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ㅡ 14
6월29일.
어제 샹그릴라에서 만났던 혼성 8인조를 핑크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알고 보니그들은 핑크장 2층에서 묵고 있었다.
뗀뚝이 또 먹고싶다는 그들과 함께 샹그릴라에 가서 뗀뚝과 모모로 아침을 먹고.
여행에 관한 이런저런 정보들을 나누며(주로 어느 식당이 맛있다..같은 고급정보.ㅋㅋ) 얘기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햇살 좋은 테라스에 앉아서 독서를 했다.
와우~ 매일매일 매순간순간이 신선놀음이다~~!!! 히힛.
신발 쇼핑을 하러 나섰다.
강제 트래킹 중에 끊긴 망구의 쪼리를사러 나섰다.
망구는 나무꾼에게서 산 검정 고무신을 신고, 쇼핑을 하러 나선다.
하얗고 예쁜 얼굴에 청순한 긴 머리에 하늘하늘한 스카프에 잘 어울리는
산뜻한 원피스를 입은 망구가 다 떨어져가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사뿐사뿐 여성스럽게도 걸어다닌다.
짜이를 마시다가 8인조와 또다시 마주쳤다.
남녀 8명이 떼로 다니니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ㅋ
패키지 관광객처럼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서 보면 항상 그들이다.
그들이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우리는 코라 산책을 추천!
다같이 코라길로 산책을 갔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랄랄라~
오늘도 코라에는 기도를 드리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나도 작은 소리로 기도를 드렸다.
굽이치는 산길을 돌며 티벳인들의 열망과 소원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돌탑 앞에서
잠시나마 경겅한 마음으로.
좋은 한순간을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또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아늑하고 꿈같은 여름 한철을.
옴마니반메홈!
집에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오후 산책에 나섰다.
오늘은 박수 나트 반대편 길을 산책하고,
한참 걷다가 인적이 너무 드물어 좀 무서워져서 되돌아왔다.
오늘도 루프탑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쪽지 사건 이후 종업원(겸 사장 아들)은 나를 구박하거나 쫓아내지는 않는다.다행히도^^;
"I hate u" 와는 별개로 나는 이집의 단골손님이니까~~ㅋㅋ
나 할인쿠폰 주쎄용~~^^;;(아웅, 왕진상~ㅋ)
오늘은 맥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꽤 많이 찍었다.
평소에 여행 다닐 때 제일 귀찮은 일이 사진 찍기라 여행 사진이 많이 없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나는 사진 찍기에 취미가 없다.) 맥간의 풍경은 나름 많이 찍었다.
근게, 그 사진들 지금 다 어디 갔지? 여행기에는 맨날 봉봉이 사진이나 올리고...ㅋㅋㅋ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금방 출출해져서, 간식을 먹으러 갔다.
맥간의 길거리에는 순대볶음(?)인지 곱창볶음(?)인지 암튼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먹거리를 지지고 볶아서 파는 노점상이 있다.
맛이 궁금해서 한접시를 사서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어보는데,
누군가 내 등 뒤에서 "따시델렉~^^" (안녕하세요) 이라고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순대(?)를 입에 넣자마자 들려오는 소리에 입 안 가득 순대를 쳐넣은 채로
뒤를 돌아보니 ,
할할할, ㅡ,.ㅡ;; ㅠ.ㅠ
티나와 링치가 활짝 웃으며 서 있다.
나도 인사를 하려했으나, 입안에 가득 든 순대가 개뜨거워~~
천포 : 오...솨사ㅅ솨...수아수아솨......호로로로로로로로록...솨솨사...
