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자유여행 후기(?)
일주일 전에 갑작스레 아버지께서 전화하셔서는 "앙코르와트 가자. 비행기표는 예약했다. 호텔하고 일정 짜둬라."하는 선전포고(..)가 떨어진 후로 반쯤 패닉 상태로 짰던 앙코르와트 관광 일정입니다.
부모님과 대학생인 오빠와 저, 4명 가족이 떠난 자유 여행이었습니다만. 태국의 방콕과 푸켓은 친구와 놀러 갔다온 경험이 있었지만 캄보디아는 처음이라 처음에는 정말 난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작년에 부모님과 필리핀에 갔을 때 제대로 일정을 정리 안하고 갔다가 여러가지로 일이 복잡해졌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이번에는 처음부터 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갔습니다.
===========<제가 짰던 일정 예시>=============
1월 5일(月)
8:00 밴 픽업.
8:30 앙코르와트 패스 티켓 구입.
9:30 앙코르톰
바이욘 (1시간 30분)
바푸온 (20분)
피미엔나카스 (30분)
코끼리 테라스 (30분)
문둥왕 테라스 (30분)
1:30 점심
3:30 타 프롬 (1시간)
4:30 프놈바켕 일몰
7:00 석식
1월 6일(火)
※앙코르와트 3층 중앙 성소에는 민소매, 반바지, 미니스커트를 금지한다.
7:30 조식
8:30 밴 픽업
9:00 반띠아이 쓰레이
11:30 반띠아이 쌈레
1:00 중식
2:00 앙코르와트
7:00 석식
1월 7일(水)
8:00 조식
9:00 밴 픽업
9:30 쁘레아 칸 (1시간)
10:40 니악뽀안 (30분)
11:20 따솜 (30분)
12:00 동 메본 (30분)
1:00 중식
3:00 톰 마논 (30분)
3:40 타께우 (1시간)
5:00 쓰라쓰랑 (20분)
5:30 반띠아이끄데이 (30분)
6:00 석식
1월 8일(木)
7:30 조식 & 체크아웃.
(벵밀리아에서 배고플 수 있으니까 간식거리 챙겨가자.)
9:00 밴 픽업.(편도 1시간30분)
10:30 벵밀리아 투어.(2시간 정도 구경)
12:30 벵밀리아에서 출발.
2:00 중식
2:30 휴식+시내관광
7:00 석식
9:00 밴 픽업 & 공항 샌딩
9:30 공항도착.
00:30 씨엠립 공항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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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뭐, 시간은 일정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얼추 저런 식이었습니다.
원래는 6일 오후에 앙코르와트를 갈 예정이었는데, 밴 기사분이 7일 오후일정에 있는
톰마논과 타께우는 워낙 작고 금방 볼 수 있는 것들인데다가,
쓰라쓰랑은 따로 내려서 볼 만한 것도 아니니까 지나가는 길에 봐도 괜찮을 거라면서
전부 앙코르와트 근처에 있으니까 점심을 조금 서둘러서 먹고 앙코르와트랑 톰마논, 타께우를 한번에
보고 나서 7일 오후에는 시내에 있는 박물관이나 민속촌같은 것을 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추천했습니다.
결국은 오전에 반띠아이 쓰레이를 보고나서 온 가족이 지쳐서 뻗어버린 덕분에 톰마논과 타께우만 보고
앙코르와트는 7일 오후로 미뤄버렸지만요.
일정을 짜고 난 후에는 태사랑의 <뚝뚝기사>게시판에서 추천을 받은 기사분께 카톡으로 연락해서
벤을 예약했습니다. 툭툭이를 탈지 차를 빌릴지 고민했습니다만,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것도 있고
제가 좀 편하게 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그냥 벤을 빌렸어요. 에어컨 만세였습니다.
기사분도 굉장히 젠틀하고 조용한 분이라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미 많이들 아시겠지만, 캄보디아가 낮에는 많이... 심각하게 덥더군요.
오전에 열심히 돌아다니고 나면 정말 지칩니다. 점심먹고 잠깐 호텔에서 샤워하고 30분이라도 자고나면
오후 일정 움직이시기가 훨씬 수월하실거에요. 다들 점심 때 시엠립 시내로 돌아가시는 이유가 있어요.
