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6년만의 배낭 여행 #18 - 씨엠립 홍수, 올드마켓 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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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6년만의 배낭 여행 #18 - 씨엠립 홍수, 올드마켓 장보기

영국고양이 9 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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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올드마켓 물에 잠기다.

 

 

씨엠립 물에 잠기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었다...라는 말은 이럴때 쓰는 걸게다. 어제 하루 열심히 걸어다니며 유적지 구경을 했으니 오늘은 숙소에 쉬며 동네 구경이나 다니기로 했다. 마침 같은 숙소에 묵는 한국인들도 오늘은 유적지에 안간다는 말에 다같이 올드 마켓에서 장을 본 다음 저녁에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느즈막히 일어나 장기 투숙자 분이 추천하는 베트남 식당에 가서 속이 확 풀리는 쌀국수를 순식간에 흡입하고 룰루 랄라 올드 마켓으로 향했다. 그런데....숙소 근처에선 멀쩡하던 도로가 갑자기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래, 어젯밤에 비가 좀 많이 오긴 했지. 여기도 인도랑 도로 사정이 비슷한 모양이군.

 

그러더니 펍 스트리트 근처에서 부터는 아예 도로 전체가 종아리까지 물에 잠겨있는게 아닌가! 헉!!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강이 범람한 것도 모자라 아예 도로 자체가 온통 물바다가 되었고, 상인들은 가게 입구에 모래 주머니를 쌓아 물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물은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여기는 인도보다 도로의 배수 상태가 더 심각하구나.

 

배수 시설이 안좋으면서 스콜이 자주 내리는 국가의 특징 중 하나인 범람 내지는 침수는 사실 인도에서도 비만 왔다하면 겪는 일이다. 인도에서도 스콜성 비가 왔다하면 모든 것이 올스톱되었더랬다. 우산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아니 들이붓는 비 앞에 사람들은 아예 상점 등에 피신해있거나 아니면 처마 밑에 서서 하염없이 비가 그치길 기다리곤 했었다. 비를 맞고 간다는건 아예 불가능. 눈도 뜨지 못할 정도로 강도가 쎈데다 그보다 더한건 비를 맞으면 아파.-_-;;  

얼마나 빗방울이 쎈지 1분만 맞아도 온 몸이 멍이 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파서 누구도 비를 맞고 집에 간다는건 상상도 못한다. 다행히 이런 비는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안에 그치기 때문에 다들 그러려니~ 하니 반체념 상태가 되어 비구경을 했더랬다.

 

이렇게 비가 한 번 오면 인도의 4차선 도로 쯤은 순식간에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르곤 했는데,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워낙 빨라 멋모를땐 이러다 다같이 휩쓸려 내려가는거 아닌가 하는 공포감까지 들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차올랐던 물은 또 순식간에 빠졌는데 혹자는 인도의 배수 시설이 좋다기 보단 인도의 토양이 우리나라 운동장 흙처럼 물이 빨리 빠지는 토양이라 사람들이 그나마 큰 피해를 당하지 않고 사는거라는 말도 했더랬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캄보디아의 토양은 인도의 그것같지 않은 모양이다. 분명 비는 밤에 왔고, 인도를 기준으로 보자면 지금쯤 물이 제법 빠졌어야 하는 시간인데 전혀 물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침 오늘은 일요일. 우리나라 같았음 난리가 났겠구나....하며 올드 마켓쪽으로 가는데....아아니.....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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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잔뜩 모인 곳이 바로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잔뜩 불어난 강물에 다이빙을 하며 수영을 즐기는 곳.

- 그...긍정적이다 이 사람들. 아니 긍정적이다 못해 심하게 낙천적이다. (당황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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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따위 나의 일상을 방해할쏘냐.

- 부다다당~ 하며 오토바이를 몰고가는 멋진 캄보디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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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툭툭 아저씨는 이 와중에 카메라를 보며 브이까지 그린다. (으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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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까지 오는 물정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는 노점상들.

- 이 여유로운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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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가 물에 잠겨가는데도 그 위에 앉아 태평하게 도로를 바라본다.

- 가...강하다 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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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상점들은 이렇게 모래 주머니로 입구를 막아 물이 가게 안까지 유입되는걸 막고 있다.

 

 

강위에 걸쳐진 다리 근처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고, 까르르 웃음 소리까지 들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니 사람들이 온갖 포즈로 다이빙하며 수영을 즐기고 있어. (헉!!)

