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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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5

삼천포 15 6137

6월 15일. 여행 셋째 날.

버스는 맥글로드 간즈를 향해 밤을 세워 달리고 있다.

해발 1780 이었나?

암튼, 높고 높은 골짜기로 자꾸자꾸 올라간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추워진다.

추위에 떨며, 빈대에게 물리며,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깨어보니 어느새 날이 환하게 밝았다.

12시간 걸려 드디어 맥글로드 간즈 도착.

여행 준비를 하며 가이드북을 한창 읽었을 때 맥글로드 간즈 페이지를 펼치던 순간,

습하면서도 묘하게 청량한 바람 한줄기가 내 마음속으로 불어오는 듯 했다.

낯설고도 매혹적이었던 그 바람은 그 후로 자주 내곁을 맴돌았다.

이른 새벽에 문득 잠이 깨어 한동안을 서성대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델리편을 읽다가 지겨워지면 한참 뒷쪽의 맥의 풍경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곤했다.

바라나시 편을 공부하다가 슬그머니 맥 페이지로 넘어가서 그렇게 또 한참을 읽고 또 읽었다.

몇 장 되지도 않는 맥 페이지를 읽고 또 읽어 그 부분만 새카매지도록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때 나는 여행을 떠나기에는 너무나 불안정한 상태였고,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왈칵 쏟아내곤 해서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일들이 불안했고, 많은 것들이 두려웠으며,

너무나 가지고 싶었으나 가질 수 없었던 그 무언가 때문에 마음은 늘 초조했다.

그러나, 희안하게도 맥에 대해서만은 그 어떤 불안감이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즐거웠다.

내 마음은 평온했고, 그것은 행복한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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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와 까르마파.

달라이 라마 >< 너무너무 존경해요~!!!!

달라이 라마가 살고 계신 곳.

그분을 따라 수많은 티벳 난민들이 힘들게 넘어와 마을을 형성하고 살고 있는 곳.

인도 속의 작은 티벳. 맥글로드 간즈.

그 설레임 속에 처음 도착한 맥글로드 간즈에게 건넨 나의 첫인사는 콧물을 동반한 제채기였다.

밤새 야간버스에서 뒹굴었던 티가 팍팍 나는 산발한 수세미 같은 머리에 돋보기 안경을 쓰고

허벅지가 부욱 찢어진 싸구려 치마를 입고 배낭을 맨 천포는 맥의 예상치 못했던 추위에

연신 제채기를 해댄다.

그 와중에도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교리를 실천하고자 밤새도록 나를 등쳐먹었던 빈대를

손끝 하나 건들지 않고 "손만 잡고 잘게. 오빠 믿지~!" 버전으로다가 순수하게

빈대의 순결과 생명을 밤새도록 고이고이 지켜준 착하디 착한 나. -_-;;

옛 조상님들이 가을 수확을 하실 때 나무 맨 꼭대기의 과일은 까치밥으로 남겨두셨다던

그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계승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릴 때 발바닥의 제일 두꺼운 각질 하나를

아낌없이 부욱 뜯어서 빈대밥으로 던져 놓고 오는 이 아름다운 나눔과 희생의 정신 . -_-''

버스 정류장에 호객 나온 삐끼가 건넨 명함 중 가이드북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나는 "핑크 하우스" 가 있다.

볼것도 없이 콜~!!!

묻지마 관광객인 우리는 숙소를 정하는 것도 거의 묻지마 수준이다.

대충 그냥 아무데나 간다. 최악의 숙소만 아니면 우리는 절대 까탈을 부리지 않는다.

숙소는 깔끔하고 또 포근했으며 전망도 좋았고 조용했다.

그러나 절대 단점이 한가지 있었으니 숙소까지 가려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계단..계단..계단..

내려갈땐 신나게 내려가지만 올라올때는 힘들어서 피똥을 싼다.

특히나 청순가련한(?) 망구는 평균 10번 정도는 잠시 멈춰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가련하고도 애처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곤 했다.

