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의 인도여행 그 열 한번째 날과 그 다음 날(첸나이-방콕)
2008년 1월 7일 열 한번째 날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은 쇼핑이나 하라며 매형은 출근하시고 난 TV를 보며 아침을 먹고는 이곳에 온 후로 벼르던 일을 하려고 밖으로 나섰다. 그 일이란 지나다니며 보았던 우스운 동상의 사진을 찍는 거다. 한 시간이 넘게 걸으면서 복잡하게 지나다니는 인디안들과 소달구지, 릭샤, 버스 그리고 길 양 옆으로 이어져 있는 작은 가게들을 구경했다. 태국에서는 지나다니다 가게가 보이면 들어가 말도 걸고 음식도 사먹고 했는데 이곳에서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과실음료를 먹어보리라 마음먹고 가게에 다가가다가도 막상 들어가려 하면 왠지 꺼려진다. V자를 아로새기며 서있는 황금동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는 다시 한 시간이 넘게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중간에 길을 잃은 줄 알고 잠시 당황했는데 다행히 지나다니며 본 기억을 더듬어 숙소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집에선 하우스키퍼가 TV를 보며 청소를 하고 있고 매형의 전화를 받은 난 매형과 함께 한국식당인 말죽거리에 갔다. 식사를 하며 보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참 많다. 거의 대다수가 한국사람이고 몇 몇의 외국인도 보이고, 한국어로 음식이름을 복창하는 손님만큼 많은 종업원들과 그리 맛있지 않은 음식들. 2년 넘게 생활한 태국에서 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여러 곳의 한국음식점을 다녀보았지만 정말 맛있다고 느끼며 먹은 음식이 없다. 식사를 마치고 공장에서 내리신 매형은 기사에게 쇼핑센타로 가라고 얘기하신다. 두 군데의 쇼핑센타에서 선반을 기어다니는 생쥐도 보고 가죽지갑하나와 DVD 두개를 사면서 화장실에 가보았는데 휴지도 없다. 너무도 싱겁게 끝이 난 쇼핑 후라 책방에서 본 지도를 바탕으로 시바신전이라는 카팔리스와라르사원(Kapaleeswarar Temple)과 동인도회사 최초의 성채라는 성 조지요새(Fort St. George)중 가까운 곳에 가자고 기사에게 얘기했더니 잘 못 알아 듣겠다며 영어를 할 줄 아는 인디안을 찾는다. 내가 영어로 얘기한 것을 힌두어로 기사에게 얘기를 해줘서 카팔리스와라르사원으로 향하는데 기사가 길을 잘 몰라 헤멘다. 그러면서 "Next Area, next area!"하는 폼이 가기 싫어하는 것 같다. 처음의 기사였던 니르막이 좋았는데 지금의 이 기사는 웬지 자기가 싫으면 하지 않으려 꾀를 부리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길을 잘 몰라서 그랬지 제대로 알고 왔으면 금방 왔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역시 신을 벗고 들어가라기에 신발을 맡긴 후 들어섰다. 입장료도 없고 시내 한 복판에 있어서인지 많은 인디안들이 절도하고 탑두리도 하는데 한 인도처자는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자신의 발크기 만큼씩만 발을 옮기며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다. 무엇을 그리 빌고 있을까? 그들이 너무도 경건히 기도를 하고 있기에 감히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나도 가만히 구경만 했다. 지붕위에는 신화를 장식하고 있는 듯 갖가지 조각들이 새겨져 있고, 작은 신당처럼 생긴 곳에는 형체가 잘 보이지 않는 조각이 모셔져 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기사가 나보고 종교가 힌두교냐고 묻는다. 인도인들은 힌두교를 믿어야만 힌두사원을 간다는 얘긴가. 숙소에서 배낭을 찾아서 매형에게 가야하는데 벌써부터 시작된 교통체증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배낭을 싣고 매형에게 가면서 한국에 전화를 걸어 여행의 마지막 소회를 얘기하고 물끄러미 창밖을 보며 어서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식사도 하고 공항에 가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 0시 15분이라니 늦어도 10시 30분에는 도착해야하고 그러려면 식사를 마치고 9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하겠다. 가는 시간을 초조해하며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데 기사가 무리하게 추월하려 하자 매형이 소리를 호통을 치시고 기사가 큰 눈을 해가지고는 백미러로 눈치를 살핀다. 괜히 내가 미안하다. 예상했던 시간에 공항에 도착 매형과 작별을 하고 Check in을 하고 Immagration을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인디안들과 외국인이 함께 섞여 미로처럼 서서는 순서를 기다렸다 통과하고 시간이 급해 면세점에서 물건도 하나 못 사고 Gate로 향했는데 출발시간이 은근슬쩍 연기되어있다. 와우 국제선 시간이 맘대로 바뀌고 안내도 제대로 되지 않다니 정말 노후하고 너무 작은 공항이 국제공항 역할을 하느라 고생이다 싶다. 아까 보안검사를 통과하며 보니 매형 숙소키를 가지고 있다. 참 내 올 때는 가져올 것을 놓고 오더니 이제는 가져가지 말아야 할 것을 가져간다. 끝까지 민폐다. 시작도 Delayed더니 끝도 역시 Delayed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리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랄까. 인도에서 태국까지는 1,383마일 2,226km란다. 12시 46분 탑승 1시 5분 이륙 5시 40분 착륙했다. “Adieu, India!"
2008년 1월 8일 열 두번째 날
새벽에 도착한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이제 여행도 끝나고 왠지 좀 착잡하다. 도시락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 먹고는 잠자리에 든다. 피곤하다. 우선은 한숨자고 일어나야겠다. 근데 왜 이리 잠이 오지 않는지 내일부터는 일을 시작해야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웬지 모르게 슬프다. 여행하는 동안 기른 수염이 덥수룩하게 덮여있는 얼굴을 세수를 하며 한 참 들여다본다. 이 수염을 자르면 그야말로 여행이 끝이나 버릴 것 같다. 아 한동안은 이렇게 우울할 듯싶다. 우선 수염부터 자르고 봐야겠다. 미련을 잘라내듯 말이다. 안녕, 2007년도여! 안녕, 인도여! 안녕, 나의 추억이여!
< 떠나기 전 태국공항의 모습과 여행중 찍은 유일한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