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Mt. Kinabalu (키나발루산) Tour
2007년 11월 12일, 낮에는 하루종일 Kinabalu 국립공원 투어가 예정되어 있는 날입니다. Kota 라는 말은 말레이어로 "도시"란 뜻입니다. 이 도시의 이름이 바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가졌다는 키나발루산에서 따온 것이죠.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키나발루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오는 일정이죠. 해발 4,095미터에 달하는 키나발루산 정상을 등정하고 오려면 아기 데리고는 도저히 각이 나오지도 않거니와 등정 전에 미리 예약을 하고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루만에 다녀올 순 없고 반드시 산중턱의 산장에서 1박을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오늘의 투어 가이드가 되어 준 Mr. Harim Kassim의 말씀이었습니다.
현지 여행사를 이용했고 투어의 정확한 명칭은 KINABALU NATIONAL PARK & PORING HOT SPRING TOUR. 이용한 여행사는 Airborne Travel (http://www.airbornetravelkk.com) 입니다.
7개 회사 견적을 비교해 봤는데 이 회사가 인당 160링깃으로 가장 저렴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투어 종료 후 후불 가능.
일정은
☆ 아침 7:30에 호텔 픽업
→ 나발루(Nabalu)라는 작은 마을에서 잠시 쇼핑과 휴식
→ 키나발루 국립공원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숲속 길 걷기
→ 리조트에서 점심식사
→ 포링온천지대(Poring Hot Spring)로 이동
→ Suspension Bridge(현수교?)
→ 정글 canopy(나무 위에 설 자리를 만들어 놓은 곳?)
→ 온천욕
→ 다시 숙소로~
이렇게 이뤄져 있습니다.
오늘의 투어가이드는 Halim Kassim(abt_hk@hotmail.com)이라는 분입니다. 함께 여행을 다니며 얘기하다 보니 오늘 투어의 예약을 도와 준 에어본여행사 직원 Faizal의 친형이라고 하네요. 형인 할림이 먼저 여행업에 종사하면서 이거 정말 돈벌이 되는 거라고 꼬셔서 멀쩡하게 회사 잘 댕기던 동생, 월급쟁이 자리 박차고 나와서 일 배우고 있는 중이라나.
할림카심이라고 하면 부르기 힘드니까 그냥 HK라고 부르라고, 아니면 Hong Kong 이라고 부르든가 라고 농담을 던지는 이 유쾌하고 친절한 아저씨와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코타키나발루 시내에서 진짜 키나발루산까지는 약 2시간 남짓 걸립니다. 시내 북쪽으로 빠져나가면 바로 보이는 시 외곽의 풍경입니다. 오른쪽의 특이한 원주모양의 건물은 사바주(州)청사.
HK 이 양반이 운전도 하시고 가이드도 하시는 것으로 알았는데 대기 중인 차를 타고 보니 운전기사가 따로 있습니다. 오늘 투어 승객은 달랑 우리 세식구 뿐인데 기사에 가이드까지.. 호사로군요.
운전기사분은 영어가 안되어 과묵하게 앉아 계시는 가운데 이 HK라는 가이드분, 경망스럽지 않게 하지만 쉴새없이 계속 조잘조잘 얘길해댑니다.
초장부터, 마침 날씨가 맑아 봉우리가 멀리서 보이는 키나발루산 정상을 가리키며,
"저 봉우리는 Paek, 당신이 가보지 않았지만 이미 자세하게 보고 잘 알고 있는 곳이야."
라고 뭔 도닦는 소리를 합니다. 제가 뭔 소리 하는겨 묻자, 수수께끼라며 키나발루국립공원에 들어가게 되면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이어서 사람의 얼굴을 한 벌레, 불이 붙는 열매... 뭐 이런, 소풍 떠나는 기분에 마냥 들뜬 우리들 마음에 더 설레임과 궁금증, 기대를 안겨주는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길 하면서 한껏 더 즐거운 기분이 들게 하네요.
코타키나발루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중간 쯤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Nabalu 라는 자그마한 마을인데 과일이나 토속품 같은 것을 파는 작은 몰이 있죠.
허름한 양철지붕 건물이 몇개 늘어선 자그마한 휴식장소이지만 쇼핑이나 먹거리 뿐만 아니라 이렇게 우뚝 솟은 전망대가 있습니다. 꼭대기까지 자박자박 걸어올라가면, 전망대라는 것이 늘 그렇듯, 아래에서 볼 땐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는데도 또 다른 멋진 풍경을 선사해 줍니다.
키나발루 산의 봉우리가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이 지역의 날씨만 허락한다면) 다이렉트로 눈이 부시그로 동공에 확 박혀와 주시는 스폿 되겠셔며!
