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 뉴욕에서 강 건너기. 배 타고 자유의 여신상으로/철교 걸어서 브루클린으로
우리는 뉴욕여행을 준비하기 전에는 이 대단한 도시의 행정구역에 대해서 그다지 알지를 못했다. 그래서 브루클린, 맨하탄, 브롱크스 이런 지명을 들을 때도 이게 뉴욕의 어딘가 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어떤 지역적인 의미가 있는지를 몰랐다.
뉴욕은 5개의 자치구로 이루어져있고 그 5개의 구는 북쪽에서부터 브롱크스–맨하탄–스테이튼 아일랜드 그리고 롱아일랜드라는 큰 섬의 서쪽 끝에 위치한 퀸스와 부르클린 이렇게 총 5개. 그리고 이중 섬이 아닌 곳은 오로지 브롱크스 뿐... 그 외는 다 섬이거나 섬의 일부분이고 맨하탄의 서쪽은 허드슨 강 동쪽은 이스트 리버 뭐 대략 이러한 구조였다. 뉴저지와는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두고 접해있어서 여기서 뉴욕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고 주워들었다. 하여튼 도시 구역을 머릿속에 정리해보니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 들을 보면 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는데, 그게 바로 맨하탄과 강 건너편을 오가는 페리의 모습.
그중 스테이튼 아일랜드를 오가는 건 무료라서 여행자들 중에는 이 페리에 몸을 싣고 왔다갔다하면서 배 위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도 한다.
우리는 자유의 여신상을 어떻게 볼까 하다가 택한 건 섬에 직접 들어가는 배.
미리 한국에서 프린트해 온 티켓을 가지고 맨하탄 남쪽 끄트머리 배터리 파크로 향했다.
평일 오전이어서 배를 타기위한 대기줄은 금방 줄어들었는데 여기도 보안검색이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이곳은 빌딩전망대와는 달리 보안검색요원이 공무직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그래서 좀 더 엄격하달까...
하여튼 보안을 통과하고 기다리니 배는 들어오고 여기에 기다렸던 사람들이 다 타니 정말 아래위층으로 빼곡해졌다.
사실 이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방법으로 ‘섬까지 들어가지 않고 그냥 공짜 배 위에서만 보는걸로도 충분하다’ 또는 ‘그렇지 않다. 여기까지 왔는데 섬에는 내려봐야지!!’로 여행자들간에 의견이 분분했는데, 나는 이 리버티섬에 발자국을 찍어보고 싶었다.
이날의 음침한 날씨 때문에 점점 가까워지는 자유의 여신상이 좀 더 위압적으로 보이기도 했는데... 날이 쨍하게 좋았으면 좀 더 다른 느낌이었을까? 하여튼 영화에서 닳고 닳도록 보았던 이 뉴욕의 아이콘을 바로 발밑에서 올려 본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긴 했다.
배에서 내린 여행자들은 자유의 여신상이 가장 잘 보일만한 자리에서 친구들끼리 사진 찍느라고 은근히 바빴고, 여기 오니까 우리나라 단체관광객들도 많아서 한국말도 곳곳에서 들리고 한다. 외국에 나가면 기분이 들떠서 말을 마구 편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데서는 정신줄 붙잡고 소곤소곤 가려가면서 해야겠단 생각도 들어서, 우리는 자연스레 목소리를 낮춘다.
자유의 여신상은 생각보다는 긴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부지런하게 예매표를 미리 예약해서 기단이나 왕관까지 가면 모를까(여신상 안에 들어가는 것은 별도의 표가 필요하다), 그냥 지상에서 보는 건 이 작은 섬을 한바퀴 도는 걸로 빠르게 끝났고, 우리는 바다 위에 기이할 정도로 촘촘하게 솟아있는 맨하탄 남부 빌딩숲을 마주보며 공원으로 돌아왔다. 이날 먹색 구름이 원월드 꼭대기를 가리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정말 회색도시 그 자체이다.
다시금 배에서 내려 배터리로 돌아온 우리... 이 공원 근처에 월 스트리트가 있으니 한번 가봐야지. 월 스트리트는 다른 장소보다 중국인 단체 관광단이 훨씬 더 많이 보이는 곳이 었다.
누가 퍼트린 말인지는 몰라도 공원에서 월스트리트 가는 길에 있는 황소상의 파이어볼을 문질문질 만지면 돈복이 들어온다던데... 내가 아무리 돈을 좋아해도 여행자가 바글바글한 이곳에서 황소상 다리 사이에 들어가 파이어볼 만질 깡은 없어서 그냥 앞에서 얌전하게 찰칵~ 하는 걸로 마무리.
