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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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여행기

전경호 5 7280

제 0일차

 여행준비를 굉장히 급박하게 했다. 회사를 옮기게 되면서 생긴 며칠간의 휴가를 멋지게 보내기 위해서 또 한편으로는 계속 꿈꿔왔던 말레이시아로의 이민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서둘렀다. 전 직장을 그만두고 5일정도의 휴일이 생겼다 이중 4일을 말레이시아 쿠알라품프르 탐험에 쏟기로 결정하고 여행가기 바로 전날 그동안 가격조사를 계속 해왔던 말레이시아 항공을 방문해서 Tax포함 약 90만원에 항공권을 2매를 구매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여행시작 바로전날 결정을 했기 때문에 호텔을 예약하지 못한것이다. 갖은 수단을 동원해 호텔 예약을 하려 했으나 최소 3일간의 여유가 있어야 된다는 답변만 받았다.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는 사람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늘 한던식의 무대뽀 여행을 하는수밖에는 .....

 결국 호텔을 못잡고 말레이시아 공항에 도착해서 현지에서 호텔을 예약하기로 했다. 웃돈을 주더라도 별수 없다는 생각 ...... 하지만 기회는 생겼다. 마침 말레이시아 항공에 방문했을때 가져온 팜플렛에 스위스가든 호텔이 있었다. 마침 홈페이지가 있어 방문해보니 온라인 예약도 가능하단다. 온라인 예약을 하기 위해 가격을 보니 가격이 평소보다 2.5배 정도 올라있었다. 평소에는 130링깃 정도하던 방값이 350링깃으로 뛰어 있었다. 그 사유를 호텔사이트를 방문하고 처음 알았다. 마침 내가 방문하는 기간이 F1 경주가 있어서 호텔방값이 오른 것이다. 참 재수도 없다. 어떻게 여행기간 4일이 모두 F1 기간과 겹치는지 정말 답답했다. 뭐 손해를 감수하고 호텔을 예약할 수 밖에는 없었다. 한화로 1박에 약 9만원 정도되었고 물론 조식은 포함이었다. 그리고 예약번호를 받고 출력한 후 깊은잠을 청했다.


제1일차

 긴 여행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비행기 시간은 11시 반이었는데 아침 6시에 기상을 했다.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세면을 하고 나오니 시간이 7시 20분 정도 되었다. 인천공항버스를 타기위해 집근처에 있는 정류장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도중에 너무 배가고파 포장마차에서 오뎅과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배고파서 그런지 꿀맛처럼 느껴졌다. 이걸로 아침은 끝내야 하나?

 국민카드로 6,500원 2명을 결제하고 버스에 올랐다. 공항까지는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된단다. 뭘하지 잘까? 아니지 참 헬로말레이시아를 읽어야지. 말레이시아에 푹 빠져있다보니 공항이다. 시간은 9시 조금 넘은거 같다.

 일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말레이시아 항공 카운터로 갔다. 의외로 긴줄.... 당황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생각보다 말레이시아를 많이 찾는다는 생각을 했다. 집을 부치고 좌석을 받았는데 A열과 C열이다. 아니 부부인데 따로 앉으라는건지.... 너무하네. 와이프가 일단 앉고 B열 손님에게 자리 바꿔달라고 하잖다. 좋은 생각이다.

 시간이 좀 남은 듯해서 공항 지하1층에 있는 한식당으로 갔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앞으로 며칠간 한국 음식을 먹기도 힘들터이니 먹고 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난 김치찌게를 와이프는 뚝배기불고기를 먹었다. 맛은 보통 가격은 엄청 비싸다. 15,500원이라는 영수증을 받아 들고 재빠르게 나왔다. 서비스는 좋은것 같았다. 와이프가 젓가락을 실수로 떨어뜨렸더니 바로 새젓가락을 가져다 준다. 물론 요청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벌써 시간이 10시반이다. 서둘러야 겠다. 재빨리 공항검사대와 출국신고소를 통과해서 면세점쪽으로 나오니 11시가 다된다. 쇼핑 좀 해야하는데 시간이 넘없다. 와이프가 서둘러서 면세점을 돌아다닌다. 난 디스플러스 두보루를 구매했다. 한보루에 10달라 정말 거져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10보루라도 사오고 싶었으나 .... 불가능. 암튼 게이트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보딩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현지인이 많고 한국 사람들은 적은거 같다. 암튼 비행기 무사탑승.

 좌석번호는 나의 착각이었다. 말레이시아 항공 비행기에는 B열이 없었다. 즉 A와 B열은 나란히 앉도록 되어 있었다. 그럼 그렇지 .... 하지만 비행기는 어느새 꽉차있었고 6시간 40분의 대장정은 시작되었다. 탑승전에 나누어 주는 신문을 왕창 집어왔기 때문에 한두시간은 떼울수 있을거라 생각을 했으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신문을 다 읽고 나니 출발후 30분 정도가 지났다. 뭘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식사를 나누어 준다. 우리 와이프는 비행기 기내식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비행기를 오래타는 것도 좋아한다. 이에 반해 난 비행기 타는 것도 싫고 기내식은 더욱더 싫어한다. 비프 달라고 하니까 이상한 고깃덩어리에 날라다니는 밥을 준다. 다행히 농협김치가 나와서 느끼한 속을 달래며 식사를 했다. 그리고 기내에서 방영해 주는 미스터빈을 보면서 헬로 말레이시아를 보면서 정말 지겨운 6시간 40분의 비행을 마치고 쿠알라에 도착했다.

 정확한 시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6시정도에 도착한거 같다. 쿠알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화장실로 향했다. 한국의 날씨관계로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서 갈아 입기위해서 이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같이 타고 왔던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거 같다. 잘 모를때는 휩슬려 나가는게 좋은데 .... 별 어려움이 있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표지판을 보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 이게 뭐지?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화려한 공항 면세점 뿐이다. 대부분의 공항에는 입국장에 면세점이 별로 없는데 여기는 면세점이 많다. 참 신기하다.(나중에 알고 보니 쿠알라 공항은 입국자와 출국자가 같은 층을 이용하는 구조 였다) 그래서 조금 구경하다가 빨리 나가야 된다는 생각에 다시 서두르게 되었다. 하지만 어디로 나가야 되나? 도대체 알수가 없었다. 출구가 어딘지 .... 조금 헤메다 보니 경전철 같은에 보인다. 저건 뭐하는 거지? 가방을 메고 끌고 하던 사람들이 그 전철을 타고 내린다. 순간 헬로 말레이시아에서 읽었던 내용이 기억 났다. 이미그레이션쪽이 경전철로 이어져 있다는 .... 서둘러 탔다. 경전철은 우리를 태우고 다른 건물로 이동을 했다. 이동을 하고 사람들을 따라가니 이미그레이션이 나온다. 어 사람이 없네.... 그리고 여권을 내니 다른쪽으로 가란다. 위에 표지판을 보니 항공사 승무원 전용이란다. 에구 쪽팔려라 정말. 아시아인 입국심사대로 가는 엄청 많은 사람이 줄을 서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전혀보이질 않는다. 이거 뭐가 잘못된건지 .... 분명 상당한 사람들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한국 사람들이 보이지 않다니 .... 넘 슬프고 이상하다.(나중에 확인해보니 대부분이 쿠알라가 스탑오버였다.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출국심사를 거쳐 무사히 3개월 체류확인을 받았다. 공항 출입문을 나오니 공항택시 카운터가 보였다.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런거에 당하면 안되지라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며 나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깜깜했다.