어버버대면서 (-_-;;)개뜨거운 혓바닥을 식히느라 잽싸게 다시 뒤돌아 혓바닥 부채질만 천만번.ㅠ.ㅠ;;
게다가 순대는 드럽게 맛없어, 기름덩어리에다 향신료맛 쩔어
토쏠리는 걸 간신히 참으며 꿀꺽 삼키느라 식도가 타들어가는 듯한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티나와 링치에게 인사를 하고 보니
나의 맑고 고운 눈망울에는 이슬같은 눈물이 또로로~맺혀 있다.(뜨거움+느끼함의 콤보)
티나와 잠시 짜이 한 잔을 마시며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더니 "오호~ 발찍사군요" 라고 했다
는 아니지만....내 사진 실력은 형편 없다. 사실.ㅠ.ㅠ
취미가 없으니 실력도 없고, 개발새발 막 찍어댄다.
티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찍고 보니 내 얼굴이 티나의 두 배! 우왕 굿.ㅋ(좋은건 크게 봐야죠~~우앙.ㅋ)
타조알처럼 두상이 동글동글 예쁜 티나는 사진 속에서 긴장한 듯 조금 굳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옆의 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케미 0.3%(케미 쩔어~~ 호로로로록..ㅋ)
집에 가다 또다시 8인조 만남. ㅋ
맥주 파티 할거라고 비어샵에 가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도 따라가서 함께 맥주를 사고
여자애들이 묵고 있는 방에 가서 다함께 맥주를 마셨다.
신나게 건배도 하고, 여행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 학교 이야기, 군대 이야기도 하고
열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들어대니 왁자지껄 하고 재밌었다.
맥간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 본 술파티였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요란하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6월30일.
아침에 눈을 떠 창 밖을 보니 햇님이 쨍쨍.
아항~날이 충분히 밝았구나 싶어서 일용할 양식을 구하러 나가 보니
6시 30분 -_-'' 개일찍 일어났어, 백수건달 주제에...
내일은 반드시 시계부터 하나 사야겠어...
문을 연 식당이 없어서 집 앞의 짜이집에서 속을 히떡 뒤집어주는 짜이인 줄 뻔히 알면서
짜이를 마시고, 기름에 쩔은 건지 뻔히 알면서 오믈렛을 먹는다. 오믈렛을 오믈오믈~(와, 라임 쩔어~후훗)
아침 산책을 하다가 우리만큼이나 부지런한 친구 H양을 만나 잠시 수다를 떨다가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우리집 2층에 야매 미용실이 개업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냉큼 올라가보니, 8인조팀의 막내인 귀여운 뚱이가
언니들의 머리를 예쁘게 세팅해주고 있는 현장 포착. *.*
우리도 예쁘게 변신시켜 주쎄염~*.*
뚱이가 고맙게도 우리 머리까지 예쁘게 만들어줌.
뚱이가 곱게 땋아준 양갈래 머리를 하고(개늙은 얼굴에 양갈래머리.ㅋ-_-;;)
거울을 보니 짱 예쁨!(아무도 예쁘다고 하진 않았음. 그냥 나혼자서만..ㅋㅋ)
예뻐진 김에,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다시 산책길에 나섬.
자뻑에 젖어 칠렐레 팔렐레 다니다 너무너무 더워서 루프탑 카페에서 콜라 마심.
너무너무너무 더워서 자뻑이고 나발이고 땋은 머리 다시 풀어서 틀어 올리려고 고무줄을 빼려는데
고무줄이 엉켜서 점점 더 꼬여버린다.
머리를 너무 정성껏 땋았나봐, 뚱이가..ㅠ.ㅠ;;
반은 풀어지고 반은 땋은 상태로 산발이 되어, 머리카락인지 수세미인지
사람인지 처녀 귀신인지 헷갈릴즈음(-_-;;;)
"따시델렉~!" 하는 소리가 들려 거리를 내려다보니
지나가던 티나와 링치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헐~ ㅡ.,ㅡ;;
얘네들은 혹시 나의 사생팬 아녀? ㅡㅡㅋ
왜? 왜? 왜? 맨날 이런 병신미 만발할때만 나타나는거죠? 왜때문이죠? ㅡ,.ㅡ;;
눈이 마주쳤으므로 나는 못본 척 할 수도 없었기에
미친냔 꽃다발 같은 머리 상태로 반인반수(-_-;)가 되어
"따시델렉"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쪽팔림에 울고 있었다.(ㅠ.ㅠ)
망구는 오늘부터 플룻을 배운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피리와 플룻을 파는 네팔리 "루안" 선생님께.ㅋ
루안은 쓰리잡족이다.
