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ㅡ 13
6월27일.(부제: 샤랄라 할매들의 개고생 관광)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비오는 날엔 역시 밀가루 음식이 짱 좋아~!(맑은날에도 밀가루 음식은 사랑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샹그릴라에서 뗀뚝과 뚝바를 냠냠촵촵.
국물 한 방울까지 알뜰살뜰하게 다 마시고,
아저씨답게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모닝 커피 한 잔을 때리고
선라이즈에 가서 2차로 짜이도 마셔주고,(아웅~ 이런 된장녀들ㅋㅋ)
짜이를 마시기 전 짜이 프리? 짜이 머니? 하고 물어도 보고(안궁금하지만)
오늘도 역시나 짜이 머니였음. (-_-;;)
뗀뚝 국물+ 커피 + 짜이+생수로 꽉 찬 배를 출렁출렁 하며 집으로 돌아와
뽀득뽀득 깨끗이 씻고(우리는 눈 뜨자마자 밥부터 먹는다.무조건..ㅋㅋ 씻는 건 그 다음.ㅋ)
도깨비에 가서 새 책을 빌리고(하루에 세 권 읽음. 나 책 진짜 빨리 읽음. 자랑임.)
오늘은 오랜만에 박수 나트로 고고고~!!
박수 나트로 가다가 길에서 티나와 링치를 만났다.
영어 수업 들으러 가는 길이라고 하길래 빠이~ 하고 헤어지고 조금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티나도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잉~ >.<
걷는 도중에 비가 쏟아져서 우리는 비도 피할 겸 "루프탑 카페"로 올라갔다.
루프탑 카페라고 쓰니까 오올~꼴에 뭔가 되게 분위기 있는 된장녀 전용 카페같은데,
실상은 다 쓰러져가는 식당집 2층에 다 찢어져서 펄럭펄럭 대는 파라솔 몇 개와
등받이가 거의 다 깨진 플라스틱 의자만 몇 개 놓여 있는 개썰렁한 카페다.ㅋ
그러나, 나는 이 카페가 이유 없이 좋아서 거의 매일 가다시피했다.
그냥 루프탑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맥간의 풍경이 너무 좋아서
어쩔때는 혼자서 몇시간 씩 멍 때리다 올때도 종종 있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나의 작업실? ㅋㅋ 엄청 고급스러운...ㅋ)
우리는 좀 덜 찢어진 파라솔 밑에 앉아 비를 피하고 커피를 시켰다.
종업원(겸 사장 아들, 오올~ㅋ)이 커피를 가지고 오면서 발그레해진 얼굴로 살짝 웃는다.
왜 저래? 하면서 커피잔을 드는데 커피 받침 접시에 쪽지가 놓여 있다.
뭐지뭥미? 하면서 쪽지를 펼쳐보니
"I LOVE U" 라고 써있다. 개뜬금포. ㅡ,.ㅡ;
하하하하하.
커피 주세요! 라는 대화외에는 한마디도 나눠 본적도 없는 사이에,
뜬금없는 쪽지를 받고 나니 황당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망구와 나는 한참을 웃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그와 마주쳤다.
나는 쑥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하하하 웃어버렸다.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다음날 나는 또 쪽지를 받았다.
"I HATE U" 라고 써 있는 ㅡ.,ㅡ;; 역시 개뜬금포.ㅋ
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것도 하루만에, ㅋ
나는 하루만에 남자에게 뻥 차였다. -_-;; ㅋㅋㅋ(강제실연 ㅋㅋㅋ)
비오는 박수나트의 풍경은 정말정말 황홀하게 멋있었다.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재즈음악을 들으며
빗소리와 함께
우리의 마음도 추적추적 젖어들고 있었다.
제일 좋아하는(지금은 아니지만) 배수아 님의 책을 읽으며
비오는 박수나트의 분위기에 젖어
술도 안마셨는데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홍얄홍얄 취해가고 있었다.
데헷 ^^;
새 책을 빌리러 다시 도깨비에 갔다가 간 김에 저녁까지 먹어버렸다.
도깨비 레스토랑은 한국 식당이라 꽤 비싼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가지는 못했는데 책 빌리러 왔다갔다 하다보니
점점 더 자주 가게 되었고,밥도 종종 먹었다.(독서는 마음의 양식! 도깨비는 몸의 양식!꿀꿀~)
비빔국수랑 두부불고기 짱 마이쪙~!!
