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7
(양띵과 나와 담치와 로와가 두서 없이 마구 섞여 있는 이야기ㅡ별얘기 아님 주의^^;;)
며칠동안 비가 계속 내려 외출하기가 힘들어 거의 숙소에서만 지내던 어느날,
그날도 101호의 젠과
102호의 나(=정체는 할멈이지만 평소엔 소녀이자 아저씨로 번갈아 위장하고
살아가는 괴이한 생명체, 후훗)
201호의 양띵(젠의 친구이자 1년째 떠돌아다니는 고수 배낭 여행자인 중국 신녀성)은
외출을 삼가고 서로의 방만 무한반복으로 돌아가며 방문해 포도와 바나나를 나눠 먹으며
각자 자기네 나라의 말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여자들의 수다의 특징! 그냥 막 떠들 뿐, 내말 하기 바빠서 남의 말은 안 듣는다.ㅋㅋ
그래도 대화는 자연스레 흘러간다)
양띵은 카오산 로드에서 싸게 샀다며 찜질방 바지같은 황토색 몸빼 바지를 꺼내어
우리에게 자랑중이었는데 8개월 째 입고 다닌다는 그 바지는 어찌나 알뜰하게 입었던지
궁뎅이와 무릎이 다 헤어져 허옇게 변해 있었다.
하긴 며칠전 함께 티벳탄 빌리지에 갔을 때도 이 녀성의 알뜰함에 혀를 내두르긴 했었다.
3500루피짜리 목걸이를 거의 한시간 동안이나 깎고 또 깎아서 아저씨의 진을 다 빼놓더니
결국 1000루피에 득템 하는 걸 보고 흥정 같은 거 드럽게 못해서
맨날 자잘하게 바가지 쓰고 다니던 젠과 나는 그 우악스러움과 억척스러움에 충격을 받아
눈만 꿈벅꿈벅 하며 마네킹처럼 멀뚱히 서 있기만 했다.
젠과 나는 포카라에 온지 며칠 안됐을 때 또다른 티벳탄 빌리지에 놀러갔었는데 사원에 가서 구경도 하고
기도도 드리고 시주도 하고 스님들이 주신 환타도 얻어 마시고 마을에서 자유롭게 풀어 기르는
양들과 놀기도 하다가 마을 입구에서 우연히 티벳 전통 의상을 입고 계시던 할머니를 만났는데
할머니는 다정하게 우리 손을 잡으시더니 함박 웃으시며
날씨도 쌀쌀한데 차나 한 잔 하고 가라고 집으로 이끌었다.
와~이게 말로만 듣던 순박한 시골 인심이구나 하면서 젠과 나는 조금 감동해 그 집안으로 들어섰는데
편히 앉으라며 의자에 방석도 깔아주시고 뜨거운 블랙티도 내어주시며 다정하게 대해주시던 할머니가
차를 다 마시고 나자 갑자기 아들을 부르시더니 아들이 들고온 보따리를 우리 앞에 펼쳐놓는데ㅋㅋㅋ
그 커다란 보따리 안에는 팔찌와 목걸이와 반지가 한가득ㅋㅋ우리 보고 맘에 드는게 있으면 골라서 사라고,
그순간에도 영업용 함박 미소를 잃지 앓으시는 할머니ㅋㅋ할머니는 극강의 삐끼였음ㅡ.ㅡㅋㅋ
젠과 나는 약간의 배신감에 좀 실망스러웠지만, 어차피 쇼핑도 할 겸 해서 골라보는데
할머니는 우리가 고른 팔찌와 반지를 파격적으로 깎아주시며 니네가 이뻐서 손녀같아서
싸게 주는 거라고 하시며 투철한 직업 의식을 가진 프로 삐끼꾼 답게
마지막까지도 따뜻한 영업용 포옹으로 우리와 작별하셨다.ㅋㅋㅋ
할머니, 이제 따뜻함은 그만 연출하세요~6시 내고향 촬영중이세요? ㅋㅋ너무 티나요ㅋㅋㅋ
나중에 돌아다니다 보니 그날 우리가 산 팔찌와 반지들은 레이크 사이드에서도 흔해 빠진 거였는데
역시나 우리는 시중가보다 비싸게 산거였음ㅋㅋㅋ할머니,블랙티 값이 포함된 거였나봐요?^^;;
그래도 우리는 비록 영업장(?)이었지만 따뜻한 집에서 함께 마셨던 블랙티로 만족하기로 했다.