낮에는 플룻 및 각종 악기 판매와 플룻 개인강습을 하고
밤에는 분위기 좋은 바에서 공연을 하는 밴드의 리더이다.
망구가 그에게서 플룻을 배우는 동안 나는 그곳에서 아주 가까운 루프탑 카페에서
망구를 기다리며 혼자 커피를 마시거나 일기를 쓴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 때도 있다.
찌그러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잠결에 얼핏 플룻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가...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가.....
까무룩 까무룩..어설픈 잠결에도 나의 여행의 기억만은 따뜻하다.
때때로 깜빡 잠이 들어 애매한 시간에 깨어 있을 때면
지금도 가끔은 여기가 그곳인지, 그곳이 여기인지,
내가 그때의 나인지, 그때의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인지 한참을 헷갈릴 때가 있다.
그렇게 나는 날마다 그곳을 꿈꾸며 살고 있다.
그리워하고, 쓸쓸해하며...
아,맥글로드 간즈!
오후에 도깨비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8인조 여자들을 또 만남. ㅋ
여자애들과 함께 루프탑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노닥거렸다.
우리보다 한참 어린 귀여운 소녀들(?)이지만 역시나 여자들의 수다는 나이 차이 정도는 가뿐하게 초월해서,
연예인 A양이 누구라더라, B양이 든 백은 어디 신상이더라 등등...
우리들은 한참을 떠들어댔다.
아..입 아파 ㅡ.,ㅡ
저녁은 꼬맹이 보디가드와 함께 먹었다.
우리를 보디가드 해 준 답례로 아쇼카에서 스테이크를 사줬다.
그 아이는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다음에도 우리를 도와주겠다며, 자기는 맥간 전설의 주먹이라며,
허세를 떨어댔고 우리는 그런 그아이의 허풍에 그냥 웃어버렸다.
우리는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참 많이도 웃었던 것 같다.
이곳으로 오기 전 한동안 삶이 가난했던 나는
마음속의 작은 공간을 꿈꾸는 상상력조차도 잠시 잊고 살았었다.
가난한 사람의 일상은 건조하고 초라했으며, 어떤 꿈을 꾸기에는 너무나도 황량했고,
나쁜 일들의 연속이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떠나고 싶은 핑계를 찾느라 그 모든 것들을
나쁘게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날인가,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냥, 아늑하고 따스하고 편안한 곳....
그런 나만의 공간으로 가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추운 여름 새벽에 처음 마주친 이 낯설고 작고 초라한 동네는
어떤 두려움도 없이 나에게로 스며들어왔다.
안개 자욱한 새벽에 나는 어렴풋이 느꼈다.
아, 이곳이구나...
그날도 아쇼카 루프탑의 밤하늘에는 작은별들이 총총히 떠 있었고,
하얀 달님은 우리를 정답게 비춰주었다.
그리고 다정한 손길로 나를 위로해주는 듯 불어오는 밤바람은 무척이나 상냥하게 느껴져서,
무거운 마음의 짐을 잔뜩 지고 떠나온 이 낯선 곳에서의 여행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즐거운 소풍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별님과 달님과 바람이 말없이 위로를 주던 그날밤, 우리의 밤소풍...
아...맥글로드 간즈!
* 덥고 지루한 여름이네요, 뿅~! 하고 맥간으로 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네팔트래킹중, 무지개가 떴어요! *.*
역시 이번 여행기랑 하등 상관 없는..ㅋㅋ 네팔 포카라 페와 호수. 우왕~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