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의 인도여행 그 여덟째 날(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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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의 인도여행 그 여덟째 날(델리)

갈꼬암 0 3016

2008년 1월 4일 여덟째 날



침 6시 30분에 정차한 역에 내려 몸 운동도 하고 구경도 하는데 어제는 창가가 아닌 uperbed여서 그런지 다행히 추운 줄도 모르고 잤다. 새소리가 진동한다. 뭔 놈의 새가 그리도 많은 지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물으니 10시나 되어야 도착한단다. 10시가 되어 짐을 챙겨 군데군데 빈 아래 칸에 짐을 내려놓고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데 한 어린아이가 기어 다니면서 쓰레기를 치우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가지고 있던 동전 중 몇 개를 주고 11시 58분 드디어 뉴델리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다른 숙소에 묵어보려고 Symile inn도 찾아보고 Decent Hotel도 물어봤는데 뭐 별 차이가 없어 그냥 다시 My Hotel에 짐을 풀었다. 알고 보니 Symile inn은 My Hotel 바로 앞이었다. 좀 씻고 옷도 챙기고 1시 7분 숙소를 나서 에베레스트로 향했다. 그 뚝바인지 뭔지를 먹기 위해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담한 분위기에 그리 크지 않은 카페다. 뚝바믹서라는 것을 시키니 수제비로 알았는데 웬걸 라면이다. 60Rs짜리 였는데 맛도 괜찮고 무엇보다 함께 나온 신 김치가 정말 제대로다. 지금까지 다니면서 먹어봤던 어떤 한국음식점에서도 구경하지 못한 맛이다. 누가 담갔는지 함께 태국으로 데려와 김치 장사를 하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김치도 깨끗이 비우고 1시 33분 레드포트로 간다. 와우 뉴델리역의 PPS에는 마술사들이 근무한다. 한 사람은 소란스런 주변 환경을 이용해 잔돈을 주지 않더니 오늘은 돈이 바뀌는 마술을 보여준다. 레드포트까지 45Rs라기에 종류별로 정리해 둔 돈 중에서 50Rs짜리 지페를 한 장 주었는데 손만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10Rs짜리로 바뀌어 있다. 그러면서 왜 10Rs를 주냐고 50Rs를 달란다. 마치 내가 돈을 잘 못 낸 것처럼 웃는다. 너무도 순식간에 생긴 일이라 뭐라 말도 못하고 그 아저씨의 솜씨에 찬사를 보냈다. 오토릭샤 안에서 바라본 델리는 정말 심각한 교통체증을 앓고 있다. 다섯 명이 넘게 사이클릭샤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과 버스에 메달려 질주하는 사람들을 헤치고 도착한 레드포트는 100Rs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고 박물관비용이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세 군데의 박물관을 하나도 보지 못하고 나온 후에 말이다. 후미진 곳에서 음악소리가 들리기에 가봤더니 한 외국인이 커다란 피리 같은 것을 불고 있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다. 연주가 끝난 그 사람은 둘러서 있는 사람들을 보자 쑥스러웠는지 웃으며 “Give me a money"라며 구걸하는 시늉을 한다. 이곳에도 새가 무지 많다. 황제가 앉았다는 의자에도 이젠 비둘기가 주인인 양 앉아있고 건물 처마 가득 새들이 앉아있다. 표값을 내고도 박물관은 구경도 못하고 레드포트를 나서 저 멀리 보이는 첨탑을 기준으로 자마마스지드사원으로 향한다. 걸어서 20분 사원에 도착했는데 카메라 비용(200Rs)을 내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단다. 그래 사진은 찍지도 않을 것이고, 밧데리가 다 되어서 찍히지도 않는다고 꺼내서 찍어 보는데 이런 또 찍히는 게 아닌가. 이놈이 주인도 못 알아보고 망신을 주다니 밧데리 넘버원이라며 비웃는 인디안이 괘심해서 안 들어간다고 돌아서 나와서는 빙 돌아 Gate 1번으로 카메라가 없는 척 그냥 들어갔다. 물론 신발을 벗고 말이다. 맨발로 한 바퀴 돌며 구경하는데 50Rs에 타워에 올라가 보란다. 근데 뭐 볼 게 있을까 싶어 그냥 나와서는 지하철(매트로) 타기에 도전하기위해 가장 가까운 역인 Chawri Bazar으로 향한다. 11분만에 도착한 역에서 몸수색과 짐 수색을 다 하고 9Rs에 네 정거장 뒤인 Vidhan Sabha역을 향해 간다. 티켓은 태국처럼 동전 모양의 플라스틱이었는데 파란색이다. 사람도 많고 좀 덥다. 역간거리는 1분 50초 정도 되고 역에서 나와서는 15Rs에 사이클릭샤을 타고 티베탄꼴로니로 향한다. 9분만에 도착하니 TIBETAN REFUGEE COLONY라는 문이 보인다. 좁은 골목 붉은 옷을 입은 승려들 어디로 가서 무엇을 보아야 하나 망설이며 그냥 걷는다. 숙소로 생각했었던 용덴하우스도 보고 좀 넓게 트인 곳에 있는 사원에서는 모모라는 만둣국을 25Rs에 사먹었는데 국물은 그냥 그렇고 만두는 좀 짰다. 그 옆에 보니 묵 같은 걸 먹기에 또 뭐냐고 물어보니 렘지란다. 15Rs에 하나 시키니 흰색과 노란색의 두 종류가 있고 묵을 썰은 다음 국물을 붓고 간장 소스 같은 것을 살짝 곁드린다. 맛은 묵이 맞는데 국물이 역시 또 짜다. 자신들의 나라를 떠나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 어떠랴. 고달퍼 보이는 그들의 삶을 뒤로 하고 처음 왔던 그대로 사이클릭샤에 매트로를 이용 뉴델리 역에 도착했다. 걸어서 17분 숙소에 도착해 보니 작았던 바지가 다 튿어져 있었다. 몰랐기에 망정이지 알고서야 어찌 그러고 돌아다닐 수 있었겠는가. 아무리 숨길게 없는 인생이지만 그리 다 드러내 놓고는 다니지 못했으리라. 간만에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쉬고 싶었는데 이런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하수구도 막혀 물이 고인다. 세상에 아그라도 바라나시도 나오는 온수가 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니 속상하다. 찬물에 그냥 씻고 옥상에 올라가서 김치볶음밥(이건 거의 죽이다. 130Rs)에 맥주를 한 잔하면서 충전기가 없어 꺼놓고 있던 전화기를 켜고 매형과 한국에 전화를 한 후 그동안 한 번 가보려고 했던 골든카페(Golden Cafe)를 찾아 나섰다. 와우 그야말로 입구가 뚫린 열린 카페다. 그곳에서 Lamb with mushroom 70Rs와 Chilli chicken 70Rs 두 가지를 포장 주문했는데 봉투하나를 준다. 양이 너무 적기에 하나가 더 나오나 했더니 그게 다란다. 그래 양이 왜 이렇게 작냐고 했더니 이런저런 말이 많다. 그러기에 내가 “Anyway it's too small!"이라고 쏘아붙이고는 숙소로 돌아와 맛없으면 보자 했는데 의외로 맛있다. 거기서 마지막 남은 소주팩 하나를 비우고는 기분 좋게 꿈나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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