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의 인도로 가는 길-12 빠르다푸르와 아잔타 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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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의 인도로 가는 길-12 빠르다푸르와 아잔타 석굴

Ducky 0 2647

이번 여름 인도를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막내도 중 2가 되었습니다. 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일정은 3주간 뭄바이 - 아우랑가바드 - 카주라호 - 바라나시 - 자이푸르 - 아그라 - 푸쉬가르 - 델리입니다.



2005년 7월 22일(금) 아잔타(Ajanta)
- 아우랑가바드에서 데칸고원을 달려 빠르다프르까지



5시 10분으로 알람을 해 놓았으나 신경이 쓰여서 그런지 일찍 일어났다. 이미 어제 저녁 대강 짐을 챙겨 놓았기 때문에 분실물에 주의하며 마지막 정리를 했다. 5시 30분 ‘알림(Ailm)’이 픽업을 와서 릭샤를 타고 약 5분 만에 공영버스터미널로 갔다. 주위는 깜깜하고 인적이 없었으나 버스터미널은 사람들로 붐볐다.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노숙을 한 사람들도 많았다.

알림과 이별을 하고 버스에 오르니 손님은 몇 명되지 않았다. 6시 출발 버스는 5분 일찍 터미널을 빠져나와 손님이 있는 곳 마다 정차를 하면서 손님들을 태우고 또는 내려 주었다. 아우랑가바드에서 아잔타석굴이 있는 빠르다프르까지는 2시간 걸렸다는 기록에서부터 3시간 이상 걸렸다는 기록까지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어느 것도 믿을 수 없었다.

버스는 끝이 없는 들판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나갔다. 가끔가다 마을을 지나치거나, 또는 마을에서 잠깐 정차하기도 하였지만 마을다운 마을은 5분 동안 정차했던 마을이 유일했던 것 같다. 들판을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고개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고갯길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의 고개와는 수준이 다르고 조금 경사진 길을 길게 내려간다는 정도다.

문득 보니 트럭 한대가 산 중턱에 처박혀 있다. 지나치면서 보니 그 앞에 작은 승용차 하나가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인도에서 처음 보는 대형교통사고의 현장이다. 흔히들 ‘인도에서 큰 교통사고를 보지 못했다.’ 또는 ‘인도는 속력이 낮아서 교통사고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여행자는 언제나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종민이와 넋을 놓고 돌아보는데 차장이 내릴 준비를 하라고 한다. 시계를 보니 2시간이 채 못 된 것 같은데 벌써 다 왔다니, ‘아잔타?‘하고 다시한번 확인해도 맞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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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point에서 본 아잔타 석굴의 전경-테칸고원을 파고든 와고래강 절벽



깨끗하게 아스팔트가 깔린 길가에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데서 그 아래서 버스를 내렸다. 주변을 돌아보니 집 한 채 보이지 않는 것이 황량함이 아니라 황당함 그 자체였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 주변에 서있던 5-6명의 인도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럴 때는 우선 시간을 끌어야 한다. 나무아래 짐을 놓고 담배를 한대 피워 물고 상황을 살폈다. 차츰 감이 잡히는 것이 여기가 아잔타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인 T-point라는 곳 같았다. 옆에 있던 인도인에게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아우랑가바드를 출발한 버스는 테칸고원의 길을 달려 고원의 끝 언덕을 내려온다. 그 언덕 바로 아래 아잔타 석굴을 가기위한 전진기지 T-point라는 곳이 있다. 여기에서 아잔타(Ajanta) 전용 버스를 타고 4Km 가량 강을 따라 계곡을 들어가면 아잔타 석굴이 있는 마을이 되는 것이고, 반대방향으로 1Km 정도를 가면 버스가 서는 마을인 파르다푸르(Fardapur)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잔타에서 하루를 자고 내일 부사발로 갈 예정으로 기차표를 예매했다. 단지 숙소를 어디에 잡을까 생각을 했는데, 아잔타 석굴 앞에는 숙소가 한군데 밖에 없다고 해서 파르다푸르에 숙소를 잡으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버스가 아잔타 입구에 우리를 내려 준 것이다. 앞에 팻말에 보니 MTDC숙소가 500m거리에 있으며 250Rs라고 안내판이 있다. 일단 숙소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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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위가 노출된 아잔타 석굴 위 - 멀리 데칸고원의 능선이 보인다



옆에 자리를 잡고 서 있던 인도인들이 자기들 가게에 오라고 선전이 대단하다. 특히 ‘친구따라.’를 아느냐고 오히려 물어본다. ‘친구따라’가 인도 전역을 많이 쑤시고 다니기는 했는가 보다. 사실 ‘친구따라’는 아잔타에서 거의 2박 내지는 3박을 하며 숙소도 MTDC와 민박을 주로 이용하는 것 같았다. MTDC에 숙소를 잡을 것이라고 하자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던 인도인이 - 이 사람은 수염을 기르고 터번을 한 것으로 보아 ‘시크교도’였다. - 오토바이로 가면 잠깐 이라고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기념품을 사게 되면 자기 가게를 들러 달라고 했다.

