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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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7

삼천포 10 4832

맥글로드 간즈에는 그 좁은 동네에 거지가 참 많다.

인도인, 티벳인, 승려들, 거지들, 여행자들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공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많은 거지들 중에 티벳 거지는 하나도 없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티벳에 없는 3가지가 "거지, 도둑..." 하나는 까먹었지만 -_-, 하여튼 거지는 전부 인도인들이다.

그러나 티벳 거지는 없지만 티벳 광인은 좀 있다.ㅋㅋ우리는 그들을 CG(크레이지 가이)1,2,3....라 불렀다.

길바닥을 침실 삼아 주무시면서도 남다른 포스로 주변인들 제압해 주시던 광기어린 그분들.

우리가 만난 첫번째, CG는 CG1이라 불리면서 "파라솔" 이라는 애칭도 붙여줬던 초강력 광인.

특히, 이 분은 망구에게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출하셨던 분이다.ㅋㅋㅋ

그날도 우리는 아침을 먹고 산책 겸 동네 골목길을 어슬렁 거리며 쏘다니는 중이었다.

어디선가, 굉장히 크고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리길래 그곳을 봤더니 새까만 얼굴에 눈빛만 형형한 그분이

앞사람 얼굴에 거의 물대포 수준의 침을 튀겨가며, 미친듯이 화려한 손놀림을 구사하며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주변인들의 반응은 시큰둥 -_-;; 또 시작이냐, 아 시끄러...머 이런 표정.ㅋ

그렇게 요란하게 떠들어대던 그 분이 문득 우리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찰나, 나는 그분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반짝이던 섬광같은 열정을 보고야 말았다.

그의 시선은 지체없이 망구에게 꽂혔다.

광인 : 헤이~! 뷰우리풀 레이디~~!!!

망구 : -_-;;

광인 : 오오오오오오오~~~! 쏘 뷰리풀!

이상한 기운을 느낀 우리가 빠른 걸음으로 비껴가려는 순간, 그의 손이 순식간에 다가와 망구의 다리를 덥썩 잡아버렸다.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손을 잡는 것도 너무 성급한데, 하물며 반바지를 입은 맨다리를 덥썩 잡아버리는 그 터프함 -_-'

망구는 "으아아아아악~~~!!!!!" 하고 소리지르며 도망가고, 나도 쫓아서 허둥지둥 뛰어가고...그런 우리 뒤를 광인이

헐레벌떡 쫓아오고, 뒤돌아보다 쫓아오는 광인을 발견하고 더 놀라서 헐레벌떡 달아나고..그런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 릴레이 경주 -_-를 보고 다들 숨넘어가게 웃어대고...우리는, 질질 짜면서 달아나고..광인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낄낄대고.

그 며칠 후, 혼자 외출했던 망구가 울면서 들어왔다.

망구 : 짐 싸. 우리 떠나자!

천포 : 앙?? 먼 소리야? 먼 일 있었어?

망구 : 내가 정말 동네 창피해서 이 동네에서 못 살겠다...정말...흑흑...

천포 : 왜? 무슨 일인데??

망구가 울면서(ㅋㅋ) 해 준 애기는 이랬다.

혼자 밥을 먹으러 동네 번화가 골목길을 걸어가던 망구.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 광인이 망구를 향해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더란다. 얼굴 가득 반가움의 미소를 흩날리며, 손에는 치킨집 앞에나 놓여있어야할 초특대형

파라솔을 쌩뚱맞게 들고 낑낑대며...-_-

망구가 어리둥절해서 쳐다보자 그 광인은 그 큰 파라솔을 망구에게 척 내밀었단다.

광인 : 당신은, 화이트 프린세스에요 -_- ~!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에요!  당신의 그 하얀 피부가

햇볕에 타면 안돼요~시러시러~-_-;;자 이걸 써요~! 나의 공주님^^

하며 그는 그 큰 파라솔을, 손에 들고 있기도 버거운지 부들부들 떨리는 그 무거운 대형 파라솔을 망구에게 씌워주며

사랑의 미소를 샤방샤방~ 날려댔다고 한다.

