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6
6월 17일. 여행 다섯째 날.
천포는 알레르기성 비염에 만성적으로 시달린다.
그래서 감기 기운이 조금만 있어도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려대곤 한다.
천포는 더위를 심하게 많이 타는 편이다.
가뜩이나 더운 이 여름에 인도를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 모두가 제정신이냐고 물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도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인도라는 나라에서 한여름에 가디건을 두개나 껴입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두꺼운 담요를 얼굴까지
뒤집어 쓰고 자고 일어나서도 콧물과 재채기를 작렬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으니까.
눈물, 콧물로 얼룩지고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우리는 아침을 먹으러 간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국수와 커리를 시켜서 먹고 오늘의 오전 스케줄은 또다시 박수 나트로 고고~!
박수 나트로 가는 산책로는 한가롭고 또 즐겁다.
오늘도 여전히 사진기를 들이대는 인도인들에게 초상권을 마구마구 침해당하고...
흠, 언젠가 이러다 인도판 거성 피자 광고 찌라시에 등장할 수도 있겠지싶다. -_-;;
어제 암벽등반(?)을 하느라 체력낭비가 심해서 못보고 왔던 박수폭포를 보러 가기로 한다.
박수 폭포를 향하여 좁은 산길을 올라가다 헤나 아줌마 발견.
그전부터 헤나를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망구의 눈이 반짝반짝거린다.
망구 : 앗! 나 저거 보고싶어! 구경하러 가자!
천포 : 이쁜거 골라 보자~ 룰룰루~!
우리는 헤나 아줌마가 쫘악 늘어논 도장(?)들을 구경하러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아주 짧은 찰나였다.
순간, 아줌마의 눈빛이 먹이를 포착한 매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번뜩인다 싶더니 정말이지 순식간에
망구의 하얀 팔뚝에 조악한 무늬의 코끼리가 "쾅!" 하고 선명하게 찍혀버렸다.
망구 : -_-;;; 헐~! 이게 머얏! 아줌마!!! 왓 이즈 디스?
아줌마 : 노 프라블럼~!!! 뷰리풀!!! 굿굿굿~!!!
망구 : 머래냐? -_-;;; 이거 공짜로 찍어주는건가?
아줌마 : 오케이~! 노 프라블럼~
당황한 망구에게 아줌마는 노프라블럼~! 만 되풀이해댄다.
어리둥절해 있는 망구의 팔뚝을 만지며 히죽히죽대던 아줌마는 우리가 잠시 얼이 빠져 있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순식간에 망구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노련함으로 또다시 망구의 왼쪽 팔뚝에
불탑 무늬 도장을 "쾅!" 하고 찍어버린다.
그리고 잠시 후, 시꺼먼 얼굴에 유난히 희번덕거리는 흉흉한 눈빛을 한 헤나마녀가 한 손에는 도장을 들고
한쪽 입끝만 기괴하게 올라가는 썩소를 머금은 채로 새로운 먹잇감인 천포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천포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친다.
먹잇감의 저항을 감지한 헤나마녀가 도장을 쥔 손을 번쩍 치켜든다.
그리고는 천포의 뽀얀 팔뚝을 향해 도장을 "쾅" 하고 내리찍으려 한다.
"1등급 돈육! 쾅!" -_-;;
백돼지 1등급 돈육 도장이 찍히려는 찰나, 절묘하게 팔뚝을 비틀어 아슬아슬하게 방어 성공.
공격에 실패한 헤나마녀가 이번에는 페인트 공격에 들어간다.
천포의 오른쪽 팔목을 가리키며 히죽대는가 싶더니, 잠시 오른쪽 팔목에 시선이 집중된 천포의 빈틈을 이용해
어느샌가 왼쪽 팔목에 도장을 내리찍으려 하고 있다.
0.1 초의 간발의 차이로 헤나마녀에게 잡혔던 왼쪽 팔목을 빼내는 순간,
마녀의 도장은 바람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고 만다.
먹잇감들의 저항이 예상 외로 거세지자, 헤나마녀는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다.
마녀 : 돈 내놔!!!!! 100루피야!!!!!!!!
우리 : 헐~ 지멋대로 찍어 놓고!!!!!! 못 줘! 배째!!!
