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11
(식겁한 이야기5)
나는 심각하게 게으른 나무늘보 할멈이라 한 번 정한 숙소는 웬만해선 옮기지 않는 편인데,
포카라에선 본의아니게 숙소를 참 많이도 옮겨다녔다.
첫 숙소는 한밤중의 괴한 침입 사건으로 충격받아 다음날 바로 짐을 쌌고,
두번째 숙소는 트래킹 가느라 방을 뺐고,
세번째 숙소는 지금부터 시작하려는 식겁한 이야기의 배경이 된 장소다.
숙소는 처음 봤을 땐 대만족이었다.
방도 넓고 깔끔하고 채광도 좋고 조용하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심지어 주인의 인상까지 온화하고 푸근해서 나는 모든게 다 만족스러웠다.
800루피의 방값도 내게만 500루피로 파격적으로 깎아주며 다른 여행자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비밀이라고 했다. 이러니 내가 바나나 안바나나? ㅋㅋㅋ
나중에 한국 여행자들에게 말하니 한남자가 자기는 그 숙소 5년째 가는 단골인데
한 번도 깎아준 적 없다고 치사하네, 사람 차별하나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치만 나는 내가 행운아라고 생각하며 좋아만했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냥 흘려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숙소에서 만족스럽게 잘 지냈는데,
주인과 종업원이 엄청 친절하고 상냥해서 마치 내집처럼 편안한 기분이었다.
주인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숙소를 운영중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 운영했던 숙소라서 자기도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 된다고.
그리고 지금도 아버지가 감시 차원에서 종종 암행을 나오신다고,
그래서 친구들하고 놀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은데 숙소를 운영하느라
놀 시간이 없다고 아쉽다고 했다.
나는 안됐다고 위로해주면서 네 몫까지 내가 다 놀고 마실테니
걱정 말라고 메롱메롱 했다가ㅋㅋㅋ혼나쪄 ㅡ.ㅡ""
쳇, 농담도 안통하는 이 드런놈의 세상 ㅠ.ㅠ
세상 온갖 시름을 다 짊어진 듯 찌그러진 대추같은 얼굴로 푸념하길래
암요, 중년의 삶은 참 고단하지요 하고 속으로 동의했는데,
얘기를 하다보니 글쎄 24살이란다. 으아~
액면가는 44살처럼 보이는 찌그러진 대추같은 중년남이 알고보니 꽃청춘이었네,
헐~ 그 대추는 아무래도 불량 중국산인듯 ㅋㅋㅋ
그런 얘기들을 하다가 나는 술 마시고 놀다 올테니 수고염~ 하고
살짝 염장을 지르고 나오려는데 대추(=주인ㅋ)가 자기 전번을 알려 준다.
밤 10시면 현관 대문 잠근다고 벨 눌러도 멀어서 잘 안들리니까
자기한테 전화하면 바로 문 열어주겠다고.
나는 그말을 듣고 설마 대추 너한테 전화할 일이 있겠니? 했는데, 엉? 매일밤 전화잼ㅋㅋㅋㅋㅋ
맨날 열시 일분, 열시 십분, 열이 십오분에 들어와 대추한테 전화하다
하루는 전화하기 미안하고 또 민망해서 몰래 대문 넘다가,
다행히 대문은 잘 넘었는데 무사히 착지하고 보니 뒤가 엄청 휑하고 시원해 ㅋㅋㅋ
머지? 이 쿨한 휠링은? 하고 뒤를 돌아보니 내 치마 끝자락이 대문에 걸려 있어 ㅋㅋㅋㅋㅋㅋ
어쩐지 바람이 뼛속까지 스미는 시원함이더라니ㅋㅋㅋ
ㅋㅋㅋ다행히 한밤중이라 아무도 못봤엉ㅋㅋ
곰돌이 무늬 빤쓰 만천하에 공개될 뻔ㅋㅋㅋ천만다행ㅋㅋ
누군가 봤다면 안구 테러 당했을 듯 ㅋㅋㅋ
나랑 친하게 지냈던 동생도 맨날 늦게 들어오다 미안해서 한밤중에 이집 대문 넘다가
넘어져서 코 깨지고 이빨 다 나갈 뻔 했다고ㅋㅋ
다행히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에 얼굴을 살짝 틀어서 가벼운 타박상 정도로만 그쳤는데,
나는 월담하다 치마 뒤집어졌던 사건은 까맣게 잊은 체
왜 그랬냐고, 왜 위험한 짓을 했냐고 동생을 막 엄하게 혼냈음ㅋㅋㅋ
꼴에 누나 위엄 쩌네염ㅋㅋㅋ이런걸 두고 꼴값 떤다고 하죠ㅋㅋ
그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어느날 대추가 내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내 삶이 힘들고 지루하고 외롭고 어쩌고 저쩌고 나불나불~ 하면서.
