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23 (씨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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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23 (씨엠립)

아랑다리 4 3078
태국, 미얀마를 거쳐서 캄보디아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3일간은 이곳에 글을 올릴듯 합니다.

지난글을 보고 싶으시면 블로그 가서 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핸드폰에 문제가 있어서 사진까지 가지고 오질 못하니 사진 보실 분은 죄송하지만 블로그에서 보셔야 할듯 합니다. 제 글을 제가 램 부족으로 못 보내요...

http://lkfar.tistory.co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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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여행이 좀 익숙해지면서 너무 술을 자주 한거 같다. 거의 일주일 내내 한잔 이상은 마시지 않았나 싶다. 여행에서 맥주 한잔이 주는 즐거움은 무시 못하지만 습관적으로 한잔씩 하는건 좀 자제해야겠다. 특히 어제 저녁에 귀가해서 마지막 한병은 정말 의미 없었다.

새벽에 머리가 살짝 아파서 잠이 깬다. 도미토리는 워낙 익숙해져서 잠은 잘 자는데 꼭 한번씩 새벽에 이렇게 깬다. 근데 이게 사실 또 나쁘지 않은게, 충전하던 배터리를 바꾸고 다시 자면 매우 효율적이다.

5시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완전 눈을 뜬다. 그래도 6시반까지 좀 자다 깨다 하면서 있다가 침대에서 나온다. 어제 얘기를 안하는 바람에 이층으로 배치 받았다. 이층은 뭔가 밑에 있는 사람이 신경쓰여서 개인적으로 싫어하는데, 막상 잘때는 괜찮았다. 저번에 이곳에 왔을때는 엄청 추웠는데, 어제 저녁에 보니 옆에 있는 커튼을 완전히 닫으면 그리 춥지 않더라. 오히려 더워서 나중에는 조금 열었었다. 이런 것도 여행 다니면서 생기는 노하우겠지.

로비에 나오니 역시 아무도 없어서 홀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핌은 항상 늦게까지 있는듯 하더니 아침에는 좀 늦잠을 자나보다. 스탭 하나가 와서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참 청소를 열심히 한다. 흙이 많고 먼지가 많아서 그런가?

일단 빵을 굽는다. 오늘은 또 점심을 언제 먹을지 모르겠다. 에어아시아에서 기내식은 당연히 기대하면 안된다. 평소와는 다르게 빵을 4개를 굽고, 버터와 잼 그리고 커피를 들고 자리로 온다. 여기는 다 좋은데 조식이 조금 아쉽다.



어제 못 올린 글을 마무리한다. 사진을 넣고 올릴려고 보니 사진이 160장이란다. 야 이 빌어먹을 티스토리야. 어제 찍은 사진 전부 다 해도 120장인데 무슨 160장을 업로드하냐. 그냥 내비둔다. 그래도 인터넷이 빠르니 언젠가는 올라가겠지.



천둥이 친다. 비가 올려나. 근데 천둥 소리가 무슨 대포 소리 같다. 이 동네 날씨는 정말 모르겠다. 조금 있으니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 있다가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방금 전 한 팀을 우비와 가방커버를 씌우고 출발하던데, 이 더위에 그러고 싶지 않다. 조금 기다리면 멈출거야, 멈출거야, 주문을 외워본다.

업로드 되는걸 기다리며 씨엠립의 정보를 좀 보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 봤던 남미로 추정되는 남자 6명이 우루루 내려온다. 사람이 보이면 인사하는건 그냥 버릇이 되어버렸다. 남미 애들이라 약간 경계심이 있었는데 얘기해보니 꽤나 괜찮은 애들이다.

모두 아르헨티나 사람들이다. 마리안나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아르헨티나와 인연이 닿기 시작한다. 3명은 형제이고, 한명은 걔네 복싱 강사라고 한다. 다른 애들도 같은 관원이다. 생긴게 어쩐지 우락바락 하더라. 나도 복싱 3달을 배웠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얘네랑 붙으면 그냥 딱 5초 걸릴듯 하다. 피지컬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얘네랑 얘기를 하며 사진 업로드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9시 50분 비행기라서 7시반에는 나가려고 했는데 사진이 좀 애매하게 남아서 기다린다. 시간이 어언 7시30분이 지나갔고 사진은 30장 정도 남았다. 다 합해봤자 30장 정도일듯 한데 도데체 업로드 되고 있는 160장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마지막 한장! 그리고 에러! 아주 그냥 욕이 나오게 하는구먼.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다. 벌써 8시가 되어버렸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빨리 짐을 싸고, 애들한테 인사를 한다. 거의 쫓기듯이 숙소를 나와서 가다가 충전기를 놔두고 왔음을 깨닫는다. 다시 뛰어가듯이 돌아가서 충전기를 챙기고 지하철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항상 보면 마음이 급할때는 모든 것이 안풀린다. 라차테윗 역에 도착해서 표를 사고 있는데 기차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 서둘러서 잔돈을 바꾸고 37바트짜리 표를 사서 올라간다. 역시 기차는 방금 떠났는지 반대편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데 반해, 이쪽은 한가하다.



앉아있지 못하고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린다. 한시간이면 갈려나. 그래도 출발 한시간 전에 도착 못한다. 국제항공이라 한시간 전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한 10분 정도 기다리니 기차가 온다.



아, 지금 시각이 8시 10분, 출근시간이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가방을 손에 쥐고 타서 서있을 자리를 잡는다. 이러면 버스도 막히는거 아닐지 또 걱정이 된다. 아, 조금 일찍 나올걸, 왜 이리 꾸물거렸을까. 여행 다니면서 이렇게 서두르는게 제일 싫다.

모칫역에 도착한다. 기차가 왔던 방향 그대로 버스가 이어가는걸 감안해서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정신 없다보니 방향이 햇갈린다. 설상가상으로 공항버스가 오는게 보인다. 방향이 틀리고 저거 못 타면 또 한참 기다려야 하는거 아닌가? 일단 모험을 해서 한쪽으로 내려간다.



그래도 다행히 방향이 맞았나보다. 조금 가보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게 보인다. 이거 놓치면 난 큰일이다 싶어서 조금 뛰어서 가니 공항 가는 버스라고 주위 사람들이 친절하게 얘기해준다.

