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9일간의 씨엠립 자유 여행기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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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간의 씨엠립 자유 여행기 - 3

숙훌드 7 4147
어..
주말이고 할 일도 없고 해서 여행기나 올려야지..했는데..
실수로 날려먹었네요.
2시간 가까이 쓴건데...
다른 사이트에 자동 저장 기능이 왜 있는건지 이제 알았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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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눈을 떠보니 7시네요.
 어제 잠이 안와 12시가 넘어서 잠든걸 감안한다면 예상외로 일찍 일어났네요.
 일어났으니 어서 준비하고 나가야죠!!
 씻고 작은 배낭에 이것저것 준비하고 나가니 8시쯤 되네요.
 
 어제 돌아다니다 보니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자전거 빌리는 곳이 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그 점포로 이동합니다.
 MTB같은 자전거를 빌릴려고 하니 5불이나 하네요.
 다행이 2불짜리 자전거도 기어도 있고 바구니와 뒷 안장까지 있으니 나름 괜찮았습니다.
 인적사항같은걸 적고 자물쇠를 받고 2불을 계산하고 나옵니다.
 일단은 앙코르왓 매표소로 향합니다.
 오늘 일정은 스몰투어 일정으로 앙코르왓, 앙코르 톰, 따프롬을 거쳐 쓰랑쓰랑을 마지막으로 하는 일정입니다....만...
 저는 쓰랑쓰랑쪽을 먼저보기로 합니다.
 왜냐하면...
 가이드북에 그렇게 써 있어서..-_-;;
 
 어쨌든 출발!!
 
 매표소로 가는 길은 무난했습니다.
 등교시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반대편 차선에서 아이들이 많이 지나가네요.
 외국인이라서 신기한지..
 큰 소리로 "헬로!!" 하고 지나가는 아이도 있고..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뚫어져라 쳐다보며 지나가는 아이도 있고..
 히치하이킹 하는 아이도 있고...
 읭?
 
 그렇습니다.
 왠 아이가 가는 길에 서서 히치 하이킹을 하고 있네요.(엄지 손가락을 쫙 편 모양을 한채 쳐다보고 있네요.)
 설마설마 해서 지나쳤다가 자전거를 세우니 진짜 제 쪽으로 오네요.
 아주 자연스럽게 자건거 뒤 안장에 탑니다.
 그렇게 손님(?) 한분을 모시고 매표소로 갑니다.
 매표소 다와서 나 여기 들러야 하는데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데 아무 대답도 안합니다.
 어떻하지...
 매표소로 들어와서 자전거 속도를 줄이며 다시 물어보려 했는데 속도를 줄이니 폴짝~ 뛰어 내리더니 한마디 하고 갑니다.
 
 "땡큐"
 
 아. 이런 시크한 녀석..
 그렇게 손님을 잘 보내고 매표소에서 7일짜리 표를 끊고 다시 앙코르 왓으로 이동합니다.
 한 15분여를 더 달리니 멀리 앙코르 왓의 해자가 보입니다.
1888969874_re30TU84_010.JPG
(앙코르 왓을 둘러 싸고 있는 해자와 도로.)
 
 예정대로 앙코르 왓 입구가 아닌 쓰랑쓰랑 방면 도로로 갑니다.
 얼마쯤 갔을까요?
 저 멀리 몇대의 뚝뚝이가 서있고 검표원이 보이네요.
 벌써 쓰랑쓰랑-반띠아이 끄데이인가?
 알고보니 쁘라삿 끄라반이네요.
 
 사람이 너무 없어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처음 만나는 유적인데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잠시 들러서 구경을 해봅니다.
 뭐..
 작은 유적이라 보는데 시간은 얼마 안걸렸네요.
 후딱 보고 다시 쓰랑쓰랑으로 향합니다.
 