우와~역시 후계자 수업 받는 부자답게 데이터 걱정 없이 문자도 길게 보내는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그냥 씹어버렸다.ㅋㅋㅋ
근데 문자를 씹어도 문자는 계속 왔다.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살아왔으며 블라블라~ 아니 지금 자서전 쓰세염?? 안물안궁 ㅡ.ㅡ"""
나는 로비로 내려가 대추에게 왜 자꾸 문자를 보내냐고 귀찮다고 했다.
그러자 대추는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너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그런건데 싫다면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보내지 말라고 단호박 돋게 단호하게 말하고 다시 올라왔다.
그런데 그날밤 또 문자가 왔다 ㅡㅡ""
이번에는 작정이라도 한 듯 완전히 노골적인 내용이었다. 19금으로.
한밤중에 자다가 진동이 울려 무심코 봤는데
징그럽고 소름 끼쳐 머리칼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일방적인 구애(=껄떡거림)를 당할 때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넘어서는 불쾌감이 확 밀려왔다.
마치 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난 듯한 기분? 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자다 일어난 모습 그대로 로비로 내려갔다.
너무너무 화가 나서 계단을 막 뛰어내려갔는데 내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아래층에서 누군가 후다닥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다.
내려가서 대추와 종업원이 함께 쓰는 방문을 쾅쾅쾅 두드렸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종업원이 나왔다.
대추 어딨냐고 나오라고 막 소리 질렀더니 지금 여기 없다고 한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지금 로비에 있지 않았냐고 하니
진짜로 없다고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린다ㅡㅡ""
에고~ 그래 니가 뭔죄냐 ㅡ.ㅡ;;
나는 종업원에게 내가 받은 문자를 보여줬다.
그리고는 비겁하게 지금 방 안 어딘가에 숨어서 내 얘기를 다 듣고 있을 대추에게
더 잘들리라고 더 큰소리로 말했다.
너 가만 안둘거라고, 니가 보낸 문자 다 공개할거라고,
그리고 니아빠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거라고,
여기는 투숙객한테 주인이 이런 더러운 문자 보내는 숙소냐고 물어보고 따질거라고 막 소리질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아침이 채 밝기도 전에 짐을 싸서 떠날 준비를 하고 내려오니
대추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태연하게 앉아서 능글맞게 웃고 있다. 헐~
처웃지마라..옥수수 털고 싶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내심 찔리고 걱정됐는지 나에게 왜 떠나냐고
자기네 숙소가 맘에 안드냐고 물어본다.
닥쳐!!!!!!! 니가 제일 맘에 안들어!!!!!
나는 닥치고 니 아빠 전번이나 내놓으라고 했다.
네팔 여행 사이트에도 문자 내용 올릴 거고 니아빠한테도 전화해서 말할거라고 했더니
(초딩같은 엄마, 아빠 공격 ㅡ,.ㅡ;; 엄마한테 이를거야!!! 아빠한테 이를거야!!!,
그러나 파파보이인 대추에게는 직빵으로 통하는 공격)
사색이 되더니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한다.
너무 외롭고 울적해 감정이 격해져서 실수했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한다.
나는 울상이 되어 싹싹 비는 대추에게 그동안의 숙박비를 던지고 나와버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대추놈은 한국 여자들을 상대로 한 나같은 사건이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동안은 한국 여행자들이 잘 안갔었는데
최근에 좀 잠잠해지고 나서 다시 한국 여행자들이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게 바로 재수없었던 나 ㅋㅋ
(멜로 드라마와 막장 드라마 사이)
맥간에서 살 때 우리의 즐거움 중 하나는 토요일 밤마다 가는 맥간의 클럽 X였다.