버스에 올라타니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긴다. 물론 아직도 안심할 단계는 아닌지라, 공항 가서 할일들을 빨리 정리한다. 여권을 챙기고, 기계로 체크인을 하기 위해서 예매 번호를 사진으로 찍어둔다.



역시 출근길이라 막힌다. 또 다시 불안해질려는 찰나, 길이 뚫리기 시작한다. 아 다행이다. 그래도 비행기는 탈 수 있겠다.

길이 뚫리니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다. 9시50분 비행기인데 8시40분쯤 왔으니 충분해보인다. 익숙한 절차인지라, 어여 티케팅 하는 곳으로 가니 줄이 많이 서 있다. 일단 줄을 서 있다가 키오스크를 찾아간다. 저번에 국제항공은 안되는거 같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니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메뉴를 눌러보니 국제항공이 있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빠르게 누른다. 국내항공과 다르게 국제항공은 여권을 스캔해야 하는 절차가 더 있다. 여권을 갖다대니 스캔이 실패한다. 두어번 해도 실패한다. 이러면 이거 의미가 없잖아. 해매다가 옆에 키오스크로 넘어가서 해보니 다행히 성공한다. 뭐 이리 한번에 되는게 없다냐.



이번에는 출국수속을 하는데에서 걸린다. 가방을 엑스레이 통과하더니 열어보란다. 아 이번에는 소주도 없다고. 안그래도 어제 안동소주 아까워 죽겠는데 이런거까지 해야겠니. 시간도 없는데 이러니 뭔가 살짝 짜증도 난다.

나야 당당하니 다 보여준다. 이거 로션, 이거 치약, 이런 것도 문제되니. 아 그건 선크림이야. 그런데 뭔가 걸린게 안나왔나보다. 결국 다 뒤진다. 그러다 걸린 것은 세제다. 아 세제가 그리 보일 수는 있겠구나. 앞으로는 걸릴 잠재력 있는 애들을 좀 위에 몰아놔서 걸리면 확인하기 좋게 해야겠다.

그래도 그 이후로는 원래 페이스를 찾는다. 게이트를 찾아보니 3번 게이트길래 혹시나 가까운가 싶었는데, 역시나 내려가고 들어가고 또 내려가고, 한참 해야 게이트가 나온다. 그러면 그렇지.



비행기는 10시10분으로 나온다. 오히려 생각보다 시간이 꽤나 남았다. 서두른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하나, 서두른게 의미가 없다고 해야 할려나. 여튼 앉아서 글도 좀 쓰고, 화장실도 갔다오며 개인 정비를 한다.

조금 지나니 보딩이 시작되고, 비행기에 오른다. 오랜만에 나름 큰 공항에 왔더니 모든 절차가 참 채계적임을 깨닫게 된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번에도 창가자리가 아니다. 근데 아무도 옆에 없다. 이번에도 아무도 없을려나? 조금 기다려보는데 역시 아무도 안오고 비행기의 문은 닫힌다. 또 자연스레 창가자리로 이동한다. 티케팅을 떠나서 이번 여행에서 단 한번도 창가자리를 놓친적이 없다. 이정도면 대단한거 아냐?



비행기가 출발했으니 예산 결산도 좀 하고, 글도 좀 써야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올라가자마자 내려간다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거 무슨 제주도 가는것보다 빠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짧은 비행여행이 될듯하다. 짧아서 그런지 시차 차이도 없어서 시계를 조정할 필요도 없어서 편하다.



씨엠립 공항의 첫모습은 다소 의외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니 당연히 꽤나 발전된 형태일거라 상상했는데 오히려 만달레이 공항과 비슷한 면이 있다. 비행기도 몇대 없으며, 신기한건 버스도 없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그냥 걸어서 공항으로 들어선다. 안기다려도 되서 이건 좋다.



공항에 들어서니 모든 사람들이 뭘 막 쓰고 있다. 뭔지 자세히 보니 비자 신청서다. 맞다, 캄보디아는 입국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거 같다. 이러고 있으면 안돼지. 슬슬 배도 고프니 빨리 통과해야 하고 그럴러면 이 사람들과 경쟁해서 1분이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볼펜을 들고 후다닥 작성한다. 작성 다 하고 입국수속하는데로 가니 아무도 없다. 하하, 내가 1등이다. 당당하게 비자 신청서와 여권을 내민다. 거기 아저씨 여권을 받더니 굉장히 불친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뭐지? 비자는 어디있냐고 묻는다. 그거 신청서 내는거 아니야, 라고 얘기하니 저 뒤로 가란다. 뒤에 보니 줄을 쫙 서서 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사람이 보인다.

촌스러운 짓 했구나. 나도 어서 가서 그 뒤에 줄을 선다. 줄이 꽤 길다. 이거 처리하는 것도 꽤나 일이겠다. 근데 줄이 두개가 있다. 비자를 두개 받는 것도 아니고 뭐지? 한쪽에서 처리가 끝난 사람들이 또 다시 줄을 선다.





내 차례가 되어서 깨닫는다. 30달라와 함께 신청서를 내미니, 여권과 돈을 가져가고 여권을 돌려주지 않은채 저쪽으로 서라고 지시한다. 뭔 시스템인지 한번 보니 이것은 포드가 자동차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개발했을때 썼다는 분업화! 직원들이 쭉 앉아서 하나씩 처리를 하고 옆으로 넘기면 옆에 사람이 자기 부분을 처리하는 식이다. 여권이 그 10며명을 지나면 비자가 붙은 최종 여권으로 진화된다. 비자 발급이 워낙 많다보니 이렇게 뭔가 효율화와 전문화가 되었나보다.

