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ㅡ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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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ㅡ 10

삼천포 11 2994

6월 22일.

불빛조차 거의 없는 깜깜한 비포장도로를 버스는 밤새 쌩쌩 달린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느라 버스가 커브를 틀때마다 선잠이 들었던 여행자들은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며 때론 통로로 내동댕이 쳐지기도 하고 동시에 천장으로 튀어오르느라

여기저기서 비명소리와 킥킥대는 웃음소리들이 들려온다.

그와중에도 꿀돼지 멱따는 소리로 코를 골아대며 자는 사람도 있고(나 아님!! 뜨끔^^;;)

콧구녕이 썩을 것 같은 초강력 발냄새를 풍기는 사람도 있고 (나 아님!! 움찔^^;;)

구석자리에서 혼자 무언가를 촵촵촵촵~맛있게 먹는 사람도 있다.

맥간에서부터 같이 온 한국녀3명 중 한명은 거의 반실신 상태로 누워있다시피 한다.

머리가 아프고 자꾸만 토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고산병인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버스가 잠시 멈춰 휴게소에 정차했을 때 보니 그녀는 몇시간 사이에 눈꺼풀이 푹 꺼져있었다.

아무래도 마날리에 도착하면 다시 맥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암튼....버스는 달리고 달려 거의 10시간이 걸려 마날리에 도착한다.

잠이 덜 깨어 피곤에 쩔은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내려 저마다의 목적지로 흩어진다.

마날라의 새벽은 맥간의 새벽보다 조금 더 춥고 서늘한 듯 하다.

한국녀 3명과 우리는 함께 움직이기로 하고 행선지를 의논하고 있는데

한 택시기사가 엄청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호객을 한다.

좋은 게스트 하우스에 데려다 줄테니 일인당 15루피만 내라고.

마음에 안들면 택시비를 안받겠다고 하는 말에 혹해서, 사기꾼 같지만

몹시도 피곤했던지라 다함께 그의 택시를 타고 간다.

우리가 탄 택시는 올드 마날리를 지나서도 한참을 더 들어간다.

한참을 달려 그가 우리를 내려준 곳은 정말 아무것도 없고 계곡물만 졸졸 흐르는 깡시골. ㅋㅋ

이런 곳에 무슨 숙소가 있을까 싶어 의심스러워하는데 그가 따라오라며 우리에게 손짓한다.

그가 가는 곳을 보니 계곡 옆 기암절벽(?)을 깎아서 만든 몹시도 가파른 경사의 길고긴 계단이 있다.

이건 뭐...핑크하우스 계단은 유치원 놀이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무섭고도 높다.

그 높은 계단을 낑낑대며 배낭을 매고 올라가보니 탁 트인 풍경이 펼쳐져있는데.....우리의 숨도

탁 트이기는 커녕..개뿔 ㅡ,.ㅡ;;숨이 턱턱 막히는 개거지같은 흉가체험의 숙소가 자리잡고 있다.

기사는 우리의 눈치를 살피더니 보기보다 내부는 좋다며 우리를 잡아끌었는데

개똥씹은 표정으로 나오는 우리의 표정을 보더니 슬그머니 고개를 떨구었다.

아저씨...고개 떨구지 말고 당당하게 가슴을 쫙 펴요~! 명치 한 대 졸라 세게 때리게요!! ^^;;;

 

우리는 만장일치로 올드마날리로 다시 돌아왔다.

올드마날리를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숙소에 방을 잡았다.

MT룸이라 방이 두개.

입구쪽의 작은 방은 우리가 쓰고 큰방은 나머지 3명이 쓰기로 하고 함께 묵기로 했다.

짐을 내려놓고 아침을 먹기 위해 나와보니 숙소 바로 앞에 작은 구멍가게가 있다.

그곳에서 모모와 짜이로 대충 허기를 채우고.(대충 고기모모 1인분, 야채모모 1인분,짜이 2잔, 까까 몇봉지,

콜라 두캔,등등으로 가볍게^^;; 끄읏!!!)

숙소로 돌아와 쳐쓰러져서 홍야홍야 잤다.

깨어보니 낮 12시.

숙소에서 조금 더 내려와보니 "쉬바 가든"이라는 예쁜 레스토랑이 있다.

넓고 아름다운 정원에 홀딱 반해서 들어가보니 맥간에서 만났던 한국 여행자들이 잔뜩^^

그녀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폭풍수다를 떨고,사진도 찍고...(썬글을 급 꺼내어 쓰고 옆테이블에

굴러다니는 하이네켄 병을 쌔벼와서 한 손에 들고 아름다운 정원이 뒷배경으로 잘 보이게

셀카 몇장 찍어주고...앙드레 가뇽과 함께라면..(feat.장근석) 근데..얼굴이 개구려=.=;;

셀카 약 387장을 찍고서야 겨우 쓸만한 사진 한두장만 건질뿐.....얼굴이 월드클래스급 진상)

 

마날리는 참 예뻤다. 아기자기하게 예뻤다.(마치 나처럼..헤헷)

우리는 산책을 하면서 괜히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다녔다.

