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소녀 태국에 가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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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소녀 태국에 가다-6

시장소녀 9 1187
저녁에 시장에 나가 수박이랑 바나나를 샀다

원래 수박을 엄청 좋아하는데다 싸니까 아예 한 통 통째로 샀는데 칼도 숟가락도 없어서

숙소에서 일 도와주는 분께 잘라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냥 반으로 갈라서 숟가락이랑 함께 주면 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가져온다

음 이런거 부탁하는게 아니었나...??

잠시 후 수박을 들고 들어오는 아줌마를 보고 기절할 뻔 했다

어떻게 한건지 수박 살만 동글동글하게 파서 접시에 담아오는 거다

오~ 감동의 눈물! 전에 아유타야에서 파인애플 다듬어 준 것 이후로 최대의 감동이다

아이고~ 먹기도 황송해라~ 나머지 반을 주며 먹으라고 해도 계속 사양한다

이 집 사람들의 먹을 것에 대한 인심은 정말 후하다 (^^)

1층에 내려와 TV 좀 볼라치면 이것 좀 먹어봐라 너 이거 먹어봤니 하며 계속 멕인다 ^^;;;

내가 그렇게 허해 보였나???


이층에 올라와 보니 어제부터 묵던 태국인 커플과 오늘 온 캐나다 애 둘이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어색했지만 억지로 껴들었다 헤헤

아니나다를까 태국인 커플! 자기들이 먹으려 했던 꿍텃이며 돼지고기 과자를 자기들은 손도 안대고

우리보고 먹으라고 밀어준다

이 두 가지는 오늘 처음 먹어 본 건데 정말정말 맛있다

꿍텃은 자잘한 새우들을 여러마리 반죽을 묻혀 빈대떡같이 튀겨낸 것이었는데 어찌나 바삭한지~~

글구 이 돼지고기 과자는 동그란 쌀과자 위에 돼지고기 가루(?)가 뿌려져 있는 것으로

달짝지근한 것이 계속 손이 가게 한다

태국 커플은 나이가 제법 있어보였는데 글쎄 16년간 동거 중이란다 보수적인 아시아 정서에

16년간 동거라니 참 특이하게 보였다 서로 안되는 영어로 이 얘기 저얘기 하다가

위스키를 마시던 아저씨는 나중에 취해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태국노래 메들리를 들려주고

혼자 다니는 내가 걱정된다며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지를 않나

여기에 아까 내 수박을 다듬어준 핌의 친구 46살짜리 아줌마까지 가세해서 통역을 해주니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이 아줌마는 꼭 존 레논의 부인 요코같이 생겼는데(그 자리에서 내가 일본사람 같다고 내 별명이 즉석에서 요코가 되었지만) 자기 발로

절에 가서 비구니가 되었다가 포기하고 나와서 대학 졸업 후 유럽 여행도 다니고 이것저것

안해 본 일도 없는 특이한 아줌마였다

위스키를 마시던 아저씨는 너무 취해서 난동을(^^:) 부리다 자러 들어가고

나도 어서 들어가 자고 싶은데 이 아줌마가 못 들어가게 한다 --;;;

새벽 1시가 넘어가는데 아줌마는 취해서 횡설수설하구..캐나다 애덜은 장단 맞춰 주구..아이구..

그런데 잠시 후..!!

담배 하나를 말더니 돌려가며 피우는 것이다!!

난 마리화나 하는걸 태어나서 처음 봤다!

아줌마는 내가 너무 어려 보였는지 내게는 권하지 않고 (휴~) 캐나다 애들이랑만 돌려가며 피웠따

난 그거 하면 사람들 획 미쳐서 이상한 짓 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다 말짱하다 신기해라~

다음 날 시장에 갔다가 돌아오는데 숙소에 근처의 집 앞에서 할머니들이 모여있다

뭘 하나 쓱 보니까 아주아주 쪼끄만 새끼 토끼에게 우유를 주고 있는거다!

으아 귀여워~~~내 주먹만한 새끼 토끼에게 젖병으로 우유를 먹이는데 하얀 것이 너무너무 이뻤다

내가 "꺄아~~'하며 달려들자 할머니들 흠칫 놀랬지만 이내 내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물론 태국말로...^^;;

움.하.하.하. 놀라운 언어 능력의 소유자인 나~

대충 때려서 내가 아는 태국어를 모두 동원해 대답했더니 할머니들 활짝 웃는다

(아 뭐 질문이 거기서 거기지 어디서 왔냐, 몇 살이냐..^^:: 어느나라나 할머니들 관심사는 똑같나 보다)

에? 할머니 이빨에 꽃잎을 가득 붙이셨네?? 왜 붙이셨지? 이빨에 봉숭아물 들이려는건 아닐테고..???

할머니들은 계속 코는 한국말로 뭐냐, 입은 뭐냐 물어보며 내가 대답해주면

소녀들처럼 까르르 웃으며 따라하신다 바로 이런게 여행의 재미라니까~


참, 문득 닭 생각이 난다

어느 동네나 그렇지만 이 동네도 닭들이 어엄청 많다~~

태국 여행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닭 우는 소리로 조용할 때가 없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걸어가다 보면 병아리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엄마 닭이랑

시도때도 없이 울어 대는 수탉들을 늘 볼 수 있다

웃기는 것은 바로 이 수탉의 울음소리다

수없이 들어왔지만 한 번도 완벽하게 끝까지 올라가는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늘 삑샤리가 나는 것이다!