 1888969874_bfuo5DPz_012.JPG
 (애증의 이정표. 쓰랑쓰랑까지 1.4Km)
 
 저렇게 귀여운 이정표를 보면서 천천히 페달을 돌리며 가니 어느새 쓰랑쓰랑에 도착합니다.
 반띠아이 끄떼이 쪽에 있는 큰 나무 옆에 자전거를 주차하니 쓰랑쓰랑 쪽에선 '콜드 드링크'를 외치는 상인이 있고 반띠아이 끄데이 쪽엔 출격준비를 하는 앙코르 키즈들이 즐비합니다.
 진퇴양난이 이런거군요..ㅎㅎ
 
 "쏘리. 아 돈 니드 디스. 노 땡큐."
 
 거절 삼단 콤보를 날려주며 반띠아이 끄데이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나옵니다..-_-;;
 원래 뭐 보는데 오래 걸리는 편이 아니라 사진 몇장 찍고 나왔습니다.
 자전거 주차한데서 담배를 한대 피며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길 건너 쓰랑쓰랑 쪽에서 시선이 느껴지네요.
 이른 시각인지라 손님이 없어서인지 왠지 더 주시당하는 느낌입니다.
 담배를 다 피우고 한걸음을 옴기자 또 다시 들려오는 '콜드 드링크. 써~'
 웃으면서 거절을 해주면서 계단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한 소녀가 따라붙습니다.
 
 1888969874_mKO7Jqhu_020.JPG
 (쓰랑쓰랑의 작은마녀. 빠? 파? 뽜?)
 
 예전에 태사랑에 있던 여행기에서 쓰랑쓰랑에 있던 영리한 소녀 상인을 본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녀석 같았습니다.
 
 "찬 음료 안 필요해?"
 "어..나 물 있어."
 "그건 안 시원하잖아."
 "아..그렇지. 근데 나 돈 없어."
 "좋아. 그럼 콜라 1개에 1달러에 해줄께."
 
 어디서 본듯한 대화에 전 그 여행기에 나온 소녀임을 확신하고 제안을 한가지 합니다.
 
 "좋아. 대신에 니 사진을 찍게 해줘."
 "그래."
 
 그렇게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한뒤에 가게에 들르겠단 약속을 하고 계단을 오르려고 하는데 뭔가를 건냅니다.
 
 "이거 줄께. 이건 공짜야."
 
 손으로 짠 듯한 팔찌네요. 예전에 읽은 여행기에도 팔찌 선물 얘기가 나왔었는데. 순서는 틀리지만..
 어쨌든 왠지 유명인을 만난 기분이 듭니다.ㅎㅎ
 
 미리 준비해간 휴대용 포토 프린터로 소녀의 사진을 출력하고 쓰랑쓰랑 사진을 몇장 찍습니다.
 
1888969874_KGBJ13tP_024.JPG
(물놀이를 하는건지, 낚시를 하는건지 알 수 없는 아이들..)
 
 사진을 찍고 나니 할 게 없었는데 마침 아까 그 소녀가 와서 말을 거네요.
 
 "저 쪽으로 가면 내려가는 계단 있어."
 "아. 고마워."
 
 소녀를 따라 내려가보지만 그다지 볼게 없어서 바로 소녀의 가게로 갑니다.
 근데..
 이 녀석..
 절 왜 옷가게로 데려 왔을까요..-_-;;
 티셔츠를 들면서 저한테 딱 맞을꺼라고 하네요..
 뭔가 항의를 해보려다가 기왕 사주기로 한거 그냥 기분좋게 사주기로 하고..
 시원해보이는 바지 한벌을 고릅니다.
 
 "음료수는 안 필요해? 찬거 있는데."
 
 내가 원래 사려던게 그거였단 말이다!!!!
 경험 많은 '쓰랑쓰랑의 작은마녀'에게 초보 여행자가 된통 당하고 맙니다.
 그렇게 반바지 한벌과 콜라 한캔을 7불에 계산하고 가게를 나옵니다.
 정줄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멀리 가버린 정신줄을 부여잡고 다시 따프롬으로 이동합니다.
 따프롬이야 워낙 유명하고, 예전 패키지때도 와본터라 큰 기대는 안하고 갔습니다만.
 대자연의 위대함에 고작 인간의 피조물은 이다지도 무력하게 당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재차 들었습니다.
 자연의 역습인듯한 나무의 침공은 어딘지 모르게 사원과 조화로운게 참 아이러니하지만 또 그게 참 아릅답기도 합니다.
 바글바글한 관광객들 사이를 뚫고 따프롬을 나옵니다.
 점심시간도 다 되고 해서 원래는 따프롬에서 밥을 먹으려 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
 자전거 타고 다니는 혼자 온 여행자에겐 관심을 주지 않네요..ㅠㅠ
 
