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21
나홀로 네팔 여행이라는 제목을 달아 놓고 여행기를 쓰다 보니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 나홀로 여행은 네팔이 처음이 아니었어.
예전에 맥간에서 주구장창 눌러 살때 여행자가 아니라 맥간 주민인 것처럼 살았을 때,
너무 너무 좋아서 미칠것만 같은 맥간 생활이
때로는 너무너무 싫어서 미칠 것처럼 다가오기도 했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랬을까....
내 마음도 날씨만큼이나 점점 더 차가워져 가던
어느 겨울밤.
나는 누군가와 말다툼을 했다.
그는 나에게 지긋지긋한 표정으로 너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야도 좁고 속도 좁은 나는 그 말에 맘 상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망구에게 그 얘기를 하다가 이번에는 또 망구와 말다툼을 하게 됐다.
맥간에서 함께 산지 몇달만에 처음으로 우리는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
심한 말을 주고받았다.
홧김에 집을 뛰쳐나온 나는 바로 보이는 여행사로 들어갔다.
몇몇 도시의 버스표가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서
보도 듣도 못한 "데라둔" 이라는 도시행 버스 티켓을 샀다.
데라둔에서 리쉬께시행 버스로 갈아탈 수 있다고 해서
나는 그말에 혹했다.
춥고 칙칙하고 지겨운 맥간을 떠나서 따뜻하고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방 한구석에 처박아놨던 캐리어와 배낭을 꺼내 짐을 쌌다.
망구가 떠나지 말라고 나를 붙잡았다.
따지고보면 모두 내 잘못으로 시작된 일인데 오히려 속 깊은 망구는 나를 말리고 있고
철없고 이기적인 나는 못된 송아지처럼 뿔을 세우며 망구를 뿌리치고 떠나버린다.
데라둔까지는 1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창가 자리에 앉아 나는 바짝 긴장한 체로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흉흉한 소문이 떠돌던 때라 혹시나 내 옆좌석의 인도 남자가 추행이라도 할까봐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밤버스는 너무너무 끔찍했다.
아무리 닫아도 꽉 닫기지 않는 창문의 벌어진 틈으로 겨울 칼바람이 몰아쳤고
그 냉기 가득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가는 나는 전신이 꽁꽁 얼어붙어
나중에는 온몸의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얼굴도 얼얼할 정도로 칼바람 따귀를 정신없이 맞아서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줄,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줄 흘러내렸다.
가방을 뒤져봤지만 하필이면 그때 딱 휴지나 손수건도 하나 없어.ㅜ.ㅜ
쉴 새 없이 줄줄 흐르는 콧물을 몰래몰래 손으로 닦다가
주욱 늘어나 20센치 길이로 내 손에 대롱대롱.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정말 더럽지만 어쩔 수 없이 창문에 매달려 있는 다 찢어진 커텐으로
또 몰래몰래 콧물을 닦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스 회사 사장님 죄송^^;;)
커텐은 누가 발을 닦았는지 발꼬랑내가 진동을 했다.
나는 일분에 한 번씩 콧물을 들이마시다가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내 옆좌석의 느끼한 인도 남자를 조심하려고 두눈 부릅뜨고 안자고 있었는데
몹시도 피곤했던지 그 칼바람 속에서도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문득 누군가가 나를 터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다말고 화들짝 깨어보니
내 옆좌석의 남자가 내 머리를 밀고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그남자 어깨에 기대 깜빡 잠들었었나봐.ㅋㅋㅋㅋㅋ
얼마나 내 머리통이 무거웠으면 ㅜ.ㅜ
13시간 동안 거의 안자고 버티면서 겨울 칼바람을 온몸으로 버텨내다가
드디어 데라둔 도착.
이보시오~ 여기가 어디오?
새벽 4시.
몽롱한 정신에 바라보는 깜깜한 버스 터미널은 낯설고 무섭다.
나는 바로 리쉬께시로 갈 예정이었지만 13시간 동안 꽁꽁 얼어붙어
냉동인간이 된지라 한걸음도 더 움직일 수 없을만큼 피곤하고 아팠다.
나는 버스 터미널로 호객을 나온 사람들 중 유난히 착해보이는 인상 좋은 아저씨를 따라갔다.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힘들어서
그 아저씨가 나를 움막에 데리고 간다고 해도 잘 수 있을것만 같았다.
아저씨를 따라간 호텔은 움막보다는 조금 나은 정말 거지왕 김춘삼네 집 같은 곳이었다.ㅋㅋㅋㅋ
방은 너무 좁아서 내 한몸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데다 어둡고 낡았다.