 일단 목이 너무 타고 당장 쓸 현금이 필요해 100달러를 환전하기 위해 환전소로 갔다. 지금 기억에 공항환전소는 100달러에 376.5링깃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돈 바꿔서 사먹는 음료수는 너무나 맛있었다. 환타 같은데 F&N이라고 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담배를 피우기 위해 와이프에게 짐을 맡겨놓고 공항밖으로 나왔다. 순간 느껴지는 열기 .... 정말 내가 쿠알라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담배를 한대 빨고 나니 머리가 핑돈다. 너무 어질해서 넘어질뻔 했지만 금방 회복했다. 다시 공항안으로 들어오면서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어제 예약한 스위스가든 호텔에 예약을 컨펌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컨펌후에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가 호텔로 도착하는 것이다. 공중전화로 호텔에 전화를 걸어 컨펌을 하고 싶었으나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구석에 있는 공항택시창구를 찾아갔다. 어떤 말레이계 여성이 어디까지 가냐고 해서 스위스가든 호텔이라고 했더니 92링깃을 달란다. 그래서 난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고 호텔컨펌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 했고 호텔 컨펌을 해주면 92링깃을 내고 택시를 타겠다고 하니까 이 여성이 어떤 남자를 부른다. 이 남자는 친절하게도 직접 호텔에 전화를 걸어 내 호텔예약번호를 확인해주었다. 다행히 예약은 살아있었다. 한숨놓았다.

 이 친구가 나보고 따라 오란다. 그래서 무작정 따라갔다. 따라가다보니 어떤 노인분하고 속닥속닥 이야기를 하더니 노인분이 주머니에 20링깃 정도를 꽂아준다. 이 남자는 우리를 노인분에게 넘기다니 가버린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노인을 따라가면서 어찌나 당황했던지 .... 이 노인분은 주차요금을 지불하고 우리를 공항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차는 중형 볼보로 기억한다. 의심스러워 가격을 물어보니 92링깃 이란다. 일단 몸도 힘들고 해서 탔다. 차안은 생각보다 많이 넓었으나 좀 오래된듯 했다. 이제 머릿속으로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까 그 남자는 중계인이었다. 그 중계인은 우리를 자가용택시 운전자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20링깃을 챙겼고 이 노인분은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줄 기사인것이다. 만약 젊고 무섭게 생긴 기사였다면 우리는 이 자가용택시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이 우리를 어찌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해졌다.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가는데는 1시간 가량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주위경치나 건물들을 보면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특히 이 기사양반은 영어를 좀 한다. 여기가 F1그랑프리대회가 열릴장소다 라든가 여러 가지 안내를 해주면서 또 여러 가지를 내게 물으면서 호텔까지 안내했다. 하지만 솔직히 무슨말인지 듣기가 어려웠다. 동남아 영어 액센트에 적응하려면 조금더 있어야 할것 같다. 암튼 우린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고 와이프는 택시오금이 비싸니까 팁주지 말고 92링깃만 지불하라고 옆구리를 콕콕찔렀다. 그래서 와이프한테 직접 주라고 했다. 와이프 당연하다는 듯이 100링깃 주고 8링깃 달라고 기다린다. 기사분이 8링깃을 주면서 명함을 한장준다. 한국으로 돌아갈때 자기를 불러주면 20링깃을 할인해 주겠단다. 와이프는 고속전철을 타고 가고 싶어 했기 때문에 택시를 탈 계획은 없었지만 일단 명함을 받아 쥐었다. 호텔 앞에서 담배를 한대 깊게 빨고 프론트로 갔다. 예약번호를 내니까 알아서 처리해 준다. 신용카드를 내란다. 그래서 줬더니 승인을 받는거 같았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대충 정리를 하더니 방키와 아침 밥표를 준다. 받으면서 방값을 물어봤다. 처음 인터넷에서 예약한 방값은 1박에 350링깃이었는데 택스랑 이것저것 붙어서 380이란다. 뭐 생각보다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가격이라 오케이 했다. 방이 12층에 있다. 사실 내가 흡연자지만 호텔은 항상 비흡연실을 선택한다. 예전에 한번 홍콩에서 흡연할수 있는 방을 선택했다가 방에서 이상한 냄세가 많이 나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12층에 내리니 호텔 특유의 칙칙한 향기가 올라온다. 일단 무시하고 방을 찾는데 제일 구석에 방이 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중급수준의 룸이 펼쳐진다. 그래도 있을건 다있는 것 같다. 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상황에 이거라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다. 와이프는 침대위로 몸을 뻗어버린다. 시계를 보니 한국시간으로 8시가 다되간다. 아침 6시에 일어 났으니 얼마나 긴 여행인가? 나도 피곤함을 느낀다. 와이프는 기내식 먹은게 체해서 그런지 얼굴까지 않좋다. 내가 와이프에게 제안을 했다. 어차피 쉴려고 온 여행이니까 오늘은 나가지 말고 호텔에서 쉬자고 했더니 와이프가 미쳤다고 그런다. 여행와서 왜 방구석에 박혀있냐고 한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지도를 보니 근처에 타임스퀘어가 있다. 그리고 아까 택시기사가 타임스퀘어에 꼭 가보라고 했었다. 거기에 수퍼마켓도 있다고 하면서. 와이프가 멀리 가지말고 타임스퀘어나 갔다오자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게 좋을 것 같다. 호텔문을 나섰다. 다시 찌는듯한 열기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금방 적응이 된다.

 호텔정문에서 타임스퀘어 건물이 보인다. 대략 건물의 위치를 보니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계산이 된다. 일단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데 도대체 보행자 신호가 안들어온다. 이거 고장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무렵 어떤 사람이 와서 신호등 기둥 위에 둥그렇게 나와있는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보행자 신호가 들어왔다. 와이프왈 쿠알라 정말 살기 힘든 동네네.

 지나가는 차들 사람들을 구경하며 타임스퀘어 반대편 도로까지 도착했다. 스타벅스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와이프가 스타벅스를 참 좋아한다. 스타벅스 물가지수도 알아볼겸 들어갔다. 커피모카 2잔에 우리나라돈으로 7천원 정도하는 거 같다. 많이 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싼것 같다.

