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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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12

삼천포 20 2871

(그집에 가면)
그 소녀와 처음에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서 인사를 하고 말을 트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그렇듯 우리도 아마 오다가다 스치듯 마주치며 
가볍게 웃는 것으로 첫 만남을 시작했을 것이다.
어느날,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포카라의 거리에서 마주친 그녀가  
비도 오는데 우리 김치전에 막걸리나 마시러 갈래요? 하고 살갑게 웃으며 묻는다.
나는 그때 막 아침을 먹고 쏟아지는 비를 뚫고 모닝 커피를 마시러 가는 중이었는데 
막걸리라는 말을 듣는 순간 커피 따위는 개나 줘버렷ㅋㅋㅋ
쓰기만하고 시커먼 커피 나부랭이 따위는 하얗고 달콤하고 아름다운 막걸리느님에 비할바가 아니지, 
게다가 이렇게 운치있게 가랑비까지 가랑가랑 내려주시니 
허허, 소녀여~ 그대는 비록 어리나 진정 풍류를 아는 멋쟁이!!! 내 친구로 부족함이 없구료 ㅋㅋㅋ
소녀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제일 유명한 한국 맛집 "소비따네" 였다. 
나는 굳이 맛집이나 유명한 집을 찾아다니는 스탈이 아니라서 
이름만 들어봤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몰랐었는데 
알고 보니 내 숙소에서 십미터 남짓.ㅋㅋ엄청 가까운 곳이었다.
그곳은 한국 음식을 잘만드는 네팔리 부부가 하는 허름하고 좀 초라한 곳이었는데 
워낙 저렴한 가격에 맛도 뛰어나서 언제나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길다란 의자에 나란히 앉는 방식이라 혼자 가도 다함께 밥을 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분위기여서
딱히 니팀 내팀 없이 함께 어울려 대화하고 술 마시고 노래도 부르는 자유로운 그런 곳이었다.
소녀와 나는 김치전을 시키고 창(네팔 막걸리)을 마셨다. 
창은 막걸리와 거의 똑같은 맛이었다.
어찌나 달짝지근하고 감칠맛이 나던지 나는 갓걸리!!! 를 찬양하며 쭉쭉 들이부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김치전이 맛있게 부쳐지는 소리는 빗소리만큼이나 듣기가 좋았다.
창을 한 병 비우고 또 한 병을 더 시켰다.
소녀는 예쁜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헤실헤실 웃어댔다. 
언니, 저는 스물다섯이 되도록 여태 모쏠이예요. 
저 참 한심하죠? 하고 묻는 소녀가 귀엽다.
연애 못하는 어린 소녀는 귀엽기라도 하지
연애 못하는 전혀 귀엽지 않은 늙은 소녀도 있단다, 얘야.ㅋㅋㅋㅋㅋ
우리는 김치전에 창 두병을 비우고 계란말이를 시킨다. 
나는 술꾼이라 내 주량을 소녀가 버거워할까봐 걱정했는데 호오~ 이 소녀, 만만찮은 주당이다.
주저주저하다가 일병 더 마실까? 하고 물어보려는데 소녀가 먼저 
언니, 우리 일병 더 마셔요!! 비가 내리니까 창이 더 맛있어요! 하면서 한 병 더를 외친다. 
우리는 술안주로 모모와 꽁치 김치찌개와 닭도리탕을 더 시킨다. 역시나 소녀 만만찮은 대식가다. 
나만큼이나 많이 먹는 여자 사람은 거의 본적이 없는데, 
역시나 세상은 넓고 푸드 파이터는 많다.ㅋㅋㅋ
그리고 또 한명의 대식견(?) 럭키가 슬금슬금 다가와 내 발밑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우리 숙소에서 키우는 개 럭키는 늠름하게 잘생긴 외모에 어울리는 고급진 입맛의 미식견이라 
김치전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란말이와 닭고기만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모모를 줘도 야채 모모는 발로 밀어버리고 고기 모모만 날름날름 받아먹는다. 
럭키 너 이 쓰애끼~ 일관되게 육고기만 애정하는구나ㅋㅋㅋ
우리 안주를 다 뺏어먹는 얌체같은 럭키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워, 
소녀도 나도 집에 두고온 눈에 밟히는 강아찡 생각이 나서 럭키를 와락 끌어안고 
물고 빨고 쭈압쭈압 애정 구걸 행각.ㅋㅋㅋ
차도견 럭키찡은 그런 우리가 귀찮은지 앞발을 들어 훠이훠이 견제한다.
흥쳇핏!!! 선빵 날려 공격하고 싶다.
내 입술로 선빵.ㅋㅋㅋㅋㅋㅋㅋ
네병을 마시고 적당히 취한 우리가 그날 하루종일 무슨 얘기를 하느라 
그렇게 술이 달게 느껴졌으며 많이 웃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기억나는 거라곤 소녀의 신세 타령뿐ㅋㅋㅋ
언니, 저는 이렇게 모쏠로 쭉 우중충하게  살다가
 나중에 나이 먹고 늙어서도 여전히 혼자일까봐 무서워요. 저 어떡하죠? 라고 한다.
닥쳐!!! 그건 내얘기니까 ㅡ,.ㅡ;;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여쁜 소녀야, 걱정 말아라.
내 장담하건데 너는 앞으로  멋진 연애를 할 기회가 얼마든지 많이 있을것이니^^


