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 사람은 빵만으론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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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 사람은 빵만으론 살 수 없다

김 목수 2 2615

아그라에선 되도록 헌바지를 입길!!!

만일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아그라에선 무언갈 하려 하지 마시길. 섭지코지에서 일출봉을 바라보듯 그냥 아무렇게나 앉아 그냥 거기서 종일 타즈마할만 보면 된다.

그러니 부디 당신이 생각하는 곳에 아무렇게나 편하게 앉기 위해서라도 헌바지가 필요하다.

난 '썸업 콜라' 한병과 마리 비스켓 한 봉지를, 내 옆에 캐나다에서 온 '쟝'은 바라나시에서 사 온 피리 한개를 불며 먹으며 마시며.

죽을 때까지 한번도 인연이 없을 것 같던 나와 '쟝'은 앞으로도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인도' 그것도 아그라에서 만나 같이 야무나 강변을 따라 길을 걷는다. '쟝'은 삼성전자 직원이란다. 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인도방랑'이라는 어느 일본인의 책에 보면 지금 내가 서있는 이 야무나 강변에서 검은 소떼들을 배경으로 히뿌연 타즈마할이 보이는 사진이 있다.

나는 지금 사진속의 소 한마리다.

아그라는 인도 최고의 광관지답게 가이드/릭샤꾼/호텔의 바가지도 악명 높다. 모든 가이드북에 써있는 정확(?)한 정보도 시시각각 인종과 시즌과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시바신은 늘 이렇게 날 시험하나 보다.............시바~ㄹ

외국인에게는 차등된 가격이 적용되며 일출/몰 때의 입장료도 다르다.........^^ 물론 돈 많으면 뭐 신경쓸 꺼리도 않되겠지만!

타즈마할에 가면 '프린세스 체어' 혹은 '다이애나스 체어'가 있다.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인도에 왔었을 때 앉아서 사진을 찍었던 자리라나........가이드의 권유로 그 자리에 앉지 마시길. 앉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사진이 찍히고, 그 사진값은 프리미엄이 듬뿍 붙어 당신에게 온다. 당신이 어느 호텔에 묵는지 그딴거 안 물어봐도 다 알아서 찾아오니 걱정 마시라 ^^

타즈마할의 그 섬세함, 비극으로 끝난 로맨스 뭐 이딴건 집어 치우자........하루쯤 날 잡아 아그라 포트로 가라. 천천히 아침부터 둘러 보다 망루에 자리를 잡고 기냥 멍청하게 타즈마할만 봐라. 우도에서 보는 혹은 섭지코지에서 보는 성산포가 더 아름답다. 아그라 포트에서 보는 타즈마할이 더 아름답다. 저녁놀에 불타는 대리석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나..........

사이클 릭샤꾼은 역시나 '비하르'주 츨신이다. 인도에서 가장 못사는 주란다. 비하르 주 출신 외교관은 자신이 비하르 주 출신임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인도 릭샤꾼의 80%가 비하르 출신이라나 뭐라나........ 실제로도 척박한 땅이다. 부처가 해탈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릭샤꾼이 말끝마다 'sir'를 붙인다. 제법 교육도 받았을 텐데.......'쟈티'(게급제도, 카스트 제도)의 굴레다. 전 인구의 절반은 우리가 알고 있는 네 계급에도 끼지 못하는 최하층(Untouchables)이다. 간디는 이들을 신의 아이들이란 뜻에서 '하리쟌'이라고 했다만 신도 애써 그 뜻을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지참금을 지불해야할 딸이 넷이란다. 나보고 어쩌라고..........자기 딸하고 결혼이라도 하란건가, 아님 팁이나마 조금 더 달라는 거겠지........

인도에서 릭샤를 타거든 절대 릭샤꾼의 어깨를 보지 마시길. 20미터도 못가 그 안쓰러운 어깨땜에 내려야하는 상황이 올지 모르니.

인도 열차 2등 침대칸은 그야말로 낭만 열차다. 가운데 통로를 두고 낮에는 3명씩 6명이서 마주보고 앉아 있다가 저녁 6, 7시가 되면 3단 침대칸으로 변신한다. 같이 쨔이도 마시고 여행 이야기도 하고.

새벽이 되면 '쨔이,쨔이,쨔이쨔~~~~~이' 소리에 잠이 깬다. 그리곤 코흘리게 어린애가 먼지를 새카맣게 뒤집어 쓴채 열차 바닥을 쓴다. 그 먼지~~~~~. 5빠이세쯤 팁으로 주면 충분하다. 하루의 안녕을 기원하고 싶다면 1루삐쯤도 좋고 ^^

바라나시로 가던 기차안에서 였다. 어디선가 정말 천사같은 아름다운 고음의 합창 소리에 무거운 잠이 깼다. 나무젓가락같이 마른 두 소녀가 천천히 노래(찬양)를 부르며 열차를 가로 지른다. 내 건너편 침대 한칸을 나눠 쓰던 '짐승같던'(^^) 독일 커플도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 천상의 목소리! 한동안 그 노래와 소녀들의 모습이 가슴에 고여 있었다.

여행은 사소한 추억들이 뭉쳐 완성되는 것이리라.

2 Comments
나니 2005.06.03 11:40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자세히 써 주셔서 더 좋네요...
김 목수 2005.06.03 1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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