여권이 분배되는 쪽에 있으니 곧 한국 여권을 들고 나를 부른다. 앞으로 가니 아저씨가 사진과 나를 물끄러미 본다. 나 맞냐고 묻는다. 나 맞아요. 이 아저씨 약간 장난기가 있다. 그러다 맨 뒤에 노여사 사진을 보더니 친구냐고 한다. 당당하게 여자친구라고 한다. 무척 이쁘다고 한다. 이 사진 완전 촌스럽게 나온 사진인데 동남아 사람들은 노여사의 촌스러운 버젼을 좋아한다. 풀메이크업 사진을 보여주면 별로라고 한다. 노여사, 여행 다닐때 노메이크업으로 다녀서 인기가 많았던 걸까? 하긴 화장한것보다 안한게 어울리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화장할줄을 모르는거고.



여권을 챙겨가지고 나오니 유명 관광도시라 그런지 시내까지 가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오토바이가 2달라, 택시가 7달라, 미니버스가 10달라다. 나같이 짐 없고 혼자인 사람에게는 오토바이 옵션이 있는거 자체가 고맙다. 당연히 2달라를 주고 오토바이 티켓을 구입한다.

바로 오타바이 운전수가 배정되고 그 위에 올라탄다. 이제 몇번 몰았더니 딱 보면 어떤 오토바이인지 눈에 바로 들어온다. 오토매틱이고 빠이에서 몰던 거와 비슷하다. 출력이 좋긴 않겠군. 별 걱정을 다 한다.



아저씨 가는 내내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굉장히 친절하시다. 여기 오기 전에 살짝 검색해보니 이런 픽업하시는 분들은 무료로 일을 하고, 대신 앙코르와트 관광을 자기들이 할 수 있게 마케팅할 기회를 얻는다고 한거 같다. 그래서 영업하시나 싶어 약간 한걸음 떨어져서 지켜봤는데 도착할때까지 그런 얘기는 하나도 없으시다.

대신 숙소를 예약했냐고 해서 안했다고, 아는데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한다. 얼마 정도를 원하냐고 해서 뭐 당연히 싸면 쌀수록 좋다고 한다. 5달라짜리가 있다길래 그럼 거기로 가자고 한다. 5달라면 시설을 떠나서 뭐 굉장히 훌륭하다.



내려주는 도미토리에 들어가보니 서양인들이 여러명 앉아있다. 나름 나쁘지 않은듯 하다. 물어보니 와이파이도 되고 진짜 5달라이다. 시설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지만 미얀마에서 온 나에게 왠만한 곳은 상관이 없다. 바로 자리에서 5달라를 지불한다.

오토바이 아저씨는 계속 안가고 있다. 내가 방을 보러 올라갈때까지도 그대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일단 스탭과 함께 방을 보러 올라간다. 꼭데기 층이다. 힘들에 올라갔더니 이곳은 뭐란 말인가. 치앙마이와 핀요린의 숙소가 연상되는데, 이곳은 도미토리다. 도미토리에는 에어컨은 기본 아니었어? 이 얆은 천조각은 메트리스라고 불리는 그놈 맞겠지?



이래서 방을 보기 전에는 돈을 지불하면 안되는데 서툴렀다. 이미 돈을 지불했으니 끝이다. 생각해보니 오토바이 기사님이 안가시고 있었던게 거시기하다. 아마도 커미션을 받는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뭐라도 있겠지.

일단 자리를 잡고 나온다. 오늘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4일을 이곳에 있는건 못할 짓이다. 에어컨이 없으면 모기가 판친다는 얘기고, 도미토리기 때문에 홈매트도 효과가 없을거다. 빨리 다른 곳을 찾아서 내일은 탈출해야 한다.

길을 나와서 한바퀴를 둘러보는데, 이곳은 뭔가 구조가 머리속에 잘 안들어온다. 어디든 새로 가면 해매는게 있긴 했지만 여기는 진짜 좀 독특하다. 아니 이 기사님 도데체 날 어디에 내려준걸까. 조금 돌아다니니 잘못하면 내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릴듯 해서 일단 다시 돌아와서 머리 속에 정리를 한다.

밥이라도 먹어야 해서 프론트에 스탭에게 물어보니 아무것도 안하는 주제에 지상 최고로 귀찮은 일을 물어본다는 듯이 대충 저기 시장 가서 아무거나 먹으라고 한다. 잠시 쉴려고 에어컨 나오고 와이파이 속도 좋은 곳 좀 알려달라니까 모른단다. 알았어... 안물어볼께. 아 미얀마가 그립다.

다시 나간다. 지나갈때마다 뚝뚝 기사들과 오토바이 기사들이 계속 따라오며 흥정을 한다. 하지만 난 지금 배가 고프다. 가격만 조금 묻고 일단 밥을 먹고 다시 오겠다고 한다. 지금 비수기라 그런가? 따라오면서 알아서 막 할인을 해준다. 근데 나 진짜 돈 때문이 아니라 배고파서 그래... 그리고 너무 더워...

조금 걷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아까 뚝뚝 말고 오토바이도 있었는데 오늘 일몰부터 내일 일몰까지 10달라를 얘기했었다. 돌아가서 그냥 지금부터 하고 10달라면 계약하겠다고 한다. 원래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내가 운전하는 걸로 이해했는데 자기가 운전해주는거란다. 뭐 같은 가격이면 뒤에서 가는게 더 편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러자고 한다. 근데 이거 싸게 한거 맞지?

기사님에게 첫번째 미션으로 에어컨 나오고 와이파이 빠른 곳으로 나를 인도해달라고 하고 오토바이 뒤에 올라탄다. 자기가 아는 곳이 있다며 어딘가로 숙숙 들어간다. 나야 모르니 빨리 도착하기만을 바란다. 도미토리가 시원하지 않다보니 여기는 시원하게 쉴데가 없다는게 너무 힘들다. 땀이 범벅이다.

어딘가로 들어간다. 보니 왠 방갈로 같은 구조의 식탁들이 여러개 있는 허름한 곳이다. 이놈, 너도 커미션 받는구나. 어쩔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앉는다. 일단 밥도 먹어야 하고 그래도 그늘은 좀 시원하지 않을까 싶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메뉴판을 주고 위에 팬을 켜준다. 그래도 팬이 있으니 훨씬 살거 같다. 메뉴는 뭘 먹을지 몰라서 해매다가 골라달라는데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제일 잘하는 사람이 오토바이 기사님인데 그 분도 영 영어가 어렵다. 그래도 그분의 도움으로 겨우 의사전달이 되고 볶음국수와 콜라를 주문한다. 이곳은 미국 달라와 태국 바트가 모두 통용된다. 국수는 2달라를 주고, 콜라는 30바트를 주는걸로 한다.



