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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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1

삼천포 22 11784

지금으로부터 어언 몇십년 전,삼천포가 초딩이던 시절.(아니, 몇 년전 이라고 하면 너무 개뻥 티나나? -_-;; 아하하)

삼천포의 부친께서 인도에 가셨다.

뭐 글타고 해서 삼천포의 부친이 요가를 한다거나 도를 닦으시려고 인도에 가신 건 아니다.

그당시 보기 드문 "국비 장학생" 자격으로 유학 겸 어학연수 겸 2년간 다녀오셨다.

저어기 멀리 경상도 산골 촌구석에 사시던 할아버지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서울로 상경하시고 울 모친은 떡을 산더미처럼 해서 온동네에 돌릴 정도로

서씨 가문에 경사 났네~! 하는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된다.


삼천포는 늘 친구들에게 자랑했었다.

삼천포 : 우리 아빠는 인.디.아 에 공부하러 가셨다!

(초딩 주제에 인도라는 명칭 대신 꼭 인.디.아 라고 발음했었던 삼천포는 너무 똑똑했던 초딩?)

친구 : 인디아? 거기가 어딘데?

삼천포 : 이런 바부~ 너 인.디.아.도 몰라? 인디아가 얼마나 잘 살고 좋은 나란데..

디게 깨끗하고 디게 부자 나라야. 아무나 갈 수 없는 나라지. 미국이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친구 : 우와~ 니네 아빠 디게 멋지다! 나도 인디아 꼭 가보고 싶다.

삼천포 : 캬캬캬~ 너두 공부 열심히 해서 나중에 인디아 꼭 가!

본인은 팽팽 노는 주제에 친구의 공부 걱정까지 해주던 친절한 초딩 천포 어린이.

정녕 인도라는 나라는 삼천포 어린이의 머릿속에선

우.리.아.빠 처럼 멋.진 남자가 공부하러 간 깨끗하고 잘 살고 엄청 부자나라인 것처럼

그렇게 각인되었다.


몇년 후.

인도에서 돌아오신 부친이 사온 선물은 커다란 여행 가방 한가득 바나나였다.(지금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가는게 "농산물 관리법(??)" 뭐 이런게 없었던 시절이었나~??)

맨발로 뛰쳐 나가 부친에게 안겨 엉엉 울어대던 우리 삼남매는, 눈물의 상봉 후...

부친은 쌩까고(-_-;;) 가방을 뒤져 바나나를 먹느라 정신 없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터지게 먹어도 가득하던 바나나...

그 바나나 덕에 "스타"가 된 삼천포...

학교에 바나나를 잔뜩 가지고 가서 친구들에게 으시대는 삼천포.

바나나가 먹고 싶어서 침을 줼줼 흘리며 삼천포에게 급친한척을 하던 아이들.

거만한 삼천포는 바나나를 양손에 쥐고 아이들의 서열을 매겼다.

평소, 눈에 거슬렸던 아이들(잘난척 하거나, 삼천포보다 이쁜 애들.-_-)은 제껴 두고

삼천포가 남몰래 짝사랑 하던 훈남,꽃미남 위주로 바나나를 살포하는 삼천포.

아이들은 더욱더 친한 척 하며 삼천포에게 아부를 떨어댔으니...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점점 더 거만해지는 삼천포...

그러나 부친의 가방이 화수분도 아닌 터라...

점점 바닥을 보이는 바나나...-_-;;;

바나나가 바닥을 보일수록 점점 더 권력과 욕망(?)에 집착하는 삼천포...

급기야는 부친에게 땡깡을 부리기에 이르른다...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팔다리를 버둥버둥 대며 떼를 쓰고 울어대는 삼천포.-_-;

삼천포 : 우엥~ 부친~!!! 다시 인도 가~!!!!

부친 : 천포야~ 천포는 부친이 돌아온 게 싫어??

삼천포 : 흐엉~ 그건 아니지만...

부친 : 그런데 왜 그래??

삼천포 : 우엥~우엥~ 바나나가 없잖여~!!! 바나나 다 떨어졌잖여~!!! 부친, 인도 다시 가~!!!

바나나 가져 오란 말여~!!!!!! 우에에에에에엥~~!!!

부친 : 헐~ -_-;;;;


부친은 그러셨다.

세상에서 그렇게 똥이 많은 나라는 처음 봤다고.

세상에서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는 나라는 처음 봤다고.

