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쥬라호] 새들도 돌아갈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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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쥬라호] 새들도 돌아갈 집이 있다.

김 목수 0 2062

골든 트라이앵글(델리-자이뿌르-아그라)을 돌고 다시 델리로 왔을 때 인도 전역이 술렁이고 있었다. 힌두교 최대의 축제가 하르드와르에서 있기 때문이었다.

마날리를 찍고 레 & 라닥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카쥬라호를 향했다.

북인도 교통의 한 요충지인 쟌시의 어느 낡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는 새벽에 버스에 오른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따꿀)이 노래한 기탄잘리가 아니더라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인도평야의 아침은 누구에게나 황홀한 감동일 것이다.

히끗히끗 안개 사이로 댑싸리마냥 깡마른 사람들이 하나 둘 길을 나서는 모습이란.........그 순간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과 서서히 잠을 깨는 대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군들 시인이 아니랴 !!!!

하지만 그런 감흥이 깨지는 것 또한 일순간 !!!! 찬연히 밝아오는 아침 태양 아래 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실은 손에 손에 자그마한 물통을 들고 "응가"를 하러 간다는 사실.

무심히 차창을 내다보다 나도 모르게 세어 본다.........하나, 둘, 셋, 넷, 다섯......

쓰~~~~ 채 5분도 안되 9명도 넘는 이들의 엉덩이를 봤다.........쩝

내가 발견한 인도는 결국 온통 지뢰(응가)밭이란 말인가....흑흑흑

카쥬라호는 일명 "대한민국 서울 특별시 강남구 카쥬라호"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빼놓지 못할 방문장소이기 때문이다.

혹 카쥬라호에 가거든 구름이, 개똥이랑 "앗씨"식당에서 신라면에 곰팡이 핀 총각김치로 밥을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원조각이 있는 곳 !!!!! 매년 3월이면 전세계에서 모든 춤꾼들이 모여 댄스 페스티벌을 갖는 곳 !!!!

카쥬라호에선 한 일주일쯤 머물며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지평선 너머 지는 태양을 보거나 할일없는 까마귀떼들만 구경해도 좋을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끝없는 평야를 달려도 좋고............

"헤이....코리안, 혼자 왔냐???"
"예스.........."
"외로운가???? 심심하면 나한테 말해라......"
"????................"
"원하면 싸게 여자랑 잘 수 있다"
" ^^;;............얼만데???"
"100달러인데 너한텐 50달러에 해 주겠다."
" *_*;;............비싸다."
"그럼 20달러만 내라........."

어느 여행지나 다 똑같은 것 같다. 남자들이 흔히 하는 농담으로 하룻밤 여자와 자는 비용이 그 지역의 구두 한켤레 가격과 같다고 한다.

"빌어먹을....."

길 떠난 후 처음으로 집이 그리웠다. 내가 머물던 게스트 하우스 앞에는 높이가 10미터쯤 되는 큰 나무가 있었는데 저녁이 되면 그 나무로 까마귀들이 제집을 찾아 모여 들었다.

누군가에게나 돌아갈 집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위안이 된다. 창밖으론 별이 빛나고 갑자기 갈치조림이 먹고 싶었다. 잠 못이루는 이국땅에서 새벽 2시에............

* 첫사진은 야무나강 건너로 보이는 타즈마할, 나머지는 카쥬라호에서 찍은 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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