 그렇게 따께우로 이동합니다.
 오전 시간대는 나무도 울창하고 그늘도 지고 해서 자전거 탈 맛이 납니다.
 간혹 먼 구간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1~3km 정도의 거리여서 그렇게 멀다는 생각은 안 느껴집니다.
 그렇게 걷는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설렁설렁 가니 어느새 따께우가 나옵니다.
 오자마자 밥을 먹기는 좀 그래서 일단 구경을 먼저 합니다.
 그다지 인상깊은건 없네요.
 역시 사진 몇장 찍은뒤에 나옵니다.
 
 다행이 여기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인지 관심을 가져주네요.
 '오니 상~ 고항~'
 하는 가게로 혼이 빨린듯 들어갑니다.
 일본 사람은 아니지만 중국말로 절 꼬시려던 옆 가게보단 나아서입니다.
 
 '계란 + 야채 + 볶음밥'을 시키고 앉아 있으니 뒤에 있던 젊은 아저씨(?)가 말을 겁니다.
 어디서 왔냐. 얼마나 묶냐. 뭐 타고 다니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봅니다.
 찍어도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찍었습니다.
 
 1888969874_60R2EJ7u_135.JPG
 (유쾌한 멋쟁이 아자씨.)
 
 사진을 찍은뒤에 포토 프린터로 사진을 출력해서 줍니다.
 고마워 하면서 가게 주인 아줌마한테 자랑을 하네요.
 그래서 아줌마도 한장? 그러니 오케이 하시네요.1888969874_FIDuCv7g_136.JPG
(주인 아줌마도 한장)
 
 주인 아주머니가 출력된 사진을 보여주며 다른 직원한테 자랑 합니다.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마냥 '사진 찍어줄까?' 물어봅니다.
 오오..다 좋다고 하네요.
 그렇게 식당 직원, 옆집 아이, 물건 파러 온 아이, 밥 먹으러 온 손님 등등.
 얼추 한 10명정도의 사진을 찍어줬네요..ㅎㅎ
 한창 사진 찍고 밥먹고 하다보니 한국말을 하면서 남자 4분이 들어오네요.
 그중 한분이 크메르어를 굉장히 잘합니다.
 막 아주머니랑 대화도 하고 그러네요.
 오오..
 감탄하는 사이에 밥도 다 먹고 해서 조용히 식당을 빠져나옵니다.
 
 다음 목표는 앙코르 톰 유적입니다.
 가는 길에 유적이 보이길래 들어가 봅니다.
 하나는 톰마논. 하나는 차우 싸이 떼보다.
 휘리릭 훑어보고 나와서 다시 앙코르 톰으로 향합니다.
 으음..
 승리의 문을 안 지났는데 왠 유적이 하나 나옵니다.
 이건 뭐지..지도에도 없는데..
 어..아까 식당에서 본 한국 사람들이 보이네요.
 하하..
 톰마논에서 보고 나오면서 방향을 잘못 잡아 다시 따께우로 왔네요.ㅎㅎ
 무심한듯 시크하게 유턴을 하여 승리의 문을 향해 갑니다.
 아무도 못 봤기를..ㅠㅠ
 
 승리의 문을 통과하여 왕의 광장으로 옵니다.
 3거리 근처 큰 나무에 현지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듯 그들 사이로 파고들어 자전거를 파킹합니다.
 실크 스카프를 잔뜩 들고 있는 언니가 '얘한테도 이걸 팔아야 해, 말아야 돼.' 하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 방해해서 미안해요.ㅎㅎ
 
 그렇게 자전거를 잘 주차하곤 코끼리 테라스에 오릅니다.
 밥도 먹었겠다. 낮잠도 안 잤겠다.
 슬슬 피로가 몰려오는듯 합니다.
 문둥왕 테라스로 가는 길에 잠시 쉬어 줍니다.
 아아..쉬면 쉴수록 눕고 싶습니다.
 꾸역꾸역 문둥왕 테라스를 본 뒤에 왕궁앞에 커다란 돌덩이에 걸터 앉아 좀 쉽니다.
 3~40분 쯤 쉬면서 사람 구경을 하는데 왕궁에서 나오는 사람들 표정이 한결같습니다.
 