평소에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던 그곳은 토요일 밤에만 클럽으로 변신했는데
그것도 매주 하는게 아니라 가끔씩만 여는 거라서 토요일 오후만 되면
클럽 개장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ㅋㅋㅋ
산골 마을 촌년으로 살다 보니 가끔은 유흥과 향락이 그리워ㅋㅋ
제주도에서 콩밭 매다가 서울 가고싶다고,
클럽 가고 싶다고 울부짖었던 이효리의 심정 같았다고나 할까ㅋㅋㅋ
그때 우리는 친하게 지냈던 연두라는 친구가 있었다.
연두는 티벳 레스토랑 사장이었는데, 맥간 최고의 오지라퍼이자, 최고의 주둥아리이자,
최고의 술주정뱅이이자, 최고의 개차반이었다.ㅋㅋㅋㅋㅋ연두는 나예요?ㅋㅋㅋㅋㅋ
쓰고 보니 내 얘기^^;;; ㅋㅋㅋ
그는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였고, 언제나 늘 바쁘게 돌아다니면서도
동네방네 참견이란 참견은 다 하고 다니는 맥간의 반장 아줌마 같은 존재였다.
어찌나 수다스럽고 말이 많던지
그의 입이 다물어져 있는 순간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ㅋㅋㅋ
망구와 나도 그와 함께 있을때면 그 아줌마 포스에 밀려
닥치고 고개만 끄덕이며 방청객 모드가 될 정도였으니ㅋㅋ
어느날 연두가 내게 다람살라에 볼일이 있는데 같이 갈래? 하길래
거절을 모르는 사나이, 나는 또 헤헤 하고 따라나섰다.
그리고는 다람살라에 도착해 어떤 집으로 갔는데, 헐~마당부터 범상치 않아.
넓고 예쁘게 잘 가꿔진 마당을 지나 외관에서부터 부티가 좔좔 흐르는 집안으로 들어가니
엄청 넓은 거실에 부내가 진동을 하는 고급 가죽 소파가 번쩍번쩍. 띠용~
맥간에선 맨날 방 한칸에서 휴대용 버너에 밥 해먹는 친구들 집에만 놀러다니다가
오랜만에 부르주아의 냄새를 맡으니 정신이 아득해지려 하는데ㅋㅋㅋ
방에서 터번을 두른 덩치가 산만한 인디안이 나오더니 연두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두사람은 사업 얘기를 한다며 한참을 심각하게 속닥속닥 하길래
심심해진 나는 테라스에 나가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한참후 터번남이 나오더니 함께 식사하자고 해서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다보니
덩치가 엄청 커서 좀 무서웠던 인상과는 달리 굉장히 젠틀하고 유머러스하다.
내이름은 로스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 하길래 그래 하고 말하고 악수를 했다.
그리고 맥간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연두의 오토바이 뒤에 타는데
어후, 곰만한 덩치로 막 쫓아나오면서 꼭 다시 만나자고 한다. 쫌 무섭.ㅋㅋ
하마터면 벌꿀통 던지고 도망칠 뻔..ㅋㅋㅋㅋ
알았어, 알았다고 하고 대충 대답하고 돌아오는데
연두가 막 낄낄 웃는다.왜 웃어? 하고 물어보니
로스는 부자니까 로스한테 시집 가면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살거라고 실없는 농담을 한다.ㅋㅋㅋ
헤헤, 그럼 나 인도 부잣집 싸모님 되는거얌?ㅋㅋㅋ하고
우리 둘은 막 김칫국 한사발 드링킹 하며 웃었다.
그리고 그날밤 망구와 나, 깡촌 촌년들은 오랜만에 찐따같은 방한용 패딩을 벗고
아껴 뒀던 멋내기용 빨간 코트를 꺼내 입고 가죽 롱부츠를 신고ㅋㅋㅋ
한껏 개멋을 부린 체로 일주일동안 애타게 기다려온 X클럽으로 밤나들이를 갔다.
현란한 조명이 번쩍번쩍 하는 클럽으로 들어가니
초저녁부터 이미 춤판이 벌어져 난리가 났음ㅋㅋ
일주일 내내 오늘만 기다려왔던 온동네 개날라리들이 다 모여서
신명나게 온몸을 던져 화끈한 댄스 타임이 이어지고 있는데,
덩달아 신나서 클럽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댄싱 머신으로 변신한 망구씨ㅋㅋㅋ
망구는 흥이 넘치는 사람이라 길을 걷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길거리에서도 막 춤 추는 사람임 ㅋㅋㅋ
망구는 연두와 함께 일주일간 묵혀 뒀던 댄스의 한을 풀고 있고 ㅋㅋㅋ
나는 X에서 제일 맛있는 모모를 시켜서 맥주와 함께 챱챱.
