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16일차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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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동남아 3개국 기행 16일차 (싱가포르)

광팔이 0 2563
2002년 9월 27일(금)

전날 하루종일, 늦게까지 관광을 하느라 지치고, 피곤해서 늦게 까지 체크아웃 시간(12시)이 거의 다 돼서 일어났다. 아침식사는 11시까지만 제공되기 때문에 11시 20분경에 일어난 우리는 근처의 KOPITAM 으로 가서 따로 돈내고 아침밥을 먹어야 했다. 이날 매덕스와 두주불사는 밤 10시30분 기차를 타고 말레이시아 KL로 간다. 그렇게 해서 그 다음날 핫야이로 가서 거기서 방콕행 비행기를 타고 거기서 두주불사는 앞당긴 스케줄로 귀국하고, 매덕스는 로얄 네팔 항공편으로 네팔로 떠난다. 매덕스는 10월 중순부터 두달간 휴렛팩 커드 인도지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그 전에 먼저 네팔을 며칠 여행할 계획이란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작년처럼 나 혼자 여행을 하고, 귀국도 나혼자 해야 한다. 혼자 여행을 하게 돼서 많이 심심하고, 영어를 잘 못해서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게 된게 단점이다. 하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동행자가 있으면, 의견충돌 때문에 여행와서 싸운다는 말도 있듯이,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나와 두주불사는 대부분 성격과 취향이 그런대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번 여행중에 다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초반에 태국에서 다이빙을 할 것이냐, 핑크빛 유흥쪽으로 치우칠 것이냐를 놓고 약간의 논쟁을 벌였던 것이 사실이다. 두주불사는 둘째날 팟퐁을 가더니, 싸무이섬에 가서도 다이빙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다시 방콕가서 팟퐁이나 포세이돈에서 바 뽕뽑고 돌아가자고 강력히 주장했던 터였다. 하지만, 힘들게 돈벌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쪽으로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는건 안될 말이다. 나도 그런거 무지 좋아하지만, 즐기고 나면 남는게 없지 않은가. 또 그것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카드빛에 허덕였던 나였다. 또 내가 이번에 오게된 목적도 꼭 스쿠바 다이빙을 좋은 환경에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두주불사랑 같이 다니면, 그는 나보다 영어를 더 못하기 때문에 내가 출입국 수속이며,  티켓 끊는 것 까지 다 내가 해야 한다. 내가 모든걸 다 챙겨줘야 한다. 아무도 없으니까 내가 꼴리는대로, 내 발길 닿는대로 갈 수 있는게 너무 좋다. 하지만 두주불사의 코믹한 말투와 제스처 때문에 여행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 있었다. 두주불사는 정말 재미있는 형이다. 인생자체가 코미디라고나 할까?
3일동안 빨래를 안해서 땀에 쩔은 빨래들이 비닐봉지안에 쌓인채 짱박혀 있었다. 썩는 냄세가 나고 있었다. 여기다 빨래를 맡기면 요금이 엄청 비싸다. 그렇다고 여기서 빨래를 해서 실내에다 걸어놓을 수도 없다. 매덕스가 Kopitam에 가서 일하는 아주머니 한테 물어서, 근처에 세탁소가 있는지를 알아봤다. 여기서 오차드 로드쪽으로 계속 걸어가서 Center Point라는 쇼핑센터로 가면 3층에 세탁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은 하루종일 비도오고, 발에 물집이 잡혀서 걷기도 힘들어서 별도로 관광을 안하고, 필요한 것들 사고, 빨래 맡기고, 또 이틀 후에 말레이시아로 넘어가기 위해 말라카행 고속버스 차표도 사고, 쉬기로 했다. 이틀동안 좀 빡시게 돌아다녔다. 아직도 목감기가 안나아서 계속 목에 가래가 끓고 기침을 해댄다. 또 이날 나는 혼자 이틀 더 싱가포르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숙소를 옮겨야 한다. YMCA가 시설도 괜찮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른데로 안가고, 여기 도미토리 룸으로 옮기기로 했다. 도미토리 룸은 1박에 35S$. 그런데 매덕스가 YMCA 이틀치 숙박비를 나한테 군대가기전 마지막 선물이라고 대줬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정말 좋은 친구다. 이번 여행은 매덕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도미토리룸은 이층 침대가 두 대 있다. 하지만 아침식사는 제공되지 않는다. 짐을 옮기고, 센터 포인트로 가서 나는 세탁소에 빨래를 맡기고, 오후에 찾기로 했다. 또 거기서 여기저기 윈도 쇼핑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나와 매덕스는 다른데 볼일이 있어 MRT를 타고 래플즈역으로 이동하고, 두주불사는 피곤해서 자고 싶다고 내가 머무는 방으로 들어갔다. 매덕스가 외환은행 싱가폴 지사에 볼일이 있어서 같이 갔다. 목적지를 못찾아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묻고, 그 근처 빌딩 수위 아저씨 한테까지 물어 봤는데, 그 수위 아저씨는 어떻게 가느지 약도까지 그려주면서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정말 친절과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로 자기일 아닌데도 친절히 가르쳐주는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친절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싱가폴을 찾고, 또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배워야 할 점이다.
친절한 수위 아저씨의 도움으로 그 빌딩에서 5분여를 걸어서 매덕스는 그 은행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고 나왔다.