기사님은 계속 여기서 기다릴 심상인가 보다. 아 이런건 너무 불편하다. 따로 불러서 나 여기 혼자 있어도 되니 놀다가 3시까지만 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러고보니 오늘 내일 나한테 완전 얽매이는건데 10달라를 받으면 이곳에서는 많이 받는걸까.

볶음 국수를 먹으며 어제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 캄보디아의 인터넷이 빠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사진이 36개로 정상적으로 나와 신나했더니 사진 하나가 제대로 안올라간다. 방콕에서는 이정도는 10분이면 올렸던거 같은데. 일단 두시간이나 있으니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업로드를 걸어놓고 오늘 글을 쓴다.

볶음 국수가 왔다. 비쥬얼은 딱 팟타이에 계란후라이를 얹은 느낌이다. 먹어보니 면발이 팟타이 보다 조금 더 얇다는게 다른듯 하다.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근데 이걸로 요기가 될려나. 이따 저녁에는 밥 종류를 먹어야겠다.

글 쓰는 와중에 지난주에 태사랑을 통해 연결된 분에게 카톡을 한다. 캄보디아 4일 일정 중 오늘 내일은 유적지를 보고, 모레는 그분이 주도하는 고아원 봉사를 가기로 했다. 태사랑 게시판을 보고 과연 하루만 가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연락드렸더니 언제든 환영이라고 해서 그리 결정했다. 방금 도착했다고 얘기하고 오늘 숙소 욕을 좀 한 후에, 내일 모레 일정을 잡는다. 교육을 하는건가 했더니 내일 모레까지는 방학이라 그냥 애들하고 배구하고 놀아주면 된단다. 아, 난 머리 쓰는게 오히려 편한데... 그래도 설마 애들한테 배구로 지겠어? 질려나. 내일 모레 가기 전에 봐서 내일 저녁에 맥주나 한잔 하기로 한다.

사실 하루 봉사활동은 조금 꺼려진다. 예전에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4년간 가르칠때도, 동문회에서 한달에 한번씩 지체장애시설에 봉사를 갈때도 참가를 했지만 지속적이지 않으면 오히려 상처를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이란게 아예 없으면 모르겠지만, 있다가 없으면 그 빈자리가 더 커보이는 법이다. 사랑을 줄거면 계속 줘야지 줬다 뺐는 것만큼 잔인한것도 없다. 이건 꼭 사람만이 아니라, 애완동물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 이쁜 것들을 어찌 버려...

하지만 이곳은 내 개인이 가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런 활동이 유지가 되는거 같아서 참가해보기로 했다. 어찌 보면 이건 애들을 위한게 아니라 내 자신의 추억을 만들기 위함이다. 여행자들이 들려서 한번씩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꽤나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걸 기획하고 계속 이어가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블로그는 올라갈듯 말듯 아주 나를 괴롭힌다. 한시간을 올렸는데 5장이 남아서 안올라가더니 좀 더 있으니 마지막 한장이 올라갈듯 말듯 하며 약올리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올리는데 성공이다. 오늘 인터넷 속도를 좀 보고 사진을 확 줄이든지 해야겠다. 그나저나 이 70달라 짜리 핸드폰은 램이 작아서 사진이 많은 글은 못 불러온다. 고로, 내가 올린걸 나는 볼 수가 없다. 역시 다다익램이 진리지.



모기가 너무 물어서 모기향 부탁 좀 했는데 또 영어가 안되니 이번에는 앉아있는 고객한테 신세를 지게 된다. 그걸 인연으로 얘기를 좀 텄는데, 캄보디아의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란다. 그 대학이 우리나라 건국대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진행한한다. 여행온 학생이 이어줬다고 하는거 같다. 근데 영어로 강의를 하신다는데, 영어가 솔직히 뚝뚝 기사님보다 못한다. 역시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당장의 먹고 살기 위한 공부가 제일 효과적이다.

오늘 저녁은 앙코르와트에서 일출을 보고, 내일은 어쩔까. 노여사가 저번에 어머니 모시고 온 경험이 있어서 물어보니 그때는 어머니 때문에 패키지를 해서 잘 모른단다. 하지만 오늘은 앙코르와트에서 일몰을 보니, 내일 일몰은 그 나무 많은 곳에서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다. 거기가 어디지? 오늘 좀 찾아보고 그리 해야겠다.

3시가 되니 오토바이 기사님이 온다. 갑자기 내일 옮길 호텔 생각이 나서 급하게 검색을 좀 한다. 5분만 잠시 기다리시라고 하고 주변 호텔을 아고다에서 검색해본다. 도미토리가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두개를 발견한다. 이곳 아냐고 물어보니 'Angkor Villa'는 안단다. 정확히는 'Cercle do Angkor Villa'지만 대략 맞는듯 해서 올라탄다.

기사님 이름을 물어보니 '소토'라고 한다. 내 이름을 물어보기에 '경훈'이라고 하니 의외로 발음을 잘한다. 내일 일정 얘기하며 일몰은 다른데서 보자고 하니 그건 10달라로 절대 안된다고 한다 .공항에서 여기까지 2달라면 대충 시세가 될듯 한데 그래도 큰돈은 아닌지라 2달라 더 드려서 12달라로 하자고 합의본다. 하지만 운전하는 중에도 계속 돈이 없어서 결혼 못했다고 우는 소리를 한다. 나도 한마디 해준다. 나도 돈 없어서 결혼 못해.

하지만 데려간 곳은 무슨 호화로운 호텔이다. 여긴 들어가서 물어보기도 겁난다. 일단 들어가서 도미토리가 있냐고 물어보니 없단다. 봐 여기 아니잖아, 라고 하니 앙코르빌라는 여기 맞단다. 주변에 다른 기사님들한테 다 물어봐도 앙코르 빌라 호텔과 리조트가 있는데 호텔은 여기가 맞단다. 여기 사람들은 뭔가 속단하는 성향이 있다. 다시 보여주고 싶은데 난 와이파이가 안되면 바보가 된다.