몰 안으로 들어가면 원주민들의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고 반대편 좀 더 허름한 몰에는 약간 썰렁한 분위기의 과일이나 말린 식품들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나무로 깎아서 짚으로 주위를 장식한 목기를 하나 삽니다. 처음 부른 가격보다 50% 정도 깎아서 산 것 같은데, 똑같은 제품을 코타키나발루 시내의 필리피노마켓에서 약간 더 싸게 살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을 지나치는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수준은 아니라서 그런지 상인들의 호객이 지나치거나 하지 않고... 뭐랄까 살짝 부끄러워하면서 물건 판다는 느낌..??
나발루에서 30-40분 더 차를 타고 가니 드디어 키나발루국립공원에 다다릅니다. 공원 초입에는 지도라든가 등등의 각종 안내 게시판이 서 있습니다.
그 중 사진에 보이는 건 매년 열리는 "키나발루산 뛰어오르기 (Mt. Kinabalu Climbathon)" 대회 수상자들의 기록 게시판입니다.
카심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세계에서 모이는 열라 똘아이들(such crazy guys from all over world)"이랍니다. 현지인인 자기 눈에서 보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하네요.
기록을 좀 보십셔-! 4천미터가 넘는 산 정상까지 2시간 반만에 뛰어 올라갔어여... -_-;;
키나발루산을 지대루 느끼려면 카심이 똘아이들이라고 부른 사람들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1박2일(중간지점 산장에서 꼭 1박을 해야함)로 정상인 Low's Peak를 밟아야 할텐데... 캥거루 마냥 애기를 꼬옥 배에 붙이고 댕기는 처지라 그냥 이렇게 공원관리사무소(Park Headquaters)와 그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랩니다.
관리사무소 안에는 각종 전시품들과 비단 키나발루산만이 아닌 사바州 전체에 대한 설명, 그리고 관광영화 상영관,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약간 낡은 감이 있지만 매우 단정하고 깔끔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이것저것 미스터 하림카심이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자기 나라의 문화와 자연을 자랑스러워 마지 않아 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멋졌답니다.
그래도 자기 소시적에 지금보다 훨 날씬해서 정상을 1년에 두세번씩 오르락내리락 했다는 말은 아무래도 뻥 같은데...
오늘 투어를 처음 시작할 때 HK가 내었던 선문답 같은 소리...
"산의 정상을 넌 이미 봤다규-!"
이거... 1링깃 지폐 뒷면의 사진이 Low's Peak의 사진이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한 곤충은... 쪼매 속은 기분이긴 했지만, 진짜 곤충 머리가 사람처럼 생긴 게 아니라 인면어처럼 등딱지 무늬가 사람 같다는 말이었슴다... 쩝.
이렇게 보니 좀 시시하지만 그 당시엔 뭔가 수수께끼가 풀린 기분이라 국딩때 (백동이는 "국민"학교 세대...) 어린이회관 가서 자석 실험하는 그런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HK가 재미나게 흥미를 유발시켜 주면서 우리를 잘 가이드해 준 덕분이겠죠.
관리사무소 내 견학이 끝나고 그 주변을 잠시 산책하면서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그런대로 키나발루산 밟았어요 티를 내봅니다.
들어도 바로바로 자동삭제될 거란 걸 뻔히 알법도 한데 HK는 열심히 이건 무슨 식물이고 저건 무슨 식물이다라며 고도에 따라 온갖 식물이 다 살고 있는 키나발루산에 대한 자부심을 듬뿍 담아 입술 가에 하얀 거품이 된 침이 다소곳이 고이도록 설명을 해 줍니다.
HK의 인도를 따라 들어가자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꽃, 키나발루산에 오면 볼 수 있다는 라플레시아(rafflesia) 꽃이 활짝 피어... 있는 줄 알았는데... 이거이 걍 쎄멘으로 실물크기 만들어 놓은 거랍니당.
우짠지.. 일주일도 안 되어 져버린다는 꽃이 만개했길래 왠 횡재인가 했는데. 실제 꽃이 만개하게 되면 냄새도 고약하고, 만약 사유지에 피어 있다면 돈 내고 봐야 한다는 HK의 설명. 제주도에서 유채꽃밭에 들어가 사진 찍으려면 천원 내야되는 거랑 비슷하구만요.
아빠가 진짜 꽃인 줄 알고 흥분해서 잰 걸음으로 다가가다가 진흙 땅 위 쭉 미끄러지는 바람에 놀래서 우는 우리 애기... -_-;;
키나발루산 등정의 초입에 불과한 이 정도 고도에도 열대, 온대의 식물들이 뒤섞여 있는 걸 보니 HK의 자부심 대로 더 높은 고도에 오르게 되면 온갖 희귀하고 아름다운 꽃과 수풀들이 우거질 거라는 예상이 됩니다.
맘 같아선 날씨도 좋겠다 (사실 오락가락 했습니다. 우리 일행이 밖으로 나오자 감사하게도 햇빛이 쨍쨍~) 돗자리 펴 놓고 퍼질러 누워 뒹굴다 가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그 보다 텅 빈 밥통의 울부짖음이 더 큰지라 이쯤에서 마무리를 짓고 밥 묵으로 점심식사가 준비된 리조트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