 커피를 한잔 진하게 마시고 우리는 육교를 건너 반대편 타임스퀘어 안으로 들어같다. 타임은 밖에서 볼때와 다르게 내부는 굉장히 넓었고 오픈한지 얼마안되는 거 같았다. 호텔근처에 이렇게 큰 쇼핑센터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와이프의 말을 뒤로 한채 나는 수퍼마켓을 찾기 시작했다. 지하1층에 있군. 지하1층으로 내려가니 마침 자동차 전시를 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눈에 띄었고 생각했던것 보다 가격이 엄청 비쌌다. 이 나라는 자동차 가격이 비싸다는 정보를 하나 체득했다.

 반대편으로 가보니 수퍼마켓이 있다. 규모는 생각했던것 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있을건 다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컵라면과 생수 몇병, 그리고 음료를 사가지고 가기로 했다. 의외로 한국의 과자, 음료 등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걸 보면서 한국의 신라면이 당연히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 없었다. 너무 암울했다. 배고픈데.

 와이프가 아기 분유와 기저귀 파는곳에서 나올 생각을 안한다. 와이프 왈 우리나라에서 파는 수입분유(이름이 기억안난다)가 이쪽에서는 굉장히 가격이 저렴하단다. 분유를 사가지고 가고 싶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통에 3만원 정도하는데 여기서는 만원도 안된다고 하면서. 내가 구박을 좀 했다. 그 무거운걸 어떻게 가져가겠느냐고. 하지만 울 와이프 이런 구박에 고집을 꺽지 않는다. 그래서 한통만 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기저귀에서 발생. 우리나라에는 안파는 입는 팬티형 기저귀를 사가지고 가고 싶단다. 정말 미치겠다. 저건 부피도 만만치 않은데...... 한참을 싸우다가 결국은 자기가 다 들고가기로 하고 구입했다.(내가 속은거지 뭐)

 수퍼를 나와서 바로 호텔로 들어갔다. 난 너무 배가 고파서 와이프가 챙겨온 초코파이로 허기를 달랬다. 와이프가 속이 않좋은 관계로 저녁식사를 생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컵라면도 없고 ..... 결국 초코파이 하나로 저녁을 갈음했다. 긴 여정의 여독을 풀기위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몸좀 풀고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깊은잠을 못잤던거 같다. 추워서 중간에 몇번 깨기도 했었고 다리가 저려서 일어나기도 했던거 같다. 암튼 여독은 충분히 풀렸으리라


제2일차

 기상을 했다. 쿠알라 시간으로 9시 정도 된것 같다. 생각했던것 보다는 일찍 일어난거 같다. 와이프는 아직도 자고 있다. 조용히 일어나 테이블로 가서 오늘 일정을 구상하기 위해 지도와 책자를 펼쳤다.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여행루트를 구상하는 내모습 괜히 멋지게 느껴졌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휴식과 맛탐험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정은 가능하면 빡빡하지 않게 짜려고 노력을 했다. 오전에는 KLCC를 가고 오후에는 차이나 타운을 방문, 저녁에는 KL 타워를 가기로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이 일정이 얼마나 널럴한 일정인지 직접가서야 알았다.

 와이프를 깨워서 아침식사를 하려고 내려갔다. 호텔입구 오른편에 있는 까페인데 규모는 굉장히 작았다. 음식은 어느 정도 실망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을 넘어선 실망이었다. 음식이 너무 입맛에 맞지 않았고 종류도 적었다. 와이프도 평소와 같지 않게 적게 먹는 모습을 보였다. 점심이랑 저녁은 맛있는걸 사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호텔을 나오니 이제는 강렬한 햇빛까지 우리를 환영하고 있다. 얼른 양산을 펴고 걸었다. 한국은 한겨울인데 살타서 가면 팔자 좋다는 소리들을거 같아서. 어제 봐두었던 타임스퀘어 앞 모노레일역에 도착했다. 자동매표소는 없었다. 매표구에서 돈을 내면서 역이름을 이야기 하니까 생각보다 쉽게 알아듣는다. 모노레일의 진행 방향을 확인하고 건너편으로 넘어가 모노레일을 기다렸다. 모노레일 예상했던것 보다 굉장히 적었다. 운행거리도 짧고. 4정거장을 타고 갔던걸로 기억하는데 이정도 거리는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암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역에서 내렸다. 환승을 해야하는데 환승역이 바로 보이질 않는다. 환승역은 길건너 한참 멀리있는거 같았다. 역 밖으로 나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내게 묻는다. 혹시 KLCC를 가냐고? 갈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난 모노레일을 타고 갈거라고 하니까 자기는 걸어가겠단다. 그러라고 하고 우리는 역을 찾았다. 하지만 역을 찾지 못했다. 도대체 이놈의 역이 어디 있는건지. 지나가던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걸어가란다. 도로를 가리치면서 쭉 따라가면 KLCC가 나올거란다. 얼마정도 걸릴거 같냐고 물으니 10분정도 걸릴거란다. 그때서야 왜 그 외국인이 걸어간다고 이야기 했는지 이해가 갔다. 물론 태양은 뜨거웠지만 우리는 길을따라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10분정도를 걸으면서 강렬한 태양아래서 걷는 다는 사실이 얼마나 무식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우리는 쉽게 지쳤고 KLCC 앞 일자형 분수대에 도착했을때는 왜 택시를 타지 않고 이렇게 힘들게 왔는가를 원망했다. 지친상태로 KLCC 안으로 들어갔다. 페트로나스라는 거대 정유업체의 건물인데 오른쪽 건물이 삼성물산에서 지은 거란다. 혹시나 올라갈수 있을까해서 표를 구해보려고 했으나 이미 표는 매진되었다고 한다. 하긴 벌써 시간이 11시인데 공짜표가 남았을리 없다. 추가로 100불을 더 환전을 했다. 환율은 376.5링깃, 공항하고 동일했다.

 KLCC 건물 뒤편으로 나가니 커다란 호수가 보인다. 멋지다. 뜨거운 햇살만 없었어도 주위를 한번 걸어보고 싶었으나 몸이 많이 지쳐있어서 좀 쉬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여기서도 스타벅스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와이프가 주문을 하기로 했다. 와이프는 솔직히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물건을 구매하는 능력은 나보다 더 뛰어나다. 아니나 다를까 커피에 아이스크림까지 얹어서 가져왔다. 너 참 대단하다. 그랬더니 다른 사람이 먹는거 가리키면서 똑같은거 달라고 했단다. 암튼 천재다.