뗀뚝이고 나발이고 역시 우리 음식이 최고여~~~~~!!!!!
저녁 산책을 하다 보니 잼 콘서트 포스터가 눈에 띈다.
우왕~ 재밌겠다.
너무너무 보고싶어서 비가 내리는 거리를 비를 맞으며 찾아다녔지만, 당췌 찾을 수가 없다.
지리의 여왕인 망구도 버벅버벅 대고, 같은 자리를 맴맴돌기를 수차례,그러다가
티나와 링치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 그들이 그 카페를 찾아주었다. 오~투쩨쩨~! >.<
그렇게 힘들게 찾아갔는데, 비가 와서 오늘 공연은 취소라고 한다.
헐~
비맞은 생쥐 두 마리는 처량맞게 쫓겨났다.
비맞은 돼지(^^;) 두 마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아쇼카 레스토랑으로 간다.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서는데,
낯선 남자가 말을 시킨다.
자기는 링치의 친구인데 링치가 우리를 데려오라고 했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엥? 옹? 링치는 조금 전에 만났었는데....먼 소린지...ㅡ,.ㅡ;;
술에 취한 건지 뭐에 취한 건지 남자의 상태는 헤롱헤롱, 메롱메롱 한 것 같다. 조금.
아무래도 수상해서 꼬치꼬치 물어보니 횡설수설, 말이 앞뒤가 하나도 안 맞고
링치의 친구라는 말은 더더욱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따라오지 말라고 단호하게 소리지르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에 조금 불안해서 뒤를 돌아보니 메롱메롱한 남자가 계속 따라오고 있다.
꺼지라고 소리를 버럭 질러주고 다시 걷는데,누군가가 우리를 부른다.
"헤이~ 아가씨들~!! 내가 좀 도와줄까?" 하면서.
누군가 하고 보니 우리집에서 가까운 귀금속 가게 종업원 꼬맹이다. ㅋㅋ
나이는 열넷, 다섯 정도 됐을까?? 우리보다 한참 작은 귀여운 그 아이를 우리는 평소에도 예뻐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우리는 깔깔깔 웃다가, 결국 그아이와 함께 집까지 걸어왔다.ㅋ
자기만 믿으라고, 큰소리 뻥뻥치며 상남자 코스프레를 하는 그 아이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왔다.
든든하고 의리있던 우리의 꼬맹이 보디가드!!!!!^^
오늘도 역시나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의 맥간도 좋지만, 며칠 내내 주구장창 쏟아지는 빗줄기는 가끔씩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테라스에 앉아서 아련아련한 표정으로 가련가련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데
우리집 테라스 앞을 지나쳐 옆 게스트 하우스로 가던 외국인이 갑자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라고 정확한 한국어로 똥꼬발랄하게.^^
우리도 엉겁결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그의 이름은 "알랭". 프랑스 사람이고 직업은 선생님이고 지금은 한국 여자와 결혼해서
서울에서 살고 있다며 우리 보고 고향 사람(ㅋㅋ)이라며 무지하게 반가워했다.
그의 친구는 누가 봐도 한국 사람이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한국적인 얼굴을 가졌는데
한국말이라고는 한마디도 못하는 미국인이었다.
경수,민수,용국이,재민이 같은 이름이 어울릴 것 처럼 생긴 그는 갓난쟁이 일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고 한다. 태어난 나라가 궁금하고 그리워서 올 가을부터 대구에 있는
대학에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를 "강"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한국 성이 강씨라 친구들은 자기를 다 강이라고 부른다며 우리에게 반갑다고 했다.
그들은 그렇게 우리 테라스 밑에 서서, 우리는 우리 테라스에 앉은 체로 한참을 얘기했다.
(헐~쓰고 보니 이거슨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시츄에이션~~~?? ㅋㅋ)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다가 굿나잇! 을 하고 헤어졌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그리고 또 어떤 친구를 만나게 될까....
기대에 부풀어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내일은 뭘 먹을까? 로 심각한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꿈나라로 떠났다.
훔냐훔냐....
6월28일.
오늘은 오랜만에 해가 쨍쨍.
