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사원에서 들은 "로마법을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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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여행기7> 에메랄드 사원에서 들은 "로마법을 따르라"

연윤정 0 2273
<동남아여행기7> 에메랄드 사원에서 들은 "로마법을 따르라"

방콕은 정말 태국의 화려한 문화유산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인 것 같다. 일단 황궁과 에메랄드 사원이 버티고 있고, 갖가지 태국의 화려한 문화유산이 전시돼있는 국립박물관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늘 여행지에서는 시간에 쫓기며 사는데, 난 특히 박물관엘 가게 되면 그 시간이 없다는 것에 대해 가장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박물관 한 곳에 모여있는데, 그것을 찬찬히 둘러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얼마나 크겠는가. 적어도 하루 정도는 한 박물관에 투자하는게 맞는데, 한시간 정도 휙 둘러보고 만다는게 정말 속이 쓰릴 정도다.
태국에서는 더욱 그랬다. 정말 가고 싶은 곳은 무궁무진했으나 일일이 다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어쨌든 마지막날이지만 일행이 있는 관계로 모두가 만족할만한 곳을 찾아다닌 것은 참 힘든 일이기도 하다. 서로 합의를 본게 다음과 같은 코스였다.
타마사트 대학에서 방람푸 선착장으로 나가면 방콕 한가운데를 흐르는 차오프라야강을 건너는 배가 있다. 강을 건너는데 한 5분밖에 안 걸린다. 이때도 득림씨는 태국의 한 아리따운 여대생과 안면을 트는데 성공, 기어코 사진까지 한 장 찍는다. 이메일 주소는 주고 받지 않았나 몰라.
이 배를 타고 강건너 마히돈 의대 부속병원인 씨리랏 병원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좀 끔찍한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해부학박물관과 법의학 박물관. 모두 끔찍스러웠지만, 다른 일행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라 나도 덩달아 구경을 하게 됐다. 하나만 소개하자면 법의학 박물관에는 미라 3개가 전시관 한가운데 놓여있다. 가운데 있는 미라가 50년대 오래 살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잡아먹었다는 씨우이란 사람으로 그를 미라로 만들어 전시를 해놓고 있었다. 으... 지금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기타 등등은 더 끔직한 것들이 많아서 생략하겠다. 궁금하면 나중에 별도로 물어주시길. ^^
다음이 바로 국립박물관. 전시된 유물들마다 화려함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역대 태국 왕조의 지위가 어느정도였는지 그 유물로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온통 황금빛으로 이뤄진 왕좌, 거대한 가마, 불상, 각종 장신구 등등... 그밖에 태국 주변국가의 영향을 받은 유물들도 충실히 전시돼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을 보면 그들의 문화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태국의 국립박물관은 이를 충분히 증명하고 있었다.
아, 에메랄드 사원은 더 화려했다. 진짜 에메랄드라는 이름이 붙을 만 했다. 사원입구에 있는 버마, 태국, 크메르 양식의 3기의 불탑이 있는데, 어떤 것은 일일이 색유리로 조각조각 붙이기도 했고, 어떤 것은 온통 황금빛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그밖에 각종 수호신상들, 불상들, 모두 눈부실 정도였다.
이때였다. 옆에서 갑자기 한 여인의 사나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4=$%&*^()@^"(태국말이어서 무슨 말인지 전혀 모름, 그러나 통역은 가능 ^^)
-> 통역 : "여기는 신성한 사원이다. 그런데 당신은 그게 뭐냐? 여기서 왜 발목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있느냐? 당장 긴바지를 입지 못할까?"
보아하니 그녀는 태국인 가이드였다. 유럽인을 데리고 한창 설명을 하던 도중 우리일행인 득림씨의 옷차림을 보고 한소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이 에메랄드 사원과 왕궁엘 들어가려면 절대 발목을 드러내는 옷은 안된다. 고로 반바지, 칠부바지는 안된다는 것이다.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입구에서 옷을 공짜로 대여해주는데 문제는 그게 굉장히 두꺼운 바지였던 것이다. 득림씨는 칠부바지 위에 그 옷을 입고 들어왔는데 이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긴바지를 막 벗어버린 참이었다. 그러나 그만 태국인 가이드한테 딱 걸리고 만 것이다!
에구, 당사자도 그렇고 우리 일행도 어찌나 당혹스럽던지. 난 개인적으로 득림씨가 잘못했다고 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아무리 더워도 긴바지를 벗어서는 안되는 거였다. 방문하는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일. 그것이 진정한 여행자의 정신인 것이다.
그 일 때문에 득림씨도 많이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다른 분들, 이런 실수는 절대로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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