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푸쉬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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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푸쉬카르

Soohwan 0 2803
아그라를 뒤로 하고 내가 도착한 곳은 푸쉬카르.

내가 간 게스트하우스는 필리핀과 태국에서 만났던 영국인 리가 소개해

준 곳으로 도착했을땐 네덜란드,이스라엘 그리고 독일에서 온 커플 하나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온 회계사(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 있음)가 있었

다.

아침 보통 나는 가져간 씨디플레이어에다 말레이지아에서 5링깃을 주고

산 미니 스피커를 연결해서 쇼팽의 '야상곡'을 들으면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네덜란드에서 온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애가 좋은 곡이라며

다른 것도 듣자고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주인할아버지가 오더니 어제 스페인애가 안들어왔다면서 걱정을 한다.

네덜란드 녀석이 걱정하지 말라면서 - 당일치기 사파리를 갔다고 했다 -

아마 거기서 누군가와 눈이 맞아 다른데서 잤을거라고 안심을 시킨다.

나랑은 주로 인도 여행얘기를 했다.

"인도 여행이 이렇게 힘들줄 몰랐어. 사람들은 돈에만 관심이 있는것

같구." 라고 내가 불평하자,

"난 이번이 인도 세번째 오는 건데 처음엔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두번째 왔을때는 한달동안 작은 마을 두 곳에만 있었는데 거기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 처음 일주일 동안은 사람들이 많이 귀찮게 물건

사라 뭐하라 하지만 나중에는 다들 친해져서 그런것도 없어지고 바가지

씌우는 것도 덜하고. 이번에도 한 50일정도 있을 예정인데 이곳 푸쉬카르

에 한 보름정도 그리고 다른 두 곳에서 그 정도 머물 생각이야. 처음이라

많이 보고 싶겠지만 인도에선 적어도 다른 방식의 접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녀석의-사실 나이가 많았다, 34살정도로 목수가 직업이라고-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다음엔 그렇게 해봐야 겠다고 말하는데 아까 말한

스페인 애가 부시시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네덜란드 애가 뛰쳐 나가면서

어디서 뭐하다 오냐고 하니까 사파리에서 오는 길이란다.

" 사파리하고 어제 왔어야지..주인할아버지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데.."

"(떠듬거리는 영어 + 사전을 막 찾아보면서 얘기한다..)사파리가..

오늘까지 .." 말인즉 여행사 가서 사파리 하겠다고 막상 예약은 했는데

말이 딸려 1박2일인줄은 모르고 그냥 끄덕끄덕 하면서 나름대로 당일

치기 이겠거니 생각했단다. 자기도 사막에서 담요 주고 자라고 해서

무척 황당했다고 한다. 왜 집에 보내주지 않을까 궁금해 하면서...

아무튼 영어는 못해도 말을 너무 재밌고 익살스럽게 한다.

다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이스라엘 애가 나오더니 자기 뒷머리 면도

를 해달라고 한다. (이스라엘애하고 네덜란드애는 모두 스킨헤드-민머

리-라서 아침마다 서로 면도를 해주곤 함)

아침을 먹고 이스라엘 애가 근처 수영장에 가자고 해서 4명 모두가 갔다.

사실 스페인애는 피곤하다고 안가려는 걸 네덜란드애가 거기 가서 자라

고 바락바락 우기는 바람에 결국 같이 가게 되었다.

한 낮의 수영, 그리고 달콤한 낮잠, 음악과 사람들 떠드는 소리...

모든 것이 한 데 뒤엉켜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하루가 저물어 갔다.


저녁엔 호수가 옆에 있는 선셋 레스토랑엘 갔다.

가는 도중 푸쉬카르에서 유명한, 론리 플래넛에 '푸쉬카르 여권'이라고

불리우는 것을 받았다.

즉, 호수 근처를 지나다 보면 스와미들이 잡고 호수 근처로 데려가서

기도를 해준다. 그리고는 일종의 기부금을 달라고 하는데 게스트 하우스

아저씨가 10루피면 충분하다고 해서 10루피를 주니까 '네 일본인 친구들

은 "10 달러"를 줬다면서 더 달라고 한다. 적어도 3~4불은 달라고 하길래

싫다고 하니까 10루피로 어떻게 그 수많은 사원들과 사람들을 돕겠나며

거의 협박조로 나온다. 한참 실갱이를 벌리고 있으니 네덜란드애가 그냥

가자고 한다. 받기 싫으면 그냥 내버려두라고.

그래서 그냥 왔는데 다음날 만나니까 10루피라도 달라고 한다.

아무튼 그 의식(?)이 끝나면 손목에 빨간색 실을 묶어주는데 이게

있으면 다음부턴 귀찮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여행자들은 숙소에서

푸쉬카르를 떠나는 이들에게서 이것을 달라고 하기도 한다.


선셋 레스토랑 주변에는 벌써 약 50~60명 가량의 사람들이 와 있었다.

아마도 푸쉬카르에 있는 모든 여행자들이 다 모인듯 싶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우리 일행은 수영장에서 만난 이스라엘 변호사라는

여성 1명과 약간 맛이 간 듯한 영국에 1명을 동석해서 외곽에 떨어져 있

는 바로 갔다. 원래 여기선 술을 못파는데 이 곳 바에서는 몰래몰래

판다고 한다. 다들 어떻게 알았는데 잘도 찾아낸다.

여기서 게임이며 자기 여행 얘기를 했다.

네덜란드 애는 나한테 자기가 사실 여행 온 이유는 이혼하고 나서 아이

양육권 문제 때문에 돌아가면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데 그전에 머리

식히러 왔다고 한다. 스페인 녀석은 전직 서커스에서 일했다고 하면서

직업의식을 살려 우리들에게 그림과 풍선으로(한 20~30개는 가지고 다

닌다)만든 걸 선물했다. 나 한테는 풍선으로 여자 인형을 만들어

'걸 프렌드'로 하라며 주고 이스라엘 여자애 한테는 장미모양의 풍선을

만들어 주었다. (사실 녀석이 그 전부터 작업엘 들어 갔었고 나중엔

노골적이었다.결국 스페인애는 그녀를 따라 1000루피하는 숙소에서

그날밤을 보냈다..)

한 새벽 4시까지 놀았던 것같다.

다음날.

주인 할아버지는 흥분된 모습으로 대체 어떻게 된거냐고 우리를 좀

야단치셨다. 전날엔 한 녀석이 없어지더니 어제는 오스트리아애만

빼고 다들 사라져서(독일 커플은 떠남) 자기가 올 때 까지 안잤다고

한다. (들은 얘긴데 우리 온 다음에 잤다고 한다. 이스라엘 말로는)

아무튼 맘 좋은 할아버지였다.

손님을 믿어서인지 음료수도 우리 맘대로 냉장고에서 빼먹었고 우리는

각자의 노트에다 기록만 하면 됐다. 근데 사실 내가 먹고 마신것 보다

쫌 더 많이 적었던것 같다. 나중에 계산할 때 생각이 안나서-그때그때

적는 다는게 얼마다 힘든 일인가- 좀 올려서 적었었다.

나중에 체크 아웃할때도 눈이 안 좋으니 나보고 계산을 하란다.

푸쉬카르에는 3일정도 묶으려고 했는데 1주일을 머물게 됐다.

더 있으라는 네덜란드애의 말을 뒤로하고 자이살메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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