아이 씐나~~ >.<
햇살이 뽀송뽀송. 기분도 뽀송뽀송.^ㅡㅡ^
휘바휘바~ 휘파람을 불며 룰루랄라~ 즐겁게 샹그릴라에 도착.
오늘도 챱챱챱챱 맛있게 뗀뚝과 뚝바를 먹고 있는데,
입구의 문이 열리며 한국 여행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남자 넷, 여자 넷.
패키지 관광객도 아닌데 무려 8명의 일행들이다.
신기하게도 여행자 카페에서 여행 동행자로 처음 만나 함께
여행을 오게 됐다는 모르는(잘 모르는) 사이들이다.ㅋㅋ
인도는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떼로 다니기로 했다나, 뭐라나....ㅋㅋ
델리에서 막 넘어온 여행 3일차의 신입(?)인 그들에게
맥간의 이곳저곳에 대해서 아는 만큼만 설명해주고
뗀뚝과 뚝바를 추천해줬더니 먹어 보고 다들 맛있다고 한다. 괜히 흐뭇~ㅋ
우리는 여행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커피를 마셨다.
아침 산책을 하다가 어젯밤에 만났던 알랭을 만났다.
알랭이 옆동네로 쇼핑 하러 갈건데 같이 갈래요? 하길래 넹넹..하고 따라나섰다.
알랭과, 강이랑, 맥스(처음 본 남자)랑, 제니(처음 본 여자)랑 우리는 랄랄라~ 즐거운 동네 마실에 나선다.
한적한 길을 천천히 걸으며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고 다들 하하호호~씐나는 소풍길!
다람살라 조금 못가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서 파는 공예품도 구경하고, 작은 학교에 들러서 교복 입은 귀여운 아이들도 보고,
아이들도 우리를 보고^^
길거리 아이스케키 아저씨한테서 불량식품처럼 색깔이 알록달록 예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구멍가게 앞에 나란히 앉아서 지나가는 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흙먼지도 실컷 마시고.
알랭이 굉장히 크고 아름다운 호수 보러 갈건데 같이 갈래요? 하길래 넹넹..하고 따라나섰다.
학교 옆에 있는 동산길을 구불구불 올라가니 정말로 크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었다.
그 호숫가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저마다 자리를 펴고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호수 가운데의 오리배는 역시나 연인들의 차지였다.(어느나라나 다 똑같은 풍경들..ㅋ)
호숫가 근처의 작은 짜이집에서 다들 짜이 한 잔 씩 마시고.
알랭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뷰 플레이스를 아는데 같이 갈래요? 하길래 넹넹..하고 따라나섰다.
작은 동네를 지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아담한 마을이 나온다.
그 마을에서 키우는 소도 구경하고, 송아지도 구경하고, 돼지도 구경하고, 말도 구경하고,
동네 꼬맹이들도 보고, 꼬맹이들도 우리를 신기한 듯 구경하고^^
동네 어른들께 시원한 물도 한 잔 얻어마시고, 서로서로 방긋방긋^ㅡ^ 인사도 하고,
그렇게 걷다가 걷다가 도착한 뷰 플레이스.
알랭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있는 탁 트인 넓은 들판이었다.
물안개가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그 물안개 너머로 보이는 산들은 웅장하고 당당하게 서 있다.
며칠째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춘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어둡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풍경들은
선명함보다는 이런 흐릿흐릿함이 더 어울리는 몽환적인 분위기이다.
그날 그시간에 내가 본 세상은 내 생애 최고의 여름의 "한순간"이었다.
좋은 건 짧아서, 찰라여서 더 좋은 것인가보다.
찰라에 지나가버린 한순간..
나의 여름.
알랭 미워, 힝 ㅠ.ㅠ;;
내생애 최고의 한순간을 맛보게 해준 알랭은 우리를 끌고 지옥의 행군을 하고 있다.
지름길로 내려가자며 우리를 진두지휘하던 알랭이 길을 잃고 헤매이기 시작하던 순간 시작된
강제 트래킹.-_-;;;
쇼핑하러 가자던 말에 넹넹^^ 하고 따라나섰던 우리는 샤랄라 원피스와 쪼리를 신고
강제 암벽등반(-_-;;)을 하고 있다.