물이 불어난데다 물살까지 쎈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리 위에서 다이빙을 해대는데 아....이것이 문화 충격. 우리나라같으면 용자 인증이랍시고 인터넷에 과시해댈 사람들 외엔 위험하다고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 이 곳에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벌어지고 있었다. 충격에 어허허...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돌리는데 부다다다당~ 하는 소리와 함께 물살을 가르며 위풍당당하게 지나가는 캄보디아인 언니. 이따위 홍수 쯤 나의 일상을 방해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메이크업(...)에 핸드백까지 어깨에 둘러매고는 마치 이런 일들일 늘 벌어지는 일상인냥 아무렇지도 않게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물'이 아닌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상점들은 모래 주머니를 가게 앞에 쌓아 놓아 물이 입구로 유입되는걸 막고 있었지만 어쨌든 가게 문을 닫을 의사는 전혀 없어보였다. 노점상들은 발목까지 찬 물이 보이지도 않는 듯 편안한 태도로 담소를 나누며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툭툭 기사 아저씨들은 브이까지 그리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이 사람들에게 이정도 침수는 늘 벌어지는 일인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고, 오로지 외국인들만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현지인들이 별 동요가 없으니 당황스러웠던 내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이 사람들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렇게 여유로운거겠지. 상점들도 문을 다 열었잖아. 올드 마켓도 여전히 장사하고 있고.

괜스리 모험심에 불타올라 긴 치맛 자락을 걷어올려 둘둘 묶고는 카메라가 물에 떨어지지 않게 목에 걸었다.

 

하여튼 날씨운 하나는 끝내주게 좋구나. 쉽게 경험 못할 침수까지 경험해보다니. 이것저것 많~이 경험하고 가라는 여행의 신의 배려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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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때만해도 난 이 침수가 한 번 벌어지고 끝일 계절마다 돌아오는 연간 행사일줄 알았다. (아니 사람들의 저 느긋한 태도 좀 보라고!! -0-;;)

하지만 이 홍수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으니.....라오스를 강타해 산사태를 일으키며 캄보디아로 넘어왔던 이 폭우는 캄보디아 곳곳을 침수시키며 태국으로 넘어갔고, 태국에서부터는 단순한 폭우가 아닌 '대홍수'로 이름이 바뀌어버렸다. -_-;;

 

바로 어제 앙코르 왓 가기 전 튠보레이 호텔에서 리자 호텔로 숙소를 옮겼더랬다. 그런데 간밤에 내린 비로 인해 튠보레이 호텔 앞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겨 툭툭이 아예 진입조차 못해 그 곳에 막 도착한 한국인 여행자들이 식당도 가지 못한채 오도가도 못하고 갖혀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들려왔다.

 

아....진짜 이번 여행 내내 날씨운 하나는 억세게 좋구나 정말. 

날씨의 신과 여행의 신의 가호를 받았는지 이번 여행 내내 난 일정을 마치고 뜨는 도시마다 며칠 후 물에 잠겨버리는(...) 기적을 맛보며 여행을 마쳤더랬다.

 

앗,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구경을 하다 일행을 놓쳐버렸다. 빨리 따라가야지.

서둘러 일행을 쫓아 올드 마켓 내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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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코너(...)에서 열심히 흥정 중인 일행들

- 이 날의 바베큐 파티가 아니었으면 난 지금까지도 몰랐을거다. 캄보디아의 갑각류와 돼지고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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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촉수(?) 다리(?)가 특이하게 생긴 새우

- 올드 마켓에서 판매하는 수산물은 모두 매우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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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을 모두 골랐으니 이제는 고기를 구입해야할 시간

- 주렁주렁 매달린 소세지가 인상적인 저 곳이 바로 정육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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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는 상인들도 눈에 띈다.

- 편하게 쉴 곳 조차 마련되지 못한 시장에서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단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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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 가게 한 켠에 자리한 돼지 머리들

- 오잉? 돼지들이 웃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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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도 없이 이렇게 부위별로 자른 고기를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 인도에 비하면 정육 시장의 모습이 상당히 양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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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갈비를 열심히 토막내고 있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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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서 어린 딸이 열심히 엄마를 돕고 있었다.

- 몹시 수줍어하면서도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던 어린 소녀. ^^

 

 

정육 코너로 간다는 소리에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떨리기 시작했다. 좋아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_-;;

먹는 고기도 안좋아하는데 보는 고기(...)를 좋아할리가. 언제 맡아도 거부감 느끼는 정육 시장 특유의 고기 냄새와 피비린내. 거기에 예전에 인도의 정육 시장에서 겪었던 트라우마(...)까지 합해져 몸이 뻣뻣하게 굳기 시작했다.

 

아...가기 싫다. 진짜 가기 싫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놓칠 수는 없지. 게다가 멀리서 보니 그닥 외양이 끔찍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생각보다 냄새도 덜난다.

용기를 내서 가까이 다가가보니...이야....이정도면 양호하구만!!

