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의 인도여행 그 세번째 날(델리)
2007년 12월 30일 셋째 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5시에 숙소를 나서니 어제 약속대로 니르막이 대기 중이다. 숙소를 출발한 지 15분 만에 공항에 도착해서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갔으나 쪼그려 쏴에 휴지도 없어 포기하고 Boarding time을 기다린다. 6시 45분 이륙한 비행기는 델리에 9시 26분 착륙했다. 하늘에서 본 델리는 첸나이와 달리 계획된 도시라는 느낌이 들고 아파트 같은 고층 건물들도 많이 눈에 띈다. 와우 인도에서 내 입김을 볼 줄이야. 비행기에서 내리니 서늘하다 못해 춥게 느껴진다. 에고고 반팔에 반바지는 나뿐이다. 델리의 공항 화장실에는 휴지와 좌변기가 갖추어져 있었는데 변기가 너무 높아 까치발을 하고 볼일을 봐야 하기에 또 포기했다. 대부분의 인디안들의 덩치는 나와 비슷했는데 이상하게도 좌변기나 소변기의 위치가 높다. 밖으로 나서서 Information에 물어보니 빠하르간즈(인도의 배낭여행자 거리란다)까지 택시로 450Rs나 나온단다. 뭐야 만원 돈이 넘잖아. 동행을 구할 수 있을까 주위를 둘러봤지만 국내선 구간에 한국인이 있으랴 그것도 이아침에 말이다. 하는 수 없이 나서는데 Pre paid taxi service라는 부스가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 Traffic Police Delhi라 쓰여 있고 무엇보다도 We want you safe라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그려 모든 안전해야지. 돈도 175Rs밖에 안 들었다. 아까 안내의 그 아저씬 정체가 뭐야? 500Rs를 냈는데 35Rs를 달란다. 하도 부정적인 얘기들을 많이 들어서 잠시 갈등이 일고 잔돈이 없어 40Rs를 주니 염려 말라며 405Rs를 거슬러 준다. 복잡한 돈 계산이다. 혼란스럽다. 그 아저씨가 틀린 것 같은데 나도 얼마를 준 건지 가물가물하다. 공항에서 무료지도도 하나 얻고 택시를 타니 이건 뭐 옛날 영화에서나 보았던 차 같다. 한 인디안이 합승을 해서 함께 뉴델리로 향하는데 그 사람은 아마도 나에게 붙어 싸게 가는 것이리라. 도로도 넓고 서비스도 첸나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다. 22분 만에 뉴델리 역에 도착 바로 앞에 있는 빠하르간즈를 가로질러 숙소로 정했던 Symile inn을 찾는데 쉽지 않다. 숙소를 찾으며 돌아다니다 마주친 한국분이 3년 전에는 Symile inn이 좋았지만 지금은 낡아서 별로라며 자신들의 숙소인 My Hotel을 추천하기에 250Rs Double room에 묵기로 했다. 말이 호텔이지 이건 뭐 낡은 여인숙이다. 거기다 나를 처음으로 반긴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새똥이고 호텔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공중화장실이 있어 지린내가 진동했으며, 골목 곳곳에는 소똥이 그득 했다. 이것이 내가 인도여행을 준비하며 망설였던 인도의 모습이다. 호텔 옥상에 올라가니 인도방랑기라는 한국식당이 있어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정보를 얻었다. 12시가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바람이 차다. 나 혼자만 반바지에 반팔을 고수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고 츄리닝을 입을 수도 없고 큰일이다. 우선 첫 도전 과제인 기차표 끊기를 하기위해 뉴델리 역으로 향한다. 묻기도 하고 매표원과 신경전도 벌이며 표를 끊고 나온 시간이 1시 16분이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두 번째 도전과제인 로컬버스타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정보대로라면 코넛플레이스에서 505번 버스를 타면 꾸뜹미나르까지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말이다. 걸어서 10분 남짓 코넛플레이스에 도착했는데 어디가 정류장인지 모르겠다. 지나가던 인디안은 택시나 오토릭샤를 타지 그러냐고 걱정스럽다는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난 당당하게 버스를 타겠다며 버티자 저쪽으로 가보라고 한다. 진작 가르쳐주지 말이야. 첸나이에서는 거의 모든 여자들이 사리를 입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여자들이 60-70년대 패션의 옷들을 입고 있다. 짧은 스커트는 볼 수도 없고 남자들은 모두 수염을 기르고 검은 피부 때문인지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다. 