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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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14

삼천포 21 2447

나는 이번 여행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친구가 되었다.
여행기에서의 귀여운(으응?)삼천포와는 달리 실제의 나 모쭈굴씨는
굉장히 예민하고, 내성적이고, 답답한 성격이라
이런 성정의 여자 사람이 과연 여행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여행자 삼천포가 되는 순간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성격뿐만 아니라 외향도 변하는데, 역시 나도 모르게^^;;;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다들 놀란다.
개못생이 왜이렇게 사람 됐냐고ㅋㅋㅋ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니 뷰티 케어 받을때보다 더 확실한 미용 효과를 보더라는^^


후훗, 단 하루만 못생겨보고싶네요.
왜냐면 지금은 매일 못생겼으니까 ㅋㅋㅋㅋㅋ
ㅠ.ㅠ

 

 

 

 

동동이를 처음 만난 건 단골 식당(밥집 겸 술집)에서였다.
저녁을 먹고 가볍게 맥주나 한 잔 할까하고 찾아간 식당은
그날따라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바글바글해 다시 나오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붙잡는다.
괜찮으시면 합석해서 앉으라고.
그래서 보니 그 식당의 제일 넓은 단체 테이블에
영감님 한 분과 네팔리처럼 보이는 까무잡잡한 젊은 남자가 앉아 있다.
넓은 자리라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고 말을 틀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안심하며 새초롬하게 자리에 앉았는데,
잠시후 낯가리는 내성적인(으응? 머라고?)나는 영감님과 함께 하하 호호 웃고 있음ㅋㅋㅋ
으이그, 이놈의 친화력ㅋㅋ
카오산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다는 영감님과 함께 태국 얘기와 여행 얘기를 신나게 하다가
옆자리에 앉은 네팔리와도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인상이 날카로운데
넝마를 주워 입은 것 같은 옷차림도 이상한데다가 머리카락까지 덥수룩해서 좀 무서워쯤ㅋㅋ
안뇽하세욜. 저는 네팔리 포터입니다. 만나서 반캅습니다. 하고
서툰 한국말로 인사하는데 와, 한국말 잘하시네요. 하고 감탄하니
한쿡 친구 배웠습니다. 저는 한쿡 좋아합니다. 라며 친근하게 말한다.
와, 꼭 한국 사람 같아요. 하고 감탄하니 영감님이 으히히히. 하고 웃으신다.
이사람 한국 사람이야. 블랑카보다도 연기 더 못하는구만. 할할할.하신다.
으응? 그럼 나 속은거임? ㅋㅋㅋ
포카라 장기 체류자인 동동이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가벼운 사기극(?)으로 시작.
그나저나 동동이의 첫인상을 이따구로 써놨으니 나 동동이한테 고소 당하는거 아냐?
ㅋㅋㅋㅋㅋ무섭ㅋㅋ
판사님, 이 글은 제가 쓴게 아니라 제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저희집 강아지 봉봉이가 발로 쓴거랍니다.
전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선처해주세요.^^;;


동동이는 파키스탄 훈자에서 장기 체류하다
포카라로 넘어와 또 장기 체류중인 여행자였다.
까맣게 탄 얼굴에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무서워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알고 보니 이분도 뼈그맨^^ 일상이 개그 그 자체.ㅋㅋㅋ인생이 시트콤이다.ㅋㅋ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웃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친화력과 넋살은 또 어찌나 좋은지, 함께 길을 걷다 보면 죄다 아는 사람들ㅋㅋ
하루종일 나마스떼~ 하고 인사하고 다님.
그렇게 동동이와의 첫 만남 후 한참 지나서 우연히 산책중인 길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었는데
피차 서로 할 일도 딱히 없는 장기 체류자들인지라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술이나 한 잔 할래요? 로 의기투합.
소비따네에 쭈그리고 앉아 깍두기에 막걸리로 건배하다 도원결의 맺음ㅋㅋㅋ
꾼은 꾼을 알아본다고 술잔을 드는 폼새가 예사 술꾼이 아냐ㅋㅋㅋ
이사람은 프로다ㅋㅋㅋㅋ프로 술꾼ㅋㅋㅋ
나 한국에서는 부모님 눈치 보느라 조신한 처자 코스프레 하고 살았는데
네팔 와서 눈치 볼 사람도 없겠다, 고삐 풀린 망아지 됐음ㅋㅋㅋ
어떤 날은 아침밥상머리부터 술 마심ㅋㅋ개져아ㅋㅋ
아침부터 삼교비 구워 창 일 잔 마시면 크아~~아저씨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햄볶음ㅋㅋㅋ
으아, 행복이 막 들이대ㅋㅋㅋ
나 서울만 벗어나도 막 불안해지는 뼛속까지 도시인인 뼈도녀인데,
포카라 시골에서 막 잘살았던거 보면 참 신기해.
난 전생에 포카라 사람이었을 것 같아. 홍홍홍.