 이 스타벅스는 무선랜이 되는거 같다. 사람들이 혼자와서 커피 한잔 시키고 커피 마시면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보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건 이사람들이 갖고 다니는 노트북이 전부 항공모함 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kg만 넘어도 데스크탑으로 치는데 이사람들 노트북은 적어도 4kg은 되보였다. 암튼 그런 여유있는 모습들이 한편으로는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나도 저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 마시고 담배 한대 피고 우리는 다시 KLCC 내부로 들어갔다. 지하1층으로 내려가니 쇼핑몰이 보인다. 아무리 말레이시아지만 명품은 비싸다. 난 개인적으로 시계를 하나 사고 싶었다. 시티체인이라는 상점에 들어가서 시계를 구경했다. 타이멕스 시계를 구경하다가 캐주얼 시계를 하나 발견했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 가격은 199링깃인데 10% 할인한단다. 사려다가 다른곳에서 더 구경하고 사기로 했다. 아무래도 KLCC니까 더 비싸게 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다. 암튼 주변을 구경하다가 KLCC역으로 빠져나가는 지하통로를 발견하고 지하철을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가기로 했다. 이번에 탄건 모노레일이 아니라 진짜 지하철이었다. 몇정거장을 가다보니 내려야할 역이 되었다. 차이나 타운에서는 무엇을 보아야 할지 막막했다. 책을 보니 여러군데가 나와있었는데 다 가보고 싶지는 않았다. 우선 센트럴 마켓으로 기기로 했다.

 센트럴 마켓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도에 나온 길을 따라가다보니 하얀색 2층건물에 센트럴마켓이라고 적혀 있었다. 센트럴마켓 앞에서 이탈리아에서 온 부부 관광객을 만났다. 이친구가 사진을 한장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주위나무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찍어 주었더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았다. 한국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기네는 내일 한국에 간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 좋은 곳이라고 재밌게 놀다가 가라고 했더니 갑자기 한국돈 갖고 있는거 있냐고 물었다. 마침 한국돈을 호텔금고에 넣어두고 와서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왜 한국돈에 관심을 갖는지는 궁금했다.

 센트럴마켓 실내로 들어가니 시원했다. 일단 이건 마음에 들었고 한번 대충 훑어보니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 악세사리점을 구경하다가 와이프가 열쇠고리 5개를 묶어서 파는 것으로 보고 가격을 확인하니 20링깃이었다. KLCC에서 똑같은게 40정도 였으니 거의 반값이다. 와이프는 좋아라하면서 얼른 하나를 구입했다. 그리고 뒤편으로 계속을 구경을 해나갔다. 구석을 돌아 다른편에 가니 똑같은 열쇠고리를 놓고 파는게 아닌가? 와이프는 호기심에 자기가 산 열쇠고리의 가격을 물었다. 대답은 15링깃. 울 와이프 갑자기 열받기 시작했다. 같은 시장내에 있는데 어떻게 5링깃이나 차이가 나느냐며 나보고 가서 환불받자고 했다. 난 와이프를 달래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기서 안사고 KLCC에서 샀으면 40링깃을 줬을텐데 20링깃에 샀으니 반값에 산거라고 하면서 이런것도 다 배우는 거라면서 위로를 했다. 와이프는 열쇠고리를 구입한 가게를 지나가면서 그 점원을 눈으로 한번 갈궈주었다.

 마켓 2층으로 올라갔다. 1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계점을 하나 발견하고 내가 마음에 두었던 타이멕스 시계의 가격을 물어보았다. 199링깃 이란다. 동일한 가격에 KLCC의 10% 할인을 떠올리면 사올걸 하는 후회를 했다. 디스카운트 되느냐고 했더니 얼마를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 170링깃 정도를 생각한다고 했더니 그 가격이면 사겠느냐고 되묻는다. 순간 이런곳에서 시계 같은걸 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오겠노라는 말한마디 남겨두고 돌아섰다.

 센트럴마켓을 나와서 차이나타운의 중앙거리로 들어섰다. 이 거리를 걸으면서 느꼈던 점은 불법음반이나 CD를 많이 파는걸 봐서 태국이나 홍콩의 시장을 떠올렸다. 중국인들은 어딜가나 이런식으로 시장을 일으켜서 돈을 버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걷다보니 일본말, 한국말로 물건을 구매하라고 권유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물건은 하나도 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짝퉁은 진짜와 거의 흡사한데 이곳 짝퉁은 만든걸보니 정말 짝퉁티가 많이 나서 별로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웬지 이 사람들과 거래를 하면 내가 손해보거나 당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차이나타운을 다시 빠져나와 길을 건너니 전자상가 같은 건물이 보였다. 한쪽편에 PC방이 있다는 간판을 보고 힘도 든데 쉬어가자는 생각에 PC방에 들어갔다. 1시간에 3링깃이란다. 담배는 필수 없으며 우리나라처럼 간식을 팔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많았다. PC가 20대 정도 있었던거 같은데 우리가 들어가면서 자리가 꽉차버렸다. 말레이시아 사업정보를 읽다보면 쿠알라에서 PC방을 하지말라고 하던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거 같다. 순간 타임스퀘어에서 PC방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PC방에서 한국사이트를 접속하는데 한글이 보이기는 했으나 입력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네이버에 들어가 검색을 해서 한글IME를 설치하고 오케이말레이시아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유게시판에 들어가서 글을 남겼다. 그리고 신용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승인내역을 살펴보니 어제 호텔카운터에서 승인을 딴게 한건 있었는데 달러로 240불 정도 였다. 분명 달러로 2박에 200불 정도 할텐데 ..... 하지만 호텔은 여유로 얼마정도 승인을 더 따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더 걱정하지는 않았다. 내 오른편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 와이프를 보니 쇼핑사이트를 보고 있다. 여기까지 와서도 한국 인터넷 쇼핑몰을 보면서 최저가를 연구하는 와이프를 보니 할말이 없었다.

 PC방을 나와서 다시 근처 모노레일 역으로 이동을 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이번에는 부킷빈땅 지역을 가기로 했다. 부킷빈땅은 쿠알라 최대의 유흥가란다. 암튼 한국의 명동정도는 되는거 같다. 그쪽역에 내려서 근처에 있는 쇼핑몰들을 구경하고 리츠칼튼 앞에 있다는 한국관 식당을 찾아 보기로 했다. 한국식당의 위치는 찾았지만 그 식당은 이미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하긴 한국음식이 국제 경쟁력은 없는 편이지 라는 생각에 다른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걸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도상에 대충 나와있는 내용을 보고 식당을 찾는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찾아냈지만 이 식당은 우리가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곳에 숨어 있었다. 식당은 큰 건물 2층 구석에 있었다. 식당이름은 고려원 이었던가? 암튼 이 식당이 쿠알라에서는 가장 유명하단다.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국가대표 선수들이 쿠알라에 오면 꼭 들려서 식사를 하고 간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들어간 시간은 저녁 6시 정도였다. 문을 연지 얼마된지 않아서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양념갈비를 2인분 시키고 김치찌게를 하나 더 시켰다. 음식맛은 한국에서 먹는것 만큼 맛이 있었다. 거기다가 우리는 하루종일 제대로 먹지못해 많이 허기져 있었다. 암튼 정말 꿀맛같은 저녁식사 였다. 특히 시원한물은 우리의 더위와 피로를 식히기 충분했다.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한국신문하고 말레이지아 교민 신문 등을 들고 나왔다. 신문을 보니 코리아타운은 아니지만 비슷한게 암팡이라는 곳에 있는것 같았다. 내일 별일없으면 한번가서 어떻게 사는지 보고와야 겠다. 계산을 하는데 엄청 비싸게 나왔다. 우리나라돈으로 약 4만원정도 나온거 같다. 이렇게 비싸게 한국음식을 파는데 장사가 잘될까라는 의문이 들기시작했다. 4만원이란 돈이 이 나라에서는 결코 적은돈이 아닌데 말이다. 암튼 개인적으로는 이 식당이 오래가기를 바란다.