화장실은 더 끔찍해서 마치 공중 변소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변기 뚜껑은 없고 세면대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세면대처럼 비정상적으로 작았다.
나는 극기 훈련을 하는 심정으로
아저씨에게 담요 한장만 더 달라고 부탁한 뒤 담요 두장을 둘둘 말고 잠이 들었다.
푹 꺼진 침대에서 보풀이 일어난 거적데기 같은 담요를 둘둘 말고 잠에서 깬 나는
낯선 방안의 풍경에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나는 지금 거지왕 김춘삼 코스프레 중이라는 자기 암시를 걸며 히죽히죽 웃었다.
아마 깡통이라도 있었으면 옆구리에 차고 동냥하러 나갈 기세ㅋㅋㅋㅋㅋ
그러나 밤새 추위에 시달렸던 내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거울을 보니 머리가 다 뻗친 거지왕 김춘삼이 헤롱헤롱 하고 있다.
나는 간신히 일어나 씻고 밖으로 나왔다.
지난밤에 내가 비몽사몽간에 온 곳은 게스트 하우스와 호텔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다.
나는 가이드북도 없고, 지도도 없어서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걷다 보니 큰 시장이 나왔다.
정신 없고 분주한 그곳은 리틀 델리 같았다.
나는 시장을 돌아다니다 일단 생필품을 사기로 했다.
작은 마트에 들어가 비누와 샴푸 등등을 사는데
주인 영감님이 어찌나 친절하던지 상냥하게 웃으며 이것저것 골라주고 설명해준다.
넌 예쁘니까 내가 특별히 이것도 줄게. 하면서 냄새가 좋은 종이비누도 준다.
나는 감사해서 고개를 꾸벅 했는데 계산할 때 보니 종이비누까지 칼같이 계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인도 사람답다.
시장 구경을 하다가 오렌지를 파는 아저씨를 만났다.
커다란 광주리에 오렌지를 잔뜩 넣고 자전거에 싣고 다니며 파는 아저씨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사라는 말은 없이 그냥 웃기만 했다.
그 표정이 너무 안쓰러워 보여서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오렌지를 한봉지 샀다.
그리고는 아저씨 옆에 앉아 함께 오렌지를 까먹으며 잠시 쉬었다.
데라둔의 날씨는 따뜻했고 그래서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또 걷다가 맛있어 보이는 식당에서 볶음밥을 먹었다.
볶음밥을 시키면서 계란 후라이 두개요. 라고 주문했는데
아저씨가 잘못 들었는지 볶음밥 두개를 가지고 왔다.
그래서 나는 볶음밥 두개를 먹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가 자기의 실수니까 그냥 먹으라고 했다.
밥을 먹고 나와서 시장 카페에서 라시를 마시다가 문득 파마가 하고 싶어졌다.
몇달 전 서울에서 한 파마는 이제 거의 다 풀려서 지저분해져 있었고
나는 파마를 하고 싶어서 미용실을 찾아보기로 했다.
발리우드 스타들의 사진이 가득한 미용실에 들어갔더니
언니인지 오빠인지 모를 주인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or그녀)는 나에게 어울리는 펌을 해주겠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고데기를 난로불에 지지직 소리가 나게 지지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거슨 마치 우리 맘이가 단골로 가던 그 옛날 "오고파 미장원" 시절의 모습 같아서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시뻘겋게 달궈진 고데기로 내 머리털 다 태워먹을까봐 그냥 됐다고 거절하고 황급히 돌아나왔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호텔바라고 써있는 간판을 보고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낮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싶어서 들어갔다.
들어갔다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간판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봤다.
호텔바가 아니라 노인정이라고 써있는 걸 내가 잘못 봤나싶어서.ㅋㅋㅋㅋㅋㅋ
그곳은 공장 창고처럼 넓고 휑하고 천장이 높은데다
학교 식당같은 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게다가 서빙하는 사람은 팔순 할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지팡이를 짚은 체 힘들게 걸어오셔서는
할할할 웃으시는데 금니가 번쩍번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괜히 황송해서 굽신굽신하며 마치 죄 지은 사람처럼
맥주 한 병만 주세요, 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주문.ㅋㅋㅋㅋ
할배는 또 금니를 번쩍번쩍 하시며 할할할 웃으시더니 주문을 넣으러 바텐더에게로 느릿느릿 걸어가신다.