맨날 먹고 자고 하던 저질 체력에 원치않던 트래킹을 하고 있자니 죽을 맛이다.ㅋ
그러다 돌 투성이의 길을 쪼리를 신고 위태위태하게 걷다가 망구의 쪼리가 뚝 끊어져 버렸다.
끊어져버린 쪼리를 버리고 맨발로 걷는 망구씨.
알랭이 미안해하며 망구에게 다가와 자기 쪼리를 대신 벗어준다.
알랭의 쪼리는 벗어놔도 개도 안물어가게 생긴 때가 꼬질꼬질한 상거지 쪼리..ㅋㅋ
망구는 괜찮다고 사양한다.
모두들 망구 곁에서 걱정해주고, 위로해준다.(다들 급동지애 생겨남, 개고생의 시작과 함께.ㅋ)
망구는 그 힘든 와중에도 방긋방긋 웃으며 씩씩하게 걷는다.
우리는 망구 곁에서 함께 천천히 걷는다.
길을 걷다가 나무꾼을 만나 그가 가르쳐준 코스로 다들 걷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미친듯이 우리를 마구마구 때려대는 빗줄기를 맞으며
우리의 얼굴은 썬크림과 빗물이 범벅되어 허연 국물이 뚝뚝 떨어지고,
빗물과 흙탕물에 두어번 씩 미끄러졌던 우리의 샤랄라 원피스는 개거지 푸대자루가 되어 있다.
아픔이 발바닥에 그대로 전해져오는 울퉁불퉁한 돌길을 걸으며,
흔들흔들 위태위태한 통나무 다리도 건너고,
세찬 비에 몸이 휘청휘청 대기도 하고 걷다가 보니 작은집이 하나 보인다.
집주인이 나오길래 신발 하나만 팔라고 사정 얘기를 하니 다 떨어져가는 낡은 검정 고무신을
들고 나오더니 "300루피만 내놔!" 하고 말한다.
헐~ㅡ.,ㅡ;;;
고무신 신상도 맥간에서 30루피면 사는데.
하지만, 어쩔수 없이,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사정사정 해서 100루피에 합의 보고 고무신을 샀다.
맨발로 걸으며 개고생을 하던 망구는 낡은 검정고무신을 신고 엄청엄청 좋아했다.^^
고무신 주인에게 길을 물어보니 약 20분 정도만 걸어가면 오토 릭샤를 잡을 수 있는 길이 나온다고 해서
다들 신이 나서 씩씩하게 행군 시작.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려서 돌길이 끝나고 흙탕물 길이 시작된 산길은 쪼리를 신고는 걷기가 힘들다.
다들 쪼리를 벗어들고 맨발로 흙탕물 길을 걷는데
조금전부터 이상하게 다리가 따끔따끔하고 아프다.
뭐지? 하면서 내 다리를 내려다보니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머리(박명수+프라이머리 아님)가 내 다리와 발에 다닥다닥 붙어서 피를 쪽쪽 빨아대고 있는게 아닌가.
우아아아악~ 우웩 우웩~ㅠ.ㅠ
토할 것 같은 징그러움과 왕소름을 참으며 거머리를 떼어내느라
온몸을 흔들며(강제 댄스 타임. 우왕 , 굿!) 제랄발광을 해대다 보니,
내 앞에서 일렬로 나란히 걷던 일행들도 거의 동시에 온몸을 흔들어대며 조랄발광중이다.다들.
(단체 댄스 타임, 우왕 굿! 칼군무 쩔어요~우린 아이돌 댄스 그룹이세요??)
그때 들려오는 알랭의 목소리.
"천포씨! 동물 조심하세요! 여기 동물 많아서 물어요!"
두둥~!!!!! 뒷북을 울려라~!! 이미 다 물렸거든. ㅡ,.ㅡ;
그러나 그 와중에도 거머리를 동물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한국어 실력이 귀여워서 하하 웃어버렸다.
징그럽고 소름 끼치는 거머리를 다 떼어내고 나서 다시 걷다가 문득 내발을 내려다보니
여전히 피가 질질 흐르고 있다.
뭐지? 하고 발을 들어 자세히 보니
으아아아아아아앙~~ 악악악~~우엑우엑~!!!!!!!!!!!