망구 : 천포야! 같이 가! 헥헥...아이구 도가니 쑤셔~!!!

천포 : 으이그~ 그러니 늙으면 죽어야 된단 말이 나오지...나처럼 평소에 기초체력을 기르란 말이다.!

망구 : 너무 힘들어. 나 좀 뒤에서 밀어줘.! ㅜ.ㅜ;;

천포 : 기다려! 있다가 내려갈 때 밀어줄게! 한방에 굴러서 숙소까지 내려가게...후후후..

망구 : 거 참 곱디고운 마음 씀씀일세....-_-;;

천포 : 아악~!!! 망구야~~!!!!! 요기 위에 캐미남들이 개떼같이 지나가~!!!! 빨랑 올라와봐~!!!

망구 : 정말? 어디어디???????

울 망구씨, 캐미남이라는 말에 쑤시던 도가니에 캐토톱을 붙인 효과를 본 듯 다다다다다다다~! 하고

뛰어서 바람할매처럼 광속으로 달려온다.

망구 : 헥..헥.....어디? 어디? 캐미남들 어디 있어?

천포 : 그 정신으로 빡씨게 뛰어오란 말이다! 이 계단만 올라가면 캐미남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천국이 펼쳐질 것이다! 라는 정신상태로 중무장 하란 말이다!

망구 : 흠..돌려 말하지 말고 한마디로 지금 나한테 개뻥 친거지???

천포 : 어머~! 무슨 그런 거친 말씀을?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아름다운 표현도 있는데...

우리는 늘 투덜거렸다.

이 죽일놈의 108계단(?) 때매 하루에도 열두번 씩 트레킹 하는 기분이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당장 숙소부터 옮기자고...

그래놓고선, 다음날이면 짐 꾸리기 귀찮아서 밍기적 대다가 또 헥헥거리며 계단을 오른다.

숙소를 정하고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우리가 간 곳은 "아쇼카" 레스토랑.

레스토랑 3층에서 아메리칸 누들과 로띠를 먹는다.

아쇼카 레스토랑은 이날 이후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다.

그곳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고 또 시도때도 없이 들락거리며

커피를 마시기도 했고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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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쇼카 레스토랑의 옥상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옵니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 정장(?)을 입은 스님들도 있구요,

카우보이 모자를 쓴 멋쟁이 티벳탄 아저씨도 있구요.

엄마 , 아빠 손잡고 외식하러 온 아이들도 있어요.

고산지대여서였을까...

우리는 킹피셔 비어 한 병에 늘 알딸딸하게 취하곤 했다.

늦은 밤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해서 7시면 칼퇴근을 했다. ㅡ.ㅡ;

숙소 근처 비어샵에서 킹피셔 비어 한 병씩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테라스에 앉아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리는 맥주 한 병을 아껴아껴 마시곤 했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 유혹적이었고

산기슭을 따라 쭈욱 이어지는 집집마다 켜 놓은 불빛은 별빛인 듯 그렇게 아름다웠다.

우리는 맥주 한 병에 기분 좋게 취해 마치 우리만을 위해 밝혀준 듯 느껴지는

특별한 조명같은 별빛 아래에서 아주 조그만 목소리를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나를 위해 나즈막한 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는 친구의 목소리는 꿈결인듯 나른하게 달콤했고

나는 별빛이 너무 눈이 부셔서 슬퍼졌다.

6월16일. 여행 넷째 날.

맥에서의 둘째날.

눈을 뜨자마자 우리는 세수도 안하고 눈꼽을 주렁주렁 매단 체로 주머니를 탈탈 턴다.

속곳 주머니 먼지 까지 탈탈 털어 긁어 모은 우리의 전재산은 34루피.

인도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말에 처음으로 시티은행 현금 카드를 만들어 온 우리.