아침부터 시작된 그날의 막걸리 파티는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그날 우리는 막걸리 8병을 마시고  일곱개의 안주를 시켜 먹었다. 
우리의  합석남 럭키는 깡생수에 안주빨만 쩔어, 쩔어 ㅋㅋㅋ계란말이를 두개나 시켜먹었음ㅋㅋㅋ 
그런 민폐남 주제에 안주가 다 떨어지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휙~ 떠나버림ㅠ.ㅠ
매정한 차도견ㅠ.ㅠ 뀨뀨 ㅠ.ㅠ
 

막걸리 한 병에 천원, 김치전, 계란말이, 모모 천원, 꽁치찌개 이천오백원, 
닭도리탕 삼천오백원이었으니 
그렇게 거하게 하루종일 먹었어도 참 저렴하죠 잉? ^^
소녀는 결국 조금(으응?) 취했고 나는 그런 그녀가 걱정이 돼서 
으슥한 골목길에 위치한 그녀의 숙소까지 바래다줬다. 
그녀를 무사히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엔 혼자라 무서워서 막 후다닥 뛰어서 오다가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는 럭키와 마주쳤다. 
럭키야, 누나 마중나온 거니? 하고 물어보니 마치 응.이라고 대답이라도 하는 듯이 내게로 뛰어오는 럭키. 
으앙~ 나 기여워 쥬금 ㅠ.ㅠ럭키는 더럽.
The  love♡
 

어둡고 무서운 골목길을 럭키와 함께 걸어가니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요, 후훗~
그런데 잘생긴 럭키는 나의 듬직한 보디가드♡.♡
는 개뿔...ㅡ.,ㅡ;;
함께 걸은지 일분도 채 안되어 럭키는 고깃덩이로 유혹하는 식당의 한 손님을 향하여 
꼬리를 세차게 흔들어대며 달려가버렸다. 
길가에 홀로 버려진 나는 안중에도 없이 ㅋㅋㅋㅋ
흥!!!
지조도 없는 이 아름다운 개색희야 ㅋㅋㅋ
럭키 너는 그닥.