한 인디안의 도움으로 올라탄 버스도 역시 낡았고 터번을 둘러쓴 인도아저씨 옆에 앉아있으니 차장이 다가와 10Rs을 받고 종이표 한 장을 준다. 옆자리의 아줌마도 넘어오고 금연이라고 써 있는 차안에서 태연히 담배도 피우고 우리나라 전철 안에서처럼 물건도 파는 버스 안에서 차장에게 꾸뜹미나르(Qutab Minar)에서 내려달라고 부탁을 하긴 했는데 글쎄 내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는 수밖에 근데 내가 보면 알까? 국립박물관을 지나서 39분만에 도착하니 역시 주말이라 인디안들이 많다. 현지인들과 다른 250Rs(현지인은 10Rs)에 표를 사고 길게 늘어선 줄에 함께 서서 기다리다 들어서니 넓은 잔디에 군데군데 유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탑 하나는 기가 막히게 멋있는데 나머지는 부서진 곳도 있고 별로다. 그 탑은 힌두교에 대한 이슬람교의 승리를 기념하는 탑이라는데 높이가 73m에 달한단다. 잠시 잔디에 앉아 무척 보기 힘든 하이힐과 치마를 입은 인도아가씨도 보고 인도아이에게 사탕도 하나 주고 나무를 타는 다람쥐도 구경하고 무엇보다 넘쳐나는 인디안들을 보다가 다음 목적지인 후마윤묘로 향한다. 잘 하지도 못하는 흥정으로 100Rs에 오토릭샤를 타고 후마윤묘로 가는데 태국의 뚝뚝과 비슷하면서도 특이하게 미터기가 달려있다. 오토릭샤를 배경으로 추워서 떨고 있는 사진을 한 장 찍으려 했는데 못 알아듣는 건지 그런 척 하는 건지 어리버리한 기사 때문에 포기했다. 역시 250Rs에 표를 끊고 보니 디카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비디오 카메라는 별도의 촬영료를 내야 한단다.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었다는 후마윤묘(Humayun's Tomb)는 부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타지마할의 명성에 많이 가려있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무굴제국의 2대 황제인 후마윤이 죽자 이를 슬퍼한 아내 허지베검이 지은 후마윤묘를 5대 황제인 샤자한이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죽은 아내 뭄타즈마할을 위해 후마윤묘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중에 사진을 보니 서로 비슷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여행을 준비하던 나도 타지마할은 꼭 보리라 생각했지만 후마윤묘는 델리 여행을 계획하며 처음 접했으니 그만큼 후마윤묘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의 슬픔이 깃든 건물을 뒤로 하고 지도를 보며 인디아게이트까지 걸어갔다. 길도 없는 곳을 길을 만들어 가며 너무 멀다고 릭샤를 타라는 권유를 무시해가며 지도를 쥔 손에 힘을 줘가며 걸은지 36분만에 드디어 인디아게이트가 보인다.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점점 더 추워지는데 군악대가 춤을 추며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치마를 입은 남자군인들이 어깨를 으쓱으쓱하며 지휘자의 지휘봉에 맞추어 연주하는 음악은 재미도 있고 듣기도 좋았다. 지도상으로 가까워 보이기에 또 걸어서 숙소로 향한다. 날이 어두워 조금씩 무서워 지기 시작할 즈음 다행히 440번 버스를 타고 뉴델리 역에 도착했는데 이런 뒤편이다. 역시 너무 잘 풀리면 소쿠리식 여행이 아니지. 숙소에 도착하여 씻고 옥상에 올라가니 애들이 가득하다. 여행동호회에서 몇분이 아이들을 인솔하고 여행중이란다. 그들의 소란스러움에 김치찌개정식(130Rs)에 60Rs씩하는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며 보니 손님의 대부분이 여자분들이다. 대한민국은 여자들의 깡이 센 것인지 아니면 그 나이의 남자들은 거의 군대문제에 휩싸여 있어서 그런지 어디를 가도 남자보다 여자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이 곳 인도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가 불법이고 술도 지정된 곳에서만 사야한단다. 그래서인지 슈퍼같은 곳에서도 술은 팔지 않고 Wine Shop이라 쓰여있는 곳에서만 술을 판매하고 있다. 거기서는 맥주가 35Rs라는데 호텔에는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단다. 호텔입구에 있는 소누탄두리치킨이라는 곳에서 탄두리치킨과 양고기꼬치를 사가지고(합쳐서 300Rs) 들어와 호텔에서 파는 맥주에 곁들여 마셨는데 탄두리는 두루두루 타서 탄두리라 부르는 건지 맛도 없고 양고기는 무슨 고기인지 의심스럽고 역시 맛이 없다. 하지만 하루를 마감하며 마시는 맥주는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