돈은 몽땅 카드에 넣어 두고 가진 돈이라고는 34루피에 한국돈 30만원. ㅡ.ㅡ;

(며칠 전 인천공항에서 덤앤더머의 대화)

덤이라 불리던 천포 : ㄲㅑ 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리 드디어 인도 간다~!!!!!!!!

더머라 불리던 망구 : 아하하하하하하~!!!! 아이 좋아~!!!! 얼렁 들어가자~!!!!

천포 : 이히히히히힛~!!!!

망구 :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

허파에 바람 든 무뇌아 먀냥 좋아서 실실대며 신나서 출국심사를 마친 우리.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환전을 안한거다. ㅡ.ㅡ;;

천포 : 망구야.....우리 돈 없다. -_-;;;

망구 : 괜찮아......카드에 돈 60만원 있어. 그거 찾아서 쓰고 모자르면......모자르면......-_-;;

천포 : 괜찮아.......인도 가면 한국 돈도 바꿔줄거야..........아마도..바꿔주겠지.......-_-;;;

망구 : 바꿔주겠지......이히힛....만약 안 바꿔주면........에잇....뭐 어쨌든 인도만 가면 되는 거지 뭐..

천포 : 그래..그래....친구야..나 비상금으로 100달러 있다!!! 히힛...

망구 : 오옷~!!! 역쉬, 계획적이고 치밀한 성격의 천포씨!!!!

천포 : 아이..부끄부끄 >< 무슨 그런 과찬을....

우리는 이랬다. -_-;;;

매년 여행을 가면서도 환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걸 홀랑 까먹어버리고 -_-;; 그러고도 좋댄다~

오래전 빙구 영화의 최고봉 "덤 앤 더머" 와 "둘이 합쳐 아이큐 100" 이라는 명작(?)을 기억하시는가?

그들이 바로 우리이며, 우리가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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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포와 망구의 주연 영화!

델리에서 맥으로 가기 전, ATM 에서 돈을 찾아야 하건만,뭐든지 귀차니즘인 우리.

그냥 맥에 가서 찾기로 잠정합의.

천포의 비상금 100달러를 다 쓰고 남은 돈은 34루피.

일단, 지옥의 계단을 기어올라가 모모(티벳 만두)와 생수를 사는데 25 루피 투자.

모모 네개를 사이좋게 두개씩 나눠 먹는 것으로 조촐하게 아침 식사 해결.

콩알만한 모모를 아껴아껴 조금씩 깨물어 먹는다.

천포 : 망구야~ 모모가 점점 줄어드는게 아까워...눈물 나.....

망구 : 친구야! 조금만 참어. 우리 돈 찾아서 맛있는 거 배터지게 사먹자.

천포 : 응..그러자.ㅠ,ㅠ 나 치킨 먹고 싶어.

망구 : 그럼 내 모모 좀 더 먹을래?

착한 망구가 아껴 먹던 모모 반쪽을 내게 내민다.

분명 말투에는 친구를 아끼는 다정함과 안쓰러움이 묻어나지만

모모를 내미는 그 손길은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고 있다.

그런 친구의 마음씀씀이에 감동한 천포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모모 반쪽을 냉큼 먹어버린다.

망구씨,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한참동안 나오지 않는다.

조금 열린 화장실 문틈으로 무언가 아름다운 꽃타령조의 육두뮨자가 들리는 듯 했지만,

천포는 모모를 먹느라 애써 못들은 척 해버렸다.

거하게(?) 아침을 먹고 생수로 물배를 채우고 씻고 우리의 희망이자 꿈인 ATM을 향해 고고~!

맥을 통틀어 달랑 하나뿐인 현금지급기 앞에서 우리는 감동과 안도의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잠시 후, 눌러도 눌러도 sorry! 라고 적힌 종이만 예의바르게 뱉어내는 기계에 절망한다.

천포와 망구는 허둥지둥 대며 식은땀을 좔좔 흘려댄다.

아~! 눈 앞으로 탄두리 치킨이 둥둥 날라다닌다~!