양띵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헤헤
양띵은 그 누런색 몸빼 바지를 우리에게 자랑하다 너무 낡았다며 그만 버리라는 젠과
약간의 말다툼을 벌이다가 ㅋㅋ
그럼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겠다며 그 몸빼 바지를 들고 숙소 로비로 막 뛰어내려갔다.
나도 덩달아 양띵을 따라 뛰어내려가다ㅋㅋ이건 뭐 소독차 꽁무니 따라 뛰던 어린이도 아니고ㅋㅋㅋ
심심하고 따분해서 망아지처럼 막 뛰어갔음ㅋㅋ그렇게 막 뛰어내려가다
막 계단을 올라오던 어떤 남자와 마주쳤는데 순간, 와~난 진짜 부처님의 재림인 줄, 진짜로~
한쪽 어깨에만 걸친 갈색의 숄을 두르고,까맣고 곱슬곱슬한 머리를 바짝 올려서 묶고,
갸름하게 잘생긴 얼굴에 인자하고 선한 미소가 가득한 체로 나에게 나마스떼~ 하고 인사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고 합장할 뻔ㅋㅋ^^;;
그 선해보이는 포스에 압도당한 나는 내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꽃미남 덕후인 내 취향과는 상관없이ㅋㅋ뭐랄까?
뭔가 고귀해보이고 존엄한 존재에 대한 경의감으로 가득했다고나 할까??
인도에서도 수없이 많은 도인과 수행자들을 봤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내가 너무나 뚫어지게 봐서 그랬는지 그는 빙그레 웃으며 계속 뒤를 돌아보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로비로 내려와 작은 소파에 앉아 양띵과 숙소 사장의
몸빼 바지를 둘러싼 시시껄렁한 잡담을 들으며 함께 낄낄대고 있는데
잠시후 좀전의 그 부처님(?)이 다시 내려왔다.
부처님 의상(?)을 벗고 평범한 잠바떼기로 갈아입은 그는 옷빨? 이었는지 ㅋㅋㅋ
부처님처럼 보이진 않고 그냥 잘생긴 젊은 양반으로 보였다ㅋㅋ
그의 이름은 로와, 카트만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고
포카라에 놀러온지 2주 됐는데 며칠 후 다시 카트만두로 돌아가야 한다고.
스케치북을 들고 내려와 자기 작품이라며 나에게 보여주는데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색감이며 선이 참 곱다. 젠과 양띵도 우와~우와~ 하며 감탄하고.
로와는 나를 그려주겠다며 스케치북을 펼치더니 색연필로 쓱삭쓱삭 순식간에 그렸는데,
사슴같이 예쁜 눈 나의 프린세스를(feat.유느님)ㅋㅋㅋ 상상했던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나 홍두깨 부인인줄ㅋㅋㅋ
눈 코 입이 엉망진창인 웬 호빵맨 닮은 여성이 똥머리를 하고 꽃을 들고 서 있는데,
너무 그로테스크 해, 피카소 돋네 ㅋㅋ
내 얼굴이 그렇게 넓적한지 첨 알았네 ㅋㅋ큐ㅠ.ㅠ잠깐, 눈물 좀 닦고ㅠ.ㅠ
눈물이 앞을 가려 여행기를 쓸 수가 없어 ㅠ.ㅠ;;;
예전에 인도 여행중 만났던 그림쟁이가 날 보더니 이렇게 특이한 여행자 첨 봤다고 ㅡ.ㅡ
나는 그때 평범한 빨간 코트에 롱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길에서 우연히 나를 보고
그동네 회사 경리가 출근하는 길인줄 알았다고ㅋㅋㅋ
배낭 여행자라고 하니 인도에서 가죽 롱부츠 신고 다니는 여행자는 첨 본다고ㅋㅋ내 맘이지,ㅋㅋ
남이사 설령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꼬아 신든지 말든지 ㅋㅋ ㅋㅋㅋ
벗고 다니는 사람, 춤추고 다니는 사람, 온몸에 문신으로 도배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인도땅에서
나는 그저 롱부츠 하나 신었을 뿐인데ㅋㅋ 평범한 사람이 내게 지적질을 해도 웬 오지라퍼인가 할텐데ㅋㅋ
그러는 지는 나보다 백만배는 더 특이한 여행자였다 ㅋㅋ
어디서 샀는지 러시아 군인들이 입는 군복같은 옷에 군복에는 또 어디서 구했는지
반짝거리는 훈장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머리는 염라대왕 똥꼬를 찌를 듯 하늘 높이 솟은 삐죽머리에
허리춤에는 늘 가재도구(물컵, 칫솔, 휴지 등등ㅋㅋ)들이 덜렁덜렁 매달려있고ㅋㅋ
그런 특이한 애한테 지적질을 당하고 보니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낄낄대다가 친해져서
나중엔 그애가 내 초상화도 그려줬는데, 받고 보니 웬 갑옷을 입은 물고기가 꽃을 물고 헤엄치고 있다. ㅋㅋ
내 이미지를 형상화 해서 그렸다고 ㅋㅋ이건 뭐 인어공주도 아니고
장군님 갑옷을 입은 늠름한 물고기 삼천포를 보며 ㅋㅋ
화가들의 영감을 범인인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그림이 매우 마음에 들어 나는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M군아~ 얼렁 유명해져라~ 니 그림 좀 비싸게 팔아먹게 ㅋㅋ
로와가 그려준 초상화를 보며 한참을 웃다가(=울다가) 그때가 네팔 축제 기간이었는데
포카라 시내 곳곳에서 축제가 벌어졌다고 해서 우리는 다함께 우르르 몰려나갔다.