 '아오...더워..'
 
 동양인, 서양인. 너나 할것 없이 혼이 빠져나간듯한 표정으로 나오는데..
 생각해보니 그 앞에서 '넋이라도 있고 없고'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저를 본 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했겠네요.
 암튼 조금 앉아서 쉬다보니 조금 나아...지긴 개뿔.
 누워서 쉬고 싶단 생각만 계속 들어 움직였습니다.
 
 왕궁으로 들어가다 한 서양인 여자랑 눈이 마주칩니다.
 서양인들이 잘 하는 '눈 마주치면 인사하기' 스킬이 나옵니다.
 저도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줍니다.
 그렇게 그녀와 스쳐지나 갔습니다....만.
 아무래도 가는 방향이 비슷한지 업치락 뒤치락 하면서 계속 왕궁내에서 만납니다.
 그래서 말을 걸어봅니다.
 
 "혼자니?"
 "응. 너도?"
 "응."
 
 이 간단한 대화를 시작으로 같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 언니의 이름은 마리온.
 프랑스에서 수의사를 하고 있는 마리온은 프놈펜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캄보디아 왔다고 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프놈펜에 있는 친구가 예약이나 여행 일정을 다 짜줬다고 해서 친구는 프놈펜에 있는줄 알았었죠. 
 어쨌든 안 되는 영어로 농담도 해가면서 즐겁게 왕궁을 구경하고 바푸온까지 같이 봅니다.
 바푸온에서 "난 계단이 싫어!!"라고 외치고, 주문이 까다로운 서양인 여행객의 사진을 찍어준 뒤에 바푸온을 나옵니다.
 마리온은 뚝뚝을 타고 왔고 전 자전거를 타고 와서 같이 가기 힘들겠거니 하고 바푸온을 나와서 빠이빠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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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푸온 나와서 마리온 뚝뚝 찾으러 가는 길에. 이때가 마지막일줄 알고 찍은 사진)
 
 뚝뚝을 찾은 마리온이 먼저 출발하고 난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어 자전거를 찾으러 갑니다.
 자전거를 찾아서 바이욘으로 이동하는데...허허..
 무지하게 가깝네요.
 바이욘으로 이동해서 적당한데 자전거를 세워두고 들어가니..
 마리온을 또 만났네요..ㅎ
 반갑기도 하고 뻘쭘하기도 하고..
 어쨌든 또 같이 다닙니다.
 
 바이욘을 다 보고 나오는 길에 마리온이 코코넛(?) 한잔 하자고 합니다.
 어떻게 봤는지 나무 뒤에 숨어있는 음료 파는 가게로 이동합니다.
 코코넛 하나를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으니 코코넛 팔던 청년이 말을 겁니다.
 제임스란 이름의 이 청년..
 영어는 수준급이며 일본어와 한국어도 조금을 할 줄 압니다.
 일어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어는 간단한 회화정도 할 수 있을 정도네요.
 코코넛을 마시면서 마리온과 제임스, 그리고 저까지 한국어와 영어가 뒤 섞인 대화를 나눕니다.
 제임스는 특히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관심을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임스가 한 말을 마리온에게 통역하는 어처구니 없는 시츄에이션이..-_-
 나중에 물 사먹으러 온 독일인 토마스까지 합류하여 4명이서 3~40분가량 대화하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늦게 온 토마스를 버려둔 채 마리온과 저는 앙코르 왓으로 이동합니다.
 