간밤에 찍어둔 꽃무늬 치마와 하늘색 파시미나도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 ㅜ.ㅜ

망구가 시티 은행으로 전화를 건다.

"카드에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다만 모든 기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니

플러스 마크가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라는 친절한(?)답변을 듣고 전화방에서 ATM까지 걸어오며...

우리는 플러스 마크가 찍혀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래본다.

천포 : 플러스 마크 있을거야. 그치? 아까는 우리가 뭘 잘못 눌러서 돈이 안나왔을거야.

망구 : 당근. 있지.분명 있을거야. 제발 있어라. ㅜ.ㅜ

천포 : 플러스 마크 발견하면 ..오오.....소지섭이 나랑 사귀자고 그러는 거보다 더 기쁠 거 같어!!!

망구 : 나두..나두....앗! 천포야...한걸음만 더 옆으로 가봐!!!!!!!!

갑작스런 망구의 외침에 문득 옆으로 한걸음을 옮기려다 보니 눈앞에 놓인 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덩.-_-;;

천포 : -_-;;; 고맙다. 친구야! 니말 들었으면 덩 밟을뻔했다!

망구 : 아..씨...아깝다. 덩 밟으면 재수 좋다던데...왜 안 밟았어?????

천포 : -_-;; 미안... 만약 플러스 마크 없으면 이 모든 게 다 행운을 피해간 내 죄로소이다!!!!

우리는 이렇게 처절하게 덩을 밟는 행운(?)까지 바래보면서 ATM을 찾아간다.

어무이, 여행 오기 전날 잠이 안와서 어무이가 집들이 때 쓰실 거라며 애지중지 아끼시던

양주 반 병이나 까고 보리차로 몰래 채워놓고 와서 죄송해요~!!!

동생아~! 순수하던 중딩시절, 좋아하던 배구 선수한테 팬레터 보내 놓고

답장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네게 답장 왔다고 뻥치고 건네 준 편지에

내가 쓴 메롱! 이란 내용 보고 울던 너를 두고두고 놀려댔던 이 사악한 언니를 용서하렴~!!!

나 그래서 벌 받았다. -_-;;;

플러스 마크는 없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돈은 9루피. -_-;;;

우리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거리를 방황한다.

남은 9루피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리는 짜이를 마시기로 한다.

남걀 사원 앞의 짜이집.

한 잔에 4루피인 짜이 두 잔을 시켜 놓고 우리는 한방울도 흘릴 새라 손을 부들부들 떨며 짜이를 마신다.

천포 : 망구야.나 배 고파.돌아가시겠어.

망구 : 그러게 왜 안하던 짓을 해서 이러냐? 캬캬..카드 만들지 말 걸....

천포 : 그럴걸 그랬다....아...배 고파.....캬캬캬....우리 이제 어쩌지???

우리가 그렇게 굶주림에 지쳐서 빈티를 좔좔좔 흘리고 있을 때 우리 눈앞에 그분들이 나타나셨다.

한손엔 방금 막 수퍼에서 사온듯한 빵빵한 식빵 한봉지를 들고,

다른 한 손엔 역시나 수퍼에서 방금 막 사온 듯한 버터 한덩이를 들고 나타나신 영감님들.

보란듯이 식빵 봉지를 쫘악 펼쳐서 버터를 듬뿍 발라 맛있게 드시는 그 모습에 자꾸만 시선이 돌아간다.

동네 약수터에서 영감님들이 할멈들 꼬실 때 슬그머니 다가와 뒷주머니에 박카스나 요구르트를

꽂아 주신다던데, 나는 그순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오오~! 영감탱님이시여~!!!!! 나마스떼!!!

내 바지 뒷 주머니에 버터 듬뿍 바른 식빵 한 쪽만 슬그머니 꽂아주소서!!!!!

나의 간절한 바램이 통했는지, 아님 내 눈빛이 너무나 호소력이 짙어서 그랬는지...