무게감을 이기지 못해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그 묵직한 파라솔을, 바람을 이기지 못해 마치 덤보의 귀처럼 팔랑거리는

그 파라솔을 망구에게 씌어주려 애쓰는 그의 모습에, 주변인들 모두가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고..

너무 창피한 마음에 냅다 도망치는 망구. 그런 망구의 뒤를 묵직한 파라솔을 들고 쫓아오며 헉헉대는 광인.

100미터 달리기 경주를 하다시피, 두사람은 앞서거니 뒷서거니(?)....망구가 가는 곳마다 집요하게 쫓아오며

파라솔을 씌워주려 애쓰는 광인. 그런 그를 피해 죽어라 도망가는 망구. 그 뒤에서 그는 애타게 망구를 부르며

파라솔을 휘날리며 쫓아온다.....그들의 숨가쁜 레이스는 온동네 사람들에게 다 목격되고...그들이 가는 곳곳마다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난무한 가운데.....간신히, 그를 따돌리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망구.

가쁜 숨을 달래느라 잠시 앉았다가 주문을 하고 밥을 기다리고 있는데...순간, 머리 위쪽이 어두워진듯한 기운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따라들어왔는지 그분께서 얌전하게 서서 공손한 자세로 파라솔을 받쳐들고 망구의 머리 위에

씌워주고 계시더라는......-_-'

레스토랑 안은 큭큭대며 웃음을 참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망구는 굴욕감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고 한다.

 

 

두번째 광인 스토리.

CG2 이자 "장국영" 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던 나름 꽃미남 광인.

장국영을 닮은 우수어린 눈빛을 지닌 그 광인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느꼈다.

"파라솔" 이 망구를 보던 눈빛처럼 "장국영"은 나를 타는듯한 눈길로 쳐다봤다.(여자라서 행복해요~! 광인에게

사랑받아서 행복해요~!^^)

그는 내가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나를 불태워버릴듯한 뜨거운 눈길을 보내며, 우두커니 서서 뚫어져라 보곤 했다.

나름 카리스마도 있는 편인지, 길거리의 노숙자나 광인들 무리를 끌고 다니며 리더행세를 하기도 했다.

어느날 밤, 친구처럼 지내던 티벳 남자와 맥주 마시러 가는 길에 길거리에 누워서 맥주병을 나발 불고 있던 그를 봤다.

조금, 무서워서 슬쩍 피해가려는데 그가 나를 발견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내옆의 남자를 발견한 순간, 그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화르륵 타오르는가 싶더니,

정말이지 순식간에 마시고 있던 맥주병을 길거리로 확 집어던져서 깨버렸다.

그리고는, 나를 보더니 쓸쓸한 표정으로 슬쩍 웃었다.-_- 머, 어쩌라고??

그리고, 며칠후....

나는 자주 가던 레스토랑에서 주인과 알바와 셋이 부어라마셔라 하고 있었다. -_-''

밥 먹으러 다니며 인사도 하고 친해져서 한국말도 가르쳐 주고 했더니, 고맙다며 술을 사겠다고 했다.

그들은  일년에 한두번 정도만 특별한 날에만 술을 마실 정도로 술을 안좋아하는데, 술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특별히 술을 대접하겠다기에 나는 예의상, 양심상, 가볍게 맥주 4병만 마시겠다고 했다. ㅋㅋ

어쨌든,그들과 맥주를 마시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는데 문제는 이 식당이 화장실이 없다는 것.

결국, 주인남자와 함께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만 동산에 올라갔다. -_-'' 바지에 쌀 수는 없잖아..ㅜㅜ

동산이라고 해도 제법 가파르고 밤중이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미끄러질 뻔 하면서 간신히 큰 나무

뒤쪽에 자리를 잡고, 하필 내리막길이라 넘어질까봐 한 손으로는 나무를 부여잡고, 한 손으로는 바지를

내리려고 엉거주춤하면서 보초를 서는 주인장이 행여 훔쳐 볼까봐 " 보면 안돼요!!! 그리고, 가면 안돼요!

나 무서워요!"라고 외치며 막 볼일 을 보고 있는데, 엉? 엉덩이쪽이 느낌이 이상하게 서늘하다.