 식당을 나와서 그 건물 1층에있는 연못에서 물고기들이랑 사진을 찍고 밖으로 나왔다. 걷다 보니 세븐일레븐이 있어 물한통 사려고 들어갔더니 신라면이 있다. 얼른 두개를 구입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 내일 아침식사가 분명히 부실할텐데. 내일 아침에 먹어야 겠다.

 딱히 할일이 없어 우리는 KLCC로 가기로 했다. 내가 사고 싶었던 시계를 사기 위함이다. 거리가 얼마되지 않아 금방 도착했고 우리는 시티체인에 가서 타이멕스 시계를 구입했다. 199링깃인데 10% 할인해서 179링깃에 구입했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확인해 보니 아직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모델이었다. 제품 1년 보증서까지 받아왔다. 우리는 시계를 구입하고 바로 KL타워로 이동하기로 했다. KL타워가 가까이 보여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해가 금방 떨어져서 날씨가 어둑했다. KL타워가 가깝게 보여서 우리는 거기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소화도 시킬겸해서. 하지만 이건 우리의 착각이었다. KL타워까지 가는 길은 약간 언덕이 있었으며 길이 어두워서 밤에 걸어가기는 힘든 길이었다. 그리고 KL타워입구에서 KL타워까지 걸어가는데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했다. 빙빙 돌아가는 언덕길은 우리를 미치게 했고 우리는 금새 땀으로 흠뻑 졌었다. (참고로 돌아가는 길 말고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는데 올라갈때는 발견하지 못했다) KL타워 입구에 도착하니 왜 우리가 택시를 타고 오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후회했다. 편안한 여행을 추종하던 우리가 다른 여행보다 더 고생을 하다니 믿을수가 없었다. KL타워 2층으로 올라가니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보였고 난 주머니에서 20링깃을 꺼내 들었다. 헬로말레이시아에서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비용이 인당 8링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켓가격을 보니 인당 20링깃으로 올라 있었다. 넘 많이 오르거 아냐라고 투덜거리면서 티켓을 구매했다. 줄을 서서 엘리베이터를 타니 엘리베이터 전광판에 높이가 표시되는데 250미터 이상 올라온거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어떤 아주머니가 목에 라디오를 하나 걸어주시고 이어폰을 끼라고 하신다. 어떤 나라 언어를 원하냐고 해서 한국어라고 했더니 한국어는 없단다. 그래서 영어로 해달라고 했다. 기계에는 번호가 써있는데 전망대에 방향별로 써있는 번호에 가서 해당 번호를 누르면 그 방향으로 서있는 건물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 기계였다. 바로 벗어버리고 그냥 야경만 구경했다. 전망대가 너무 어두워서 밖을 잘 볼수는 있지만 사진을 찍으면 잘 안나왔다. 솔직히 전망대에 10분정도 있으니 지루해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려가기로 했다. 와이프가 타임스퀘어에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내일 아침에 컵라면 먹으려면 물도 필요했다. 택시카운터에서 타임스퀘어를 이야기 하니 15링깃 이란다. 택시가 도착했다. 타임스퀘어라고 하니까 투덜거린다. 나보고 어쩌라고..... 암튼 15링깃 주고 타임까지 갔다.

 타임스퀘어가 이렇게 넓은 곳인지 어제 왔을때는 몰랐다. 10층까지는 쇼핑몰, 영화관, 놀이동산 등이 있었다. 놀이동산이 신기해서 가봤더니 이미 끝난거 같았다. 내일 다시 와서 놀기로 하고 옆에 있는 오락실에 들어갔다. 음료자판기가 있어서 음료수를 사먹으려고 했으나 동전이 없었다. 동전교환기가 있어서 10링깃을 넣었더니 동전이 우루루 떨어진다. 동전을 확인하고 기절 할뻔 했다. 그건 동전이 아니라 오락실용 코인이었던 것이다. 당황해서 도대체 이걸 다 쓸려면 오락을 몇판 해야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우릴 보던 주인아줌마가 우리를 부르더니 진짜 동전으로 교환해 준다. 어찌나 고맙던지 눈물이 날뻔 했다.

 타임스퀘어에서 나와서 호텔로 바로 갔다. 와이프와 일정을 상의하며 내일은 비행기 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으니 호텔에 짐을 맡기고 암팡을 가기로 했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암팡이라고 역이 있다. 내일은 지하철을 타고 이쪽으로 가서 한국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사는지 보고와야 겠다. 오늘 너무 피곤하다. 편한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힘든 여행이 된거 같아서 조금 후회스러웠다. 


제3일차

 솔직히 아침에 기상하는게 어려울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밖으로 금방 일어날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7시반이다. 오늘도 하루종일 비행기 타기전까지 고행이 예상되는데 이렇게 잠을 못자서야 ....벌써부터 걱정이다. 늘 습관처럼 담배를 입에 물고 쿠알라의 지도를 살폈다. 안가본곳이야 많았지만 굳이 찾아가고 싶은곳은 없었다. 오늘은 이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로 하고 암팡을 가기로 결정했다. 와이프가 일어나면서 암팡에 갔다가 타임스퀘어에 다시 가잖다. 아직 못본게 너무 많다면서. 어차피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흔쾌히 응했다.

 일단 아침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솔직히 먹기 싫었지만 무료조식이었기 때문에 딱히 안먹을 이유도 없었다. 메뉴는 어제와 동일, 조금 짜증이 났지만 어제처럼 오렌지쥬스 한잔에 빵몇조각 먹고 나왔다. 나한테는 어제 사온 신라면이 있지 않은가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우리는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행용가방을 와이프껄로 하나만 가져와서 별도의 짐이 많이 생길줄 알았는데 넣다보니 다 들어간다. 면세점에서 사온 담배만 따로 빼고 짐을 모두 가방에 넣었다. 괜히 와이프가 분유랑 기저귀 산거 구박했나보다. 조금 미안해 졌다.

 드디어 컵라면을 먹을시간이다. 한국보다는 좀 더 비싼가격에 구입한거 같다. 한국돈으로 개당 700원 정도. 젓가락이 없어서 좀 단단해 보이는 빨대를 가져와서 젓가락으로 대용했다. 생각보다 신라면이 맵지 않았으며 좀 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나 이 신라면은 한국에서 유통되는 라면이 아니라 수출용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속이 개운해 지는 느낌을 버릴수는 없었다.