 역시나 툭툭을 타고 간 마리온이 먼저 도착해 있으면 나중에 제가 합류하는 것 방식으로 만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인지라 마침 3층 성소가 문을 닫는 날인지라 2층 회랑 좀 구경 하다, 1층 회랑 구경하다 나옵니다.
 가이드북을 들고 있던 제가 '우유 바다 젖기' 회랑에서 "밀크. 씨. 쉐이크' 라고 했는데 마리온이 안 믿는 눈치였다..ㅠㅠ
 사실..따께우 역주행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바이욘에서도 출구를 헤메다가 결국 마리온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듯 했습니다.
 앙코르왓 1층에서도 출구 해메다가 마리온의 인도로 겨우겨우 찾아서 나갔습니다.
 5시가 넘은 시간이었으므로 이제 둘다 숙소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사실..
 마리온이랑 같이 있던 시간은 즐거웠지만 영어로 인한 한계가 느껴져서 솔직히 좀 부담도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리온이 혼자 온줄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저..
 
 '그래도 몇시간을 같이 다녀준 고마운 사람인데 혼자 밥 먹게 할 순 없지..'
 
 "마리온. 커리 좋아해?"
 "커리? 왜?"
 "음..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친구 생겼어. 친구랑 약속했어. 저녁에 커리 먹기로. 같이 먹을래?"
 "어..음..친구한테 물어볼께. 아마 괜찮다고 할꺼야."
 "어..응?"
 
 친구? 친구가 있었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리온은 친구한테 전화를 걸고..
 
 '받지 마..싫다고 해..거절해..'
 
 슬픔 예감은 틀린적이 없죠.
 
 "친구가 괜찮대. 몇시에 볼까?"
 "으..으응..일단 나도 친구한테 물어볼테니까 물어보고나서 연락해줄께."
 
 그렇게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7시반 이전에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집니다.
 하아..
 맘이 무겁습니다.
 아무리 영어, 영어 해도 난 상관없을줄 알았는데.
 말하는게 이렇게 부담스러울 줄 몰랐습니다.
 
 어쨌거나 숙소로 돌아가야 하니 페달을 돌립니다.
 조금 가다보니 앙코르 벌룬이 보입니다.
 '아~저게 앙코르 벌룬이구나.'하고 지나칩니다.
 조금 더 가보니 3거리가 나옵니다. 직직하면 공항. 좌회전하면 씨엔립.
 당연히 씨엔립으로 가야죠.
 그렇게 길을 따라 가는데 아침에 매표소 길이 아닌지라 낮설기만 합니다.
 
 이상하게 뚝뚝이도 안보이고 여행자보단 현지인들만 많습니다.
 기분 탓이겠죠..
 앞쪽에서 왠지 좋은 옷을 입은 언니들이 자전거를 타고 건물에서 나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한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이 언니들 씨엔립에 가는거 같습니다.
 마음이 안심이 되면서 설설설 그녀들을 쫒아갑니다.
 
 앞에 가던 그 언니들.
 자꾸 뒤를 돌아보네요..
 왜..외국인 첨보나..
 자꾸 쳐다보는건 무시하고 앞질러 가면 어느순간 다시 저를 앞질러 갑니다.
 그렇게 뒤를 쫒아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옵니다.
 표지판이나 이정표가 없습니다.
 
 좌회전 길을 보니 6번 도로랑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중앙 분리대 같은것도 있고..
 저 멀리 호텔도 보이네요.
 오.
 6번도로인가보다 하고 달려갑니다.
 그 언니들도 이미 좌회전해서 쭈욱 달려가고 있네요.
 
 '역시 씨엔립 가는 언니들이었어..'
 
 그렇게 확신을 하고 6번 도로를 따라 주욱갑니다.
 그렇게 한참을 따라 가니 이상함을 하나 느낍니다.
 아침에 매표소를 갈땐 이렇게 큰 갈림길이 없었는데..
 
 어쨌거나.
 그렇게 6번 도로를 따라 쭈욱 가니 드디어 익숙한 스타마트가..보이지 않아!!!!!
 아악!!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스타마트는 고사하고 점점 알수 없는 동네로 접어 듭니다.
 망했어요..완전히 망했어요.
 자전거를 세우고 지도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때.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가며 뒤를 자꾸 보던 그 언니들도 자전거를 세웁니다.
 그리고 저보고 와보라고 손짓을 하네요.
 