 

 

동동이는 트래킹 마니아였다.
트래킹 얘기를 할때마다 그는 황홀한 표정으로 행복해했다.
나에게 설산을 보여주고 싶다고, 가까운 곳에서 손에 잡힐 듯 보이는 히말라야의 매력을
코 앞에 두고도 왜 안오르냐고, 만날때마다 나를 채찍질했다.

 

 


동동이에게 세뇌를 당한건지, 아님 포카라에서의 생활이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던건지 아무튼,
설산을 배경으로 한 롯지에서 마시는 에베레스트 비어의 맛이 궁금해서
나는 드디어 노구를 일으켰다.
나처럼 트래킹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첫코스부터 무리하면 안된다고 해서
일단은 몸풀기용(?) 미니 트래킹으로 해발 1800미터인 담푸스와 2000미터인 오스 캠프를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담푸스에는 마침 동동이의 지인인 선생님이 살고 계셨고,

오스 캠프에도 동동이의 지인인 모 스님이 살고 계신다고 해서

방문 겸 나들이 겸 트래킹 겸 해서 어느 화창한 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담푸스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다. 흐헤헤헤헤헤^^;;;
왜냐면 내가 지독한 몸살에서 회복된지 하루밖에 안지나서 골골하던때라.
이거 트래킹 맞아요? 노모를 모시고 떠나는 효자 동동이의 효도 관광.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푸스 선생님이 고기를 좋아한다고 하셔서 중간에 정육점에 내려서 목살을 잔뜩 샀다.
고기 덕후 선생님+건장한 남자 동동이 + 김준현(=나)을 위해서ㅋㅋ
중간에 작은 티벳 마을에 내려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서 산책을 했는데 동네 티벳 아이들이 다 뛰쳐나와서

나를 둘러싸고 반가워하면서 사원을 안내해주었다.
까만 얼굴에 볼이 빨갛게 튼 촌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은 일은 아이들과 작은 동물들을 바라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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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비포장 도로를 덜컹덜컹 달려 산꼭대기 마을 담푸스로 향한다.

도저히 택시가 달릴 수 없을 것 같은 트래킹 코스 같은데 아슬아슬하게 어쨌든 올라가고 있다.
길은 생각보다 훨씬 더 험해서 우리를 패대기칠 것 처럼 무섭다.
담푸스로 올라가는 길은 그야말로 굽이굽이 도는 산길이 이어지는 시골 마을.
마을의 풍경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다.
다시 내려올때는 걸어서 내려오리라 결심해본다.
마을 풍경에 넋을 잃고 택시에서 내리다가 발을 헛디뎠다. 아앗..
아앗쌀라말라이쿰
동동애비야 나 좀 부축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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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푸스 선생님은 온화한 미소를 띄고 우리를 맞아주신다.
선생님은 네팔이 좋아서 자주 오시다가 이 마을이 너무 좋아서 아예 눌러앉으셨다고 한다.
이 마을에 사신지는 10년이 넘으셨으니 이젠 거의 담푸스 주민인 셈^^

 

 


마차푸차레가 정말로 손에 잡힐 듯 보이는 푸른 잔디에서 우리는 점심을 함께 먹었다.
선생님은 담푸스에서의 생활이 정말 좋지만 그래도 좀 적적하셨던지

싱글벙글하시며 우리를 정말 반겨주신다.
바로 옆 롯지에서 커리와 채소 볶음을 시켰는데 선생님은 극구 사양하시면서 거의 안드신다.
귀한 손님들이 많이 드셔야죠,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히말라야 아랫마을에 오래 살다보니