 11시정도가 되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체크아웃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는데 지금 나갈것인지 아니면 12시에 맞춰서 나갈것인지 ..... 마땅히 방안에서 할일도 없고해서 나가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위해 프론트데스크로 가니 마침 손님이 별로 없었다. 신용카드를 다시 내고 계산 하고 영수증을 받아 나왔다. 현지어로 이야기 하니 잘 몰랐는데 방키를 주니까 하우스키퍼한테 전화를 해서 혹시 냉장고에서 뭐 꺼내먹은게 없는지 확인하는거 같았다. 당연히 없지. 우리는 수퍼에서 사다먹었거든.

 옆에 보니 벨보이 데스크가 있다. 가서 짐을 오늘 저녁까지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흔쾌히 응했다. 나중에 짐을 찾을때 팁을 조금 줘야 겠다. 얼마나 줘야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카메라, 지도, 지갑, 여권 등 기본적인것만 가방에 담아서 호텔을 나왔다. 아니다. 어제 구입한 생수가 많이 남아서 생수물통 큰거 두개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나왔다. 이 짐꾸러미가 하루종일 나를 괴롭혔다. 짐이 없어도 힘든데 짐까지 들고 다니니 얼마나 힘들었던지.... 결국은 전부 먹어서 없앴다.

 원래는 공항갈때 고속전철을 타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는 역간에 환승이 어려워 많은 짐을 들고 센트럴역까지 가서 고속전철을 타는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비용도 두명이면 70링깃인데 차라리 그비용이면 택시를 타는게 나을것 같아서 와이프를 꼬셨다. 와이프는 고속전철을 꼭 타고 싶어 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해 주었다.

 근처에 모노레일역외에 암팡으로가는 지상철역이 있었다. 그쪽까지 걸어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더위 때문에 조금 힘들었다. 주위에 공중전화를 찾았다. 첫날 우리를 공항에서 호텔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 였다. 20센트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를 했다. 다행이다 전화를 받는다. 근데 이게 핸드폰 전화인가 보다 금방 끊어져 버린다. 이번에는 50센트 짜리를 넣고 기사아저씨와 통화를 했다. 9시까지 스위스 가든호텔로 와달라고 약속을 했다. 방번호까지 확인하고 약속이 되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된다.

 암튼 무사히 암팡까지 가는 지상철을 탔고 간만에 교외를 구경하면서 달렸다. 정거장 수로는 10개 정도되는거 같았는데 시간은 10여분 걸린거 같다. 암튼 암팡에 도착해서 역 밖으로 나오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순진한 생각에 암팡역을 나오면 한글간판이 많이 보일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육교를 건너기전에 현지여성분에게 코리아 타운을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자 잘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는 타운이 어느쪽에 있느냐고 했더니 왼쪽 길을 가리키며 쭉 따라 걸어가다보면 큰 쇼핑센터가 나올거라고 하면서 그 근처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얼마나 걸러야 할지 생각하지도 않은채 와이프와 양산을 쓰고 걷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우리의 또 한번의 실수다.

 햇볕이 어제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정말 고통스러운 행군이었다. 와이프가 행군이라는 표현을 쓰기시 작했다. 난 고행이라고 생각했다. 암튼 무더위를 뚫고 20여분을 걸어가니 드디어 쇼핑센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면서 택시를 탈려고 몇번이나 마음을 먹었었는데 무사히 걸어왔다. 그 쇼핑센터 이름이 암팡포인트고 주위에 한글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텔도 보이고 비원이라는 한국 식당도 보였다. 일단 저쪽은 나중에 구경하고 암팡포인트로 들어갔다.

 암팡포인트는 큰 쇼핑몰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내는 거의 시장터 분위기 였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댔으나 한국사람은 전혀 찾아볼수가 없었다. 그렇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일에 조금늦게 하루를 시작하지 하면서. 암튼 조금 구경하다가 맥도날드를 발견하고 좀 쉬어가기로 했다. 어제 고려원에서 가져온 교민신문들을 뒤지면서 거기에 나온 식당 등등이 전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와이프가 이번에도 멋지게 딸기쉐이크를 사온다. 우리 와이프는 생각보다 대담하다. 영어는 잘 안되지만 물건을 구매하는데는 탁월한 소질이 있는거 같다. 오히려 언어를 좀 아는 사람은 말로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하다보니 더 꼬이는 거 같고 언어를 잘 몰라서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쉽게 일을 푸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거 같다. 뭐가 먹고 싶으면 손으로 가리키면되지 굳이 그걸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는것이다. 만국공통어인 손짓발짓의 위대함을 깨우쳤다.

 시원하게 딸기쉐이크를 마시고 우리는 암팡포인트에서 나왔다. 나와서 길 반대편에 있는 비원식당 쪽으로 걸어갔다. 오늘 점심도 한식으로 할까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딸기쉐이크를 마셔서 지금 당장은 뭘 먹을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다. 비원 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식당문이 열리면서 식당주인이 나오신다. 우리는 무척이나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2시정도에 오겠노라는 말을 하게되었다. 사실 그건 확실하지 않았던 건데. 암튼 아저씨에게 근처에 롯데마트하고 PC방이 어디있는지 묻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건물 뒤쪽에 많은 한국인 상점들이 몰려 있었다. 롯데마트, 의상실 들이 있었고 한국인 꼬마들이 롯데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나오는 것을 볼수 있었다.
 교민신문에서 본 우리분식이 2층에 있었다. 오늘 오픈한다고 되어있던데 장사 잘 되기를 빈다. 우선 PC방을 찾았는데 보일지 않는다. 한국인 꼬마한테 PC방을 물어보니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모르는 사람은 찾아갈수 없을정도다. PC방이라는 간판도 보이질 않았다.

 PC방에 들어서자 PC방 주인 아주머니께서 우리를 쳐다보신다. 아무래도 주변에 단골이 많으신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우릴 처음 보신거 같다. 1시간에 얼마냐고 물었더니 3.5링깃 이란다. 두자리를 달라고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컵라면과 음료를 팔고 있었다. 한국 PC방의 분위기가 좀 난다.

 PC사양은 좀 오래된거 같았다. 원도우미인데 생각보다 실행속도가 버벅거렸다. 인터넷도 그다지 빠르지 않아 인터넷속도측정을 해보니 100kbs 정도 나온다. 역시 PC방은 한국이 짱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 이미 한시간정도 인터넷을 했기 때문에 더 보고 싶은 사이트는 없었다. 메신저에 접속을 해서 회사 동료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의자에 몸을 기대가 좀 쉬었다. 예상했던거 보다 손님이 많이 적었다. 40좌석 정도 되는데 손님은 4~5명 정도. 물론 토요일 아침이라 그렇겠지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손님이 너무 없는거 같다. 이정도면 여기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라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PC방을 보면서 혹시 말레이시아로 이민을 오더라도 한국인을 대상으로하는 장사는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지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게 무엇을 하더라도 좀 더 크게 잘 할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좋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그런 방문이었다. 7링깃을 내고 두시반 정도에 PC방을 나왔다. 점심이나 먹자고 하니까 와이프가 우리분식에서 떡볶기를 먹자고 한다. 배가 크게 고프지 않아 우리분식으로 들어갔다. 2층 문으로 들어서는 좀 휑한 느낌을 갖게 하는 식당 내부가 보였다. 아직 식당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거 같지는 않았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우리를 다른방으로 인도해 주셨다. 그쪽에는 큰 소파가 있었는데 두 여자아이가 놀고 있었다. 자매인거 같은데 나이는 7살 5살 정도 되보였다. 와이프가 여러가지를 물었는데 계속 동문 서답이다. 아이들이 너무 심심하게 노는거 같아보여서 갑자기 우리 예린이가 생각났다. 우리도 이민오면 우리 예린이가 실내에서 저렇게 심심하게 놀까 생각을 해보니 좀 그랬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뽀뽀뽀 노래도 부르고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 이런 노래를 소리지르면서 불렀다. 암튼 귀여웠다.