마녀 : 이것들이, 증말!!! 나 이동네에서 껌 좀 씹던 언니거든!!!! 존말로 할때 돈 내놔!!!!
우리 : 거지같은 거 지멋대로 찍어놓고 , 적반하장이네!!! 돈 못줘!!!!!!
마녀 : 내놔!!!!!!!!!!!!!!!!!!!!!!!!!!!!!!!!!!!!
마녀가 그 큰 눈을 부릅뜨며 바락바락 악을 써댄다.
그 소리에 놀라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웅성댄다.
그 중 인도 아저씨 한 명이 우리의 소동을 지켜보고 있다가 마녀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른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우리편을 들어주는 것 같았다.
마녀가 무서운 눈길로 아저씨를 갈구며 또다시 소리를 빽빽 질러대며 삿대질을 한다.
그 광기 어린 기세에 눌린 아저씨가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버린다.
이제 말리는 사람도 없겠다, 더욱더 기세가 오른 마녀가 점점 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녀 : 돈 내놔!!!!!!!!! 이 작것들아!!!!!!! 돈 내놓기 전엔 못 가!!!!!!!
우리 : 돈 못 줘!!!!!!!! 이거 지워!!!!!!!! 지워줘!!!!!!!!!
망구가 팔뚝을 내밀며 지워달라고 하자 마녀가 당황한다.
마녀 : -_-;; 돈 내놔!!! (조금 기가 죽었다.)
망구 : 아줌마 팔뚝 이리내봐! 나도 도장 찍어줄게!!!!!!!!!!
마녀 : -_-;;; 돈..줘....(급당황했다.)
망구가 그런 마녀에게 50루피를 준다.
마녀는 50루피를 받고도 돈을 더 내놓으라며 바락바락 악을 써댄다.
우리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오느라 폭포는 구경도 못하고 다시 되돌아온다.
잠시 구경만 하려던 거였는데, 뜬금없이 팔뚝에 조악한 도장 두개를 찍게 된 망구는 계속 투덜댄다.
망구 : 아~ 진짜 짜증난다. 이쁘면 말을 안 해! 뭐 이딴 문방구에서 파는 도장 같은 걸 지멋대로 찍어 놓고..
한쪽 팔엔 코끼리. 한쪽팔엔 불탑! 죽이지 않냐? 당장 지워버리고 싶다.! 흑흑..
천포 : 흠..내가 아무리 너를 위로해주고 싶어도...정말이지 이건 꼭 우리 초딩 때 선생님이 숙제공책에
찍어주시던 "참 잘했어요" 도장보다도 더 퀄리티가 떨어져보이냐....
망구 : ㅠ.ㅠ 그래도...조금도 안 예쁘냐??
천포 : 글쎄다....얼굴에 찍어줬다면 또 몰라도, 저질면상이나 좀 가리게 찍어줄 것이지!!!
망구 : -_-;; 너 지금 나 놀리는거지?
천포 : 아니야~!절대! 망구야, 내가 너를 위로하는 의미에서 노래 하나 불러줄까?
망구 : (헤벌쭉~^^) 그래..그래....
천포 : 망구~ 힘내세요~코끼리 있자나요!! 망구~ 힘내세요~불탑이 있어요~!!!!!!
망구 : -_-;;그냥 나 놀리는 거라고 얘기를 하지....ㅠ.ㅠ;;
천포 : 힘내세요!!!!!!!!!! 망구씨!!!!!!!!
망구 : -_-;;; 거 참 고맙다! 이 사악한 인간아!!!!!!!! ㅠ.ㅠ
박수 가는 길에 본 원숭이^^
투덜투덜대는 망구를 달래가며 아이 쇼핑을 했다.
코끼리 문양 못잖게 조악한 쇼핑 품목들.
싸구려 신발들과 악세사리를 구경하고 잠시 쉬려고 카페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인도 남자가 쓰윽 다가오더니 사진기를 들이대며 같이 찍자고 한다.
것두, 천포만 콕 찝어서.
남자의 친구가 사진기를 들이대고 얼떨결에 인도 남자와 둘이서만 사진을 찍게 된 천포.