마음이 깨끗해져서 먹는일에는 좀 초월했어요. 하시며 허허 웃으신다.
선생님 드리려고 고기도 사왔는데...어쩌죠. 라고 했더니

먹는것 따위는 초월하신 선생님의 눈이 순간 반짝반짝 하시더니

맑고 깨끗하고 자신있게 환한 잇몸 미소 작살ㅋㅋㅋㅋㅋ
그리고 우리가 사온 고기를 볶아서 내온 순간
선생님의 젓가락에 모터 달린줄ㅋㅋㅋㅋㅋ
와, 손이 안보여 ㅋㅋㅋㅋㅋ신들린 젓가락질ㄷㄷㄷ
삼교비 주워먹던 내손만큼이나 빠른 속도ㄷㄷㄷㄷㄷ
우린 독불갱호세요? ㅋㅋㅋ


 


히말라야 설산 아래 작은 마을 담푸스의 푸른 잔디 위에서 우리 셋은 고기볶음을 안주 삼아

수제 막걸리 창을 마셨다.
소비따네에서 마시던 싸구려 창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깔끔하고 감칠맛 나는 창은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가 않아.
술에 취하기도 전에 이미 담푸스의 풍경에 취해버렸다.
담푸스는 정말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다시 간다면 몇달동안 살고싶을 정도로.

 



늦은밤까지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하늘의 별을 넋놓고감상하다가 롯지에서 잠이 들었다.
얇은 합판으로 대충 지은 롯지는 허술해서 옆방에서 나는 소리가 너무 잘들려.

옆방에서 동동이가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꾸벅꾸벅 졸다가

갑자기 끙아가 마려웠으나 꾹 참고 잤다. 동동이가 나 똥싸는 소리 다 들을까봐ㅋㅋㅋㅋㅋ 훗, 나 매너 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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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오늘도 담푸스 한바퀴 산책.
옆집 꼬맹이가 내 손을 꼭 잡고 산책길에 따라나선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우리는 사탕을 고르느라 한참동안시간을 보냈다.

내가 마치 초등학생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신나고 설레는 기분이었다.
다시 선생님 댁으로 돌아와 롯지에서 함께 아침을 먹고.

고기 반찬이 없는 아침상 앞에서 선생님의 젓가락질은 개느려ㅋㅋㅋㅋㅋ
선생님이 가지말라고 붙잡으시는데 피도 눈물도 없는(ㅋㅋ) 동동이는 내일 다시 오겠다며 오스 캠프로 출발.
날씨가 너무 더워서 가는 길에 땀을 한바가지 흘림.
산길은 아름답고 풍경도 멋졌지만 내가 너무 힘들어서 헥헥거리니

동동이가 내 배낭을 뺏어서 자기가 대신 메고 간다.
순간, 구세주같은 동동이가 너무너무 잘생겨보여서 소지섭인줄ㅋㅋㅋㅋㅋ
우리 눈알이가 미쳤어요.
아..앙대, 눈알아 정신차려!

 

 


천포씨, 빨리 뛰어와봐요! 요기 가게 있어요. 시원한 맥주 한 잔 하고 갑시다! 하는 소리에

우헤헤헤~웃으며 뛰어가보니 힝, 속았지? 하고 동동이가 킬킬거리며 달아나버린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온 나는 약이 올라 동동이를 잡으러 달려간다.
내가 너 죽이고 지옥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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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세 번 정도를 속으면서 가다보니 진짜로 작은 식당이 나타났다.

낭떠러지쪽으로 아슬아슬하게 걸쳐져있는 식당에서 우리는 시원한 에베레스트 비어를 일 병씩 마셨다.

 

 


세시간 정도 걸려 오스 캠프에 도착했다.
캠프 꼭대기에는 롯지만 무려 다섯개가 있었는데
전부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하고 예뻤다.
담푸스보다 설산이 더 가까이 보이는 예쁜 롯지 중에서 우리는

유일하게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 낡고 다 쓰러져가는 거지같은 롯지에 묵었다.ㅠ.ㅠ
신세를 갚아야할 집이라나 머라나..예쁜 새롯지들을 뒤로 하고

다 쓰러져가는 움막 같은 롯지로 끌려가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신세는 너나 많이 갚으세요.

