ
한참 헤매다 보니 버스가 내려준곳이 바로 3층이다.. ㅡㅡ^ (이때부터 슬슬 삽질 여행의 예고를 알린다..두둥..)
예매권을 찾고, 여행사에서 일러준데로 오리엔트타이 티켓을 끊는 곳으로 갔다.
줄이 길었다. (그런데 나름 일찍 온 편이었나보다. 내 뒤로 줄이 점점 길어졌다.ㅋ)
한참 기다린 후에 내 차례가 되서 나갔는데 머리위를 보니 이코노믹 클래스라고 씌여 있다.
나 : "저기.. 저 비지니스석인거 같은데요, 여기서 해도 되요?"
승무원 : "어머, 비지니스신데 줄을 서셨어요? 안 서셔도 되는데..^^"
승무원 내 표를 보더니 -_-;; 이런 표정이 되면서..
"이코노믹이시네요?"이런다...
오잉? 난 비지니스가 젤 싼건줄 알았다.. ㅠㅠ 아 쪽팔려~~
승무원 : "어느 자리로 드릴까요?"
나 : "창가쪽으로 주세요, 날개없구요, 바깥 잘 보이는 걸루요.."
승무원 : "......"
내가 촌티란 촌티는 다 내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오! 태사랑에서 나랑 같은 항공표라면서 문자를 주고받았던 남자분으로부터다.
내가 지금 막 티켓팅 하고 있다니까 바로 내 옆으로 오셨다.
그래서 그분, 그 긴 줄을 서지 않고 내 옆자리로 끊었다.. ㅋㅋ 조금만 늦었으면 그 줄을..ㅋㅋ
현지 핸드폰을 대여했다면서 찾으러 가자길래 샌딩하는데로 같이 갔다.
그래서 그 여행사에 옷을 넣을 수 있는 사물함은 어딨냐고 물었더니 공항에는 그런거 없단다. ㅡㅡ;;
그러면서 5천원에 여기에 맡기라길래 입고있던 파카를 벗어 맡겼다.. (맡기길 잘했다)
그 여행사에서 한국어로 된 방콕/파타야 지도도 하나 얻었다.
ㅋㅋㅋ 이 지도 끝내주게 간단하게 표시되어 있다. 왠만한건 아예 없다. 그래도 요거 하나 믿고 잘 다녔다. ^^;;
여행사분이 짐이 그게 다냐며 묻길래
그래도 티두벌, 치마한벌에 있을건 다 들어있다고 했더니 그게 거기에 다 들어가냐며 놀랜다. ㅋㅋ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서 우물쭈물 하고 있으니까
같이 떠나는 남자분이 안내해 주신다.. 아마 내심 귀찮았을거다.. ㅠㅠ
면세점으로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sk leaders club 라운지에서 멀미약도 먹고 간단한 다과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남자분은 Kal 라운지에 들러보고 싶다고 비행기에서 보자며 먼저 떠나시고
나도 조금 앉아 있다가 sk 자동로밍 안내 센타에 갔다.
방콕 간다니까 내 이름을 조회해 보더니 자동로밍된다며 핸드폰 조작법을 알려주신다.
천천히 보딩하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흘러나온다..
"오리엔트타이 OX301에 탑승하시는 *** 손님, 지금 곧 **번 탑승장으로 와주십시오."
시간을 보니 10분 전이다.. 에구 에구, 마구 뛰어서 결국 맨 마지막 탑승객이 되었다. ^^;;
비행기가 천천히 가더니 어느 순간 속력을 마구낸다. 붕~ 이상한 느낌과 함께 날아 올랐다..
첫 비행 느낌은 그저 신기하고 잼있었다. 열심히 창밖 구경하는데 30분쯤 지나니 계속 같은 풍경.. 지겹다. ㅋㅋ
음료수랑 기내식을 나눠준다. 우리쪽 승무원은 태국여자인데 한국말로 닭고기? 소고기? 하면서 묻는다.
나는 닭다리살이 잘게 썰려있는 덮밥을 생각하고 닭고기로 달라고 했다.
그런데 헉! 말로만 듣던 태국쌀 한 가운데에 내가 젤 싫어하는 퍽퍽살이 크게 한덩이 들어있을 뿐이다. ㅡㅡ;;
맛? 물론 별로다. ㅋㅋ 그래도 먹어야 될거 같아서 일단 대충 해치웠다.
내 옆에 옆에 앉으신 분은 80만원짜리 패키지 여행객인데 쇠고기를 받더니 입맛이 없다며 손도 안댄다.
(하마터면 그 쇠고기 나 달라고 할뻔 했다.. ㅋㅋㅋ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돌아올땐 꼭 쇠고기로 선택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MP3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돌아올땐 닭고기, 쇠고기 메뉴가 아예 없었다. ㅋㅋㅋ)
생각보다 5시간 비행이 지겹다. 노래도 듣고, 옆에분 책도 빌려서 읽고, 잠도 자고, 화장실도 갔다왔는데도 지겹다.
열몇시간이나 하루종일 비행기를 타야 되는 곳은 얼마나 지겹고 힘들까...
드디어 방콕 쑤안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직 태국에 왔다는 실감이 안난다. 공항은 어디나 나에겐 낯선 곳이니까..
그런데 '바깥 기온은 현재 30도입니다.' 라는 안내를 들으니 조금 실감이 날거 같다.
여기 공항은 인천과 달리 제공되는 차를 타고 입국장까지 가야한다. ㅡㅡ;;
짐 찾을 것도 없고 빠르게 입국 심사대를 통과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역시 삽질하느라고 내 차례를 자꾸 놓히고 외국인들에게 새치기를 몇번 당한후 입국했다. -_-;;
벌써 입국 절차를 마치고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옆자리 남자분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
그분은 택시를 타고 방콕 시내까지 가신다고 한다.
그러나 난 파타야로 가야한다. 어떻게 갈꺼냐고 묻길래 셔틀버스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탈거라고 했다.
(태사랑에서 읽은 건 또 있어가지고 ㅋㅋ)
셔틀버스를 타러 일단 바깥으로 나왔는데 표지판이 바로 보이질 않는다..
어리버리하게 굴고 있었더니 그 남자분이 어디서 타냐고 한번 물어보란다..
나, 아직 영어 하는게 부끄럽다..ㅠㅠ 비행기내에서도 옆남자분이 승무원에게 다 주문해주곤 했던 것이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알아서 잘 가라며 쌩~하고 가버린다. 좀 짜증이 났을 터이다.
(하긴, 만약 나라도 나같은 어리버리가 계속 붙어있으면 얼마나 부담스러울지 이해가 간다 ㅋㅋ)
이젠 완전히 혼자다.. 이 여정을 헤쳐나가야 할 사람도 나고, 믿을 사람도 이젠 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갑자기 자신감이 막 생긴다. ㅋㅋ
혼자되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혼자가 되니 무척 자유스러운 느낌이 든다.. 홀가분하다.
계속 그 남자분 눈치를 봤었는데 이젠 누구의 이목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무척 좋은 느낌이다.
(실제로 여행하는 내내 정말 혼자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
"아, 이제 정말 혼자구나..."
드디어 완벽한 삽질 여행의 시작인 것이다..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