다그닥.jpg

 

내가 묵었던 숙소에는 투숙객이 없었다.
일이층 통틀어서 투숙객이라고는 달랑 나 하나.ㅋㅋ
난 게스트 하우스 그까이거 통 크게 전부 다 전세 내서 쓰는 럭셔리녀? 히힛.
처음 며칠간은 불꺼진 방들과 복도가 무섭고 으스스해서 
마치 폐가 공포 체험 하는 것처럼 겁이 났었는데
그것도 익숙해지니 나중엔 점점 편하게 적응되었다.
이층 내방 바로 앞에 있는 넓은 테라스도 나혼자 사용하고 조용해서 
빨래를 널어놓고 햇살 좋은 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하는게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언제나처럼 아침 햇살이 뜨겁던 어느날, 
으뜨거따시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일찍 일어나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하고 테라스 난간에 걸쳐놓은 뒤 
꾸덕꾸덕 말라가는 빨랫감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부르고 있었다.
포카라에서 내가 특히 즐겨들었던 노래는 영화 킬빌에 나온 Goodnight Moon이었는데
이노래에 꽂혀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곤 했었다.
그날도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따라부르다 나도 모르게 그만 씐나서 ㅋㅋㅋㅋ삘 받은 김에
어차피 아무도 없겠다, 나혼자 독채 쓰는 럭셔리한 녀자니까
큰소리로 노래를 막 따라부르며 온갖 기교를 다 넣어ㅋㅋㅋㅋ나 음치임 ㅋㅋㅋ노래 드럽게 못함, 사실 ㅋㅋ
마치 복면가왕에 나온 가수인냥, 목에 핏대 세워 가며 콧소리 작렬해가며 
삑사리가 나든말든 돌고래 소리로 고음을 쫙쫙 올리고 있는데,
(한마디로 정성스럽게 똥을 싸고 있었다는 얘기임.ㅋㅋㅋㅋ명곡 다 망치면서)
갑자기 내 옆방 문이 빼꼼 열리더니 곱슬곱슬한 금발머리의 청년이 고개를 쑥 내민다.
흐익~ㅡ,.ㅡ;;;;
캐당황한 내가 절정으로 치닫던 노래를 멈추고 뜨악한 체로 마네킹이 되어 굳어있는데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벅벅 긁으며 씨익 웃는 청년.
나 나가도 돼? 하고 물어본다.
으..응....물론이지.... 하고 대답하면서도 
저..저놈이 혹시 내 노래를 들었나...싶어 쪽팔려 죽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이 덜 깨어 부은 얼굴로 나온 청년은 새벽에 도착했다며 루마니아에서 온 사가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드디어 우리 숙소에도 나말고 다른 투숙객이 생겼네.ㅋㅋ
통성명을 하고 같이 밥 먹으러 갈래? 하고 묻길래 
너 한국 음식 먹어볼래? 하고 제안하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좋아. 하고 대답한다.
세수만 하고 올테니 기다려. 하면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사가의 등뒤에 대고
너 혹시...좀전에 ...내 노래 소리 들었니? 하고 조심스레 물어보니
사가는 뒤돌아보며 실실 쪼개더니
I have ears.라고 짧고 굵게 돌직구를 날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앙~ 나 망신 망신 개망신스러워 죽음.ㅋㅋㅋㅋㅋ
먼훗날 나 관뚜껑 닫을때도 관짝 발로 찰듯, 쪽팔려서ㅋㅋㅋ
잠시후 씻고 나온 사가는 나와 함께 소비따네에 가는 그 짧은 시간에도
계속 실실 쪼개면서
I have good ears..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 그만 좀 닥쳐!!!!!!!!!
너의 강냉이를 털어 고인돌 세우기 전에.
 