 

 


신세 갚기+제일 파리 날리는 집에 대한 동정심으로 억지로 묵게 된 집이긴 하지만

오스 캠프의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 모든게 용서가 된다.
그날따라 날씨가 궂어서 그런지 여행자라고는 우리뿐이다.

조금 떨어진 다른 롯지에 멀리서봐도 한국인처럼 보이는 여자분들이 계시길래 달려가봤더니

역시나 한국인 모녀. 사이좋게 여행 온 미녀들이다.^^
미녀 모친이 가져오신 귀한 쏘주로 다같이 건배, 으앙.
히말라야 아래서 마시는 이슬이 한 잔에 감격.
술맛은 감동, 감동.
크아,이 아저씨 가슴이 또 뜨거워지누나~

 

 


술도 마시고 맛있는 피자도 먹고 또 산책도 하고 동네 한바퀴 돌며 풍경 감상하다가

또 먹고 마시고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한밤중에는 롯지의 넓은 식당에 모여 다함께 놀았다.
손님이라고는 나랑 동동이뿐, 주인네 식구수가 더 많아.ㅋㅋㅋ

주인 부부에 삼촌에 일꾼에 딸 아들에 강아찡들까지 다들 모여서 떠들썩하게 먹고 마시고,

춤추고 놀고..주인 영감님 부부는 싱글벙글^^

동동이는 지가 무슨 재벌이라고 돈을 물쓰듯이 쓰면서 주인집 막내 아들 초딩에게 요구르트를 엄청 사줌.
막둥이는 요구르트 과음으로 쓰러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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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한참 자고 있는데 잠결에 빠니~빠니(물)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 애처로운(?)그 소리에 잠이 깨어 나가 보니 동동이 방에서 들려오는 동동이의 목소리.
방으로 들어가보니 동동이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끙끙 앓고 있다.
급체를 했는지 거의 다 죽어간다.
나는 본채로 막 뛰어가 문을 쾅쾅 두드려서 막둥이에게 부탁해 차가운 물과 쥬스를 가지고 왔다.
물을 벌컥벌컥 마신 동동이에게 내 비상약을 먹이고 다시 재운 뒤

밖으로 나와 보니 그새 날이 밝아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그 새벽과 아침의 교차 지점에 크림색의 예쁜 구름 사이로 보일 듯 말듯 애를 태우며

가려져 있던 마차푸차레를 바라보며 잠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씻으러 화장실+욕실에 갔다가 청순한 내 입에서 이십년만에(으응?) 처음으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음.ㅋㅋㅋㅋ
모닝쌍욕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 공복에 욕이 막 튀어 나와.
나는 김수미세요? ㅋㅋㅋㅋㅋ
으아, 또 아침부터 시베리아 벌판에서 에라이 쌍화차 끓일 뻔 했네.
대나무로 얼기설기 대충 만든 공공 화장실 변기 옆에 달려 있는 샤워기는 녹이 슬어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샤워실(=화장실) 바닥엔 하얗고 귀여운(으앙) 구더기가 꿈틀꿈틀 기어가고 있고,
수압이 약한 변기는 아나콘다를 품고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엄청 깔끔한 할멈인데, 씻지도 못하고 썽이 나서 씩씩대다가
동동이 방으로 달려가 아파서 자고 있는 동동이의 등을 퍽 하고 세게 때리고 나왔다.
급체 쑥 내려가라고.ㅋㅋㅋㅋㅋㅋ

 


한국인 모녀를 다시 만나 동동이가 아프다고 했더니 우왕,귀인을 만났어.
엄마가 수지침을 가지고 계셔서 동동이의 육신에 푹푹 찔렀더니 동동이의 증세가 한결 나아진다.
다시 한숨 재워놓고 나와서 모녀는 오늘 포카라로 돌아간다고 해서 배웅을 나갔다.
내가 왔던 방향과는 반대로 내려갔는데 산길이 어찌나 가파르고 급경사이던지