MTDC는 마을과 T-point 중간쯤에 위치한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숙소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 달랑 집 한채 있다. 쓸쓸할 수도 있고, 한적할 수도 있는데 널찍하고 시원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베란다가 있는 방에 들어가 뒷문을 여니 넓은 풀밭이 한가롭게 놓여 있는 것이 좋았다. 기차에서 만나 아우랑가바드에서 헤어진 한국여인을 다시 만났다. 어제 아잔타에 와서 구경을 한 다음 지금 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관람을 위해 호텔을 나왔다.

‘인도에선 탈것을 걱정하지 말라.’ 했는데, 아무것도 탈 것이 없다. 릭샤마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어떤 녀석이 제의한 대로 지름길로 해서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아까 버스 내린 곳에서 주차장으로 가서, 기념품 상점으로 가서, 다리를 건너가니 석굴 입구까지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건너다보니 바로 거기인데 위에 쓴 것과 같이 빙빙 돌아서 온 이유는, 길이 그렇게 나 있기 때문이다. 얄팍한 상술에 모든 사람을 기념품 상점 앞으로 유도하기 위해 길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버스는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에어콘버스라니 안에 타고라도 있게 하면 좋겠는데 그것도 않된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겨우 버스를 탔는데 인도에서 탄 가장 좋은 탈것 이었다. 그러나 데칸고원 쪽으로 난 계곡 길을 4Km정도 가는 것이니 에어콘 바람이 시원해질까 할 때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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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타 석굴 전경



‘아잔타 마을’이라고 ‘100배’에 소개되어 있는데 해석을 잘못 한 것인지 ‘이것을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까?’할 정도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버스에서 내린 몇 사람과 함께,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니 표 파는 곳이 좌측으로 있다. 입장료 250Rs 역시 종민이는 15세 이하 무료. 팀당 조명권(照明券)을 한 장씩 사야 한다. 이 조명권은 따로 달라고 하지 않으면 팔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이 없으면 곤란을 느끼게 된다. 몇 번 석굴인지 몰라도 한 다섯 개 정도의 석굴은 조명 같지도 않은 어두운 조명을 조금 켜 놓았다. 그래 놓고서 조명권(照明券)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입장을 거부한다. 조명권은 무조건 ‘그룹’으로 계산을 한다. 10명이 되어도 한 장의 조명권이 있으면 입장을 할 수 있고, 달랑 두명이라도 조명권이 없으면 입장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조명권을 사러 다시 10분 정도를 내려올 수 없으니 참 힘든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바로 조명권을 사지 않은 경우였다.

입장권을 사 가지고 조금 들어가면 여기에도 MTDC 숙소가 있다. 가이드북에 ‘비싸고 시설이 나쁘다.’고 소개된 곳인데 식당이라고는 여기 밖에 없다. 식사를 주문했는데 명색이 주 정부에서 하는 곳이지 정말 지저분했다. 손님도 우리 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이러한 사정을 미리 알고 밖에서 다 먹고 오는 것 같았다. 겨우 겨우 늦은 아침을 먹고 석굴 탐방에 나섰다. 내 생각에는 T-point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오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조금 들어가니 계단이 나타나는데 앞서 엘리펀트섬에서 본 ‘교자(轎子)’같은 것을 놓고 타라고 한다. 그 옆에는 허름한 블록 건물이 있는데 앞에 ‘클럭룸’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니 여기가 배낭을 보관하는 곳 인것 같았다. 가이드북 같은 곳에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쓰여 있건만 내가 보건대 안전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 생각되었다. 계단을 한 10분 쯤 올라가니 고도가 높아져 계곡이 아래로 보이며 작은 물줄기가 말발굽같이 굽어져 있는 것이 보이다. 이것을 ‘와고래강’이라고 부르는데 현지어로 ‘사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입장권을 받는 곳이 있고, 1번 석굴부터 시작이다.



* 다음은 아잔타 석굴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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