모모를 다 먹고 엄청 맛있어서 또 시키려고 하는데, 아직 주문도 안 한 모모가 나온다.
왜때문이지? 하고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사장님의 서비스라고 한다.
오잉? 의아해서 머야? 하고 보니 흐헤헤헤 웃으며 주방에서 걸어나오는 로스.ㅋㅋㅋ
순간 흑곰 한마리가 걸어나오는 줄 ㅋㅋ알고보니 그는 X의 오너였다.
뭐야, 왜 말 안했어? 하고 물어보니
서프라이즈~하고 웃으며 왕자님 같은 포즈로 한쪽 무릎을 구부린 체
휴지로 접은 장미꽃 한송이를 내게 내미는데,
그대는 여.심.저.격.수??????? ㅋㅋㅋㅋㅋ
이건 뭐 신분을 숨기고 가난한 깡촌녀에게 접근하는 재벌 3세 코스프레?ㅋㅋㅋㅋ
으아~~!! 내손발 오그리 토그리ㅋㅋㅋ하지마, 하지마, 이런거 제발 하지마~~
나 지금 닭살 돋아 치킨이 되어 날아갈 것 같단 말이야.ㅡ.ㅡ"" ㅋㅋㅋ
내가 온몸에 돋은 닭살을 벅벅 긁어대든 말든
로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마음껏 다 먹으라고 해서
난 원래 남의 빈말도 곧이 곧대로 듣는 고지식한 사람이라 ㅋㅋㅋ
진짜로 먹고싶은거 다 시켜먹었음ㅋㅋㅋ
모모에 칠리 치킨에 치킨 커리에 킹 피셔 비어까지ㅋㅋㅋ
나중엔 배가 너무 불러서 춤도 못췄음ㅋㅋㅋ
연두와 로스는 번갈아가며 직접 디제잉도 하고.
로스는 짱짱 멋진 척 하며 셔츠의 깃을 세우고 디제잉을 하면서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사랑의 총알을 빵야빵야.ㅋㅋㅋ
으아악~~그러지마!! 반사!!반사!! 나는 마취총을 빵야빵야ㅋㅋㅋ
망구는 그날밤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묵은 댄스의 한을 다 풀고
나중엔 기진맥진해 처쓰러졌다.ㅋㅋㅋ
나는 배가 넘 불러서 배가 찢어질 듯 아파서 처쓰러지고ㅋㅋㅋ
로스는 엄청 거대하고 무섭게 보였던 첫인상과는 달리
진짜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성격이라
함께 있으면 덩달아 즐거워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후로 우리는 X에서 종종 함께 모여 로스가 직접 만들어주는 커리도 먹고
스테이크도 먹고 음악도 듣고 얘기도 하면서 재밌게 놀았다.
요리 솜씨가 좋은 로스가 해주는 음식은 전부 다 엄청 맛있었다.
게다가 뭐든지 맛있게 다 먹어치우는 나와 연두 덕분에 요리하는게 즐겁다며 좋아했다.
한동안은 로스가 또다시 닭살 돋는 이벤트를 하거나
뜬금 없는 고백을 할까봐 부담스럽고 긴장됐는데
첫날과는 달리 나에게 특별히 껄떡댄다거나 들이대는 일 없이
언제나 항상 매너 있고, 점잖게 행동하는 흑곰같은 친구라
함께 만나도 별로 부담 없이 점점 편안해졌다.
우리의 개그 담당은 맥간 최고의 주둥아리 연두였고
다함께 모이면 깨알 몸개그의 향연이 벌어지곤 했다.