수십번을 미끄러지고 넘어질 뻔,
정말 아슬아슬해서, 내가 마치 엄홍길씨가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으로 혼자 막 뿌듯뿌듯..ㅋㅋㅋ꼴값.
우리 셋다 헤어짐이 아쉬워서 계속 대화하면서 배웅하다보니 나 어느새 포카라까지 따라갈 기세.ㅋㅋㅋ
이러다가 모녀의 다음 목적지인 터키까지 함께 가시겠어요.ㅋㅋㅋ
결국 아쉽게 작별하고 나는 다시 산길을 혼자 올라오다가 무릎 관절 다 나갈 뻔.ㅠ.ㅠ
케토톱이 필요햇!
내려갈때도 힘들더니 올라갈때는 몇배로 더 힘들어, 우엥.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너무 힘들어서 바위에 누워서 헥헥 거리고 있는데 제 몸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올라오고 있는 서양녀.
누워있는 나를 보고 막 웃더니 자기 배낭 위에 타라고.ㅋㅋㅋ
대단한 녀성, 엄지 척!
그와는 반대로 어제 트래킹 하던 길에서 만난 서양 돼지 3명은

자기네 몸집의 반도 안되는 비쩍 마른 포터 한 명에게
배낭 세개를 다 맡기고 유유자적 걸어가고 있던데,

물론 돈을 주고 고용한 포터겠지만 나는 그 모습이 참 보기가 싫었고,

그 힘든 와중에도 혼자서 씩씩하게 걸어가던 네팔리 포터가
안쓰럽기도 하고 참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서양 아짐, 아재들.적어도 보조가방 하나쯤은 스스로 들고 가도 될텐데..끌끌.
서양 돼지들을 씹으면서 나는 내 배낭까지 멘 동동이를 격려하며 걸어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의 아닌 강제 트래킹 중 또 우연히 한국 아저씨들을 봤다.
그들은 내가 뒤에 따라오는줄 몰랐는지 지들끼리 큰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우리때는 어쩌고 저쩌고, 요즘은 뭣도 모르는 어린애들까지 개나소나 다 히말라야여.
ㅡ,.ㅡ;;
그런 의미에서 저 한 번 짖고 가실게여!!!
왈왈왈.

 

 


산길은 가파르고 조금 무섭고 으스스하고 또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중간중간에 내가 무서워하는 큰 새들이 후두둑 날아올라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겨우 2억조 3천만마리 정도여서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잠깐만, 팬티 좀 갈아입고.
ㅋㅋㅋㅋㅋㅠ.ㅠ

 

 

 

오스 캠프로 돌아와 부잣집 롯지네 아가랑 가난한 집 롯지네 할멈(=나)은 함께 어울려 놀았다.
드넓은 잔디 위에서 딩굴딩굴, 여긴 알프스세요?
으아, 마치 요들송이라도 불러야할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요들레이이히히히히~
나는야 24시간 요들만 하는 사나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롯지의 강아찡까지 함께 딩굴며 막 놀다가 강아찡은 하루만에 나랑 친해지더니
이제는 상전 노릇까지 한다.ㅋㅋㅋㅋㅋㅋㅋ
아가랑 놀지 말라고 질투 작렬하며 왈왈 짖고, 빨리 고기 내놓으라고 내손을 막 문다.
ㅋㅋㅋㅋㅋㅋ
시어머니 났네.ㅋㅋㅋ
시집살이도 한 번 안해본 내가 개집살이 하게 생겼네....
내가 트래킹을 온건지 개집살이를 하러 온건지 알쏭달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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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어서야 동동이가 드디어 기지개를 켰다.
그동안 나는 짧은 트래킹을 두 번이나..ㅋㅋㅋㅋㅋㅋㅋ
동동이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한다.
미친놈아!!!!! ㅋㅋㅋㅋㅋㅋㅋ
남들 눈엔 나도 저렇게 보이겠지? ㅋㅋㅋㅋㅋ


 


다시 담푸스로 돌아오는 길에 동동이가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저런 집에 재워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푸스로 다시 돌아오니 선생님이 엄청 반가워하신다.
마침 포카라에서 선생님을 뵈러 온 아름다운 한국 예쁜이 두 명도 합석해서 함께
밤이 늦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예쁜이들을 보며 나는 내친구 망구를 떠올렸다.
두사람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둘이서만 놀고 둘이서만 수다 떨어도 너무너무 재밌으니까.
24시간 붙어 앉아 주둥이만 털어도 재밌어 죽겠다고 한다.ㅋㅋㅋ
나랑 망구도 그랬다.
둘이서 맨날 한 얘기 또 하고 또 해도 또 새롭게 재밌어서 마치 처음 하는 얘기인 양 깔깔깔 웃었다.
나는 네팔 여행을 혼자 떠나오면서 제일 두려웠던건 외로움도 무서움도 아니었다.
그냥 나는 내 친구 망구가 그리웠다.
네팔에서 제일 많이 생각한 사람도 망구였다.