그래도 열심히 찾아다닌다. 와이파이가 안되지만 다시 펴보니 캐쉬가 남았는지 이름이 나온다. 다시 보여준다. 한참을 사람들에게 묻더니 앞에 'Cercle de'를 왜 얘기 안했냐고 한다. 난 했거든. 자기가 듣고 그냥 판단해놓구선. 왜 이리 성격이 급한거야.

이름을 제대로 얘기하니 아는 사람이 생겨서 드디어 찾아간다. 겉으로 보기에 꽤나 괜찮아보인다. 아고다에서 4달라로 나온 곳이다. 내가 오늘 있는 곳을 5달라 주고 들어갔으니 더 싼거다. 딴거 바라지 않고 에어컨만 있기를 기원하며 들어간다.



리셉션의 여성분이 매우 친절하게 반겨준다. 아 그래, 친절하기까지 하면 된거다. 그건 뭔가 뜨내기가 아닌 단골을 만들거나 리뷰에 관심이 있다는 소리가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관리가 잘된다. 오늘 숙소는 어차피 너 다시 안올거 아니까 그냥 신경끄겠어, 이 마음이 너무 잘 엿보였다.

일단 방부터 보자고 한다. 오늘 숙소는 5층인가까지 올라갔는데 여긴 바로 2층에 있다. 가는 길에 청소하는 사람을 서너명 지나친다. 굉장히 깔끔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에어컨이 빵빵해서 시원하다. 안에 서너명이 쉬고 있다. 이놈들 행복하겠다. 나도 환불 받고 여기로 오고 싶지만 그건 안되겠지. 화장실도 깨끗하다.

방 있냐고 하니 있단다. 가격을 물어보니 6달라란다. 저기, 제가 4달라 보고 왔거든요. 인터넷으로 할때만 그렇단다. 커미션 떼고 할텐데 도데체 왜 인터넷이 싼거야. 문제는 난 카드도 없고, 핸드폰이 지랄맞아서 인터넷으로는 못한다. 그걸 티 내지는 않고 잘 얘기를 한다. 난 너희가 마음에 드는데 아고다한테 수수료 주는게 싫어. 그러니 그냥 4달라로 하자. 결국 4달라로 하기로 한다. 고마운 마음에 나도 이틀 계약하기로 한다.

내일 오전 일찍 해뜨는걸 보러 가기 전에 이곳에 가방을 맡기기로 한다. 돈을 지금 내야 하냐니까 그냥 나중에 나갈때 내란다. 내가 안오면 어쩔려고. 좀 다녀보니 캄보디아 사람들도 본성이 좀 착한거 같다. 워낙 관광지다 보니 안물들긴 힘들겠지만 여러모로 순수함이 보이고 챙겨줄려는 모습이 보인다.

숙소를 찾고 나니 마음이 다 편해진다. 다시 소토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일단 오늘의 그 쓰레기 숙소로 가자고 한다. 지금이 3시반이니 좀 쉬다가 5시에 다시 앙코르와트로 가자고 한다. 내 숙소를 몰라서 처음에 우리가 만난 곳으로 가면 내가 길을 안다고 그리 가자고 한다. 헌데 소토 영어가 너무 안통한다. 아무리 얘기해도 못 알아듣길래 그냥 'Golden Papaya'라고 얘기하니 어떻게 어떻게 찾아서 간다. 길을 알려주고 싶지만 의사소통이 안되니 어쩔 수가 없다.

혹시 몰라서 소토는 4시 50분까지 10분 일찍 오라고 해둔다. 이것도 통하는데 한참이 소요된다. 내일은 괜찮겠지? 어차피 앙코르와트랑 다른 한곳으로 데려만 주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을거야.

침대로 올라가니 찜통이다. 당연히 아무도 없다. 이곳에 있다간 죽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충전도 시켜야 하고 좀 쉬기도 해야 하기에 나름 버텨본다. 여기 선풍기를 틀어나도 땀이 난다.

화장실을 가니 변기 뚜껑이 없다. 해우소가 아니라 근심이 쌓이는 곳이 되겠다. 뭐 이건 지금보다는 내일의 걱정이니 일단 무시하기로 한다. 아까 그곳이 4달라임을 생각하면 여기 5달라는 그냥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4시 40분이 되서 내려간다. 더워서 못 있겠어서 밖으로 나왔는데 밖도 덥다. 이곳은 모든 곳이 덥다. 4시 50분까지 오라고 했던 소타는 5시가 되서야 미안하다며 나타난다.

올라타고 출발한다. 생각보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았음에도 길의 분위기가 바뀐다. 훨씬 더 깔끔해지고 길 양옆에 가로수가 늘어난다. 아무래도 캄보디아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다 보니 여러가지 투자를 한듯 하다.



20분 정도 지나니 매표소로 온다. 나는 1일권을 살 예정이다. 1일권을 사면 5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니 일몰을 보고 다음날 하루종일 즐길 수가 있어서 꽤나 괜찮은 딜이다. 내일 모레는 다른 일정이 있는 나에게는 딱이다.



표에 사진이 들어간다. 아마도 사서 나눠서 내고 쓰려는 사람을 방지하기 위함이겠지? 내 잘난 사진이 표에 들어가니 표가 훨씬 고급져보인다.

표를 사고 나오니 소타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 이제 진짜로 앙코르와트를 가보도록 하자.

표를 검사하고 들어서니 진짜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토바이에 타고 가니 온몸으로 거리의 분위기가 전달된다.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싸고, 풀내음이 코에 신선한 자극을 전달한다. 주변에서 쉬고 있거나 베드민턴을 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앙코르와트가 이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유적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안쪽에는 큰 호수도 있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루종일 더운데 있다가 넓게 잘 뚫린 길을 시원하게 가니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듯하다. 자연 에어컨을 맞으며 오토바이는 질주한다.