저녁 드신 후에 발맛사지 정도는 받으셔도 괜찮으실것 같기도 합니다.
굳이 비싼 곳이 아니더라도 로컬 마사지샵 중에서도 좀 깔끔한 곳에서 싸게(발맛사지 1시간에 6달러?)
받고 났더니 발목이나 발바닥이 아픈 건 꽤 풀리는 것 같았거든요.
저희는 숙소 바로 옆에 Pura vida라는 체인점 마사지샵이 있었는데, 거기까지 오오오!!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무난하게 나쁘지 않았던 것같습니다. 소크샌 로드(Haven's Training음식점 있는 그 길)랑
시바타 로드가 만나는 곳에 마사지샵이 있는데, 거기도 싼 가격(5달러)치고는 무난하게 괜찮습니다.
잠시 유적들을 봤던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앙코르톰이나 앙코르와트 보다는 반띠아이쓰레이나 타께우같은 작은(?) 사원들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어둑어둑한 사원 안을 기웃기웃거리는게 재밌더라구요.
개인 취향 차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마지막 날의 뱅밀리아였습니다.
'나무들에 침식 당한 폐허 사원'이라는 얘기만 들어서 타 프롬과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돌과 돌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기어올라가고 그러는게 진짜 탐험하는 기분이라
엄청 재미있었습니다. 한 1시간 정도면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2시간도 넘게 돌아다닌 것같아요.
뱅밀리아같은 경우에는 굳이 투어로 가지 않으시더라도 차량 대절하시면 전원 $70에 다녀오실 수 있어요.
취향 차이가 나는 곳이긴 하지만 딱히 가이드가 필요한 곳이 아니라서, 만약 관심이 있으시고
톤레삽 호수까지 묶어서 다녀오실 게 아니라면 투어보다는 차량 대절하시는 편이 싸게 들 것같네요.
다만, 오빠를 제외한 가족들이 여행 도중 각자 한 번 이상은 어느새인가 실종(..)되는 일이 있었기에
혹시 가족 중에 very active(..)하시거나 호기심이 많으신 분이 계시다면 미리 헤어졌을 때 어디서
만날 건지 정해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실 것같습니다. 특히 바이욘이나 앙코르와트 같은데서는
헤어지면 정말로 골치아파요...orz
그 외에 제가 느낀 Tip같은 것을 더 말씀드리자면,
만약 아이스박스를 갖고 있는 툭툭이나 차량을 이용하시는 분은 호텔에서 미리 생수를 얼려서
챙겨두시면 좋을 것같습니다. 기사분들이 아이스박스에 차가운 생수병을 넣어두시기는 하는데,
하도 더우니까 밖에 들고나가면 이게 10분도 안돼서 미지근해집니다. 미리 한두병 정도 호텔방의
냉장고에서 꽝꽝 얼려두셨다가 오전, 오후 일정에 각각 얼린 생수를 1,2병 정도 챙겨서 들고다니시면
유적지 내에서 시원한 물도 마실 수있고, 더울 때 얼린 생수병을 싸고있던 손수건으로 목덜미같은데를
쓰윽 닦아주시면 진짜 시원합니다. 이것이 바로 천국.
차에 돌아와서는 뭐, 아이스박스에 있는 찬 물을 마시면 되구요.
캄보디아는 다른 동남아보다 훨씬 영어가 잘 통했던 것같아서 의사소통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저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후기들에서 봤던 공항에서의 1달러문제같은 크게 불쾌한 일도 없었고요.
어머니는 비자 받고나서 마지막에 입국심사대 통과할 때 작은 목소리로 "2불. 2불."이라고 심사원이 속삭였다고는 하는데, 최대한 순진한 얼굴로 "어? 어? I don't know."라고 했더니 뚱한 얼굴로 그냥 가라고 했다고는 하시더군요. 그 외엔 딱히 돈 안준다고 다시 돌려보내거나 그런 건 없었던 것같습니다. 서류 쓰실 때 빠진 부분만 없게 주의하시면 크게 트집잡힐 일은 없을 것같기도 해요.
뭔가 글이 굉장히 정리 안되게 횡설수설한 기분입니다만, 저도 갑작스레 일정 짜면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태사랑에서 여러 후기를 보면서 도움을 받은 기억이 나서 서투르게나마 후기를 올려보았습니다.
저처럼 곤란해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