연두도, 망구도, 나도 서로 남들보다 더 웃기고 싶어하는 개그 욕심 쩌는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뭉쳤다하면 한국어와 영어와 티벳어와 인도어가 마구 뒤섞인
개드립을 경쟁적으로 남발해댔고, 그러면서도 상대방이 뭔가 빵 터지는 웃긴 얘기를 해도
라이벌 의식 때문에 절대 웃지 않고 꾹 참다가ㅋㅋㅋ하아~뭔가 빙신들의 향연 같아;;;ㅋㅋㅋ
한 번 터졌다하면 막 데굴데굴 구르며 웃다가 또 정색했다가를 반복. ㅡ,.ㅡ;;
그나마 우리중에 제일 정상적이고 점잖은 로스는
때때로 우리 하는 꼬라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ㅋㅋㅋ
주접스럽고 푼수 같았던 연두는 여우 같은 면도 있어서
자기가 배가 고프거나 술이 고플때면 꼭 나를 억지로 끌고서라도
X에 데려가곤 했다.
나랑 함께 가야지만 공짜로 술과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ㅋㅋㅋㅋ
야! 너네 집에서 먹어!!! 너도 레스토랑 사장이잖아!! 하고 말해도 로스네가 더 맛있다며
매일밤 로스네 레스토랑에 놀러가자고 나를 들들 볶았다.
또 어찌나 집요한 성격이었던지 때때로 귀찮아서 전화를 받지 않거나 쌩까면
집으로 찾아와 문을 열어줄 때까지 벨을 백번이고 천번이고 누르는 스토커 같은 면도 있었다.
그러다 우리집 관리인 아저씨한테 혼나고 쫓겨난적도 있음ㅋㅋㅋ
헐~쓰다보니 흉만 잔뜩ㅋㅋㅋ친구라고 소개해놓고ㅋㅋ헤헤, 그만큼 애증의 사이였음ㅋㅋㅋ
심심하면 보고싶고, 막상 만나면 너무 시끄럽고 주접스러워서 만난지 10분만에 질려버려서
만난걸 후회하고,ㅋㅋ그런 감정의 무한 반복이었다.
쓰고 보니 마치 이영자와 김영철 사이 같네 ㅋㅋㅋㅋㅋ
다시 돌아온 불타는 토요일.
우리는 또다시 토요일밤의 열기에 젖어 보온용 할매내복을 벗고
나들이 옷으로 갈아 입고 바람난 언니들의 상징인 말장화를 신고ㅋㅋㅋ 클럽X로 고고~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예열(?)상태로 춤을 추며 걷고 있는 망구를 따라 들어가니
로스가 반겨 맞아주며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다고 나를 이끈다.
로스를 따라가니 한 귀부인이 나를 보며 살짝 웃는데, 헐~여자가 봐도 반하겠어*.*
나 인도에서 진짜 그렇게 아름답고 우아해 보이는 사모님은 처음 봤어ㅋㅋㅋ
그 귀부인의 고급스러운 미모에 압도 당해 넋을 잃고 멀뚱히 서있는데
로스가 인사하라고 자기 어머니라고 한다.
헐~시...시....시어머니? ㅋㅋㅋ또 김칫국 한사발 드링킹중^^;;;;;
나마스떼~하며 손을 내미는데 포스가ㄷㄷㄷㄷㄷ
나 순간 긴장해 살짝 쫄았음ㅋㅋㅋ
이 천박한 것!!!니가 감히 내 아들한테? 하면서 내 얼굴에 물 끼얹을까봐ㅋㅋㅋ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봐 ㅋㅋㅋ
내아들하고 헤어져 하면서 돈봉투 던지면 나 덥석 받을텐데.ㅋㅋㅋㅋㅋ
내 자존심은 저렴하니까요.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상상과는 반대로 로스의 어머니는 여성스럽고 품위있게 웃으며 나를 대했다.
잠깐의 대화를 끝으로 그녀는 즐거운 토요일 보내라고 하며 떠났다.
며칠후,로스가 내게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는 안되겠다고 했다.
읭? ㅡ.ㅡ''
어머니가 반대한다고, 내가 불가촉천민이어서 안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분의 차이를 극복 하기 힘들엉.ㅋㅋㅋㅋㅋ
아니 언제는 우리가 무슨 사이였니???ㅋㅋㅋㅋㅋㅋ
이동네 남자들은 왜 이렇게 지혼자 사랑하고 지혼자 이별하는지...ㅋㅋㅋㅋ
나는 그렇게 나도 모르는 강제실연을 당했다.ㅋㅋㅋㅋㅋㅋㅋ
* 맥간 에피소드는 짧게 쓰고 네팔 이야기 하나 더 추가하려 했는데,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요^^;;; 강제 실연의 충격이 너무 컸었나봐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