조금 지나니 오른쪽에 왠 사원이 보인다. 저게 앙코르와트인가? 어떤 유적지를 가도 그다지 기대를 한적이 없는데 이곳은 전희가 훌륭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며 기대를 하게 된다. 사람들이 꽤나 많이 들락날락하는게 보이는 것이 관광지임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소타는 여기를 지나간다. 여기가 아닌가? 또 다른 곳이 있나보다. 일단 나는 모르니 가는데로 둔다. 영어를 잘 못하는 소타인지라 괜히 말을 걸면 더 복잡해진다.



한 5분 더 올라가더니 왠 산입구에서 내려준다. 이곳에서 기다린단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길래. 그냥 산입구 같은데. 일단 알겠다고 하고 7시 정도에 돌아온다고 하고 길을 나서본다. 뭔가 화려한 유적지가 짠하고 나타날려나.

근데 내려오는 사람이 더 많다. 한두명도 아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올라가는 사람은 소수다. 쇼타, 여기 괜찮은거지? 나에게 똥을 준건 아니지?



뭔가 서둘러 가야 할거 같다는 알지못할 예감에 발길을 서둘러본다. 인레 트레킹에 비하면 여기 동산은 평지와 비슷하다. 사람들을 추월하며 나답지 않게 서둘러 뭐가 있는지 모를 그 목적지를 향한다.



중간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보니 일몰이 꽤나 근사하게 보일만한 곳이다. 여기가 목적지는 아니겠지? 맞다 하더라도 중국인들이 우루루 몰려있어서 내가 앉을 곳은 없다. 위에 진짜 목적지가 있다면 왜 여기있는거지? 일단 무시하고 더 올라간다.





그리 많이 안올라가서 정상에 도달한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그리고, 한쪽에 장황한 유적지가 눈에 들어온다. 하, 역시 멋지구나. 첫 인상으로는 내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그 위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것도 보인다. 아 저기가 명당인가보다. 빨리 가야겠다. 근데 왜 밑에 사람들이 모여있지? 올라가는 길이 험한가? 그렇다면 난 어떻게든 올라가야겠다.





조금 더 가까이 가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일종의 모양을 형성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일직선으로 서있다. 그 말인 즉슨 줄을 서 있다는거다. 설마...? 가까이 가니 올라가는 입구부터 쫙 줄이 길게 이어져있다. 잠시 지켜보니 위에서 사람이 내려오면 그만큼 위로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보는 순간 바로 포기한다. 이 시간에 누가 내려오니. 하, 소타 나에게 진짜 똥을 줬구나. 그 많고 많은 곳 중에서 꼭 여기로 날 인도해야하만 했니.

포기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 남모를 명소가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숲이 우거져서 저 유적지 정상 말고는 어디에도 일몰이 보이는 곳이 없다. 문득 왜 아까 사람들이 내려왔는지, 중간에 또 왜 그리 모여있었는지 한번에 이해가 된다.





유적지 위에 위너들을 바라보며 잠시 앉는다. 어쩌지. 무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곳이라 당황스럽다. 내려가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해볼까? 이미 늦었겠지? 잠시 미련을 가지고 조금 더 둘러보고, 결국 포기한다.

좋게 생각하자. 맛있는 것은 늦게 먹을 수록 맛있는 법, 나에게 더 훨씬 멋진 장관을 보여주려고 이리 수줍게 모습을 감췄구나. 잠시 앉아서 땀을 식히면서 쉰다. 뭐 이제 일몰을 보기는 글렀다. 잃었던 여유나 다시 찾자. 집착을 버리니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래도 저 위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승리자들을 보니 악한 마음이 든다. 확 구름이나 껴라!

근데 소타, 여긴 도데체 어디니. 대충 써 있는 거 봐도 앙코르와트는 아닌데 말이지. 어디 이상한 곳에 나를 데리고 온거니. 근데 앙코르와트의 정체가 뭘까? 하나의 사원일까, 아니면 여러개의 사원 집합을 일컫는 말일까. 내일이면 정체를 알게 되겠지.

사람들이 내려오길래 한번 스윽 가본다. 올라가서 한번 구경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기웃기웃거리니 직원이 안된다고 막는다. 한번만 스윽 보고 오면 안될까, 라고 얘기를 하니 당연히 안된단다. 그래, 여기는 미얀마가 아닌 캄보디아지.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다.

그래, 내려가자. 등산 한번 자알 했다. 동네 뒷산 올라온거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본거는 위너들의 잔인한 미소뿐이다. 내려오는 길에 아까 봤던 사람들이 몰려있던 곳을 슬쩍 보니 지금은 사람이 없다. 그래도 여기서나마 넓은 시야를 한번 본다. 근데 진짜 구름이 팍팍 꼈네? 이런 허접한 일몰을 첫경험으로 삼지 말라는 소타의 너그러운 배려가 느껴진다.



올라갔던 사람들이랑 다 같이 내려온다. 알라딘 바지를 입은 여행자, 어머니를 모시고 온 가족, 중국인, 유럽인 등 많은 사람들이 섞여 있다. 아무리 관광지라도 격이 다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모두 올 수 밖에 없나보다.

내려오니 소타가 기다리고 있다. 7시쯤 온다고 했는데 천천히 내려왔는데도 6시반에 내려왔다. 소타한테 줄이 길어서 보지를 못했다, 왜 여기로 데려왔냐, 라고 웃으며 얘기해보지만 역시 못 알아듣는다. 그래, 넘어가자. 몰랐겠지.

돌아오는 길에 보니 유적지 앞에 호수가 있고 광장이 있다. 차라리 저기가 괜찮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해가 지평선을 넘어가는걸 봐야 하는건 아니지 않냐. 난 이정도면 만족하는데 이상한 곳에 가서 오히려 놓친것이 다소 아쉽다.

소타가 배고프냐고 맥주 마시고 싶냐고 묻는다. 뭐 땡기기야 한다고 하니 자기것도 사줄 수 있냐고 묻는다. 고민하다가 그냥 오늘은 안마신다고 한다. 요즘 술을 너무 습관적으로 마셔서 안그래도 오늘은 넘어갈 생각이었다. 근데 이거 무슨 커미션이 진짜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오는 길에 호텔들을 많이 지나간다. 아까 내려오는 구성원을 봐서는 당연하지만 화려하고 좋은 호텔과 내가 있는 후질근한 호스텔 등이 씨엠립에는 섞여 있다. 분수가 있는 호텔 앞에서 이쁜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 여인 두명을 배경으로 나는 5달라 짜리 도미토리로 향한다.