마침 비도 그쳐서 선선한 밤날씨였다.
포카라의 밤하늘에는 폭죽이 쉴 새 없이 요란하게 터지며 불꽃놀이가 한창이었고
곳곳에서 타닥타닥 타오르고 있는 모닥불을 둘러싸고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길다란 사탕수수를 쪽쪽 빨아먹으며
침을 퉤퉤 뱉고 있었다. 거리는 씹다가 버린 사탕수수 쓰레기로 지저분했다.
우리도 사람들이 건네주는 사탕수수를 받아서 쪽쪽 빨아먹으며 페와 호수쪽으로 가보니
호수 입구에서 커다란 춤판이 벌어졌다.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를 중심으로 네팔 여인들이 쉴 새 없이 춤을 추는데
낭창낭창한 허리가 요염하면서도 유연하게들 돌아간다.
그 신명나는 춤판에 우리도 어울려 함께 박수를 치고.
네팔리들은 축제 기간에 함께 모여 밤새도록 춤 추는 걸 좋아한다고 로와가 설명해준다.
로와는 조곤조곤한 말투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데 어찌나 얌전하고 조신조신하던지, 새색시인줄 ㅋㅋ
머리까지 얌전하게 틀어올려, 살짝 입을 가리고 웃을때마다 더더욱 수줍은 새색시 돋는데,
팔자걸음으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껄껄껄 웃어대는 나는 새신랑인줄ㅋㅋ 나의 남성미 어쩔ㅡ.ㅡㅋㅋ
그러다가 밤공기가 좀 차서 몸을 떨었는데 언제 봤는지 어느새 다가와
자기가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내 어깨에 걸쳐 준다.
고맙긴한데, 잠바에서 아저씨 냄새 나 ㅋㅋㅋ꽃미남 얼굴에 꽃향기를 풍길 것 처럼 생겼으면서,
냄새는 홀아비 냄새ㅋㅋ깨알 반전ㅋㅋ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마워서 살짝 코 막고 계속 걸치고 있었다.
우리는 다함께 축제 구경을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양띵과 젠은 중국집으로, 나는 한국집으로 각자 취향대로 찢어졌다.
로와는 한국 음식이 먹어보고 싶다고 나를 따라왔는데 김밥을 먹어보더니 엄청 맛있다고 엄지 척!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유투브로 네팔 국민송 레썸삐리리를 함께 보며 시간을 보냈다.
식당에 모인 한국 여행자들과도 함께 놀고. 다함께 레썸삐리리도 합창하고^^
손님들중에 마침 또 미대생들이 있어서 함께 또 폭풍 수다,
또다른 한팀은 무대 연출 하는 분들이라 다함께 예술 문화 얘기로 얘기꽃을 피우고.
그렇게 놀다가, 알고보니 로와는 우리 숙소가 아닌 포카라에서 좀 떨어진 시골에서 묵고 있다며
우리 숙소엔 친구를 만나러 온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날은 로와를 마지막 버스에 태워보내고 그렇게 작별하고.
다음날, 젠과 나는 이웃 마을 호수를 보러 갔는데
숙소로 돌아와보니 로비에 인자한 후광이 화악~^^
역시나 부처님 돋는 로와가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은체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모르게 또 합장할 뻔^^;;(이러다 출가할지도ㅋㅋ)
우리와 로와는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이번에는 중국집으로^^
세트 요리를 시켰는데 로와는 여자들만 있는 자리라 쑥스러워서 그런지 지난밤처럼 잘 먹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로와는 은근 부끄럼쟁이인 듯ㅋㅋ
지난밤 나랑 둘이 먹을 땐 와구와구 잘만 먹더니 ㅋㅋ난 아무래도 남성미 쩌는 형님인 듯 ㅠ.ㅠㅋㅋㅋ
그날밤에도 축제는 계속되었다.