나름 한류열풍에 이바지 한다는 애국심(?)을 발휘해 최대한 급방긋~! 하며 입술을 파르르 떨고 있는데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정말이지 아주 순식간에 천포를 확 끌어당겨 얼굴을 거의 맞대듯이 하고
진정 닭살스러운 연인모드로 연출해버리는 인도 총각. -_-;;
천포 : 아아아아악~~~~~~~!!!!!!!!!!!!!!!
인도남 : 흐흐흐~~ 땡큐~!!! 한 장만 더 찍어주세요!!!!!!!!!
천포 : 아아아아아악~!!! 됐거든요!!!!!!!!!!!!! 잉잉잉~~~ㅠ.ㅠ
능글맞게 웃고 있는 그남자를 뒤로 하고 울면서 허둥지둥 도망가는 천포.
그런 천포의 뒤에서 망구씨의 명랑한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망구 : 천포~힘내세요!!! 치한이 있잖아요~!!! 천포~ 힘내세요~!!!! 인도남 있어요~!!!
천포 : ㅠ.ㅠ 고맙다~! 친구야~!!!
그리고 나는 이날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하여 절대로! 인도 남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대신 인도 귀여운 꼬맹이들이나 가족들과는 여전히 함께 많은 사진을 찍었다.
박수의 오아시스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서양애들이 점령하다시피한 카페에서는 근사한 재즈바에서나 나올법한 재즈음악이 흘러나온다.
바람은 솔솔 불어오고 음악도 굿~!
헤나마녀에게 당하고, 치한에게 당해 심신이 피폐해진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휴식의 장소였다.
카페에서 쉬다가 다시 맥으로 돌아온다.
남걀 사원 앞의 도토릭묵집에서 도토리묵을 먹는다.
우리나라 도토리묵과 거의 흡사한 맛의 티벳 묵집은 한글로 "한국의 도토리묵보다 더 맛있는집"이라고
써 있는 가이드북에도 소개된 검증받은(?) 노점이었다.
도토리묵을 먹다가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낙비를 흠뻑 맞고 숙소로 돌아온다.
우기인데다 워낙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다보니 하루에도 서너번 씩 비가 쏟아지고는 했다.
비를 흠뻑 맞고 돌아와 씻으려고 옷을 벗는데, 어제 산 메이드 인 네팔 주황색 가디건에서 물이 빠져
속에 입은 흰나시가 주황색으로 얼룩덜룩하게 물이 들어 있다. -_-;;
굿 퀄리티, 굿 프라이스, 하이 퀄리티. 굿 디자인 등등을 연발하며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수다스럽던
인도남과 흥정에 흥정을 거듭해 400루피라는 거금(?)을 주고 산 가디건이 결국은 아끼던 흰나시를
버려놓고 말았다.
비가 그치고 우리는 아쇼카에서 맥주 두병에 피자 한 판.
다시 숙소로 와서 낮잠, 아니 오후잠을 잔다.
눈을 뜨고 보니 밤 9시다. -_-;;
망구 : 켁~! 거 참 애매한 시간대구만, 우리 오늘밤 홀랑 새겠다.
천포 : 그러게.... 낮잠을 너무 많이 자버렸네.
우리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늦은 밤이라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에서 오믈렛으로 대충 저녁을 떼우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망구 : 우리 뭐하면서 시간 떼우지? 잠도 안 올거 같은데...
천포 : 캬캬...근데 우리 이러다 또 자버리면 우린 꽃짐승~!!!
망구 : 그럼 인간도 아니지, 캬캬....근데 밤마실도 못나가고 우리 뭐하고 놀까??
천포 : 걍 수다나 떨어야지..모........zzzzzZZZZZZZZZZZZZZZ
망구 :zzzzZZZZZZZZZZZZZZ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
우리는 꽃짐승이었다.
동네 한량 노릇이 나름 피곤했는지, 우리는 낮새도록 자고도 또 밤새도록 잠이 들어버렸다.
6월18일. 여행 여섯째 날.
우리의 아침은 분주하다.
아침을 먹으러 숙소를 나오면 제일 먼저 우리가 생수를 즐겨 사는 구멍가게 아저씨가 인사를 건넨다.
구멍 가게 맞은편의 야채 가게 총각은 늘 큰 목소리로 명랑하게 "나마스떼~!!" 하고 활짝 웃는다.
몇발짝 더 가면 있는 보석상의 점원인 꼬맹이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잘 잤어?" 하고 물어본다.