도착하니 아직 7시가 안됐다. 내일도 이쯤 도착할거 같다. 내리면서 소타한테 그러면 내일 4시50분에 보자고 한다. 가방을 새로운 숙소로 옮기고 해돋이를 볼려면 그쯤은 되어야 할거 같다.

갑자기 소타가 "해돋이를 볼려고?"라며 묻는다. 얘 또 무슨 쌩뚱맞은 소리냐. 당연히 해돋이를 봐야지, 라고 하니 그러면 너무 싸다고 한다. 아 순간 열이 확 받는다.

아까부터 조금씩 마음에 안들더니 보자보자 하니 나를 호구로 아나. 처음에 10달라도 내가 얘기한게 아니라 자기가 얘기했고, 오늘 일몰과 내일 일출, 일몰을 확실히 얘기하고 시작했다. 게다가 아까 넘어가는 호텔에서 분명히 일출 시간을 확인하고 그러면 5시까지 가방을 놓고 가는걸로 하자고 합의까지 했는데 이게 무슨 쌩뚱맞은 말이냐. 오해의 여지가 없다.

여행 와서 처음으로 화가 확 올라온다. 차라리 처음에 딜을 할때 비싸게 불렀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나는 한번 합의한걸 바꾸는 사람이 정말 싫다. 약속을 안지키고, 한입으로 두말을 하는 사람은 상종하고 싶지가 않다. 인도에서도 뚝뚝 기사랑 이래서 1달라 때문에 엄청 싸운적이 있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신의의 문제다.

"너 왜 갑자기 딴말이야. 분명히 네가 그리 얘기한거잖아. 10달라도 네가 불러놓고는 왜 헛소리야."
"안돼, 난 그돈이면 못 가. 너한테는 큰돈도 아니잖아."

일단, 5달라짜리 방에 묵고 있는 지금, 큰 돈이 되며, 그렇지 않다한들 신의의 문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거다. 그냥 짜증나서 그러면 오늘만 정산하자고 하고 얼마를 줄까라고 묻는다.

"10 달라"

진짜 욕할뻔했다. 하, 뭐 이런 사기꾼이 다 있어. 전체가 10달라였으니 많이 쳐줘야 5달라다. 얘 말맞다나 내일 해돋이를 안본다고 가정해도 반 정도니 5달라가 맞다.

8달라를 달라고 한다. 자꾸 나한테는 큰 돈이 아니란다. 아 자꾸 왜 논점에서 벗어난 얘기를 해. 난 죽어도 8달라는 못 준다. 지갑을 뒤져보니 잔돈이 없어서 10달라짜리 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잔돈을 줄리는 없어서 태국 돈을 찾아보니 200바트가 있다. 이게 얼마지? 열받으니 계산도 안된다. 대충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돈으로 6000원이 넘으니 6달라 정도되는거 같다.

진짜 200바트를 얼굴에 뿌려버릴까 하다가 그냥 건네준다. 불만족스러운 얼굴이길래 이정도면 6달라 정도라고 적당하고 얘기하고 무시해버린다. 여기서 더 싸워봤자 나한테 좋을건 하나도 없다.

숙소에 올라오니 아무도 없다. 여기도 처음에 기사가 커미션 받고 데려온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지를 안다녀서 그런지 이런 대우에 열이 확 받는다. 아 캄보디아, 재수없어!

돈도 돈이지만 내일 일정이 틀어진게 더 짜증난다. 지금부터 내일 움직일 수단을 찾아야 하는데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내일 짐도 옮길려면 오늘 저녁에 새로운 숙소도 혼자서 한번 가봐야 할거 같다. 여유로운 밤이 안되지 싶다.

미얀마에서는 어느곳에서든 치안 걱정은 안했는데 여기 숙소는 뭔가 찝찝한 구석이 있다. 일단 오늘 하루만 버티자. 원래 첫날은 좀 고생하는 법이다.

역시 시세보다 너무 저렴한것은 항상 탈이 난다. 그걸 알면서도 항상 이리 화가 터지니 참 나도 별 수 없다. 일단 씻고 저녁도 먹고 내일 다닐 것도 좀 찾아보기로 한다. 

이곳 Golden Papaya는 정말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그냥 이 사람들이 사는 장소 같다. 손님이 지나가도 아무도 관심도 없고, 손님용 욕실에서 씻고, 심지어 청소도 아무도 안한다. 살다 살다 이런 곳은 처음 본다. 짐들이 걱정되서 후딱 대충 씻고 나온다. 한번 망가진 캄보디아의 인상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너무 늦기 전에 나가야 한다. 사람을 못 믿으니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다닐까 싶기도 하다. 일단 나와서 강가를 따라 내일 숙소인 'Cercle d'Angkor Villa'를 찾아간다. 지도를 보니 찾기 그리 어렵지 않아보인다.

가는데 건너편에 오토바이가 모여있는 곳이 보인다. 빌려주는건가? 좀 돌아가지만 찾아가본다. 헌데 물어보니 빌려주는거 아니란다. 그럼 왜 모아놓은걸까.

다시 길을 나서는데 뚝뚝 기사가 또 "뚝뚝?"하며 말을 건다. 무시하고 지나간다. 조금 걸어가다 다시 돌아와서 얼마냐고 물어본다. 일출과 일몰을 다 볼거라고 하니 꽤 긴 시간이라며 15달라를 달라고 한다. 13달라는 안되냐고 흥정해보는데 절대 안된다고 해서 일단 돌아선다.

생각해보니 너무 한푼 두푼 아낄려다가 더 문제가 된거 같다. 여기가 미얀마도 아니고 관광지면 준만큼 받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왔으면 이곳 법칙을 따라야지. 게다가 내일 딱 하루 보는건데 제대로 못 보면 얼마나 아쉬울까 싶다.