 아이들 아빠가 오셔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셨다. 주인 아주머니께 떡볶이를 주문하자 바로 떡뽁이와 개업떡을 가져오셨다. 솔직히 떡볶이는 생각했던것 보다는 맛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곳에 와서 먹는 떡볶기 맛은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떡볶기 보다는 개업떡이 더 맛있었다. 떡볶기를 먹고 나니 우리가 많이 지쳐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파에서 한숨 돌리고 10링깃을 지불하고 분식집을 빠져나왔다. 이분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잘 자리잡기를 바란다.

 길 모퉁이를 돌아나오는데 비원이 보인다. 와이프가 그 앞으로 지나가지 말란다. 아까 오겠다는 말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얼른 지나가는 택시를 탔다. 기사양반한테 타임스퀘어에 가자고 하니 아무말없이 메타기를 올린다. 이제 좀 쉬어야 겠다. 그러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10분정도 걸려서 도착한거 같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타임스퀘어에 도착하니 시간이 4시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타임스퀘어의 상점들을 구경했고 어제 봐두었던 놀이공원에도 다시 가보았다.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쌌다. 혹시 입장료에 놀이기구 자유이용권이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했지만 들어가지 않기로해 물어보지는 않았다. 10층으로 올라가니 아이맥스 영화관이 있었고 식당가가 있었다. 우리는 아이맥스 3D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고 표를 구매했다. 인당 20링깃 이었던거 같다. 좀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휴식을 취할수 있고 새로운 느낌을 받을수 있을것 같았다. 식당가를 둘러보니 한국음식점이 있었다. 푸드코트 형태였는데 말레이시아 현지인이 운영하는 거 같았다. 김치찌게, 비빔밥 등의 메뉴가 있었으나 별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영화시작 시간이 되었다. 우린 엄청 놀랐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나온건지 영화관 입구는 북적대기 시작했다. 우리는 팝콘 중간짜리 크기를 하나 구입해서 줄을 섰다. 기다리는 시간이 좀 지루했지만 생각보다 금방 들어갈수 있었다. 입구에서 영화를 보기위해 필요한 입체안경을 나누어 준다. 안경이 굉장히 크다. 재밌게 생겼다. 극장안에서 자리에 앉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이 꽉차있다. 말레이시아 남자들도 굉장히 가정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오후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감상을 하다니 ... 한국사람들의 삶보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영화가 정시에 시작하지 않는다. 조금 늦으려니 하고 기다렸는데 20분이 지나도 상영이 되지를 않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일 이지? 30분정도 지나니 안내방송이 영어로 나왔다. 기술적인 문제로 영화상영을 할수 없으니 매표소에 가서 환불을 받으라는 방송이었다. 참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도 참 되는게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을 빠져나왔고 한참을 줄서서 표를 환불 받았다.

 딱히 할일이 없어 우리는 부킷빈땅으로 이동을 했다. 물론 걸어갈수 있는 거리이긴 하나 이젠 정말 걷는게 싫어졌다. 표를 사서 모노레일을 타고 부킷빈땅 한정거장을 타고 내렸다.

 주위에는 전부 백화점 뿐이다. 정말 어떤 백화점을 들어가야 할지. 일단 눔에 띄는 아무 백화점이나 들어갔다. 재밌다. 여기는 서로 다른 백화점이 전부 연결이 되어있다. 길을 잘못들어 한참을 헤맸다. 이젠 정말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시간은 이제 6시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힘든 몸을 달래며 멍하게 앉아있었다.

 와이프에게 저녁을 먹자고 했다. 점심도 부실하게 먹었으니 맛있는걸 먹자고 했다. 와이프는 피자를 굉장히 좋아하고 나는 싫어한다. 예전에 영국유학시절에 햄버거하고 피자는 정말 원이 없도록 먹어봐서 지금은 싫어한다. 하지만 와이프를 위해 피자를 먹기로 하고 반대편 길모퉁이에 있는 피자헛을 들어갔다.

 피자헛에 들어가니 1층에는 피자만드는 곳과 계산 카운터가 있었고 2층에 식당이 있었다. 우리는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에어콘 바람이 시원하게 들지를 않아 에어콘과 마주 앉는 자리로 옮겼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나중에는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마침 피자세트 메뉴가 있어서 주문을 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미만이었던거 같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정말 싼 가격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현지인 보다는 외국인인 절대적으로 많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경쟁력이 있을거 같은데 현지인들은 피자를 별로 않좋아 하나보다.

 우리가 자리를 옮긴걸 종업원이 착각하면서 피자가 나오질 않았다. 어차피 우리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기다렸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못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종원을 불렀다. 피자주문한거 어떻게 되었냐고 하자 종업원이 그제서야 자신들이 착각한 사실을 인지 했다. 원래 우리가 앉아 있던 자리에 우리 피자를 가져다 준것이다. 재밌는것은 그 테이블 사람들이 우리랑 똑같은 피자를 주문했는지는 몰라도 우리 피자를 먹었다는 사실이다. 종업원이 미안해하며 15분정도 기다려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서비스로 샐러드를 더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 내가 배부르니 괜찮다고 했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거 같다. 서비스 정신은 짱인거 같다.

 드디어 주문한 피자가 나왔다. 피자맛 정말 괜찮았다. 한국에서도 본 피자인데 고구마를 피자둘레에 심어 놓은 뭐라더라 골드윙인지 뭔지. 암튼 느끼하지도 않고 낫이 있었던거 같다. 피자를 먹고나니 7시정도 되었다. 해가 떨어져서 걷기가 수월할거 같아 우리는 호텔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호텔까지 걸어가는 지름길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멋진 길이었다. 길가에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식당들이 몰려있었다. 일식집도 보였다. 일식집 앞에있는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별로 비싸지 않았다. 둘이서 한끼를 먹어도 3만원 이내면 가능할거 같았다. 갑자기 어제 고려원에 가서 식사한걸 후회했다. 솔직히 너무 비쌌다.

 호텔에 도착하니 7시반정도 되었다. 9시에 택시를 불렀으니 한시간반동안 기다려야 했는데 너무 지루했다. 그래서 내가 나가서 공중전화로 다시 택시기사분께 전화를 드려서 8시까지 올수 있느냐고 했더니 8시반까지 온다고 한다. 다시 호텔로 들어와서 볼일 좀 보고 짐을 찾았다. 5링깃을 팁으로 줬다.