옷가게 사장님께는 "장사 잘 돼시지요?"하고 인사하기도 했고, 세탁소 사장님께는

"어머~ 더운데 수고가 많으세요!" 하고 인사를 하기도 했고, 지나가는 꼬맹이들한테는

"학교 갔다 오니?"하고 괜히 아는 체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마날리는 처음 온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고 살가운 그런 느낌이었다.

 

마날리에는 삼나무숲이 있다.

휴양림(맞나?)으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 숙소에서 가까운 곳이라 가보기로 했다.

졸졸졸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을 따라 쭉 걷다보니 엄청나게 큰 나무들이 빽빽한 숲이 나온다.

숲으로 들어가자마자 코끝을 파고드는 여름나무들의 싱그러운 냄새. 아 너무 좋다~

밤버스에서 밤새 맡던 발냄새와 오바이트 냄새에 썩어들어가던 내 콧구멍이 순식간에

뻥 하고 뚤리는 듯 시원하고 상쾌하다~!!!

망구와 나는 콧구멍을 최대한 벌렁벌렁 하며 상쾌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셨다.

그런데....

좀 전부터 이상한게....나무들을 훑고 지나가는 쏴아아~하는 바람소리 사이로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감지된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망구도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우리는 태연한 척 걷다가 ....(사실 이때 긴장감으로 다리가 좀 풀렸었다.그러나 마음만은 런웨이)

머리를 쓸어넘기는 척 하면서 당황하지 않고 휘리릭~뒤를 흘낏 봤는데..(이미 눈은 가자미 눈, 그러나

마음만은 날카로운 눈매의 여탐정) 우리의 예상치 못한 반격에 놀란건지...뭔지...개허둥지둥

나무 뒤로 숨어버리는 정체불명의 남자들.

그순간 우리는 0.3초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잡고 냅다 뛰었다. 그들이 쫓아오는지 아니면 그냥 우리같은

산책하는 사람들인지 그런 걸 따질 겨를도 없이 무작정 뛰어서 숨이 턱끝까지 차서 더 이상 뛸 수

없을때까지 뛰고 또 뛰어 계곡이 있는 길까지 내려왔다.

우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헉헉대자 계곡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아버지와 아들이 우리에게 앉으라며

낚시의자를 내어주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그제서야 우리도 조금은 웃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그냥 산책을 하던 사람들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때 나무의 냄새에 취해 조금 깊숙히 들어갔었고 그러면서도 내내 왜이렇게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결론은....낫띵...껄껄껄....

상남자 주제에 간은 콩알만해요..헤헷

 

마날리에는 애플 와인이 유명하다고 했다.

사과가 많이 나는 곳이라 사과로 만든건 뭐든지 맛있다고..촵촵촵

우리는 와인을 사러 비어샵으로 갔다.

비어샵에는 우리 아빠 또래의 영감님들이 두 분 계셨다.

애플와인과 맥주 몇병을 사는데 마침 식사가 배달되어 온다.

인도식 백반.ㅋㅋ 커리에 난에 감자볶음 등등...

영감님들이 같이 먹자고 하시며 갑자기 우리에게 수저를 쥐어주신다. (흐흐흐..)

점심 먹었다고, 배 안고프다고 극구 사양하는데도 계속 같이 먹자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몇 술 뜨는 척만 하다가...정신차리고 보니 우리는 비어샵의 종업원이 되어 있다. =.=;;

손님들이 올때마다 영감님들은 식사하시느라 바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영감님들 대신

킹피셔 비어와 올드몽크 같은 조악한 위스키를 팔고 있다.

그것두, 아주 열심히, 성심성의껏..개친절해..미친....ㅡ.,ㅡ

 

비어를 사러 온 존잘남들에게 잠시 한 눈 팔았다가 영감한테 혼났다. ㅡ,ㅡ

우리 아빠났네..났어....

 

간신히 노예계약(?)에서 풀려나 숙소로 돌아와보니 숙소 루프탑이 시끌시끌하다.

올라가보니 이스라엘 애들이 벌써부터 눈이 헤롱헤롱 풀려 단내를 폴폴 풍기며 하시시를

말아피고 있다.

마날리가 하시시의 천국이라더니..역시....

나 그날 처음 봤어...하시시 하는 사람...내눈으로 직접....와..신기하다..(아후..촌시려워)

혹시 이때 봤던 애들이 지금 가자지구 폭탄 공격때 의자 놓고 앉아서 박수 치고 웃는 사람들일까..