그냥 돌아가서 15달라에 가자고 한다. 대신 잘 챙겨달라고 얘기를 한다. 내일 4시40분에 만나서 짐을 새로운 숙소로 옮기고 출발하는 것으로 얘기를 한다. 기사님 이름이 '픔'이라는데 이쪽 동네에 흔한 이름 아닌가 싶다. 나이도 조금 있으시고 좋은 사람 같아 보여서 뭔가 마음이 놓인다. 그래 괜히 싸게 할려고 하는거보다 이렇게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는거다. 좀 비싸게 한듯 하지만 아쉽지 않다.

기사님이 지금 있는 곳은 아는데 내일 숙소 위치를 잘 모르시는듯 해서 나온 김에 한번 찾아가본다. 한 10분 걸어가니 휘화찬란한 Night Market가 나온다. 이따 여기서 저녁을 먹어볼까? 일단 조금 더 가서 Cercle d'Angok를 찾는다. 혹시 몰라서 들어가서 명함을 하나 가지고 나온다.





이제 밥 먹으러 나이트마켓으로 간다. 그래도 소토 이놈 덕분에 이곳까지 나오게 되었다. 여행은 원래 계획에서 조금씩 변경되는게 어찌 보면 묘미 아닐까. 시간이 조금 지나니 아까 화를 낸게 조금 걸린다. 그냥 좋게 얘기하고 돈 주고 보낼걸 싶기도 하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이놈 오늘 내 일몰도 망쳤다. 난 분명히 앙코르와트에서 보자고 했는데 자기 멋데로 그 언덕으로 데려갔다.



나이트마켓은 약간 동대문시장 느낌이 난다. 텐트처럼 쳐져있는 곳에 여러 전구로 빛을 밝힌 상점들이 쭈욱 늘어서있다. 티셔츠도 팔고 기념품도 팔고 안파는게 없어보인다. 여행다니다 보면 여행자들이 대부분 하나씩 가지고 있는 'I Love Cambodia' 티셔츠도 다 여기서 나온게 아닌가 싶다. 나도 가기 전에 한번 장만해볼까? 마크2 옷이 헤져서 마크3로 업그레이드 할 시점이 되기도 했는데.

시장 한 복판에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는다. 물론 맛이 그다지 있을거 같지도 않고 가격도 조금 비싸보이지만 오늘은 이런 좀 시끄러운 곳에서 저녁을 먹고 싶다.







메뉴를 보니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이곳 음식을 시키면 밥도 같이 나온다고 해서 하나 시킨다. 뭔지는 잘 모르겠다. 수박 주스도 태국에서 유행한듯 해서 한번 시켜본다. 맥주는 마음 먹었듯이 패스한다.

수박 주스는 생각보다 차갑고 맛도 좋다. 캄보디어 전통 음식이라는 3달라 짜리는 우리나라 소고기 무국 같다. 근데 반찬이 없다. 이건 뭐여. 한 숫갈 떠먹다가 그냥 우리나라 식으로 말아먹는다. 딱 소고기 무국에 이곳 향신료를 섞은듯한 맛이다. 좀 허전하긴 하지만, 나름 맛이 나쁘진 않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정리할까 싶다. 어차피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니 가자마자 잠들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요새 잘 잔다지만 그 덥고 불안하고 음침한 곳에서도 잘 잠들 수 있을까? 핀요린에 그곳에서도 잘 잤지만 여기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그래도 내일 하루를 위해서 푹 잘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캄보디아, 솔직히 첫인상은 미안하지만 최악이다. 하나가 확실한게 있는 자는 다른 것을 개발하지 않는다. 오일이 있는 중동국가들은 다른 산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으며, 앙코르와트라는 걸출한 유적지가 있는 캄보디아는 굳이 관광객을 모을 필요가 없으니 서비스가 그다지 발전하지 않는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갔던 길들이 문제가 아니었나 반성해본다. 5달라짜리 방에서 자고, 10달라로 이틀을 다닐려고 했으니 좋은 경험은 하기 힘들었을게 뻔하다. 오늘은 내 과오도 인정한다. 그러므로 이곳에 대한 평가는 아직 미루도록 하자. 그리고 단 하루로 한 도시를 평가한다는건 언제나 오만이다.

사실 이곳에 큰 욕심이 없다. 사람은 불친절할 수 있어도 유적지는 불친절할 수가 없다. 만약 여기 유적지가 그 명성만큼의 가치가 있다면 최소한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고 가게 되겠지. 다소 씁쓸하지만 이정도로 기대를 낮춰본다.
4 Comments
현명한 2015.05.14 00:20  
나홀로 한달 여행 정말 부럽고 대단하십니다.
필리핀 2015.05.14 06:53  
낯선 여행지에서는 첫날 숙소는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게 좋아요...

올드마켓 부근이 여러모로 편합니다...

오토바이... 바가지 많이 쓰셨네요...

태사랑 검색 쫌만 하면 적정 요금 알 수 있는데...

캄보댜 사람들 하루 생활비가 평균 1달러입니다...

대부분의 오토바이 기사들 자기 오토바이가 아니라 대여해서 하는 거예요...

10달러 받아도 오토바이 대여비 내고 연료비 내고 하면

1~2달러 밖에 못 벌어요... 그래서 여행 초짜에게는 무조건 바가지죠... ^^;;;

암튼 내게는 큰돈이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큰돈이니

여행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세요~

글구 유적지는 본인이 어디를 가자고 정해야 좋아요...

안 그러면 멋대로 데려다 주는데 취향에 안 맞을 수 있죠...

캄보댜에서는 프랑스 요리와 와인 많이 드시는 게 좋아요...

맛은 본토 못지 않은데 가격은 무지 싸거든요~ ㅎㅎ
디아맨 2015.05.14 10:09  
미얀마는 성수기때 숙소비용이 비싸고 음식이 별로라고해서.. 패스..
캄보디아는 관광지.. 바가지요금때문에... 패스..
하지만 생각은 바뀌는거니까요^^;;
사진 .. 머리빨 아니더라도 잘 생기셧네요 ㅋ
머리빨 나오면.. 더 잘 생기셧을듯 ㅎㅎ
아아그분 2015.06.05 08:18  
출근길이헬이군요
그시간 피해서 여행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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