네팔리들이 벌이는 즐거운 춤판에는 여행자들도 많았고
그들은 다함께 어울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놀았다.
여기저기서 대낮처럼 밝은 불빛들이 반짝반짝 했고 모닥불은 활활 타올랐고
포카라의 밤거리는 휴양차 놀러온 부내 나는 네팔리들도 가득했다.
로와는 내게 친구를 소개시켜 주겠다며 함께 카페로 갔는데
카트만두에서 왔다는 로와의 친구들은 부티가 좔좔~~ ㅋㅋ 이열~ 오렌지족인줄ㅋㅋㅋ압구정 날라리인줄ㅋㅋ
줄 맞춰 빳빳하게 세운 칼남방에 흰 스티치가 돋보이는 청바지에 신상임이 분명한 썬글에
언뜻 보면 일수 가방같지만 자세히 보면 진퉁인 구짜 손가방까지ㅋㅋ호날두 패션 돋네 ㅡ.ㅡㅋㅋ
부자들은 뭐하고 노나 궁금했는데 ㅋㅋ촌스런 호기심의 삼천포 ㅋㅋ그냥 똑같더라구~
카페에서 노닥거리다가 이쁜 여자 지나가면 지들끼리 쑥덕대다가 휘파람 불고 ㅋㅋ
그렇게 잠깐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로와는 친구들중에 자기만 가난하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코딱지만한 방을 친구와 반띵해서 사는데 그러지 않으면 학비 내기도 힘들고 빠듯하다고.
반드시 화가로 성공해서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그림 그리는 일에만 몰두하고 싶다고.
너의 그림은 정말 아름다워~ 넌 꼭 성공할거야 라고위로해주는데 나도 모르게 풉~하고 웃음이ㅋㅋ
거지가 거지에게 위로랍시고 하는 꼴이 웃겨서 ㅋㅋ
내 코가 석잔데,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도 거진데...
ㅋㅋㅋ뭐 어쨌든,이곳은 네팔이고 나는 여행자다.
그러니 먹고 사는 걱정은 잠시 미뤄두려 한다.
로와는 카트만두로 떠나기전에 내 초상화를 한 장 더 그려주고 떠났다.
이번에는 캐리커쳐가 아닌 정식 초상화로^^
예쁘게 보이려고 오랜만에 머리를 풀어서 까만 머리를 삼단같이 곱게 빗고 화장도 좀 했는데,
완성된 그림을 보니 괴짜가족의 진엄마가 웃고 있다.ㅋㅋㅋ이 똥손이 샛기ㅋㅋㅋ라고 로와의 실력을 탓하며
내 얼굴엔 아무 잘못도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ㅋㅋㅋ
아, 근데 눈에서 왜 자꾸만 땀이 나지ㅠ.ㅠ 잠깐 땀 좀 닦고ㅠ.ㅠ;;;
카트만두에서 다시 만난 로와는 포카라 부처님 같던 포스가 사라져 그저 평범하고 잘생긴 남자처럼 보였다.
로와는 영국으로 시집간 누나가 자기를 초청할지도 모른다며 기대에 들떠있었다.
사진을 보여주는데 로와만큼이나 예쁜 누나가 웬 할아버지뻘 되어보이는 남자와 함께 다정하게 웃고 있다.
그사진을 보다가 문득 예전 인도 맥간 시절의 추억이 하나 떠올랐는데...
맥간에서 지낼 때 친하게 지냈던 담치라는 아이가 있었다.
작은 체구에 어딘지 모르게 불쌍해 보이는 얼굴, 한마디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리여리한 소년같은 남자였는데,
그는 가난하고 빠듯한 살림에도 늘 항상 웃으며 지냈다.