 

 

그날밤도 벽이 허술한 롯지에서 자면서 나는 똥꼬를 최대한 오므리고 잤다.
혹시나 자다가 방구 껴서 그 소리에 옆방의 동동이가 놀랄까봐ㅋㅋㅋㅋㅋㅋㅋㅋ
후훗, 난 역시 철벽 매너녀.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햇살이 쨍쨍한 잔디 위에 아침상이 거하게 차려져 있다.
우리는 다함께 식사를 하고 예쁜이들은 기타를 치며 네팔리들과 놀고
나는 동동이와 동네 산책을 했다.
중간에 경치 좋은 구멍 가게에서 에베레스트 비어 일 병을 사서 마셨는데
역시나 최고의 술안주는 눈앞의 풍경, 크아~ 히말라야 너 좀 짱!!!
지나가던 동네 꼬맹이가 모닝 술꾼들에게 술안주나 하라고 먹던 라면땅을 나눠주길래
너무 귀여워서 단야밧(고맙습니다) 하고 받고, 더 큰 과자로 하나 사줬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서 공사중이던 아저씨들을 만났는데 동동이는 길바닥에 털석 주저앉더니
아저씨들과 락시(네팔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
나에겐 얼렁 뛰어가서 술안주 좀 사오라고.
이보시오!!! 내가 주모요????
근데 나는 또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뛰어간다.
씨부렁 씨부렁 대면서.

 

 


다시 롯지로 돌아와 포카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터덜터덜 내려가다가 택시를 만났는데
포카라까지 2000루피에 콜.
올때는 2500 줬는데, 가격도 더 싸고 네명이라서 그냥 낼름 탔다.
걸어서 내려가고 싶었는데, 왜냐면 나는 이제 조금씩 트래킹에 맛들리고 있었으니까.
트래킹을 왜 하나요? 그게 뭐라고 나의 귀한 육체를 학대하며 산을 타야 하나요? 라는 생각이었는데
몸풀기용으로 가볍게 해보고 나니 어라? 이거 이거 제법 할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써 나의 첫 트래킹은 끝이 났다.
두번째 트래킹은 푼힐 코스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ABC코스다.
ABC라고는 초콜렛밖에 몰랐던 나로써는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21 Comments
디아맨 2015.10.16 15:52  
우연히 삼천포님 여행기가 보이길래 눈을 부비고 다시보니 맞네요
ㅋ 아직 올라올때가 안됏는대...
나름 매너 있으시네요..주무실때^^
삼천포 2015.10.16 16:29  
ㅋㅋㅋㅋㅋㅋ
저도 제가 그렇게 매너가 좋은줄은 몰랐네요.
모든게 다 롯지 덕분이죠, 후훗
디아맨 2015.10.17 09:59  
질문 있어요~~
카오산 사업 하신다는분.. 디디엠 사장님은 뚝뚝하고 동대문 사장님은 건강이 안좋아서
네팔 같은대 안갈것 같은대.. 카오산에 사업 하신다는 영감님은 누구에요? ..
아무래도 궁금해서요 ㅎㅎ
삼천포 2015.10.17 14:07  
태사랑에서 유명(?)한 분은 아니었어요.
그때 잠깐 본 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동동이한테 물어보면 알텐데 지금 트래킹중이라,
연락되면 한 번 물어볼게요.
디아맨 2015.10.17 16:07  
답변 고마워용~ 역시 카오산에 알려지지않은 한국인이 좀 있나보네요!
동동님은 아직도? 트래킹인가요? 1년이 훨씬 지났는대.. 다시 간거면 대단하고 쭈욱 머무른거면 더더욱 대단해요 ㅎㅎ
필리핀 2015.10.16 16:45  
오호! 동동이와의 밀땅... 재밌어요! ^^

근데 여행 가면 참말로 얼굴이 달라지는지...