세상에서 그렇게 지저분한 나라는 처음 봤다고.(다른 말들은 다 제껴두고 이말만은

가슴에 콕 하고 강렬하게 박혔다. 왜냐? 울 부친이 지저분하다고 하는 거면 진짜루 지저분한거거든.-_-

울 부친, 좀 많이 보기드물게 지저분하신 편이다.-_-

어느 정도냐면,샤워를 하실 때 물샤워만 하신다.

머리를 감으실때도 물샴푸만 하신다.

세수도 당근, 물세안만 하신다.

그래서 샤워를 하고 나오시는 부친에게선 샤워코롱의 은은한 향기 대신 물꼬랑내가 풀풀 풍긴다.

물꼬랑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발꼬랑내보다 더 포스가 강한 스멜계의 지존급이다.

울 부친 말씀으로는 "화학 제품이 피부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화학 제품을 멀리 한다고는 하시지만

유럽 여행을 다녀오시며 25만원짜리 아이크림을 사오셔서는 헤벌쭉~ 하시는 모친을 냉정하게 쌩깐 체

당신의 눈주름에 덕지덕지 바르시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별로 신빙성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때수건도 피부에 좋지 않다며 손틉으로 때를 벅벅 밀고 나오시며

팔뚝에 시뻘건 손톱줄이 쭉쭉 그어져 있는 모습도 그리 보기 좋지는 않다.

발바닥의 각질을 뜯어서 거실에 휙 던져버리시고는

지저분하다고 잔소리를 해대시는 모친께 근엄한 목소리로

"허허.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공부를 하고 지식을 쌓아야지.

이런 하찮은 거에 집착하면 안된다" 하시며 모친의 속을 히떡 뒤집어 놓으시는 모습도

그리 화목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쨌든, 그 지저분하고 똥도 많고 거짓말쟁이들이 득시글 대는 그 인.디.아 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과 동경은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쭈욱 계속 되었었던 것 같다.

부친의 얘기를 들으며 부친이 찍어 오신 오래된 낡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렇게 어린이 삼천포는

인도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동경으로 가슴이 벌렁벌렁했었다.

에잇~!

그깟 똥 좀 많으면 어때...

맨날 똥 밟는 인생인데 인도에서 똥 한 번 더 밟는다고 해서 내 신발이 썩을 것도 아니데..뭐..


6월 5일.

삼천포의 영원한 콤비이자 묻지마 관광의 핵심 멤버(멤버는 딸랑 두명이다.삼천포와 망구)인

망구씨가 전화를 했다.

망구 : 천포야, 우리 인도 가자.

삼천포 : 응 가자. 근데 언제?

망구 : 당장.

삼천포 : 그래.

라고 흔쾌히 대답했지만 바로 잊어먹고 에이..설마...하고 있는데 득달같이 전화한 망구씨.

망구 : 아시아나에 전화했는데 12일날 자리 있대. 예약했어. 하하하~

삼천포 : 허억~! 일주일 후잖아.

망구 : 이제부터 존내 빡씨게 공부하는 거다. 너 이제부터 고스톱 좀 그만 치고

인도 공부 좀 하는거다!

삼천포 : ㅠ.ㅠ 벼락치기 하라굽쇼?

망구 : 완전 멋지지? 우린 이제 일주일 후면 인도에 있는 거다. 하하하하하~

삼천포 : 인도를 일주일 전에 예약하고 가는 사람들이 어디 있냐? 공부도 안하고...

망구 : 어때? 멋지자나..우리가 언제는 뭐 준비하고 공부하고 그랬냐?

"묻지마 관광" 이잖아..우리는...

삼천포 : 히잉~ 그래두 다른데도 아니구 인도인데...사기꾼도 많고 위험하기도 하다잖아...

망구 : 시끄럽고 내일 비자 만들러 가자! 끊어! 나 사진 찍으러 가야돼!!!!

삼천포 : (존나 다급하게)망구야~ 망구야~

망구 : 뚜..뚜...뚜....


그렇다.

울 망구씨, 추진력 하나는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게 하신 그 분과 거의 비슷한 레벨이다.

아무것도 준비 안하고 아무것도 공부 안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인도 생초짜 삼천포는

그렇게 망구씨에게 끌려가다시피 해서 어영부영 인도로 가게 된다.