 스타마트 갈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니..설명하기 어렵다 하네요..
 헐..얼마나 길을 잘못 들었길래..
 이리저리 고민하는듯 하더니 자기들이 스타마트까지 데려다 준다고 합니다.
 단. 자기들 집에 들려서 오토바이로 같아 탄뒤에 가자고 하네요.
 
 '미..믿어도 되는건가..'
 
 솔직히 좀 의심이 되긴 했습니다.
 타지에서 아무리 상대가 여자라곤 해도 집으로 가자는데..
 그래도 딱히 방법이 없어서 따라갔습니다.
 
 굽이굽이 굽은 길은 가니 왠 미용실(?) 같은 곳에 도착을 했는데 집이라고 하네요.
 의자같은걸 꺼내주면서 앉으라고 하네요..
 아아..의심이 점점 더 깊어집니다.
 
 '뭐지. 신종 영업법인가. 이렇게 이발을 강매하는건가??'
 
 지금 생각하면 어이 없는 생각이지만 그때 당시엔 정말 절박했습니다..ㅠㅠ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채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여..여기 왜 온거야?"
 "오토바이로 갈아탄 다음에 널 데려다 줄께. 조금만 기다려."
 "으..응"
 
 긴장이 풀리진 않지만 다른 식구인듯한 청년이 길을 잃었냐고 말을 겁니다.
 잠깐 앉아서 얘기를 좀 나누니 오토바이를 꺼내서 옵니다.
 이제야 안심을 합니다.
 그리고 필요이상으로 의심한 듯해서 좀 미안하네요.
 
 그렇게 오토바이를 쫒아서 필사적으로 페달을 밟습니다.
 중간에 답답했는지 뒤에 탄 언니가 제쪽으로 손을 건냅니다..
 무심결에 손을 잡습니다.
 아..얼마만에 여자 손이냐..*-_-*
 하는 감상도 없이 오토바이가 부웅하고 달립니다.
 .....
 아..지옥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몇미터 안 갔는데..
 한손으로 자전거를 잘 못타는 지라..
 자기들끼린 재밌다고 웃습니다.
 난 진짜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 이것들아..ㅠ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쫒아가고 있는데 앞에 바구니에 있던 부채가 떨어집니다...
 멈춰서 줏으려다 담이 걸립니다..
 아..언니들한테 미안합니다..ㅠㅠ
 길이 울퉁불퉁한데..가방에다 넣었어야 했는데..
 그냥 또 바구니에 부채를 넣었더니 또 떨어집니다.
 아아..안녕..내 부채..
 차마 미안해서 또 세울수가 없었습니다.
 
 헉..이번엔 가이드북이 위험합니다.
 바구니에서 통통 튀어오릅니다.
 이건 버릴수가 없어서 가이드북을 손에 쥡니다.
 아아..손가락에 쥐가 납니다.
 그때 앞에서 언니가 뭔 종이를 하나 줍니다.
 시간날때 함 보라면서 자기가 일하는 곳이라 합니다.
 지금 그걸 볼 정신이 아닙니다.
 
 그렇게 몇십분을 비포장 도로로 달리니 드디어 진짜 6번도로가 나옵니다.
 저 멀리 한글 간판도 보이고. 냉면집 같은데도 보입니다.
 앞에 가는 언니들에게 길 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잘 못하겠네요.
 어쨋든 무사히 스타마트에 도착을 합니다.
 
 너무 고마워서 뭔가 표현을 하고 싶은데 마땅히 할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사진 한장 찍고 이메일 주소 알려주고 그렇게 헤어집니다.
 
1888969874_5RK6zrX8_296.JPG
(날 옳은 길(?)로 인도해준 은인들..)
 