결국 우리는 영감님들에게 식빵을 얻어먹었다.

퍽퍽한 싸구려 식빵에 느글느글한 싸구려 버터를 바른 맛없는 식빵이었지만

아낌없이 건네주며 웃던 상냥한 영감님들과 나란히 앉아 짜이에 곁들여먹었던 그 식빵은

진정으로 맛있는 아침식사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갓난아기를 업은 거지 아줌마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며 구걸을 한다.

흑...ㅠ.ㅠ 울고 싶다.

손을 내밀고 싶은 건 우리라규~!!!!! ㅜ.ㅜ

결국, 우리는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단 하나의 방법이었으므로.

돈을 뽑고 돈뭉치를 들고 아쇼카에서 배가 터지도록 아침을 먹고 우리는 또다시 행복해졌다.

카드 수수료 걱정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둘이 합쳐 아이큐 100" 인 우리는 "둘이 합쳐 걱정 0" 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남걀 사원을 한바퀴 도는 꼬라를 산책한다.

티벳인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옴마니 반매홈"을 외며 부처님을 마음에 담고 걷는다는 신성한 그 곳.

꼬라 곳곳에 옴마니 반매홈이 새겨진 돌덩이가 놓여 있고 지팡이를 집고 힘겹게 걸어가시는 노인들도 보인다.

우리는 할머니들과 인사를 주고 받는다.

순수하고 착한 미소에 마음이 절로 경건해지고 따스해진다.

할머니들이 우리의 어깨를 만져주시고 궁뎅이를 톡톡 두들겨 주신다.

바람은 서늘하게 불어오고 꼬라에서 바라보는 산의 풍경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깨끗하다.

손만 뻗으면 구름이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고 주위에 빽빽한 나무에서는 좋은 냄새가 난다.

나는 때때로 눈을 감고 나무의 향기를 가슴으로 들이마신다.

나는 지금도 꼬라를 도는 꿈을 종종 꾸곤 한다.

꿈인 듯 아닌 듯..까무룩..까무룩......

여름날 걸었던 꼬라....

이제 곧 다가올 가을은 쓸쓸하겠지만 나는 더 쓸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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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라에서 본 풍경이에요.

오후엔 박수나트를 가기로 했다.

맥에서 20분 거리의 산골 마을. 박수 폭포를 보고 오기로 한다.

길을 잘 못 들어서, 잘못 들었다기보단 길을 잘못 가르쳐준 사람 덕분(?)에

멀쩡한 길을 놔두고 산을 타고 간 우리. -_-;;

산길을 헤매다 만난 동네 꼬맹이들이 인도말로 떠들어대며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준다.

우리 뒤를 따라오며 길을 안내해주는 귀여운 아가들.

암벽 등반 수준의 돌산을 2시간 동안 낑낑대고 기어 올라가 도착한 박수.

마치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듯 기뻐하는 우리.

박수의 산골 허름한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셨다.

고요하고 신비로운 명상 음악이 흐르는 그 곳은 히피족들로 넘쳐났다.

아픈 다리를 쭉 펴고 의자에 눕다시피 기대 앉아서 명상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휴식을 취한다.

아~! 너무 좋다....

나는 이곳을 이 시간을 또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박수에서 맥까지 오는길은 정상적인 코스로 온다.

우리 옆을 지나가며 빵!빵! 하고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

차에서 내려 사진기를 들이대며 찍어가는 사람들.-_-;;

인도 사람들은 외국인과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더니 애기들에서부터 신혼부부까지

죄다 사진을 같이 찍자고 들이댄다.

망구와 천포는 몸개그를 작렬하며 주접을 떨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급방긋 해주는 센쓰~!

수없이 사진을 함께 찍어주고 걸어온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맥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더 걸리는데 남감하다.

우리 옆을 지나가던 차가 멈춰 선다.

귀여운 꼬맹이와 아빠가 함께 타고 있다.