아마도 그렇겠지..이스라엘인이니까...으아아아아악!!!!!!!!!!!!!!!!!!!!! 너무 싫은 나라!! 너무 싫은 민족!!!

스타벅스는 절대로 가지않겠어!!!!!!!!!!!!!!!!!!!!!!!!!!!!!!!!!!!!!!!!!

 

우리는 루프탑에서 애플와인을 나눠 마셨다.

망구 한 입..나 한 입.....잔이 없어서 그냥 깡나발...벌컥벌컥.

달짝지근하니 맛있었다.

양에 비해 제법 비싼 가격이라 우리는 일방울이라도 흘릴까봐 주디를 졸라 오므리고 경건히 마셨다.

그러다가 가끔 손이 떨려서 일방울의 반이라도 흘리게 되면 내 머리통을 졸라 세게 때리면서

반성을 하곤 했다. 이런 된장뇬아~이러면서 결론은 애플와인은 악마의 와인 아잉~!

그리고 우리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픽 쓰러져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저녁 8시.

우리 둘다 퉁퉁 부은 개못생긴 얼굴로 저녁을 먹으러 쉬바 가든으로 기어간다.

저녁의 마날리는 새벽의 마날리보다 더 춥다.

허세 작렬하며 가든에 앉아 얇은 반팔티를 입고 자미로 콰이의 음악을 들으며 뉴욕 헤럴드 트리뷴~!! 을

외치던 우리는 그날 밤 심한 콧물과 눈물과 제체기를 동반한 "감기"씨를 만나게 되어 밤새도록

눈물,콧물을 질질 짰다.

눈물, 콧물 짜는 김에 눈물 셀카도 찍을 걸 그랬어...

난...ㄱ ㅏ끔

눈물을 흘린ㄷ ㅏ ....(feat.채연)

 

 

 

 

 

 

 

 

 

 

 

 

 

 

 

 

 

 

 

* 와~ 몇년동안 탱야탱야 놀다가 갑자기 더 늙기전에 여행기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

늦바람이 더 무섭다지요~~ 마무리까지 마구달려요...천포씨!!!!! 

1400761067810.jpeg

요 사진도 나 모르게 찍힌 사진,ㅋㅋ

 

1396956133737.jpg

요 사진 또한 나 모르게 찍힌 사진...내가 젤 맘에 들어하는 사진 중 하나..G군, 고마워!!

11 Comments
즘즘 2014.07.20 02:36  
너무 잼있게 읽었어요!!!
얼렁얼렁 담 편을 올려주세요!!
삼천포 2014.07.20 12:20  
열심히 땀 뻘뻘 흘려가며 쓰고 있어요^^
기다리기 지루하시면 태국 여행기도 있으니까 그거 읽으시면서 기다려주세용!
외국인투자자 2014.07.20 17:57  
감칠맛나는 명대사들...구성지고 박진감넘치는 스토리
살아숨쉬는 완소 캐릭터들 역쉬 삼천포님~!!
땀흘리는 천포님께 션한 생맥 배달해드릴테니 썩 담편올려
주세요~부탁드립니다~제발  플리즈 ㅋㅋ
삼천포 2014.07.21 13:24  
거의 다 썼어요..금방 올릴게요^^
꾸냥하오 2014.07.22 03:09  
촤아악!~~~촤아악~~~ 체찍질 중~~
삼천포 2014.07.22 14:36  
하아악~~~하아악~~~(채찍 맞으며 느끼는 중ㅋㅋ, 난 사실 매저키스트였엉ㅋㅋ)
디아맨 2015.07.02 17:53  
택시기사가...가여워요
아마 저 라면 하룻밤은? 귀차나서 잣을거애요 ㅎㅎ
삼천포 2015.07.02 18:31  
택시비부터 방값까지 모든게 다 뻥이었어요.
막상 도착하니 몇배로 뻥튀기더라구요 ㅜㅜ
디아맨 2015.07.02 18:39  
ㅎㅎ 취소할개요 가엾다는말..머리 숙이다 에서 동정심이...
다 읽엇어요...헉헉(변태 아님)
september 2015.07.09 16:09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삼천포님의 맛깔나는 글솜씨 ~ㅎ
오늘도 혼자서 낄낄대며 자~알 읽고있습니다
뒤도안보고 뛴건 잘한것 같아요 워낙 인도는...... 무서워요

 허리디스크는  쫌 어떠신지요  아~놔 1월에본거 지금 물어보는나  이해해주세요
 워낙건망증이 중증이라    오늘에서야  물어보네요

오래전 여행기에서 잠깐본 삼천포님과  좀 달라보이는 뒷모습 (멋지긴한데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임)
그래도  이쁘네요  꽃분홍원피스 ~ㅋㅋ
삼천포 2015.07.09 19:33  
허리 디스크는 잘 안낫네요ㅠ.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조금 우울한 일상에 셉템버님의 댓글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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