주문을 받는 바텐더는 스냅백같은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빨간색 후드티를 입은 간지작살 칠순 할배 ㅋㅋㅋ
쇼미더할배 인줄 알았다는 ㅋㅋㅋ
칠순 할배가 건네준 맥주병을 팔순 할배가 들고 위태위태하게 걸어오신다.
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팔순 할배를 마중나간다.
그리고는 내 맥주병을 받아서 가지고 돌아온다.
술 한 병 먹기가 너무 힘들어.ㅋㅋㅋㅋㅋㅋㅋ
팔순 할배와 칠순 할배가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호텔바(는 노인정)에서 맥주 마시다 체할 뻔ㅋㅋ
그래도 노익장 대단하쥬?
오후에는 동네 산책을 했다.
호텔 밀집 지역을 조금 벗어나 가정집이 있는 동네를 그냥 한가롭게 돌아다녔다.
마당이 넓고 예쁜집에 갓난 아기가 유모차에서 자고 있었다.
담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광대 폭발 하다가 아기 엄마랑 눈이 마주쳤다.
아기 엄마는 선한 얼굴에 함박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얼떨결에 그 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아기가 너무 예쁘다고 했더니 아기 엄마가 환하게 웃었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아기 엄마는 내게 아기의 사진 앨범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짜이를 마시면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 부터 지금까지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을 함께 봤다.
그녀는 몹시도 자랑스럽고 뿌듯한 표정으로 막 얘기했지만
힌두어라 나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녀의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아기에 대한 자랑을 하는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후 아기가 잠에서 깼다.
그녀가 아기를 안고 어르는동안 나는 그집을 나왔다.
그녀와는 눈인사로 작별을 했다.
그날밤은 약간의 몸살로 열에 들떠 잠이 들었다.
혼자만의 여행 첫날은 나름 성공적?
다음날은 버스 터미널로 가서 버스 티켓을 알아봤다.
리쉬께시로 갈까, 아니면 다른 도시로 갈까, 아니면 맥간으로 다시 돌아갈까
고민고민하다가 내일 결정하기로 하고 다시 돌아왔다.
호텔앞 노점상에서 볶음 국수를 먹다가 마주친 인디안이 자꾸만 껄떡거렸다.
첫눈에 반했다고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뻔히 보이는 작업 멘트에 오히려 순진한 그남자가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차라리 뻔뻔하게 유들유들하게 했다면 닥쳐. 라고 했을텐데
저렇게도 서툴게 티나게 작업을 하니 오히려 웃음이 나와서
볶음국수를 먹다 말고 뿜어버렸다.ㅋㅋㅋㅋㅋㅋ
미안해,작업남아.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돈없는 개털이야.
나 꼬셔봤자 너 식당 차려줄 돈 없어 ㅋㅋㅋㅋㅋ
오후에는 시장 한바퀴 돌고 호텔 사장이 알려준 관광 명소중 한군데를 갔다.
작은 사원이 있는 동네는 고즈넉하고 예뻤다.
돌아오는 길에 오토 릭샤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가자고 했는데
릭샤 기사가 내려준 곳은 처음 보는 낯선 동네였다.
힌시간을 넘게 가는동안 아무래도 낯선 길 같아서 여러번 물어봤지만
기사의 대답은 그때마다 노 프라블럼ㅋㅋㅋ
다운타운을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곳에 내려준 기사를
열받아서 쥐 잡듯이 잡고ㅋㅋㅋㅋㅋㅋㅋㅋ개지랄을 떨었더니 그냥 막 도망가버린다.
나는 황당해서 낯설고 조용한 동네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는다.
작은 시골 마을인 이곳은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오토 릭샤도 안보인다.
잠시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굉장히 큰 템플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낯익은 빨간 승복을 입은 티벳 스님들이 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는 티벳탄 빌리지.
어쩔.
맥간이 싫어서 도망쳐 나왔는데 릭샤 기사는 나를 티벳탄 빌리지에 잘못 내려주고 떠나버렸다.
익숙한 이목구비의 사람들이 오고 가는 동네에는
온통 티벳 사람들과 티벳 승려들과 티벳 이름의 가게들이 가득하다.
나는 마치 맥간의 길거리에 서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맥간의 기억에 다시 조금 우울해진다.
이왕 온거니까, 관광도 할겸 템플을 구경하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다
조악하고 촌스러운 옷을 파는 옷가게 발견.
잠옷 바지나 하나 살까 하고 들어갔는데
1988년도 덕선이도 안입을 것 같은 촌스러운 디자인의 옷들 뿐.