 
사가를 소비따네에 데리고 간 이유는 한국 음식을 먹여주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소비따네에 매일 오다시피하는 루마니아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고 싶기도 해서였다.
소비따네에 오는 손님들은 60% 정도가 한국인이었고 
나머지는 네팔리들과 일본인이나 서양인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루마니아에서 온 포카라 장기 체류자 두명은 나보다 더 자주 소비따네에 들락거렸는데
그들이 시키는 메뉴는 늘 똑같았다.
창 한 병..ㅋㅋㅋㅋㅋ
안주는 기본으로 나오는 깍두기 한접시.
유럽애들이 것도 등치도 우람한 동유럽 남자들이 막걸리를 마시는것도 낯설었지만 
서툰 젓가락질로 콩알만한 깍두기를 집어 먹는것도 참 웃기면서도 신기했다. 
그들은 한명은 의사라고 했고 한명은 작가라고 했다. 
작가라고 한 사람은 자기는 투잡족이라며 작가이자 해비 드렁커라고 했다.ㅋㅋㅋ
올~ 나랑 똑같네 ㅋㅋ나도 투잡족. 헤헤..여행자이자 해비 드렁커^^;;
그들은 가난한 장기 체류자였는지 창도 한 병 이상 시키는 법이 없었다. 
창 한병과 깍두기 한접시에 늘 기타를 치면서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언제나 선창은 그들이었고 나중엔 다함께 어깨동무하고 때창으로 마무리^^;; 
정 많고 술인심 후한 한국인들은 그들과 늘 함께 창과 안주를 나눠 먹었고 
그들의 손을 거쳐간 기타는 다시 한국인의 손으로 넘어와 김광석의 노래를 함께 부르게 했고, 
잠시후 다시 네팔리의 손으로 넘어간 기타는 레썸삐리리를 연주하며 흥겨운 어깨춤을 추게 했고 
창에 취한 젊은 남자들은 뜬금없이 목이 터져라 오필승코리아를 부르면서 으쌰으쌰 해댔다.ㅋㅋㅋ
한마디로 개판ㅋㅋㅋ즐거운 난장판ㅋㅋㅋ


맥간에서 살때 나의 친구중의 한명도 루마니아 사람이었다. 
매너있고, 똑똑하고, 선했던 그 친구덕에 루마니아라는 나라를 좋아하게 된 나는 
작년 유럽 여행 코스 짤때도 나혼자 막 밀어붙여서 루마니아도 추가했는데 결국 난 아파서 못가고. ㅠ.ㅠ
루마니아라는 나라에 관심 1g도 없던 내 친구랑 동생만 억지로 갔음ㅋㅋㅋ
너무 별로였다고, 실망스런 여행지였다는 후일담이ㅋㅋㅋ
그래도 난 여전히 루마니아라는 나라가 궁금하다. 언젠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G군을 처음 만난 것도 소비따네에서였다.
포카라에 막 도착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걸리를 마시러 가자는 
한국 여행자의 꼬임에 빠져 소비따네에 끌려온 G군은 처음 날 봤을 때 깜짝 놀랐다고..ㅋㅋㅋ
난 사실 입 다물고 있으면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라^^;;ㅋㅋㅋㅋㅋ
부농부농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스러워 보이는 사람이 
다 쓰러져가는 초라한 술집에 쪼그리고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며 김치를 집어먹고 있던 모습이 
너무너무 안어울리면서도 이상하고 불쌍해보였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를 엄청 사연 많고 기구한 사람인 줄 알고 은근 경계하고 있었는데
내가 닭도리탕을 시켜줘서 먹다보니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경계가 풀렸다고ㅋㅋㅋ
게다가 알고보니 나는 그냥 아무 사연 없이 단순발랄한 술꾼에 불과했다고.ㅋㅋㅋㅋ
참 고오맙다, 이 쓰애끼야.ㅡ,.ㅡ ㅋㅋㅋㅋㅋ
 
 
트래킹을 끝내고 막 포카라에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가고싶었던 소비따네로 기어갔다.
먹고싶었던 꽁치 김치찌개를 시키고 창도 한 병 시켜 마시고 있는데 

요란한 천둥 번개 소리와 함께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고 우박이 우두두두 떨어져내린다.
양철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는 경쾌하고 골목길에 떨어져 내리는 우박은 구슬처럼 통통 튄다.
오늘도 루마니아 남자들은 기타를 치며 콜드 플레이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고, 

구석 테이블에서는 네팔리들이 모여 닭백숙을 먹고 있다. 

엄청 큰 냄비에 푹 고아서 나온 백숙은 냄새마저도 고소하고 먹음직스럽다. 