우리는 그 차에 냉큼 올라탄다.

꼬맹이 남자애는 부끄러운지 우리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자꾸만 얼굴이 빨개진다.

우리는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그러나, 꼬맹이는 낯선 우리를 위해서 인도 음악을 크게 틀어주었고

우리는 그 노래를 큰소리로 따라 불렀고

그런 우리를 꼬맹이의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우리 넷은 그렇게 노래를 함께 부르며 같은 차를 타고 있었다.

맥에서 내려 작별을 하고.

꼬맹이는 차가 모퉁이를 돌아 꺾어질 때까지 우리에게 계속 손을 흔들어준다.

우리도 열심히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길거리에서 지난밤 레스토랑에서 합석을 했던 "텐진" 이라는 티벳탄을 만난다.

우리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옆자리에 불쑥 앉더니 자기 소개를 하며 말을 건 사람이다.

텐진 : 하이~ ! 미나 , 지나!

우리 : 켁....우리 미나, 지니라고!

텐진 : 오! 쏘리! 미니, 지니!

우리 : -_-;; 미나, 지니 라고오!!!!

텐진 : 오..쏘리..쏘리....미니! 지나!

우리 : -_-;;;

우리 이름을 무척이나 헷갈려 했던 텐진은 이름만큼이나 정신도 헷갈리는지

우리를 사이에 두고 지혼자서만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며 혼자만의 양다리를 걸치곤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 오로지 자기 혼자만의 양다리" 라는 것!!!!!!!

그동네가 워낙 좁은 지역사회다 보니 왠만한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 씩 오다가다

마주치곤 했는데, 그는 우리와 만날때마다 저도의 작업 기술을 구사하곤 했다.

선수로 치자면 13억 인구에 티셔츠 팔아먹기용인 맨유의 동팡저우 수준의 실력이랄까..

천포가 잠시 한 눈을 팔면 그는 어김없이 망구에게 윙크를 작렬해댔다.

망구가 잠시 자리를 뜨면 그는 그새를 놓칠 새라 천포에게 그윽한 시선을 보내며

살 떨리는 미소를 날려대곤 해서 천포의 죽방 본능을 일깨워 주곤 했다.

동팡저우 선수에 대비해 우리는 호나우도 - 지성 라인의 고급스러운 무한 스위칭 전법으로

적에게 대항했다.

망구 : 아! 저 선수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막 망구 선수에게 사랑한다 슛을 쐈습니다.!

천포 : 아~ 아깝습니다!회심의 사랑한다슛!이 저멀리 우주 대기권 돌파슛! 이 되고 말았네요!

멀리멀리 허공으로 뜨고 마는 어이 없는 슛이었어요! ...

아..말씀 드린 이 순간 저 선수 다시 두번째 슛을 시도합니다. 이번에는 망구 선수를 속이는

페인트 동작에 이은 천포씨알라뷰슛!을 쏩니다.

망구 : 아~ 어림도 없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히말라야를 등정하다 동네 뒷산으로 빠지고 마는

어이없는 히말라야이탈슛이 나오는군요! 이건 말이죠...윙크와 미소의 각도가 맞지 않아서..

디딤발 각도가 어쩌고 저쩌고....

아마도, 그가 우리에게 들어온 저급한 작업 수준을 봤더라면 송재익씨와 신문선 콤비가 이렇게

중계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는 그후로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꾸준하게 왔다갔다 하며 혼자만의 양다리를 걸치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가 그러든지 말든지 늘상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무시해버렸다.

거..참...천포가 이제는 별걸 다 쓴다. 축구를 너무나 좋아하는 본인의 개인적인 취향이 다분히 반영된

내맘대로 글쓰기의 진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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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박수 폭포(?)입니다.

폭포라고 하기엔 좀 어찌나 앙증맞던지..^^;

그날밤도,우리 숙소의 테라스에는 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그 별들을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해진 걸 느꼈다.

그리고 조금 덜 외롭다는것도 느꼈다.

