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인의 소박한 미소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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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여행기12> 말레이인의 소박한 미소에 반하다

연윤정 1 2773
<동남아여행기12> 말레이인의 소박한 미소에 반하다

먼 타국에서 나도 만날 친구가 있다?
그랬다. 이곳에 아예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한분이.
이날 메르데카 광장->역사박물관->국립이슬람사원->이슬람예술박물관->국립박물관을 하루종일 죽 걸어서 다니니 하루가 뚝닥 가버리고 만다.
말레이시아는 박물관을 돌아본 결과 하나로 딱 통일되는 맛은 없다. 왜 안 그러겠나. 일단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만큼 문화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국립박물관도 각 민족의 다양한 의상, 가족 관계 등이 선보이고 있으나 어떤 깊이는 떨어진다.
그래도 이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 자체로서의 또 다른 깊이는 있다. 이슬람예술박물관에서는 그런 이슬람 예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마침 8월말까지 이슬람 세계의 장검 특별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각종 보석이 촘촘히 박혀있는 화려한 칼집부터 서슬 퍼런 장검에 새겨진 독특한 문양까지 하나하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밖에도 이 박물관에서는 이슬람 세계의 그릇, 보석, 옷, 쿠란, 그리고 세계 각지에 있는 이슬람사원 모형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이슬람 특유의 어떤 엄숙미 보다는 말레이계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뭐랄까, 절제의 와 여유의 미덕을 같이 갖추고 있다고 할까.
국립 이슬람사원 앞을 지날 때다. 후문 근처에는 이미 장이 서있다. 식사, 음료수, 과일, 각종 장신구, 기타 등등을 파는 사람들이 노점을 벌여놨다. 나도 배가 고파 근처 노점에서 밥을 사먹고 있는데 마침 예배가 끝나는 모양이다.
신자들이 후문으로 우루루 몰려나온다. 내가 밥을 먹던 노점에도 손님들이 몰린다. 히잡을 두른 주인아줌마의 손길이 바빠진다. 앗, 손으로 밥을 먹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진짜 손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은 신기하다. 아니, 오히려 닭고기도 잘 발라내고 하는 걸 보니 더 좋아보인다. 사실 나도 같이 그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용기가 없어서... ^^ (여긴 돼기고기를 안 먹다보니 주로 닭고기가 애용되고 있다)
식사를 끝낸 나는 시장 한바퀴를 휙 돌아본다. 사람들이 와글바글 몰려있는 곳은 의당 나도 궁금한 것은 당연. 가보니 처음 보는 과일인데, 조그만 감자 크기와 색깔의 열매가 포도처럼 주렁주렁 달린 것으로 1kg에 3링깃 정도에 팔고 있다. 그런데 꽤나 인기다. 여기저기서 주문이 잇따른다.
이때 관심있게 쳐다보던 내게 한 아저씨가 말을 건다. 그러면서 그 아저씨가 하나를 떼서 내게 건네준다. 껍질을 까보니 안은 귤모양처럼 생긴 하얀 과실이 나온다. 매우 달다. 약간 포도맛이 나면서도 또 전혀 다르다. 이름이... 적어놨는데... 두쿠 또는 두콩? (가게 아저씨가 적어줬는데 모르겠다...)
그 아저씨도 막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아저씨. 참 인심 좋다.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그래도 한국을 잘 아는 눈치다. 까무잡잡하고 둥그레한 얼굴의 아저씨, 참 맘씨 좋아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이 여행자는 곧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아저씨와는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저녁시간이 가까이 오자 난 한분에게 전화를 했다. 직접 언니가 운영하는 가게로 오란다. 한분이의 대충 찾아오는 설명을 듣고 택시를 잡아 탔다. 그리고는, 택시 기사에게 난 열심히 가는 길을 설명했다.
"암팡애비뉴의 00콘도(잊어버렸음) 남쪽이요."
이때 택시 기사 아저씨가 고개를 돌리며 어디쯤이냐고 다시 묻는다.
앗, 이럴수가! 아저씨가 너무 잘 생겼던 것이다. 뭐랄까. 40대 초중반정도로 보이는 아저씨는 하얀 머리에 하얀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멋진 눈웃음을 가진 분이었다. 웃을 때 마치 숀 코네리를 닮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분이에게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아저씨가 내 설명만 듣고는 어딘지 잘 몰랐던 것이다. 어? 난 한분이가 일러주는대로만 말했는데? 일단 지도에서 암팡애비뉴라고 쓰인 곳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여기가 아닐까요?"라고 난 되묻는다.
결국 근처까지 가서도 아저씨가 길을 못 찾자, 당황한 나는 머리를 짜낸게 "아저씨, 핸드폰 있어요?"라고 묻자, 아저씨가 좀 머뭇거린다. 아마 전화비 때문인 것 같다. 걱정말라고 하며 한분과 통화한 나는 전화를 바꿔졌는데, 아니 이 아저씨, 한분이와 통화를 하며,
"오케이, 아∼, 예쓰, 오∼, 오케이" 뭐 이러는거 아니겠는가. 이럴수가! 내 설명은 안 통하고 한분이 설명은 그대로?
어쨌든 아저씨는 쏜살같이 금새도 길을 찾았고, 난 그런 아저씨가 너무 고마워서, 원래 택시비에 전화 사용비에 팁까지 얹어서 인심 좀 썼다. 아저씨, 너무 좋아하며 "오∼ 땡큐!"라며 답례를 하는데, 아, 그 살인적인 미소!
아저씨, 전 아저씨의 그 미소에 반했다구요!

1 Comments
entendu 2004.08.22 16:18  
  하하. 2년이나 지난 글에 리플을 달긴 처음인데..
드신 과일은 롱간- 용안- 이라는 과일이예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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