그 날 시장에 가는 길 한 가운데 떡 버티고 있던 수탉이 내가 걸어가자

놀래서 옆으로 피하더니 푸득푸득 점프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뭘 하려나 보려고 서서 봤더니 거만하게 날개 한 번 퍼덕이구,

"꼬끼요오~커걱!"

푸하하!!! 그 자리에서 배를 잡고 웃었다

언제쯤 태국 닭들이 삑샤리 없이 울 수 있을까? ^^



치앙칸에서 머무는 마지막 날 시장이나 갈까 하고 내려왔더니 핌이
자기랑 오토바이 타고 구경 가잰다

내가 맨날 숙소에 틀어박혀 책만 보니까 안쓰러웠나 보다 ^^;;;;

아~ 물론 핌은 내가 맨날 방에서 잠 자는 줄 안다 ^^::

아싸~ 나야 좋지~

핌은 오토바이를 운전해서 강변에 데려다 주었다

거기서 어제 먹은 꿍텃 발견!! 방금 튀겨낸 아삭한 꿍텃을 먹으며 강변 감상~

생전 처음 본 외국인에게 태국인들은 태국식(?) 와인을 권한다 술은 못하지만 탄산 포도주스 같이 순했다

이 강변은 서양인들이 치앙칸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이란다

여기서 배를 타면 10분도 안 되어 라오스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밀입국 한 번 해봐? 나 태국인이라구 하면 믿을 텐데..^^::::

그 곳에는 작은 시장도 서는데 대부분 코코넛 가공품을 판다 코코넛 과육을 가공한

군것질 거리인데 달짝치근 한 것이 아주 맛있었다 이 동네가 젤 맛있는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핌으로부터 그간 살아온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자기는 16년간 교사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방콕에서 옷을 팔다가 여기로 왔다 한다

외국인을 남자친구로 두면 다들 호스티스 출신으로 알고 뒤에서 쑤군대지만(뜨끔!!) 자기는 여기서

꿋꿋이 사업을 지켰다고 한다 어제 숙소에서 내게 치앙칸 정보를 주겠다며

찝적거리던 아저씨가 예전 이 게스트 하우스 주인인데 그 때보다 지금 평판도 훨씬

좋아지고 하니까 자기에게 되팔라고 하고 또 자기가 여기 주인이라고 손님들에게 거짓말하고 그런단다

그 동안 핌의 친절에 고마워 하면서도 '현지처'라는 편견을 갖고 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워 졌다.

저번에 한국의 외국인 학교 교사를 했던 여자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그랬다

자기는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선입견이 너무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고...

나는 아니다..라고 속으로 자부하고 있었는데 중요한 교훈을 얻은 셈이다.


라오스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1/15(화) 169밧
방값 100
살국수 20
물 5
요거트 9
수박 15
몽키바나나 20

1/16 169밧
방값 100
과자 12
코코넛 요거트 15

1/17(목) 222밧
방값 100
꿍텃 20
국수 20
휴지 과자 22
물 5
콜라 10
핫밀크 30

치앙칸에도 피시방 있거든요 숙소에서도 할 수 있구요 그런데 아직
모뎀인지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가격은 분당 1밧 정도로 기억합니당~
9 Comments
Moon 1970.01.01 09:00  
재밌슴돠! 계속 글 부탁드려도 되죠?
시장소녀 1970.01.01 09:00  
감사합니다 여러분 아름다운 아침이에요<img src='./system/image/smile/cacofrog/caco0131.gif' border=0 alt='오~' width=15 height=13>
may 1970.01.01 09:00  
하핫.. 그 삑사리 닭소리... 현지처 부분은 나도 뜨끔하네.<br>짜슥~정말 잼있게 잘 쓰는구만. ^^ 언닌 네가 자랑스럽다!!
삐리리 1970.01.01 09:00  
음.. 속편이 더 재밌는 영화는 없어도 여행기는 있네.. 메이님한테 미안한 말이지만 시장소녀님 여행기가 더 재밌다.. 글 너무 잘쓰세요..  내가 출판사하면 책내자고 하겠다. 하루에 두편씩..ㅋㅋ
랄라 1970.01.01 09:00  
수탉얘기 읽다가 너무 크게 웃어서 스스로 민망했음.. 모니터 보고 낄낄대고 있으면 미친X같잖아요..ㅎㅎㅎㅎ 암튼 재밌네요 여행기.
요술왕자 1970.01.01 09:00  
그 강변이라는 곳의 이름은 [깽 쿳 쿠]입니다. 유원지 비스무리한 곳.....
김희진 1970.01.01 09:00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하루에 2편씩 올려주심 안돼나요?!! *^^*
시장소녀 1970.01.01 09:00  
아유..그렇게 칭찬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
이수민 1970.01.01 09:00  
아아...너무 재미있어요..  저도 다음에 치앙칸에 가보고 싶네요... 다음편은 언제 올라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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