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17일차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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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17일차 (싱가포르)

광팔이 0 2214
2002년 9월 28일(토)

  이날 까지도 아픈 몸이 낫질 않고, 피로가 안 풀려서 관광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숙소에서 하루종일 퍼질러 자고 쉬었다. 일주일전 다이빙을 하고, 쉬지도 못하고, 바로 풀문 파티 갔다와서 또 그 다음날 밤잠도 못잔채 말레이시아로 이동하고...
후유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좀 쉬엄쉬엄 여유있게 여행을 해야 하는데, 몸생각을 안하고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욕심을 내서, 너무 빡시게 스케줄을 진행해서 탈이 난 것이다. 몸이 좀 피곤하다 싶으면 그때 그때 바로 바로 쉬어줘야 했는데, 그러질 않고 말레이시아 KL에서 딱 이틀 머물다가 또 밤기차로 싱가폴로 이동하고, 오자마자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틀동안 빡시게 돌아다니고... 쉴틈이 없었다.
그래서 감기가 잘 낫질 않는 것 같다. 계속 목에 가래가 끼고,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이 잘 멎질 않는다. 독감에 걸린 것 같다. 약을 많이 먹어서 약기운 때문에 엄청 졸렸다. 하루종일 자다가 늦게 오후 2시에 일어나 Kopitam에 가서 아점으로 로미, 락사, 아이스티를 먹었다. 로미는 중국식 양념국수인데, 고기도 넣고 여러 가지를 넣어서 맛있다. 락사는 페라나칸식 스프인데, 기름기가 많아서 다소 느끼하다. 싱가포르에는 중국식 요리, 인도식 요리, 말레이 요리가 공존한다. 중국문화, 인도문화, 말레이문화가 서로 어우러져서 싱가폴을 이루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영어 뿐만 아니라, 중국어, 말레이어도 공용어로 사용된다. 그래서 화장실, 버스 정류장, 지하철, 안내간판, 위험표지판 같은 공공장소에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를 다 같이 병기한다. 싱가폴은 중국계가 70% 정도로 대다수지만, 말레이계, 인도계, 또 영국이나 미국계가 서로 잘 화합하며 문제없이 잘 어우러져 살고 있다.

피부색깔 다르다고, 혼혈아들을 백안시하는 우리나라 하고는 차원이 틀리다. 우리나라는 너무 폐쇄적이고 보수적인거 같다. 말로만 국제화, 세계화 떠들지 말고 그런 사고 방식이나 뜯어고쳤으면 한다.

늦게 아침먹고 근처의 상가에 가서 전날 갔던 PC방 가서 메일 보내고, 확인하고 여러 싸이트 웹서핑 하면서 전날 쿠폰 끊은거 남은 액수를 다 썼다. 전날 5불 주고 1시간짜리 쿠폰을 끊었다. 전날 40분하고 시간이 남아서 이날 남은 시간 다 써버렸다. 싱가폴 애들도 우리나라처럼 게임 많이들 한다. 스타 하는 애들도 있고, 레인보우, 피파 다양하다. 컴퓨터 게임 좋아하는건 우리나라 학생들만이 아닌 것 같다. 좀 돌면서 윈도쇼핑좀 하다가, 발이 아파서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약을 먹고 자빠져 잤다. 저녁에 다시 일어나서 또 저녁먹고, 가이드 북 보면서 말레이시아로 올라가서 말라카, kl 여행 계획을 짜봤다. 이날 새벽 영국 청년 Dan trevor가 새벽 비행기 편으로 호주로 떠난다. 맥도날드에서 혼자 뻘줌하게 앉아서 홍차를 한잔 하는데, Dan trevor가 왔다. 그 녀석도 저녁을 늦게 먹는 모양이다. 치킨 버거하고 감자칩, 콜라를 사가지고 내 자리 앞으로 왔다.

Dan trevor 는 나한테 감자칩을 먹으라고 나눠줬다. 나는 Dan과 짧은 영어로 노가리를 깠다. 나는 어휘와 문법도 부족했고, 회화 실력도 많이 딸려서 짧은 문장으로 몇 마디 밖에 못했지만, Dan은 별로 답답해 하지 않았다. Dan은 그해, 고교를 졸업햇고, 나이가 만 18세 이다. 나보다 한참 어리다. 그런데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보인다. 키도 엄청크다. 거의 190 될거다. 호주가서 두달 일하다가 연말에 미국의 뉴욕으로 갈거란다. 싱가폴은 호주나 뉴질랜드로 가는 사람들이 도중에 스톱오버 해서 많이 들렀다 간단다.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로...
태국보다 서양여행자들의 수준이 훨씬 높다고 한다. 태국은 워낙 물가가 싸기 때문에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 오는 애들도 질이 안좋은 애들이 많다고 한다. 내가 Dan한테 월드컵 봤냐고 물으니까 아르헨티나와의 예선전이 정말 짜릿했다고 한다. 어렵게 얻은 패널티 킥을 베컴이 차넣었고, 그 한골을 끝까지 잘 지켜서 어렵게 이겼다. 그때의 귀중한 승리로 잉글랜드가 죽음의 F조에서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그날의 패전으로 타격을 입고 첫경기에서 먼저 이기고도 16강에 올라가지 못했다.

월드컵 직전에 우리나라 서귀포에서 열렸던 평가전을 보았냐고 물으니까 한국이 그렇게 잉글랜드하고 맞짱 뜰 수 있을지 몰랐다고, 정말 대단했다고 했다. 자기네 팀 한테 그렇게 할 정도니, 4강에 올라갈 만 하다고 추켜 세웠다. 역시 월드컵이 미친 영향이 크다. Dan은 핸드폰으로 글로벌 로밍 서비스를 받아서, 해외에 나가서 까지도 친구들과 통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고 한다. 정말 돈많은가 보다. 로밍 서비스 엄청 비쌀텐데...
나도 그거 받았으면 좋겠지만, 돈이 엄청 많이 깨지지 않겠는가. 내가 재벌 2세가 아닌한, 절대 꿈도 못꿀거다. 정말 부럽다.

내가 피곤해서 자고 있을 때 Dan은 자신의 다음 여행지를 향해 떠났다. 이날은 하루종일 잠만 퍼질러잔 하루여서 별로 돈 쓸일도 없었다.

*이날 쓴 금액
아침식사(Kopitam) : 5.6 S$
필요한 것들(입가심용 사탕, 볼펜, 가위, 샤프심 등..) : 4.5 S$
저녁식사(Kopitam) : 5,5 S$

TOTAL : 15.6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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