뒤를 돌아보니,컥~ 시베리안 허스키만한 개들이 개떼같이(?) 몰려 들어 내 엉덩이 쪽에서 혀를

낼름거리고 있다. 으아아아악~~ 볼일도 미처 다 못봤는데, 혼비백산해서 바지를 추켜 올리고

소리를 지르다 넘어졌는데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언제 나타났는지 덤불 사이로 머리 하나가 쑥 나오더니

그 개들에게 달려들어 발길질을 하며 순식간에 쫓아버린다.

너무 무섭고 놀라서 헉헉대며 그를 보니 그는 다름아닌 장국영이었다.-_-'

황당한 표정으로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찡긋 윙크를 날려주고 시크하게 돌아선다.

조금 아래쪽에서는 내 비명 소리를 들은 주인장이 달려와 넘어진 나를 부축해 먼지를 털어주고...나는 얼이

빠져 있고, 장국영은 바람처럼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올해 여름, 망구는 혼자 또 인도에 갔었다.

델리에서 장국영과 마주쳤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그의 정신 나간 똘짓은 많이 봤지만, 우리는 그와 한 번도 얘기를 해 본 적은 없었다.(미친 사람과

여행자가 대화 할 일이 뭐 있겠냐만은...)

그는 망구를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고 한다.

장국영 : 안녕! 반갑다~!

망구 : 안녕!

장국영 : 니 친구 어딨니?

망구 : 내 친구 한국에 있지.

장국영 : (실망한듯한 표정으로) 그럼 너 혼자 온 거야?

망구 : 응

장국영 : 니 친구 빨리 오라그래.

망구 : -_-;;

장국영 :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난..알아..니 친구가 나 좋아하잖아...난 알아...

망구 : -_-;; 뭐래냐???

장국영 : 나도 그녀를 좋아해...우리는 서로 똑같은 마음이야...보고싶다..니친구...

망구는 그랬다. 그렇게 확신에 차서 얘기하는 그런 표정은 처음 봤다고...

그 자신감..어디서 나오는 걸까?? ㅋㅋ

나는 결국, 한 미치광이와 사랑에 빠진 여인? ㅋ












* 연재하다 말고 너무 오랫동안 중단해버려서 ㅋ
   중단하려니,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맘이 무겁고 다시 쓰려니
   너무 오래되서 자신이 없고..그래서 몸풀기(?)도 할 겸 에피소드를 짧게
   써봅니다.  연습겸..ㅋ 시리즈는 다시 계속될거에요..아마도..
  

10 Comments
요술왕자 2009.10.21 18:36  
올간만에 올리신글~ 반갑네요~
땡깡 2009.10.22 11:53  
무쟈게 방가 ~~~~방가 ~~~~~^^*

계속 연재 부탁해요 ~~~~~~~~~~~~~~~~
삼천포 2009.10.22 12:32  
앗! 요왕님이다!!!!!^^ 저도 반가워요^^
땡깡님도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무지렁이 2009.10.23 11:17  
정말 오랫만에 나타나셨네요. 반갑습니다.
삼천포 2009.10.23 17:33  
오랜만이에요~오래된 친구같은 느낌의 무지렁이님~^^
다알~ 2010.06.22 09:42  
반가워요..^^삼천포님의 여행기 기다리고 있었는데 인도방에서 뵙네요.^^
항상 현실감있는 이야기에 너무나 잼나게 읽고 있답니다.^^ 감사해요.^^
manyto 2011.02.15 15:30  
재미있네요..
디아맨 2015.07.02 10:46  
아~ 행복해랑.. 2년이 지난뒤에 올라온 글이지만.. 전  안기다리고 읽엇네요^^
아쉬운건.. 사진이... 모 이번편은.. 사진이 없네요 ^^;;
삼천포 2015.07.02 13:49  
그때는 여행기 왜 안올리냐는 투정 어린 쪽지도 받고 그랬었는데..ㅋㅋ
먹고 사느라 바빠서..ㅋㅋㅋ사진은 거의 없어요. 거의 다 날라갔어요ㅜ.ㅜ
디아맨 2015.07.02 17:38  
모...제 쪽지라도 원하시면..한번 보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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