2층 카페의 종업원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좋은 아침!" 하며 아침 인사를 건넨다.
그 인사를 우리도 반갑게 받아준다.
우리는 이제 이 동네 주민이다. -_-;;
조금만 더 있으면 반상회에도 참여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요란스런 아침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아침을 먹으러 간다.
오늘은 10시에 텐진을 만나 함께 아침을 먹기로 했다.
늘 혼자만의 양다리를 걸치는 나름선수(?)텐진이지만, 우리는 그를 그냥 친구로 나름 인정했다.
옥상 카페에서 텐진과 함께 아침을 먹고, 또다시 양다리 작업을 구사하는 텐진을 매정하게(?)
떼어놓고 우리는 오늘의 스케쥴인 네충 사원을 향하여 고고~!!!
우리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곳이다.
네충 사원으로 가는 길은 한가롭고 조용한 산길이지만 조금은 위험하기도 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폭주족(?)들이 우리 뒤를 따라오며 뱅뱅 돈다.
환한 대낮인데도 무서워서 우리는 길을 가던 인도 아줌마들 옆에 꼭 붙어서 간다.
인도 아줌마들이 웃으며 우리의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는 나무에서 산딸기처럼 생긴 열매를 따서 우리에게 내민다.
우리는 그렇게 아줌마들과 함께 길을 걸어간다.
네충 사원에 도착해 사원을 둘러보고 근처 구멍가게에서 콜라를 사서 마신다.
우리 뒷테이블의 티벳탄들이 왁자하게 떠들면서 밥을 먹고 있다.
그들이 먹는 일상적인 밥은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 그냥 한 번 힐끗 봤을뿐!!!
저얼대, 침을 흘린다거나 먹고 싶다는 절실함이 가득 담긴 촉촉한 눈빛 공격 따위는
하지 않았다. 과연~??? -_-;;
그런데, 잠시 후 우리 테이블로 밥이 날라져온다.
커다란 접시에 밥이 한가득, 그리고 감자조림과 양파볶음이 담긴 접시 하나.
어리둥절해 하는 우리에게 그들이 손을 살짝 들며 웃는다.
헐~! 이건 마치 카페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의 테이블에 맥주 한 병 시켜주고
어리둥절해 하는 여자를 향해 살짝 손을 들어 그윽한 눈길로 바라봐 주는 시츄에이션~!??
우리는 그럼 접시에 담긴 고추라도 들어서 건배~?? -_-''
망구는 매운 음식이라면 환장하며 좋아라한다.
청양고추나 쥐똥 고추 정도는 껌처럼 씹을 정도다.
천포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화가 난다. 그리고 그 화를 주체를 못해 몇시간동안 딸꾹질을 해댄다.
망구는 그런 천포에게 특훈을 시킨다며 청양고추 먹기 4단계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었다.
제주도의 푸른밤을 보러 간 지난 겨울에 나는 팬션에서 망구의 강압에 못이겨
울며 겨자먹기 아니 울며 고추 먹기로 청양고추 완전정복 4단계 프로그램에 참여해야했다.
조금 매운 1단계 고추에서부터 시작해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매운 4단계 고추까지
망구의 채찍질을 받으며 억지로 먹다가 잠시 혼절하기도 했었다. -_-;;
망구가 접시에 놓인 고추를 덥썩 집어들어 와삭와삭 깨물어 먹는다.
티벳탄들이 손을 내저으며 만류한다.
티벳탄 : 먹지마!!!!!! 엄청 매워요!!!!!!
망구 : 에헤헤헤헤~ 맛있다~!!! 하나도 안 매워요~!!!
천포 : 진짜? 하나도 안 매워???
망구 : 응! 너도 먹어봐~! 진짜 하나도 안 매워~!!!
천포 : 정말? 그럼 나도 먹어볼까?
그리고 천포는 고추를 아주 조금 깨물어 먹어본다.
정말 조금이었다.
그런데,그 조금의 고추가 맹렬하게 매운 기운을 내뿜으며 입안을 휘감기 시작한 건 순식간이었다.
크허허허허헉~!!!!!!!! 하고 컥컥 대는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비비꼬며 괴로워하는 천포를
망구와 티벳탄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쳐다본다.