아침 찬거리로 채소와 빵을 사들고 가다가 나와 마주치면 자기네 집에서 함께 식사하자고
사양하는 나를 억지로 끌고가기도 했고,
그러다가 아침 준비하는데 두시간이나 걸려 나를 굶겨죽일 뻔 해서 격분한 내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고ㅋㅋ
내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사거나 술을 사면 미안해하며,
그러지 말라고 해도 다음날이면 없는 돈을 털어 꼭 차라도 한 잔 사는 착하고 경우 바른 사람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과 오해가 생겨 사소한 다툼이 좀 커져서 힘들어할 때 그는 나를 도와주고 싶다며
며칠 내내 나와 그사람 사이를 쫓아다니며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해할 수 있도록 중재하느라 땀을 흘렸고,
때때로 그는 나의 술주정을 받아주느라 몇시간동안이나 나에게 붙잡혀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나를 마이 시스터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를 소개할 땐 꼭 마이 시스터라고 했다.
그러다 나중엔 드렁큰 시스터로 변질됐지만ㅋㅋㅋ
그렇게 착하고 선량했던 나의 특별한 친구 담치는
몇달 후 다시 찾아간 맥간에서 어딘가 모르게 변한듯한 느낌이었다.
예전처럼 나를 친근하게 대하지 않았고, 조금 거리를 두는 듯 차가워진 분위기였다.
주변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담치가 요즘 돈 많은 여친이 생겨서 거만해졌다고,
그래서 친구들하고도 잘 안논다고 ㅡ.ㅡ;;
영국 여자인데 요즘 한창 열애중이라 바쁘다고 했다.
어느날, 길을 걷다 우연히 담치와 마주쳤는데 그는 삐까번쩍한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내게 태워줄까? 라고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낯설어 그냥 돌아서서 와버렸다.
담치의 여친은 52세의 중년여인인데 현재 임신중.
그때 담치의 나이는 25세.
여친이 사준 오토바이라며 멋있지? 하고 자랑하던 담치의 모습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오며 뭔지 모를 씁쓸함에, 이상한 상실감을 느끼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며칠후 담치가 영국으로 곧 떠난다며 마지막으로 나와 망구를 집으로 초대했다.
우리는 그동안의 서먹서먹함을 잊고 함께 어울려 놀았다. 담치가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모모를 함께 먹고
티벳 가수의 뮤비를 보다가 다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ㅋㅋㅋ
플래쉬를 흔들어대며 사이키 조명을 만들어
그 조명을 받으며 댄스퍽발ㅋㅋㅋㅋ수학여행이세요?ㅋㅋㅋㅋ
담치는 우리와 어울려 놀고 웃고 울었던 추억들이 너무 소중하다고,
자기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언제까지나 우리의 친구라고, 우리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며칠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델리 공항에서 영국으로 떠나는 담치와 마주쳤다.
친구들이 선물해준 흰 스카프를 두른 담치는 헹가레를 받고 있었다.
그렇게 담치와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나라를 향해 떠났다.
지금쯤 담치는 아기아빠로 살아가고 있겠지..
영국에서...
제발..그러하길..
로와는 내게 선물이라며 작은 가방을 줬다.
그냥 길거리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싸구려 가방이었는데, 내게 이젠 소지품 좀 잘 넣어다니라고 ㅋㅋㅋ
사실 난 여행한지 얼마 안돼 가방끈이 떨어졌었는데,마땅히 살만한 가방이 없어서 다 맘에 안들어서
한국에서 들고 온 손바닥만한 폰케이스에 돈과 카드를 억지로 구겨넣고 다녔었다.
여권과 폰은 나의 패딩 부츠에 찔러넣고..ㅋㅋㅋㅋㅋㅋㅋ ㅡ.ㅡ;; 헤헷.
포카라에서 로와랑 놀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려서 무심코 패딩 부츠에서 꺼내서 전화를 받았더니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로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통화를 끝낸 뒤 다시 패딩 부츠에 찔러넣었더니, 표정이 완전 썩어있었음..ㅋㅋㅋㅋ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나 하는 표정????? ㅋㅋㅋㅋㅋ
나는 왜 그랬을까?
그냥 아무 가방이나 사서 쓰고 버리고 오면 됐을 걸...ㅋㅋㅋ
왜 그리도 미련하게,예쁜 가방을 찾아 헤맸었는지...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패딩 부츠는 벗을 수가 없어..ㅋ큐ㅠ.ㅠ
그거슨 과연 신발이었습니꽈? 가방이었습니꽈? ㅋㅋㅋ
로와는 지금쯤 그토록 고대하던 영국으로 갔을까?
그리고 마음껏 그림만 그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아직도 꿈꾸며 살고 있을까?
나의 친구 담치는 예쁜 아기를 키우며 그곳에서 잘 살고 있을까...
나의 두 친구가 많이 궁금해지는 날이다. 오늘은.
태사랑 기념(?) 태국에서 셀카찍는 할멈 삼천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