1888969874_o7HGrIhN_298.JPG
(언니들이 준 종이. 오른쪽에 찢어진 자국이 그때 당시 라이딩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알려주는 듯 하다.-_-)
 
 방에 들어와서 샤워 하고 보니 7시가 다 되어 갑니다.
 J양과는 7시에 약속을 해서 방문을 두드리니 마침 계십니다.
 마리온 얘기를 하니 괜찮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마리온에게 연락을 하여 레드피아노 앞에서 7시 30분에 레드피아노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J양과 숙소를 나옵니다.
 시간이 좀 남을듯 하여 J양과 럭키몰에 들러 구경을 좀 하다가 레드피아노 앞으로 갑니다.
 
 7시 30분이 다 됐는데 마리온은 올 생각이 없네요.
 하루종일 자전거를 탄데다가 길까지 잃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J양까지 저때문에 기다리니 더더욱 미안해지더군요. (J양도 일출을 보고 하루종일 돌아다닌터라 많이 피곤한 상태.)
 급한 마음에 마리온에게 전화를 해봅니다.
 전화를 받으니 오는 중이라고 뭐라 뭐라 얘기하는데 '프렌치 타임' 이거 한마디만 알아듣습니다.
 전화를 끊고 J양에게 물어보니 프랑스 사람들이 약속시간을 잘 안 지켜서 생긴 단어라고 합니다..
 
 더더욱 J양에게 미안하고 불안해집니다.
 이대로 한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건가..
 한 10여분이 지났을때 다시 마리온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대로 서서 기다리기엔 너무 힘들어서 어디라도 들어가 있으려고 합니다.
 마리온이 전화를 안받네요...ㅠㅠ
 차라리 잘 됐다 싶어서 어제 봐둔 카레집으로 이동을 합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마리온에게 전화가 오면 어떻하나 했는데 결국엔 그 이후론 한번도 안왔네요.
 뭐. 미안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커리집에서 전 비프 커리. J양은 치킨 커리를 먹었는데 인도 카레는 첨 먹어보았는데 참 맛있었습니다...만.
 여전히 많이 못먹는 문제가...
 어쨌든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많이 돌아 다녔으니 발 맛사지를 받으러 갑니다.
 30분 정도 받으니 꽤 괜찮았습니다.
 
 맛사지를 받고 나서 숙소로 돌아와 씻고 누웠더니 기절하듯이 잠이 들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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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차엔 이래저래 일이 많이 생기다보니 또 여지없이 길어졌네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생긴 하루였습니다.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는건 아마 여행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일꺼 같은데요.
 어찌보면 그 좋은 기회를 스스로 놓친 걸지도 몰라서 조금 씁쓸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먼저 약속을 잡고 참지 못하고 자리를 피한 부분도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데요.
 아무튼 많은 경험을 한 만큼 많이 힘든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후로도 마리온을 다시 만났으면 오해가 있는 부분은 풀고자 했으나 이 날 이후론 만날 수 없었습니다.
7 Comments
죽림산방 2012.07.02 20:40  
재미난 여행기 이네요
그런데 프린터가 사진도 한번 올려주세요~~
궁금하군요
숙훌드 2012.07.02 23:20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죽림산방님 댓글 덕에 글 올리는 맛이 나네요..ㅎㅎ
프린터기 사진은 4일차 글에 올려놨습니다.
코코치코 2012.07.03 12:35  
스라스랑의 그 영리한 소녀는 이미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이미 고등학교 다니느라 나오지 않습니다.
저도 사진을 찍어서 다음해 가져다 주었었지요.

방법은 전수되는가 봅니다.
똑같네요.ㅎ
숙훌드 2012.07.03 21:04  
아..그렇군요..보고 싶었는데..ㅎ
그래도 학교때문에 안나온다니 다행이네요.
비전을 전수하고 갔네요..ㅎㅎ
wanderlust 2012.07.06 16:43  
재밌어요!! 흡입력 있는데요!! ^^
sloob2 2012.08.01 21:25  
ㅎㅎ 정말 재미있는 여행기예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앙코르심 2012.08.22 17:57  
사실 전 툭툭이 타고 다닐거라서 저한테 맞는 여행기는 아니지만 정말 재밌네요. 이렇게 먼 곳으로 자유여행은 첨이고 영어도 잘 못해서 긴장 빡 하고 있었는데 님 여행기는 친숙하고 재미져서 맘에 여유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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