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둘의 앙코르6(반테이쓰라이)
어색한 남자 둘 앙코르 돌아다니기(1월 9일, 반테이쓰라이와 반테이삼레)
앙코르왓 일출, 반테이쓰라이와 반테이삼레, 쁘라삿끄라반, 따께오, 차우세이따보다, 톰마논
졸린 눈을 비비고 새벽 3시에 일어났다. 마지막 날로 앙코르왓 일출을 바꿨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 짐정리를 해야 했다. 호텔 체크아웃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씻는 동안 서둘러 짐을 싸기 시작했다. 체크아웃을 하고 외워 온 영어로 짐을 호텔에 보관해 달라고 했다. “Can you keep my baggage until 8:30 pm.”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일출과 일몰 시각은 http://www.timeanddate.com/sun/cambodia/siem-reap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우 많은 사람이 일출을 보기 위해 앙코르와트를 찾았다. 나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폈다. 여행 오기 전 보급형 캐논카메라 700D를 샀는데 미리 조작 연습을 안했더니 일출 전 어두울 때의 사진이 영 찍히지 않았다. 땀만 삐질 삐질 흘리고 사진은 제대로 찍지를 못했다. 동이 터 오면서 초점이 잡히고 찍기는 했는데, 리모컨을 사용해 보지 않은지라 리모콘이 있어도 손으로 셔터를 눌러 찍었다. 집에 와서 보니 다 잘못 나왔다.
사람들은 일출 사진을 찍느라 난리법석이었다. 난 연못 왼쪽끝 부분에 자리를 잡았는데, 자꾸 내 앞을 가리는 중국 아줌마의 카메라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시야를 가렸다. 내 뒤쪽에서는 한국 아줌마의 투덜대는 소리가 몹시 귀에 거슬렸다. 사진이 제대로 안 찍혀서 짜증나는 중인데 계속 주저리 주저리 말했다.
“새벽 일찍부터 와서 먼저 자리 깔고 앉아 있는데 다 앞 쪽으로 와서 일어 서 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도대체 뭐야.” “아! 사진도 제대로 못 찍겠네. 저 앞에 있는 사람 머리 때문에. 저 대머리 말이야.”
흘려들어도 되는데 자꾸 귀에 거슬렸다. 사람도 많고 자리도 좁고 사진도 안 찍히고 나도 예민해졌다. 그런들 어쩌겠는가?
그 때 그 아줌마의 남편이 젊잖게 말했다.
“아름다운 장면을 눈에 잘 담아가면 되는 거야. 사진 좀 안 찍으면 어때. 잘 보고 감상하면 되는 거지.”
그 말이 정답이었다.
태양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여명의 오묘한 색깔은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 찍는데 온 신경을 쏟느라 제대로 한 장 찍지도 못하고 아름다운 장관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 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에 호텔 조식은 포기하고 일출을 본 후 앙코르왓 앞의 앙코르 카페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아침 7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고 하여 잠시 동안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웨이터가 이것 저것 물었다. 한국말도 조금 한다고 했다. 티아라를 좋아한다고 하며 티아라의 노래도 불러 주었다. 나도 캄보디아 가수 쏘쿤칸냐를 좋아한다고 하고 썽사렝렝을 조금 불러 주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캄보디아의 국민 가수 쏘쿤칸냐의 노래를 자주 들었었다. 브렉퍼스트 메뉴 중 크메르세트, 아메리칸세트를 시켜 먹었다.
이제 1시간 20분 정도를 달려 반테이쓰라이로 갔다. 아름답고 예쁜 곳이다. 색감도 마음에 든다. 조각도 섬세하고 아름답다. 한적할 때 왔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흠이었다. 반테이 삼레는 한가하고 조용했다. 그 곳에서 만난 두 소년. 착하고 얌전했다. 이제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 좋다.
점심은 살라바이 레스토랑이다. 오후 2시에 럭키몰에서 Thy를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만석이란다. 미리 예약을 했어야했나 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둘째 날에 갔던 럭키몰 옆의 리리레스토랑을 또 가게 되었다. 차라리 가지 않았던 찬라2를 갈 걸하고 나중에 후회했다.
오후는 쁘라삿끄라반, 따께오, 차우세이따보다, 톰마논을 갔다. 정말 이제 유적지들이 그게 그거다. 마지막으로 바이욘을 한 번 더 가기로 계획은 했었으나 아들과 의논하여 샤워 가능한 마사지샾을 가기로 했다. Thy가 샤워가능한 곳인 SO마사지샾을 추천하여 그 곳으로 갔다. 큰 버스도 여러 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보아 단체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인가 보다. 요금표를 보여주는데 30$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우리는 1인당 10$이면 된다고 했다. 팁은 1불. 마사지 정도는 역시 주무르는 수준이다. 나만 샤워하고 나왔다.
마지막 저녁은 펍스트릿의 크메르 키친으로 갔다. 아목, 모닝글로리, 폭립을 시켰다. 아목 하나만 시켜도 둘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아목도 내 입맛에는 맛있었다. 모닝글로리는 반 정도 남겼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제 씨엠립과 앙코르 유적지와 툭툭 기사 Thy와의 이별이다. 니 하이!
여행 일정은 모두 내가 계획한 대로 진행하였다. 식당도 모두 내가 정한 대로 갔다. Thy는 내가 계획한 대로 진행해 주었다. 유적지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냐고 물으면 항상 대답은 "Up to you."였다. 내가 영어를 할 줄 알았다면 캄보디아의 역사와 유적지에 대해서도 더 잘 알려주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Thy 덕분에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이제 또 다음의 여행을 계획해야겠다. 이번 여행은 태사랑의 여러 글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었다. 나의 글도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창피하지만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