천포는 그날 용가리 됐다.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_-;;
천포는 눈물 콧물을 줄줄 흘려대며 켁켁대는데 망구는 웃느라 정신없이 눈물, 콧물을 흘려댄다.
티벳탄들도 그런 천포의 모습이 웃긴지 다들 뒤집어져라 웃어대느라 밥먹는 것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날 비록 용가리가 되는 추태를 연출하긴 했지만 순수한 티벳탄들이 사 준 소박한 밥상은 정말 근사했다.
우리는 밥 한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서 다 먹고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리운 맥의 풍경입니다.
돌아오는 길엔 50루피에 택시를 타고 왔다.
숙소에 와서 잠시 쉬다가 한국 식당인 카페 리에서 잡채밥과 김치 라면을 먹었다.
하루에 도대체 몇끼를 먹는 건지..-_-;;
소화도 시킬 겸 동네 한바퀴 고고~!
동네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동네방네 쏘다니며 우리는 널널하다.
아무 하는 일 없이 그저 우리 발길 가는 대로 그냥 쏘다닌다.
한량 짓 하기 딱 좋은 동네다.
노을이 질 무렵, 네충 사원 가는 길목의 한적한 벤치 발견.
오랜만에 고독이나 싸볼까? 하며 벤치에 앉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인도 총각들.
우리에게 껌처럼 딱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어찌나 끈덕지던지 우리가 대꾸 한마디 하지 않고 앉아 있는데도 계속 말을 시킨다.
인도찐드기들 : 얘네 영어 할 줄 모르나봐.....캬캬캬캬캬...
우리 : ............
인도찐드기들 : 어이~! 말 좀 해봐~! 니네 바보냐? 캬캬캬캬캬
우리 : .................
인도찐드기들 : 알러뷰! 몰라? 몰라? 알러뷰~!!!!!!
우리 : -_-;; .................
뭐 이런 시츄에이션이다. -_-;;
참다 못해 벌떡 일어나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계속 우리 뒤를 졸졸 쫓아오며 말을 시킨다.
우리가 대꾸를 하든말든 우리가 인상을 쓰든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쫓아온다.
딱 보기에도 위험해보이는 그런 분위기의 남자들이었다.
해는 지고 있었고 그날따라 그 길에는 인적도 드물었다.
우리는 걸음을 빨리해 그들을 벗어나려고 했다.
우리의 걸음이 빨라질수록 그들의 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
마치 경보 경기를 보는듯 했다. -_-;;
숨가쁜 레이스는 인적 많은 시내(?)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일본 식당으로 들어가버렸고, 그들은 더이상 우리를 따라오지 못했다.
우리가 맥에서 처음으로 갔던 번화가의 절(?)이 보이네요. 그립습니다.ㅠ.ㅠ
다음날, 우리는 예정된 스케쥴 대로 맥을 떠나서 마날리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단 며칠만에 이 작은 동네에 너무 많이 익숙해져버린 우리의 마음은 일정과는 별개로
자꾸만 밍기적대고 있었다.
우리가 떠나기 싫다고 징징대자, 맥에서 알게된 한국 친구가 말했다.
"떠나기 싫으면 떠나지 않으면 되잖아. 그거 의외로 쉬운 일이야. 많은 걸 포기하면 모든게 다 쉬워져!"
그 친구는 영어선생님이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배낭여행을 다닌지 3년째인 씩씩한 처자였다.
최고신부감인 그 좋은 직업을 왜 포기했냐고 묻는 우리에게 그녀는 조금은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 나는 너무 불행했어. 그런데 그 좋은 직업을 포기해버린 지금은 너무 행복해.
그래서 난 지금의 내가 더 좋아"
그리고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웃었다.
우리의 일정에는 마날리 - 레 - 리쉬케쉬 - 바라나시 등등이 줄줄이 있었지만,
그냥 당분간은 이대로 지내고 싶어졌다.
누군가 등떠밀어서 보내는 것도 아닌데 아쉬움이 가득한채로 떠나기는 싫어졌다.
그때, 노을이 지던 그 날, 그 시간...
그 순간의 선택을 우리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헤헤헤~ 초고속으로 올립니다. 천포의 여행기를 사랑하는 님들을 위해서요.나 참 잘했어요? 나 이뻐요? ㅋ ^ㅡ^;;;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