진짜 거리가 깨끗하고, 담배꽁초가 보이질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5천불의 나라 답다.

다음엔 MRT를 타고 라벤다역에 내려서 이툴 후에 말라카로 가기 위해 차표를 예매하러 칼랑바루 고속버스 터미널에 갔다. 라벤다 역에서 15분 정도를 걸어가다 나왔는데, 조그만 컨테이너 박스 서너개 정도 있고, 고속버스들 많이 세워져 있고... 터미널이라기 보다는 시골의 간이 정류장 같다. 어떻게 싱가폴에서 이런 낙후된 수준 낮은 시설의 터미널을 운영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싱가폴에서 옥의 티였다. 거기엔 KL로 가는 고속버스도 있고, 말라카, 메르싱, 버터워스등 말레이시아 각지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이 있다.
말라카로 가는건 EC나 BC(24석짜리 우등고속버스)가 없고, 전부 구형 SC(일반석) 밖에 없다. 회사도 'Singapore-Malacca Express' 달랑 하나. 차종은 하나 같이 구닥다리다. 그거 밖에 없어서 어쩔수 없이 끊어야 했다. 요금은 11S$. 그 회사하나가 노선을 독점하고 있나보다. 표를 사니까 오후 4시정도 됐다. Center Point에 가서 빨래 맡은거 찾고, Guaidian 이라는 약국 체인점가서 기침약, 밴드, 물집이 난 발을 보호하는 깔창등을 샀다. 가디안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체인점 약국인데, 싱가포르에도 있다. 하지만 물가 수준 차이 때문에 똑같은 가디안이라도 약값 차이는 많이 난다. 이번 여행에서는 피로가 쌓여서 감기 걸려서 또 모기 물린 상처, 발에 잡힌 물집 때문에 약값 많이 썼다. 역시 뭘하든 몸 건강한게 최고다. 약값으로 많이 쓰니까 그만큼 지출이 커지고, 여행경비가 많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싱가폴에서 몸이 아파서 약값을 많이 쓰고, 둘째날 이후 관광을 못한게 좀 아쉽다. 그동안 몸 피곤한 줄 모르고, 거의 휴식도 없이 너무 빡시게 움직이고 이동했다.
근처에 있는 pc방에 가서 E-mail도  확인하고, 태사랑 싸이트, 아쿠아, 누디블루 싸이트에도 들어가봤다. 우리나라만큼은 못하지만, 여기가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인터넷 속도가 더 빠르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이날은 하루종일 필요한거 사고, 차표 예매하고, 빨래 맡기고, 개인정비로 보낸 날이었다.

이날 밤에 매덕스와 두주불사가 싱가포르발 밤 10시30분 기차편으로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두주불사하고는 10월달에 한국 돌아가면 만나기로 했다. 매덕스하고는 다음해에 내가 군입대후 첫 휴가를 나와서 보자고 약속했다. 나는 이번 여행이 끝나면 한달 쉬고 11월에 군대가야 한다. 그래서 한동안 매덕스를 볼 수가 없다. 둘이 떠나고 나혼자 남아서 남은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 너무 심심하다. 조만간 나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귀국할 날이 올 것이다.

도미토리 안에는 나하고 supian이라는 말레이시아인, Dan trevor 라는영국 청년, 프랑스 아저씨하고 넷이 있었다. supian은 사업상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왔다 갔다 한다. 2002 월드컵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단다. 내가 이번 여행 끝나면 내가 바로 군대가야 한다니까 북한 때문에 안됐다며, 불쌍하다는 듯한 동정의 표정을 짓는다. Dan trevor는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기 힘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다음날 밤 비행기를 타고 호주의 퍼스로 떠날 예정이란다. 거기 워킹 홀리데이로 가서 농장에서 일을 할거란다. 역시 서양애들은 대단하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자기힘으로 독립해서 돈벌고, 여행도 다니고...
우리나라처럼 대학갈라고 목매달고, 그거에만 묶여 살지 않는다. 그 점이 참 부럽다.
우리나라에서 그 나이에 그런다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부모들이 머리 싸매고 뜯어 말릴 일이다. 그래도 고집 부리고 그렇게 한다고 하면 쓰러질 것이다. 정말 우리하고는 생각하는 차원이 틀리다. 고교를 졸업하면 다들 개나 소나 대학갈라고 (자기의 생각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리싸매고 공부만 하고, 그렇게 공부해서 대학가서는 공부하고 담 쌓고... 자유가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불쌍하다. 나도 다시 그 시절 생활 하라면 때려죽어도 안한다. 어찌보면, 그 시절이 가장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날은 너무 피곤하고, 몸이 아파서 그냥 친구들을 모두 보내고 일찍 잤다.
매덕스의 도움 덕분에 여행하는데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 친구야 정말 고맙다. 그들과 끝까지 가지 못하고 도중에 헤어지게 돼서 정말 아쉽다.

* 이날 쓴돈 액수
우산 : 4.95 S$
스타벅스 : 4.25 S$
아침식사 : 5 S$
빨래 : 10.3 S$
PC Room : 5 S$
말라카행 고속버스(Singapore-Malacca Express) : 11 S$
저녁식사 : 5.5 S$
감기약, 신발깔창, 약 : 10.35 S$

TOTAL : 56.35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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