월스트리트에 있는 증권거래소나 정부청사 기념물이나 뭔가 다들 대단해 보인다. 이곳에 있는 기관들이 세계를 움직인다는데... 겉에서 기념사진이나 찍는 우리들에겐 그냥 멋있게 지어올린 건물처럼 보일뿐...
지하철을 타고 차이나타운에 들러 우리의 먹거리 리스트 중 하나인 퍼(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퍼는 가장 대중화된 아시안 음식 중 하나이다. 차이나타운에는 수많은 베트남 식당이 있어 구글 평점이 좋은 곳으로 찾아 갔는데 맛은 그냥 그랬고 양은 무척 많았다.
자유의 여신상
리버티 섬에서 바라 본 맨하탄
차이나타운에서 먹은 퍼보
이제 이스트강을 건너서 브루클린으로 가려고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는 무언가를 타지 않고 오로지 타박타박 걸어서 말이다.
차이나타운에서 관공서 구역을 차근차근 보면서 내려오는데... 오~ 이게 뭐야. 이 무슨 축제 분위기지? 분명히 독일계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관악기로 멋들어진 소리를 뿜뿜 내면서 거리 퍼레이드 연습을 하고 있다. 오호~ 어제는 리틀이태리에서 성 제나로 축제하더니 오늘은 독일인들의 축제 또는 퍼레이드? 역시 이런 역동적인 기운은 사람이 만들어내는거다.
이 연주를 잠깐 구경하다가 브루클린 다리 입구에 왔더니만 이번에는 또 웃옷을 입지 않은 흑인들이 맨몸을 드러내면서 뭔가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진짜 뉴욕스럽네. ㅎㅎ 뉴욕스러운게 뭔지 물으면 나도 잘몰라~ 하지만 그냥 그렇게 진하게 느껴진다.
여행으로 오기 전 사진으로 본 브루클린 다리는 정말 멋있었다. 하긴 여행사진 치고 멋있지 않은 게 어디 있겠나. 찍은 것 중에 고르고 골라 올린걸테니 말이다.
실제로 걸어 본 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사실 뉴욕의 어디든 사람이 많다.
인터넷에 “유명관광지의 사진과 현실”이라고 치면 나오는 홀딱 깨는 대비처럼...
https://www.architecturendesign.net/travel-expectations-vs-reality/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걸었던 하이라인 파크 마냥 다시금 단체구보이다. 남녀노소 동양인 서양인 모두모두 모여서 헛둘헛둘~ 단체구보.
우리 초등 때 소풍가면 반마다 줄을 쭈욱 세워서 긴 인간열차를 만들어 동네 뒷산에 가고 그랬었는데, 그때의 풍경이랑 조금 비슷한 모양새이다. 게다가 오고가는 사람에 비해 다리폭은 좁아서 사람들 간의 충돌을 피하려면 신경이 좀 쓰인다.
속도 맞춰 걸으랴 사진 찍으랴... 아, 복잡하다.
여기선 다른 여행자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걸 우리도 미션 수행하듯이 하나씩 다 했다.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옆에 있는 맨하탄 다리 쪽으로 넘어가서 덤보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제인스 카루셀이라는 회전목마도 봤는데 무려 120년이나 된 거라고 했다. 그렇게 오래전에 만들어졌는데도 아직 운행도 되고 있어서 신기할 나름... 여기까지 왔으니 남들 하는 건 일단 다해봐야해!! 하는 초보 여행객 루트를 성실히 마쳤다.
생각해보니 강을 건넌 게 이거 말고도 뉴욕에 도착한 첫날 비바람 맞으며 2층 버스에 실려 맨하탄 브릿지를 건너가기도 했었네. 우리가 강을 꽤 많이 들락날락 했구먼.
탈 때 마다 지하감옥 들어가는 느낌드는 뉴욕 지하철을 타고 강을 건너 윌리엄스버그에도 가보게 되었다. 각기 개성 있어 보이는 가게들, 그러니까 커피숍, 초콜렛 가게, 그리고 플리마켓을 비롯해 다양한 가게들이 꽤 보였는데 스쳐지나가는 관광객의 시선에서는 뭔가 크게 느낌이 다가오진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어느 지역을 반나절 잠깐 들르는 것과 단 1박이라도 하며 지내보는 것과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제인 회전목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