미처 떼어내지 못한 거머리 반.마.리가 내 발가락 사이에 붙어서 여전히 피를 쪽쪽.
거머리 한마리보다 거머리 반마리가 더 징그러워~또다시 온몸을 흔들어대며(강제 댄스 타임2)
거머리 반마리 떼어내기 성공.
알랭이 말한다.
"나 때문에 동물한테도 물려보고 재밌는 경험이죠?헤헤" 라고.
맞는 말이다. 처맞는말.
그래, 너 오늘 나한테 한 번 처맞아보자!!! ㅡㅡㅋ
집 떠나면 개고생.
우리는 나무꾼2를 만나 겨우겨우 박수나트 근방까지 온다.
다들 개거지 상거지 꼴을 하고 있다. ㅋㅋ
오토 릭샤마저 우리를 승차거부 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무사히 타고 맥간까지 왔다.
우리는 알랭과 함께. 나머지 친구들은 다른 릭샤로 따로.
멀리서 맥간이 보이는 순간 눈물 날 뻔.ㅋㅋㅋㅋㅋ
우왕, 개고생 끄읏!!!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보송보송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로션을 톡톡톡 바르고.
정말이지 날아갈 듯 개운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시계를 보니 9시30분.
헐~
그제서야 허기가 밀려온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아침을 먹은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개고생을 하느라 배가 고픈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허기를 느끼는 순간부터 참을 수 없을만큼
배가 고파서 쓰러질 것 같다.ㅋ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나서려는데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여전히 빗물에 폭삭 젖은 옷을 입고 있는 알랭이 서 있다.
우리 : (깜놀) 알랭! 왜 그러고 서 있어요? 집에 안 갔어요??
알랭 : 친구들이 안와서 한시간 째 기다리고 있어요. 열쇠가 없어서.나 지금 추워서 죽을 것 같아요!
라고 하면서 퍼러딩딩한 입술을 파르르 떨어대는데, 진짜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우리는 알랭을 들어오게 한 뒤 우리 욕실에서 씻으라고 했다.
알랭은 진짜로 고맙고, 또 미안하다며 욕실로 들어갔다.
헐~
그런데 알랭이 다 씻고 보니 갈아 입을 옷이 없어~황당~ㅡ,.ㅡ
어쩔수 없이 망구의 티셔츠와 나의 반바지를 빌려주었다.
어깨가 넓은 남자다보니 티셔츠는 찢어질 듯 팽팽한데
나의 반바지를 입은 알랭의 다리는 왠만한 여자보다도 더 늘씬하게 잘 빠졌다.(오잉? 부럽부럽.ㅋ)
알랭도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다고 해서 우리는 다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근데 이건 뭐 뒷모습만 보면 미녀3총사.ㅡ.ㅡㅋㅋ
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짧은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날씬하고 길쭉한 각선미를 뽐내며 걷고 있는
미스 프랑스 알랭,ㅋ
그 양 옆으로 우리 두명.
우리가 지나가는 데마다 휘휙~ 불어대는 휘파람 소리로 가득하고
지나가는 남자들마다 다들 한 번씩 우리를 돌아보고 가곤 한다.
그 민망한 상황에 우리는 킥킥대며 웃었지만, 알랭은 너무나 신나하며 우쭐우쭐댔다. ^^;;
늦은 저녁을 먹고 돌아와보니 다행히도 알랭의 친구들이 돌아와 있다.
알랭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방문을 잠그자마자 침대로 바로 쓰러져버렸다.
개고생, 생고생을 한 오늘 하루를 돌아볼 틈도 없이 바로 꿈나라로 직행!
쿨쿨쿨쿨쿨~
* 어제는 운동 겸 산책을 나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를 쫄딱 맞고 처량한 꼴로 집까지 걸어왔어요..ㅋㅋ
인도에서나 서울에서나 똑같은 시츄에이션이네요, ㅋ
제 여행기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드려요^^
올해 초에 갔던 네팔 트래킹(분위기가 인도 강제 트래킹때랑 비슷한 거 같아서 요사진으로..ㅋㅋ)
네팔 트래킹 중.(머얼리 설산이 보이죠? 엄청엄청 멋지답니다.)
커피맛 아이스케키. 기대도 안했는데 엄청 맛있어서 깜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