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뿌르] 퇴색한 핑크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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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뿌르] 퇴색한 핑크 시티

김 목수 0 2551


뉴델리에서 자이뿌르로 가는 길은 느림....그 연속이다.

뽀얀 흙먼지가 너풀대는 붉은 길을 따라 저만큼 앞서가는 그리움같은 길이다. 분명 한국은 한겨울일 텐데 이곳엔 유채꽃이 한창이다. 델리를 벗어나 3시간여 남짓 끊어질 듯 이어지는 유채꽃밭이 마냥 신기 하기만 하다.

인도에 오면 다들 쨔이(홍차)를 말하는데.......의외로 네스카페의 공습이 만만찮다. 여행객들은 황토잔에 쨔이 마시고 인도사람들은 프라스틱컵에 네스카페 인스탄트 커피를 마신다. 우리들도 한땐 그런 우스깡스런 모습이었을까. 인도엔 아직 고속도로다운 고속도로가 없다. 그나마 가장 잘 정비되고 돌봐지는 곳이 뉴델리와 아그라, 자이뿌르 사이의 길이란다. 경험상 틀린말은 아닌 것 같다. 길은 3차선은 족히 되보이는데 포장은 겨우 한차선이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도로는 트럭들 천지라 버스와 트럭이 마주오다 비켜갈땐 그야말로 깻잎 한장 차이다.

'스르륵~~~'하며 비껴 지나가는 차소리를 듣고 있자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 그래도 터반 두른 시크 운짱은 연신 '훓뚫송'에 신난다 ^^ 첨에 인도 갔을 땐 '띨뚜 빠가레'가 대인기 였는데........^^

6시간 남짓 자이뿌르에 다가서면 어느새 모든게 조금씩 다르게 다가온다. 그게 뭐냐고?? 직접 느껴 보시길.......^^ 자이뿌르는 예로부터 인도 외교계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 많이 난 곳이란다.(주한 인도 대사였던 샤샹크의 자랑) 그리고 사람들이 비교적 자주적이고 용맹스럽다고 하는데....뭐 내 생각엔 거기서 거기다! 암튼 도착하면 우선 주위를 살펴 외국인이 있나를 확인, 있으면 그들에게 숙소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게 최상책이다. 없다면.......가이드북에 나오는 대로 기냥 운에 맡긴다....-_-;; 그 딴 글을 써놓고도 책을 팔아 먹다니!!! 무조건 전진! 한 500미터쯤 가면 따라 오는 가이드가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젠 여유롭게 숙소를 찾는거다.

자이뿌르를 포함 인도에서 대부분의 숙소는 역전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이뿌르의 경우,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자릴 잡으면 아그라로 가기도 편하고 다른 시내 구경이나 주변 지역으로 가는데도 용이한 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역전보다 가이드들이 덜 귀찮게 구는 점도 맘에 들었고.

자이뿌르, 일명 핑크 시티........여전히 왕비와 공주들이 바람의궁전 그 창살 틈 사이로 길가를 내다보고 있을까마는 잠시 쓸데없는 공상에 젖어 보아도 좋을 곳이다.

"어디서 왔나?"
"한국"
"너희 나란 망했다고 들었다."
(허걱 아직도 IMF때로 알고 있는겨............)
"인도는 망할 수가 없다. 너희 나란 은행들도 망했더고 하던데, 인도는 절대 은행이 안 망한다."(모두 국가 소유이므로 *_*;;)
"............."
"너희 나라 불쌍하다"
"맞다, 그러니까 나한테 밥을 사라! 아님 쨔이라도 한잔 사라!"
"으음......."

자이뿌르 둘째날..........

"당신은 직업이 뭐냐?"
"직장인이다"
"당신은???"
"난......여기 대학교에서 지리, 경제, 역사 그리고 산스크리트를 가르친다"
"?????.......근대 어떻게 그렇게 많은 걸 가르치냐??? 그게 가능 하냐???"
"왜 불가능 하냐???"
"............."
"너희 나라 삼성, LG는 왜 영어 이름을 쓰냐???"
"???? 삼성, LG 다 우리나라 말이다. 발음을 영어로 쓴거다. 그리고 우리나라 회사들은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다. 영어를 쓰는 건 당연하다. 그럼 너희는 왜 '타타'를 힌디가 아닌 영어로 쓰냐???"
"............."

지리한 소모전이다. 인도에서 작은 친절은, 당신에 대한 지나친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끝내는 방해 내지는 스트레스로 다가 올 것이다. 모든건 적당할 때 가장 좋은게 아닐까 싶다. 버스 안에서 5시간 내내 지칠 줄 모르고 날 바라보던 아이의 눈망울이 첨에는 순진하고 천진 난만하게 그담엔 지루하게 나중엔 도대체 짜증으로 변해갈 수 밖에 없는 건 비단 내 경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부디 인도에선 꼭 선그라스를 끼고 다니길!

자이뿌르에서 바람의 궁전, 천문대 그리고 산 정상에 포트를 구경하고 박물관과 한국서부터 알고 지내선 분이 있는 사원을 들렸다. 바람의 궁전 가는 길은 성벽을 따라 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은 올드 시티……누구나 걸음을 멈출 비단 사리가게들이 즐비하다. 어디서나 여자들은 위대하고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보석과 사리의 고장, 자이뿌르!!!!

이젠 전설처럼 떠도는 왕가의 숨결만이 곳곳에 스며 있다.

정오, 자이뿌르 버스 터미널에서 아그라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옆에 와 앉는 시크는 나보다 두배는 큰 덩치다. 그도 웃고 나도 웃고. 여행의 고단함이여………
 
 
* 리사이징에 저장까지 잘못해 망쳐버린 자이뿌르 사진(위는 바람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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