그냥 나오려다가 주인여자에게 이동네에 술 파는 곳은 없냐고 물어보니
갑자기 나에게 은밀한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양말과 속옷을 쌓아놓고 파는 진열장에서
신문지로 싼 뭔가를 꺼내어 내게 보여주는데
그거슨
씨바스대갈 양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밀거래 현장처럼 긴박하고 조심스러운 그 분위기에서
나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손사레를 친다.
나는 단지 맥주 한 병 정도 가볍게 마실 술집을 찾고 있었을 뿐인데
이동네는 금주법이 적용되는 동네인지 맥주집은 아무리 찾아도 안보여ㅋㅋㅋ
나는 그리움에 젖어 동네를 하염없이 돌아다니다가
작은 구멍가게 앞의 좌판에서 짜이를 마셨다.
좌판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노닥거리고 있던 동네 사람들의 관심이 내게로 집중 ㅋㅋㅋ
관광지도 아닌 이 조그만 동네에 무슨 일로 왔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등등 궁금증 폭발이다.
어린애들부터 아줌마 아저씨 오저씨 할줌마 할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모여들어서 와글와글 바글바글ㅋㅋㅋ
난 짜이 한 잔 마시려다 청문회 당하고 있었음ㅋㅋ
난 또 그와중에 이쁨 받고 싶고 배운 티 내고 싶어서
어설픈 티벳어 몇마디를 조잘조잘 떠들어서 폭풍 칭찬 받음ㅋㅋㅋ
할머니들이 내 등을 쓸어주시며 대견하다는 듯 함박웃음ㅋㅋㅋㅋㅋ
한참을 놀다가 날이 저물어 돌아갈때가 되어 오토 릭샤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더니
온동네 주민들이 다들 한목소리로 막 안된다고ㅋㅋㅋ막 뜯어 말림ㅋㅋ
위험하다고 인도 사람들 조심해야 된다고ㅋㅋ
막 다들 흥분 하시면서 갑자기 동네 반상회 분위기 결성 ㅋㅋㅋ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시더니
결론은 구멍가게 주인 아저씨의 아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라는 것!!!
아저씨는 아들의 등을 퍽퍽 때리며 운전 조심하라고,
저 손님 잘 모셔다 드리라고 계속 폭풍 잔소리ㅋㅋ
덩치가 엄청 크고 순박한 인상의 아들은 처음 보는 나를 바래다주는게 귀찮을만도 한데
싫은 표정 하나 없이 헬멧을 내게 건네준다.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달리는 한시간 동안 나는 계속해서 내 팔과 다리를 만져봤다.
칼바람에 내몸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느낌에
내 팔다리가 내 몸통에 잘 붙어있나 수시로 확인해야지만 안심이 됐다ㅋㅋㅋㅋㅋㅋ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오토바이의 낭만은 개나줘버렷ㅋㅋㅋ
그는 나에게 데라둔이라는 도시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 활활 타는 의욕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토바이의 굉음에 목소리가 하나도 안들리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지나치는 풍경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다 설명해주고,
잠시 쉬었다 가고(나 풍경 감상하라고.ㅋㅋ)
자연의 풍경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웠고
맥도날드와 나이키 매장이 있는 시내 번화가는 홍콩이나 서울처럼 화려해보였다.
나는 그에게 보답으로 밥을 사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다이어트중이라며 가볍게 맥주 한 잔만 마시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둘이 함께 탄 오토바이는 부아아아아앙~ 하고 달리지 않았어요.
과부하로 털털털털털~ 소리가 났다지요, 아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 돼지와 여자 돼지를 싣고 달려준 오토바이 너어~~수고 많았엉)
우리는 시내 번화가의 호텔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노인정이 아닌 진짜 호텔바에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장을 입은 웨이터들의 정중한 서빙을 받으며 마시는 맥주는 맛있었고 또 비쌌다.ㅜ.ㅜ
그는 티벳의 현재 상황과 괴로움을 얘기하며 울분을 토했다.
티벳의자주 독립을 바라지만 그건 이미 꿈같은 이야기라고 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싫은건 어쩔수 없이 체념하고 살아간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독립에의 꿈조차 무덤덤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먹고사는 일이 더 바쁘니까,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하니까......
내 입속에 무언가 먹을거리가 들어가는게 더 중요하니까...
나는 그와 함께 얘기를 하다가 다시 맥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내일 아침이 밝으면 바로 맥간으로 돌아가자.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