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의 인도여행 그 첫번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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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의 인도여행 그 첫번째 날

갈꼬암 3 4613

2007년 12월 28일 첫째 날


전 7시 10분 에어인디아인 줄만 알고 떠났는데 공항에 도착해 Check-in하니 10시 15분 타이에어라인이다. 이게 무슨 일인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 아닌 항의(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그들이 이해했을까 싶다)를 해보았으나 무슨 소용이랴. 어제 늦게까지 환송연으로 마신 술이 이제야 제대로 올라와 피곤해 죽겠는데 편히 쉴만한 곳도 없고, 공항 안을 왔다갔다하며 ‘인도가 정말 가기 힘든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슴앓이 했던 여러 일들이 떠올라 잠시 씁쓸했지만 이제 몇 시간 후면 인도에 가리란 생각이 기분을 좋게 한다. 매형에게 비행시간 변동을 알리기 위해 전화기 앞에 섰는데 이건 원시인도 아니고 사용법을 잘 모르겠다. 이런저런 도전을 해보았으나 전화는 걸리지 않고 마지막으로 한국 누나 집에 전화를 걸어 대신 매형에게 전화하라고 부탁하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가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지나고 비행기를 타고 인도로 향한다. 창밖으로 한참 개발 중인 첸나이의 모습이 보인다. 아 드디어 도착했구나. 모두 2시간 50분간의 비행 끝이었고 시차는 방콕과 1시간 32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시간을 맞추고 옆자리의 한국승객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Immigration을 통과 밖으로 나오니 매형이 기다리고 계신다. 실로 2년만의 만남인 것 같다. 검은 피부의 인도인 기사까지 대동하고 날 기다리고 계셨다. 함께 식사를 하기위해 이동하는 차안에서 바라보는 인도는 정말 복잡했다. 비좁은 도로에 버스, 오토릭샤, 오토바이, 넘치는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엉켜서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고, 곳곳에 보이는 태평한 소들만이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왜 그렇게 경적들을 울려대는 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옆자리의 매형은 그새 인도에 익숙해지셨는지 느긋하시다. 어디서나 자신 있게 사시는 매형의 모습이 보기 좋다. 처음 도착한 곳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본 적이 있는 경복궁의 2호점이라는 나들목이다. 한식으로 식사를 하고 매형은 현대공장에서 내리시고 나는 기사를 대동하고 첫 관광에 나선다. 이런 호사가 어디 있나 싶다. 항상 돈을 조금이라고 아끼려고 바둥거리며 여행을 했는데 지금은 “Yes, sir!"를 연발하는 기사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편히 앉아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기다리면 되니 말이다. 여러 곳을 적어 왔지만 첫 목적지로는 마리나 해변을 선택했다. 우선은 바다가 보고 싶었다. 마음의 고향인 듯 언제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바다. 그것도 인도에서 보는 바다가 아닌가. 그런데 왠지 이국적이지 않다. 태국과 비교해도 한국과 비교해도 나을 것 같지 않아 조금 실망했다. 바다의 모습을 보며 걷다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인디안이 해변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그것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이다. 너무도 무심하고 태연한 그의 표정에 오히려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 후로 곳곳에서 그 것들을 본다. 소나 개들의 것이야 그러려니 해도 사람의 것도 이리 많다니 참 묘한 나라다. 인도는. 해변을 한 바퀴 돌면서 등대도 보고, 해산물을 내놓고 팔고 있는 인도여인들도 보고-그들이 내게도 흥정을 한다. 어디로 보나 관광객으로 냉동도 아닌 생물을 사서 갈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 텐데도 말이다-해변을 운동장 삼아 뛰어놀고 있는 인도아이들도 보며 걸어서 산 토메 성당(San Thome Cathedral)으로 향했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하나인 토마가 묻혀있다는 성당이다. 멋있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낮에 매형이 주셨던 전화기가 울린다. 운전기사에게 "Go to the main office, please"라고 얘기하고 뒷자리에 편하게 자리 잡았다. 그동안의 피곤이 밀려오고 거기에 인도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까지 더한다. 창밖은 가로등이 없어 깜깜하고 그래서 인지 자동차마다 상향등을 켜고 운전하는 바람에 눈이 부시다. 거기다가 여전히 울려대는 경적소리와 추월하기위한 아찔한 운전쑈까지 부디 살아서 매형과 인도에서의 첫 만남을 축하해야하는데 말이다.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매형과 예전처럼 쓰디 쓴 소주 한잔하기를 말이다. 우리 모두 한국에 있을 때는 새벽까지 이슬(소주)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내가 한국을 먼저 떠나며 아득한 추억마냥 떠올리기만 했었는데. 이제 조금 후면 그게 현실이 된다. 매형과 다시 찾은 나들목에서 북방 중국계인지 피부며 생김새며 우리와 비슷한 이들의 시중을 받으며 해물탕에 소주잔을 기울인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음식임에도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 요리들이었지만 오랜만에 함께한 매형 덕에 즐겁기만 하다. 이건 뭐 한국음식 흉내 내기다. 근데 비싸긴 왜 그리 비싼 건지. 더운 나라라서 술을 많이 드시지 않는다는 매형 때문에-매형이 많이 변하셨다. 헤어지기 전의 매형이었다면 아니 한국에서였다면 주거니 받거니 떠오르는 해가 부끄러웠을 정도였을 텐데 말이다-겨우 소주 2병만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로 입가심을 한다. 이렇게 나의 인도에서 첫 날이 저물어 간다. "Good night, India!"




3 Comments
세계수 2008.02.16 12:06  
  언젠가 꼬~옥 가구싶은곳인데..
성당은 아주조은데요...
해변은 영...
ANNE 2008.08.08 20:30  
  하루에 하나씩 읽어나갈께요... 여행기가 자세하고 아기자기해서 소쿨씨랑 같이 인도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예요... ^^ 
갈꼬암 2010.09.04 15:14  
벌써 3년 전의 일이되어 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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