인심 좋은 그들이 루마니아인들과 내게도 한대접씩 푹푹 퍼서 먹어보라고 건네준다.
나는 감사히 받아서 얌얌 맛있게 먹다가 

나를 찾아 소비따네에 온 트래킹에서 만난 소녀들과 반갑게 재회한다.
산에서 만난 아름다운 그녀들은 나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 포카라 온동네를 다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 

뭔가 병신 같지만 자꾸만 생각나는 언니의 마력에 빠져, 빠져ㅋㅋㅋ

드레스 입은 포카라의 미친년을 찾아 온동네 술집을 다 쑤시고 다니다가 

얼핏 들었던 소비따네가 생각이 나서 와봤다고ㅋㅋㅋ비 오는날 나, 머리에 꽃도 꽂았던 건 비밀ㅋㅋ
그날밤, 우박이 미친듯이 쏟아지던 날 밤.
소비따네 골목길에 누워 우박과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정체 모를 춤을 추던 동동이(내 친구.ㅋㅋ)는 

비에 흠뻑 젖어도 마냥 즐거운지 춤을 추다 말고 우박을 주워 와서 

마치 마술쇼를 하듯이 하나하나 꺼내보이며 손님들의 술잔에 퐁당퐁당 떨어트린다.
그리고 우리들은 전부 우박이 담긴 술잔을 들어 다함께 치얼스를 외치고 원샷.
세계 일주중인 어린 커플은 그들의 밥벌이라는 바이올린을 꺼내 

비오는날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연주하고 그 구슬픈 소리에 맞춰 루마니아 남자의기타 선율이 더해진다.
동동이의 춤사위는 점점 더 격렬해지고
동동이를 때리는 빗줄기도 점점 더 세지고
사랑밖엔 난 몰라를 흥얼거리며 한 병 더를 외치시는 할아버지 여행자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한 병 더!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기타는 파도타기를 하듯이 이사람 저사람에게로 넘어다닌다.
영어 가사를 잘 몰라도 그저 다함께 부르는 노래가 좋아서 허밍하듯 따라 부르다보니 

나는 어느샌가 내 옆자리에 앉은 모르는 여인의 손을 잡고 흔들며 합창을 하고 있다.
부끄러워서 손을 놓고 쑥스럽게 웃었더니 여인도 나를 보고 웃는다.
아, 좋다...
순간이지만 친근한 이 느낌.
친구가 된다는 건 참 쉬운 일이다.
적어도 소비따네에서는.....

 

 

 

 

 

 

* 기다리셨던 분은 없겠지만, 늦어서 죄송요^^;; 좀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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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필리핀 2015.08.17 00:53  
아... 그렇잖아도 삼천포님 여행기가 뜸해서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ㅠㅠ

비록 여행기는 모가지 빼고 기다리는 몸이지만...

옥체 보존이 먼저랍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ㅠㅠㅠ

근데, 루마냐... 한때 코마네치에 홀딱 반해서

이민 갈뻔 했다는... 근데, 중딩이라서 퇴짜 맞았다는... ㅠㅠㅠㅠ
삼천포 2015.08.17 12:19  
날씨가 너무 더워서 컨디션이 잠시 메롱메롱 했었어요.
ㅠ.ㅠ

코마네치 저도 기억나요. 엄청 예뻤었던 요정.
중딩때 이민을 결심하셨을 정도면
굉장히 성숙한 중딩이셨네요ㅋㅋㅋ
snsqncj 2015.08.17 12:45  
아름다운 좋은 기억들을 많에 가지고 계시네요.
늘 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은 저또한 행복해집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늘 평안하시길....
삼천포 2015.08.17 12:59  
안녕하신지요^^
지금은 어디를 여행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아니면 귀국하셨으려나?
날씨도 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안전하시기를
바랍니다^^
snsqncj 2015.08.17 18:46  
지금은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다음달 초에는 다시 베트남에 갈려고 합니다.
이번에 가면 베트남은 거의 다 돌아보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캄보디아로...다시 라오스.
비자 문제가 있기도 하고...한 나라에 너무 오래 머물고 싶지도 않고 해서 이나라 저나라 옮겨 다니며 놀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가 좀 더 살기 좋은지 열심히 알아보고 있답니다.
올해 말까지 열심히 돌아다니려 합니다. ^^
삼천포 2015.08.17 19:34  
아이고~
세상에서 젤 부럽습니다. ㅠ.ㅠ
저는 맨날 방구석에서 여행 계획만
수십번 짰다가 변경했다가ㅎㅎ
계획만으로 이미 세계일주^^;;