 

예전 멋모르고 인도의 정육 시장 근처에 갔다가 입구에서 대박 충격을 먹은 이후로 그렇게 재래 시장 구경하기를 좋아하면서도 절대 정육 시장만큼은 거부했었더랬다. 그도 그럴것이 인도의 정육 시장은 이미 외관에서부터 몬도가네 그 자체. 도로 밖에 시뻘겋게 쏟아져나오는(!) 도축당한 동물의 피부터 시작해서 밖에 주렁주렁 걸려있던 또는 쌓여있던 내장이 온통 헤집어진 동물들그리고 고기 주변으로 끔찍하게 날아다니던 파리떼와 더불어 인도 특유의 개성만점 위생상태(라고 쓰고 더러워 보도 못할 위생 상태라고 읽는다-_-)와 비릿한 악취가 눈도 뜨기 힘들 정도의 더위와 시너지 효과를 내어 보는 사람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곤 했다. 덕분에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한인들 사이에 '비위 약한 사람은 정육 시장 근처도 가지 말라'는 조언이 불문율처럼 퍼져있었을 정도.

 

하지만 이 곳 올드 마켓의 정육 시장은 자그마하고 (인도에 비하면) 상당히 깔끔한 편이다.

종이 위에 부위별로 고기들을 펼쳐 놓았는데 정육점 특유의 고기 비린내만 날 뿐 악취도 없었고, 고기 상태도 좋아보인다. 심지어 머리만 남아있는 돼지 두 마리는 웃고 있어!!

 

이야~ 한국이었으면 비싸게 팔렸을텐데.

 

그런데 잘 보니 돼지 머리 크기가 한국에 비해 좀 작아보인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캄보디아는 성인이 되기 전의 어린 돼지를 잡아 돼지고기가 부드럽고 맛있다고.

 

저 돼지들은 어린 나이에 죽었는데 왜 웃고 있을까? 힘든 돼지로서의 일생을 마치고, 몸까지 인간에게 보시한 후 더 나은 다음 생을 맞이할 생각을 하니 기뻐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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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만난 젊은 엄마와 아기

- 시장에서 치약을 구입했는지, 아이가 치약을 장난감처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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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미용실 풍경은 다 비슷한가보다.

- 한 켠에 모여 머리를 하며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던 캄보디아인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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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영국고양이 2012.04.14 15:50  
또 짤렸슴다. 흑흑 ㅜ_ㅜ
나머지 내용과 원본 보기 및 수정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simplecode81)를 참고해주세요. ^^;;
리차드권 2012.04.14 16:41  
아하.. 다녀가신지가 꽤 되셨네요!
리차드는 그것도 모르고... 차한잔 대접한다 했으니... 이런....
암튼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영국고양이 2012.04.14 16:51  
캄보디아에 또 가게 되면 꼭 리차드권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 같이 삼겹살에 한 잔....흐흐흐
여행기를 쓰면서 캄보디아가 더 더 더욱 그리워졌어요. 못한게 너무 많은거 있죠. 일출도 못봤고, 일몰도 못봤고, 똔레삽도 못가봤고. 다음엔 꼭!!! (불끈)
리차드권 2012.04.17 20:19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globalsr&wr_id=17266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globalsr&wr_id=16988&page=4

두 곳을 열어보시면 재미있는 코스가 참 많습니다.
즐거운 소풍! 같이 한번 가시지요!
Special Guest 로 초대합니다!
영국고양이 2012.04.27 10:45  
오~ 정말 재밌어보여요!! >_<
다음에 씨엠립 가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소풍 기대하겠습니다. ^^
가르시아스 2012.04.15 15:25  
저도 한번 꼭 가보고 싶네요. 저는 캄보디아는 목빠이 하고 태국국경도시에 어디인지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요. 꼭 프놈펜좀 가보았으면 좋겟습니다.
영국고양이 2012.04.15 20:53  
프놈펜도 참 좋은 곳이었어요. 씨엠립하고는 또 다른 맛이 있는 도시더라구요. 근데 킬링필드가 넘 무시무시해서 전 도망치듯 빠져나왔더랍니다. ^^;;
달파란 2012.04.18 02:10  
저 역시 작년에 바지 걷어 올리고 물에 들어 가서 놀긴 했는데 사실 완전 똥물이 맞습니다.

보기엔 그냥 흙탕물처럼 보여도 씨엠립 시내 남부에 물이 찰 때는 하수구 시설이 제 구실을
못해서 역류하는 곳이 태반이기 때문이죠.
윗동네서 흘러 온 빗물, 샤워한 물, 설겆이 한물, 화장실에서 나온 물등이 한데 모인 게 바로
저 물이죠;;
영국고양이 2012.04.27 10:46  
그쵸? 그냥 보기에도 물 상태가 참 거시기한데 현지인들은 개의치 않더라구요.
너무 재밌게 놀아서 참 같이 놀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로....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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