인증샷 2장(한국 / 네팔) 부탁해요~ ㅎㅎ
삼천포 2015.10.16 19:22  
얼굴이 완전 못생김에서 그냥  못생김으로
달라지는거라 인증샷은 무의미할 듯 해요.
ㅋㅋㅋㅋㅋ
좀 예뻐지면 그때 올릴게요.
필리핀 2015.10.17 11:44  
완전 못생김인지 그냥 못생김인지

아님 안 못생김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함께롱

싸게 싸게 사진 조까 올려줘부쇼잉~

ㅋㅋㅋㅋㅋ
삼천포 2015.10.17 14:09  
독자분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제 얼굴을
봐야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몇 번 보셨잖아요, 제 옛날 여행기에서^^;;
필리핀 2015.10.17 14:23  
워메~ 겁나게 비싸게 구는 구마이라잉~

옛날은 옛날이고 시방 사진을 봐야 허는디유???

ㅋㅋㅋㅋㅋ
삼천포 2015.10.17 14:32  
ㅋㅋㅋㅋㅋ
전라도+충청도분이 오셨네요.

다음편에 올리도록 하죠.그럼
필리핀 2015.10.17 14:36  
헐~ 실시간 답글 쏴부렸네요잉~

거시기... 다음편 내년에 올리는 거 아니지유?

순수한 삼천포님의 진실된 약속을 믿고

오늘부터 목 빼고 기다릴랍니다~

(오메~ 키 겁나 커부리겠네!)

ㅋㅋㅋㅋㅋ
K양 2015.10.16 17:22  
오랜만에 삼천포님 글 보니 반갑네요
삼천포님 글에는 늘 재미와 감동이 합께 있어서 좋아요~~^^
삼천포 2015.10.16 19:24  
히잉, 방가워용^^
잘 지내셨나요?
날씨가 급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자주 봬용^^
외국인투자자 2015.10.16 19:31  
삼천포님~~~~~
혹시나 해서 들어왔더니 서프라~이즈
너무너무 잼나요ㅋㅋ개집살이 ~~ㅎㅎ
강제 트레킹 전문이신 삼천포님 동동이님과의
케미가 거의 망구님 수준이세요완전 쩔어요ㅎ
이거 오랫만에 채찍질 하게되네요
배가아파 죽겠어요 역시 삼천포님은 웃음제조기
삼천포 2015.10.16 19:40  
강아지님이 어찌나 잔소리가 많던지 시엄만줄
알았다니까요ㅋㅋㅋㅋㅋ
동동이 이야기는 지금 10%정도만 쓴거예요.
ㅋㅋㅋ참 매력있게 돌은자죠.ㅋㅋㅋ

제 사주에 강제 트래킹살이 껴있나봐요.ㅋㅋ
뭐 한두번이 아니니ㅋㅋ
이젠 강제트래킹 전문가(으쓱)
orbitz 2015.11.23 18:58  
저 강아지는 쿤하운드같은데요
블랙앤 크림
우리집 강아지도 검은 바탕에 크림 마킹인데
아유 이뻐라
삼천포 2015.11.24 09:32  
저 강아지는 아마도 똥개(?)가 아닐까 싶어요ㅎㅎ
저도 애견인이라 남의 개도 지나가는 개도 다 이뻐요.
다 만져보고 싶고 안아보고 싶고  막 그래요.
세상만사 2015.12.14 15:11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서는 제가 있을 때만 해도 Angel's 로지가 숙소도 괜찮고 또 한국식으로 더덕을 넣은 닭백숙을 끓여 줘서<도착 두시간 전쯤에 전화를 하면 준비해 줌>  유명세를 탔지요.

그나저나 그 곳 작은 집에서 수행하신다는 '석두스님'은 만나 보셨나요?
삼천포 2015.12.16 11:09  
저희가 갔을 때 스님은 마침 태국에 가셨다고 해서 아쉽지만
못만났었구요, 포카라에 돌아와 산촌다람쥐에서 놀고 있는데
웬 스님이 막 껄껄 웃으며 들어오시더니 동동아~하고
부르시길래 보니 그분이셨다는ㅎㅎ
사마노스케 2016.08.04 16:38  
네팔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중 하나에요 부럽...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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