 8시 25분 정도에 기사양반이 도착을 하셨다. 짐을 싣고 드디어 공항으로 떠났다. 공항까지는 정말 먼 거리인거 같다. 어두운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고 나니 공항 관제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가 별로 막히지도 않았는데 한시간 정도 걸린거 같다. 엄청 먼거리인거 같다. 공항에 내려서 약속한 70링깃을 드리고 공항안으로 들어갔다.

 공안 출국장은 굉장히 멋있게 꾸며 놓았다. 우리는 좋은 좌석 확보를 위해 바로 티켓팅을 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거 같다. 시간은 10시정도 .... 하지만 우리의 비행기 시간은 내일 오전 1시 20분. 이제 뭘한다? 암튼 출국신고를 하고 또 경전철을 타고 면세점으로 들어갔다.

 도착한곳은 우리가 첫날 도착 했을때 헤맸던 바로 그 장소였다. 중앙에 면세점들이 있고 게이트가 사방으로 뻗어 있는 형태였다. 난 솔직히 너무 피곤해서 면세점을 구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위를 보니 의자를 잡고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가있었다. 나도 한쪽편 의자에 자릴잡고 누었다. 피곤했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와이프는 쇼핑한다고 가버렸다. 10분정도를 뒤척이다가 일어났다. 나도 구경좀 하련다. 와이프를 찾으려고 면세점을 뒤졌다. 그다지 멀지 않은곳에서 담배를 사고 있는 와이프를 발견했다. 구입한 담배는 빨간색 던힐과 빨간색 말보로 ..... 아 이독한걸 색깔이 예쁘다고 구입한다. 한보루는 동생 줘야 겠다.

 바로 옆 상점으로 옮겨서 이번에는 양주를 구입했다. 내가 집에 있는 양주장에 출장을 갈때마다 구입해논 고급양주들을 진열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다지 고급양주를 사고 싶지 않았고 접대용으로 좀 저렴한 양주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바스리갈하고 발렌타인 12년산을 한병씩 구입했다. 가격은 각각 90링깃, 80링깃 정도 하는거 같았다.

 양주를 구입하고 나는 중앙에 있는 의자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편하게 잠을 잘수 있을거 같았다. 나는 잠이 들었고 와이프는 어머니 드릴 화장품을 사기위해 또 쇼핑을 시작했다. 잠이 잠깐 꺠서 보니 와이프는 콤팩트 2개, 향수 하나를 구입해 왔다. 콤팩트의 주인은 우리 어머니와 누나꺼, 그리고 향수는 장모님 것이다. 물건을 대충보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약간의 한기에 눈을 떠보니 시간이 12시 50분이다. 너무 많이 잔거 같다. 얼른 가방을 챙겨서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에 도착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대기실에 앉아 있었고 바로 보딩이 시작되었다.


제4일차

 비행기 안에 들어가서 우리는 탑승객이 적기를 바랬다. 왜냐하면 사람이 적으면 누워서 자면서 한국까지 갈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탑승을 했으나 자리는 남아 있었다. 와이프와 나는 재빠르게 움직여서 가운데 4좌석 짜리 열을 각각 독차지 할수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안전벨트 해제 사인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는 이불을 덥고 누었다. 그리고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보니 식사를 제공하는 모양이다. 솔직히 잠정신에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배고픔을 느끼고 있었다. 일어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간식으로주는 종이 박스가 놓여있었다. 자고 있어서 간식을 그냥 두고 갔나보다. 또 비프를 주문하고 받아보니 정말 사람이 먹을 음식이 아닌거 같다. 조금 먹다가 한쪽으로 치우고 간식으로 제공한 빵을 조금 먹었다. 차라리 빵이 난거 같다. 

 빵을 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잘온다. 올때는 시간이 안가서 힘들게 왔는데 집에 갈때는 편하게 가는거 같다. 조금 졸고 나니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다시 앉아서 안전벨트를 메고 무사히 착륙했다.

 
 이번 여행은 갑자기 계획이 되서 많은것을 준비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쿠알라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여행을 하게 되어 실수나 문제점들이 많았으나 그것들을 통해서 오히려 좋은 경험들을 체득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을 휴식과 맛탐험으로 정했으나 오히려 몸은 다른때 보다 더 고생한 것 같도 음식도 별로 맛있는걸 못 먹어서 안타까웠다. 역시 여행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특히 준비되지 않은 여행은 더욱 그렇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은 우리가 쿠알라로 이민을 오면 잘 살수 있을까 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와이프는 이곳에 와서 살 자신이 없다고 했고 나도 어느정도 의견에 동조했다. 하지만 어느정도 준비가 되고 철저히 사업을 준비 한다면 이민와서 사는게 그렇게 어렵고 적응하기 힘든문제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옮긴직장에 최선을 다해 적응을 해야겠고 이민을 위해서 좀더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해야겠다. 다시 기회가 되면 이번에는 휴가가 아닌 이민을 위해서만 쿠알라에 한번더 방문하고 싶다. 제발 좋은 기회가 닿아서 쿠알라에 잘 정착하여 살아갈수 있으면 하는것이 내 바램이다.  - 끝 -
5 Comments
오옥희 2005.04.08 10:06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저도 언능 말레이에 가고 싶어지네요.
penang 2005.04.10 16:36  
  말레이시아 살기에는 좋은 나라인것 만큼은 틀림없습니다...
만약 님이 이민을 오신다면 님이 말씀하신대로 확실한 사업 구상 하시고 오십시요...
이곳에 살면서 가장 큰 부담이 아이들 학비 입니다
한국인들은 거히 인터네셔널스쿨에 보내는데 학년이 고학년일수록 그 금액이 장난이 아닙니다..많게는 1년 2000만원정도 까지 드는 실정입니다..
또한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을 상대로 사업하는게 유리할거다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특히 말레이시아는 내국인 우선 정책이 잘됀 나라로 압니다..
사업을 시작할때 제약 조건이 많다는 이야기지요..
이민을 하실거면 아주 신중하게 처신하셔야 실패의 위험이 들합니다 남의 말을 너무 쏠깃해 하지마시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님 스스로가 개척을 해야 안정 됀 삶이 보장 됄것 같습니다....
봄이아빠 2005.06.08 15:39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말레이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링링 2005.07.08 19:49  
  시간 가는줄 모르고 너무 잼 나게 읽었어요.....
근데....그 멀리 가셔서...좀 아쉬운점이 있어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셨겠지만...
으흠 2005.08.06 03:14  
  도대체, 불만 밖에 보이지 않는 여행후기네요
지금까지 읽어본 후기중에 최악입니다.
여행 의지를 꺾는 이런 후기는 차라리
안올리니만 못하네요 으흠 ...
불만, 불평, 투성이의 글... 곧 말레이시아로
장기 여행갈 사람으로서 ... 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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