이번만은 반드시 묻지마 관광을 탈피해서 "나 완전 유식해요! 나 공부 진짜 많이 하고 왔어요! 여행"을

지향하려 했으나 망구의 쌍팔년도 불도저식의 밀어붙이기 한방에 넉다운 당한 삼천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도에 첫발을 디디게 된다.

똥이 많은 인도에서 삼천포는 과연 똥을 밟았을까요?

아님 사뿐히 피해 갔을까요?



*안녕하세요! 삼천포입니다.

오랜만에 쓰는 여행기네요.

아직도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게시다면 온라인로나마 반가워요^^


"
22 Comments
걸산(杰山) 2007.07.28 19:58  
  두 분의 막가파 나들이를 환영합니다!!!
땡깡 2007.07.30 14:36  
  반가와요~~~
여행기 기대 만빵^^
빨리 올려 주삼~~~~
삼천포 2007.08.01 18:49  
  걸산님/ 오오~ 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땡깡님/ 저두 반가워요~~^^
시골길 2007.08.04 03:25  
  방가워요... 재미난 얘기로다가  저의 속을 히떡 뒤집어 주세요~~[[므흣]]
Bua 2007.08.04 09:27  
  히~~떡! 밑에(발음이 뽀인트! ^^) 사진내지는 그림을 달아드리고 싶은 충동이...ㅋㅋ
인도여행기도 잼나게 볼께요~ 감사히!
送忍 2007.08.04 21:21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거침없는 재담.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날아라키키 2007.08.06 00:15  
  밟았다에 열표요..ㅋㅋ
저도 작년가을에 가서 3번은 밟았던기억이..ㅋ
[바라나시에서였던것 같아요..흑~]
기대됩니다..여행기..
삼천포 2007.08.06 11:11  
  시골길님/ 저도 방가워요^^ 님의 속을 계속 히떡 디집어 드릴게요..ㅋ
Bua님/ 잼나게 읽어주시니 제가 감사하죠~^^
송인님/ 네..더 열심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키키님/ 열표씩이나...ㅋㅋ 전 겨우 두번 뿐이..^^;;
외국인투자자 2007.08.09 18:21  
  와~!! 삼천포님~!! 인도언제 다녀오셨어여???
여행기 엄청 기다렸는데...일단 코멘트달고 읽어볼께여....기대기대 ㅋㅋ
bluelove 2007.09.04 12:01  
  반가워요~`역쉬 재미난  여행기  기대할게요~~
6공병 2007.09.04 22:04  
  햐...다시 시작하셨군요!!!
안녕하셨쎄요~
삼천포 2007.09.05 12:30  
  블루님/ 저도 반가워요~!!!
6공병님/ ㅋㅋ 님 여행기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브라보타이 2007.09.05 13:05  
  삼천포님 반갑습니다. 역시 기대됩니다.
연주 2007.09.06 21:10  
  늠늠 재미 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이영미 2007.09.14 22:32  
  담편은 언제 올라오는거에여~~
맬맬 로긴한다고요~~~ㅋㅋㅋ
태극아빠 2007.09.16 16:39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계속 올려주세요^^
우리비 2007.09.20 02:59  
  제가 살면서 읽은 여행기중에 삼천포님이 가장 으뜸이십니다..1년동안 너무나도 기다렸습니다~
라구나 2007.09.20 22:37  
  저는 사천입니다.
삼천포가 사천으로 통합된거 아시죠?
하지만 삼천포! 벌리동에서 학교다녔답니다.
와룡산 아래 학교.....
행복하세요
달봉킴 2008.03.28 13:35  
  오 다음편 기대되요!ㅋㅋ
푸르름 2008.05.30 08:58  
  내 나이 50. 이렇게 맛갈나게 글 쓰는 삼천포님을 다시 보기위해 자주 이곳에 드나들긴 처음인데... 어째 이리도 소식이 없는지. 이젠 걱정과 노파심까지 들 정도요.
음료수 2008.06.09 17:21  
  앗!!!!
이렇게 재미난 여행기를 이제야 발견하다닛!!!
움야움야 재미나게 일껏숨다
카라 2009.03.08 23:46  
ㅎㅎㅎ 역시 여행기는 삼천포님 여행기내요~^^~ 저도 이번에 인도를 가보려구요~시간이 3월말이나 4월초 정도에 10여일간밖에 안나서....잛지만 가보려는데...삼천포님 여행기 많이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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