막연한 희망앞에서 외면당하고 조롱당했던 슬픔은 이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외로움을 그대로 인정하고 외로움 앞에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는 밤이었다.

그리고........

까닭없이 이유도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15 Comments
요나단 2007.08.28 11:02  
  아요..기다리다 목 빠지는줄 알았어요. 책임지삼!!!^^
삼천포 2007.08.28 11:51  
  요나단님/ 조회수 1에 댓글수 1.ㅋㅋ 정말 초고속이시군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요^^;; 어케 책임지면 되죠? ㅋ
스컬리 2007.08.28 15:14  
  삼천포님의 글을 보고 많이 반가웠습니다~^^
어여~~남은  여행기좀 빨리 빨리 올려주세요~~
키키 2007.08.28 17:14  
  드뎌드뎌..올라왔네요..^^
저도 기린목이 된듯~해요..


더워(dw) 2007.08.28 19:25  
  목 빠진 분들 수술비 청구합시다^^
더워(dw) 2007.08.28 19:59  
  빈대를 사랑하시어 칭구 망구님 모모와 영감님들 일용할 양식까지 빈대치시는 천포님이시여!!!
눈꼽 낀 미모로도 순진한 티벳 총각으 가슴에 불을 질려 양다리 걸치게 만들어버리는 천포님이시여!!!
제발 부디 ... (이 정도 아부(?)면 3일 이내 글이
올라오겠지 그럼  그럼 ^^ )
시골길 2007.08.28 20:35  
  "손만 잡고 잘게. 오빠 믿지~!" 버전으로다가 순수하게

 빈대의 순결과 생명을 밤새도록 고이고이 지켜준 착하디 착한  우리의 천포씨~~!!
원인모를 무력감과 나른함은 아마도...나머지 반쪽이 그립고 필요헐 때이거나, 예정되지않은 여행을 떠나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그러하지요..ㅎㅎ 천포님은 어느쪽..???????
삼천포 2007.08.29 11:29  
  스컬리님/ 저도 반가워요! 이번만큼 느리게 올리는 일은 없을거에요.ㅋㅋ
키키님/ 앗! 그럼 천포 덕분에 키가 좀 커지셨나요? ㅋ
더워님/ 아악~ 아침부터 또 미친듯이 웃습니다. 아부가 아니라 당연한 얘기지요...빈대를 사랑하여 빈대치는 천포 -_-;; 칭찬  감사합니다.^^;;
시골길님/ 아무래도 돗자리 깔으셔야 겠습니다. 둘다 맞습니다요...ㅜ.ㅜ
Jude 2007.08.29 16:58  
  내가 컴퓨터 빼가지고 야반도주 할 날이 얼마 안남았는데..점점 속도를 내야할 듯..[[고양웃음]]
삼천포 2007.08.31 14:24  
  주드씨/ 늙고 가난한 누나에게 컴퓨터를 양도하시는 은총을 내려주고 떠나소서~!!!!!
우리비 2007.09.20 03:39  
  인도 맥주 비싼데 계속 맥주 드셨나봐요 ^^ 게다가 양주를 보리차로 메꾸다니...대단해요...근데, 캐미남이 뭔뜻이예요?  / 출국 전날 비자찾고, 환전도 안하고, 참 대단해요~ 다른사람이 그랬다면 쯧쯧~ 그럴텐데 삼천포님이 그러시면 모든것이 미화가 되요~~ 너무 재미있어요!! 최고!!
카라 2007.09.24 13:14  
  주드님이 컴을 갖고 가시면 태사랑 회원들께서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ㅋㅋㅋ~
디아맨 2015.07.02 10:30  
티벳탄의 저급한 작업기술이라도 배웟어야 햇는대....^^
삼천포 2015.07.02 16:34  
그게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네요..경험상..ㅋㅋ
디아맨 2015.07.02 17:37  
모..그래도..저렇게 노력하다 보면  한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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