얼렁 떠나고싶네요, 저도.
출발은 무조건 베트남부터 일단! ㅎㅎ
디아맨 2015.08.17 22:05  
재밋게 읽엇어요^^
삼천포 2015.08.18 00:34  
네, 감사합니다^^
유랭 2015.09.12 01:46  
재밌게 읽었어요~ ㅋㅋ 옛날에 인도에 있을때가 생각나ㄴㅔ요ㅠㅠ
삼천포 2015.09.12 18:15  
감사합니다^^ 저도 옛날의 인도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네요, 그리워서 ㅠ.ㅠ
외국인투자자 2015.10.12 19:09  
아~~~~~소비따네 추억 돋네요ㅠㅠ
순간이동으로 펄쩍 뛰어 김치꽁치찌게에 창마시면서
밤새도록 놀고싶은 마음입니다 ㅠㅠ
삼천포 2015.10.13 11:32  
우리 다음에 소비따네에서 꽁치찌개에
창 일잔 들어 함께 건배해요!
포카라 선배님^^
외국인투자자 2015.10.13 22:54  
삼천포님!! 인도여행기든 네팔여행기든
완전 다좋으니까 제발
여행기좀 새로 올려주세요~
읽고또읽었더니
다 외울 경입니다ㅜㅜ
삼천포 2015.10.14 16:05  
지금 올렸어요.ㅋㅋ
님 덕분에 분발했네요.
게을러 터지기 직전에, 고오맙습니다.^^
산행열차 2015.11.01 10:21  
포카라식당에 이리싸고 좋은곳이있네요 ㅎㅎ 오십이넘은 사람도 자주오나요
삼천포 2015.11.01 10:34  
네.
 소비따네는 연령제한이 없어요.ㅎㅎ
나이.성별 불문 모두가 친구가 되는 천국같은 곳이랍니다.
게다가 음식도 맛있고 저렴하고 편안하고,
저도 이곳에서 할아버지 친구들도 여러분 사겼어요.ㅎㅎ

소비따네 골목에 싸고 좋은 숙소 많으니 그골목에
자리 잡으시면 식사하러 다니기도 편하실거예요.
저도 그 골목에 묵었답니다.^^
산행열차 2015.11.01 11:17  
삼천포님 답변감사요 소비따네거리에서 숙소나 식당이름 구체적으러
저렴한곳을 알려주심이
삼천포 2015.11.01 11:24  
제가 쪽지로 보내드릴게요.
세상만사 2015.12.14 14:58  
소비따네는 이야기만 들었지 한번도 가보질 못했네요.

포카라에는 네번인가 갔었는데, 다 짦게만 머물렀었고 또 항상 동행이 있어(한번은 집사람과 작은아들이, 두번째는 ABC+푼힐 트레킹하느라 공항만 들렀었고<포카라-카트만두를 비행기로 왕복> 세번째는 카트만두에 살던 한인들과  함께, 그리고 마지막은 집사람과 큰 아들> 괜찮은 숙소-평판이 좋은 식당을 이용해야 했답니다. 최소 일주일 정도는 그냥 묵었더라면 소비따네의 창맛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삼천포 2015.12.16 11:11  
소비따네의 창 맛은 아주 싼티나고 달짝지근합니다.
ㅎㅎ
담푸스에서 마셨던 창에 비하면 거의 불량식품 맛이죠.
그래도 그맛에 그재미에 중독당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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