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여행기 8편 - 바투동굴, 푸두역 주변, 국립박물관
느즈막이 아침 8시 40분 정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10시가 조금 넘어 바투 동굴로 향했다. 바투 동굴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말레이시아 홍보 광고에도 나오는 곳이고, 많은 여행객들이 추천하는 쿠알라룸푸르 교외 관광지이다.
한국 가이드북인 '저스트 고'에는 바투 동굴 가는 방법이 별로 써 있지 않았는데, 다행이도 같이 가져간 '론리플래닛' 영문판 말레이시아 편에는 간략히 소개되어 있었다. 방법은 "방콕 은행 앞에서 11번 버스를 타라..." 이 한 문장이었다.
며칠 간의 여행동안 LRT를 타고 지나가면서, 또는 차이나 타운을 걸어다니면서 방콕 은행을 본 기억이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Pasar Seni 역으로 갔다. 역에서 내려 높은 건물들의 꼭대기를 하나씩 살펴보다보면 'Bangkok Bank' 란 글씨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방콕 은행 뒤에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시간이 15분 정도가 흘렀는데도 수많은 버스 중에서 11번 버스는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여긴 나는 그 근처를 한 바퀴 돌아봤는데 내가 기다리던 반대편, 즉 말 그대로 방콕 은행 앞으로 가니 서양 여행자들이 몇 명 서 있는게 보였다. 이곳이 11번 버스가 오는 곳임을 직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바투 동굴로 가는 11번 버스.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했는데 시트에 쌓인 먼지는 좀 더러웠다.ㅎ>
곧이어 도착한 버스를 타고 바투 동굴로 향했다. 도착까지 40분 정도가 걸린다고 책에 써 있었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걸린지 모르겠다. 버스 안에서 계속 잤으니 말이다. 다른 여행자들이 내리는 곳에서 따라 내리니 바로 앞에 보이는 특이한 대문이 이곳이 바투 동굴임을 알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보이는 바투 동굴의 입구>
바투 동굴 앞에 도착하니 커다란 불상 옆에 수많은 계단들이 있었다. 272개의 계단이라던데 우리 아파트 15층을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우습게 봤는데 계단을 다 올라가니 땀이 제법 많이 났다.
<바투 동굴을 대표하는 두 가지. 정말 큰~ 불상과 수많은 계단이다. 계단은 특이하게도 하나하나 숫자가 매겨져 있다. 총 272개>
계단을 올라가는데 눈에 띠는 것이 있다면 원숭이였다. 처음 옆을 지나갔을 때는 인형인 줄 알았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움직여서 깜짝 놀랐다. 계단 곳곳에 원숭이가 있어서 눈이 즐거웠다. 인형같은 새끼 원숭이를 꼭 끌어 안은 어미 원숭이와 그런 어미를 정말로 꼭 붙잡고 있는 새끼 원숭이를 보니 동물이라고 인간과 다를 게 없다는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사실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원숭이는 페트병 쓰레기가 먹을 거인 줄 알고 이리저리 끈질기게 물고 뜯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웃겼다.
<서로 절대로 놓지 않고, 꼭 끌어안은 어미와 새끼 원숭이>
<빈 페트병을 물어 뜯고 있었던 인내심 만렙의 원숭이... 얘 그거 먹는 거 아닌데~ 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힘들게 272개의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도착하자 큰 동굴에 조그만 temple 이 몇 개 있었다. 그다지 볼 것은 없었지만 그들의 우리와는 조금 다른 종교의식(분을 머리에 찍는 것 등)은 신기했다.
<바투 동굴 꼭대기에서 내려본 아래의 모습>
<바투 동굴 내부의 모습. 크게 볼 것은 없고 조그만 Temple이 몇 개 있다.>
<우리와는 다른 종교의식의 모습>
다시 동굴에서 내려오니 바투 동굴의 계단 앞에 카메라와 스텝들이 있는 게 보였다. 한 남자가 걸어가는 짧은 씬을 몇 번 반복해서 찍는 걸로 봐서는 광고 촬영인 듯 했다. 어떤 광고일까? 말레이시아 여행 홍보 광고 일까? 궁금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바투 동굴 앞에서 촬영 중이었던 어떤 광고. 저 가방 맨 검은 자켓의 남자가 걸어가는 모습을 짧게 몇 번에 걸쳐 반복 촬영 중이었다.>
바투 동굴 관광을 마치고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가기 위해 11번 버스를 탔다. 이번에도 정신없이 쿨쿨~ 서울에서도 대중 교통만 타면 자는데, 여행을 왔다고 달라지는 건 없나보다. 게다가 다른 여행자들이 내릴 때 다라 내리기만 하면 되니 굳이 정신차리고 내릴 곳을 체크하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그냥 호텔로 갈까하다가 영화 '엔트랩먼트'의 엔딩 장소인 '푸두' 역을 가기로 했다. 가는 김에 근처에 있는 푸두 마켓도 구경해 볼 겸....
그런데 직접 가본 '푸두' 역은 영화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영화에서 본 푸두 역은 크고 세련된 곳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여느 역과 같이 작고 평범했다. 영화를 다른 곳에서 찍었던 것일까?
<위는 영화 '엔트랩먼트'의 엔딩 장소였던 푸두 역, 아래는 직접 가본 푸두 역. 상당히 달라서 실망이 컸다. 엔딩을 다른 장소에서 찍었던 것일까?>
근처 푸두 마켓은 도착한 시각이 2시라서 인지 모두 정리가 끝난 모습이었다. 조그만 우리에서 울고 있는 닭이 불과 몇 시간 전 떠들썩했을 시장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이미 파장한 푸두 마켓... 오후 2시의 모습이다. 저 정신없이 황량한 모습을 통해 시장의 난장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믿기진 않겠지만 저 작은 바구니 안에는 닭이 울고 있었다.>
푸두 마켓은 이미 끝났지만 그 옆의 큰 길가에서는 아직 천막을 쳐 놓고, 가짜 시계며 화장품, 전자기기 등을 팔고 있었다. 가짜 화장품은 아마 피부에 안 좋을테고, 가짜 시계는 세 달 정도 간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가짜 핸드폰의 특징은 뭘까? 전화가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역시 빨리 고장나는 건지... 궁금하다.ㅋ
<푸두 마켓으로 가는 큰 길가에서는 각종 가짜 상품을 팔고 있었다.>
이 곳에서도 무언가가 촬영 중이었는데 이번에는 광고가 아닌 드라마 같았다. 아까처럼 짧은 반복 촬영이 아니라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아 그렇게 추측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 몇 시간 사이에 촬영 현장을 두 곳이나 보다니... 한국에서는 그렇게 돌아다녀도 그런 경험이 별로 없었는데..ㅋ
<이번에는 드라마 촬영 현장을 목격!!>
푸두에서 호텔로 돌아와 한 시간 정도 쉰 뒤, 국립 박물관으로 향했다. 호텔 뒤에 특이한 건물이 있어 항상 무슨 건물인지 의아했는데 그게 바로 국립 박물관이었다. 생각보다 엄청 가까운 거였다.ㅎ
박물관은 크게 선사시대, 말레이시아 왕국 시절, 식민지 시절, 그리고 지금. 이렇게 4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국립 중앙 박물관보다 비교도 안 될만큼 작아서 다 돌아보는데는 1시간이면 충분했다. 처음 박물관을 밖에서 봤을 때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문을 닫았나 했는데 정말 관광객이 별로 없는 것이었다. 역시 쿠알라룸푸르는 KLCC나 부킷 빈탕 말고는 관광객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내가 머물렀던 Le Meridien 호텔 바로 뒤에 보이는 국립 박물관. 건물 모습은 굉장히 예쁘다. 박물관 크기는 아담해서 다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소요. 내용은 말레이시아의 역사이다.>
<이번 편의 주요 KL 물가>
바투 동굴 행 11번 버스(편도) : 2RM, 당연히 왕복 4RM
바투 동굴 입장료는 공짜
국립박물관 입장료 : 2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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