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6년만의 배낭 여행 #14 - 앙코르 왓 (Angkor Wat) [첫번째]
신들의 세계에 발을 디디다.
앙코르 왓 (Angkor Wat)
느지막히 일어났다. 원래는 적어도 앙코르 왓 정도는 근처의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둘러볼 계획이었다. 미리 알아본 바 이미 체력좋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자전거로 앙코르 유적지를 돌아본 후기들이 있는지라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 날 리O 호텔의 사모님과 한국인 장기 투숙자분께 여쭈어보았다.
"전 앙코르 왓 정도는 자전거로 둘러보고 싶은데 할 만한가요?"
아...그때 그 두 분의 표정이란. '철없는 여행자 하나 또 왔네'하는 표정과 함께 극구 말리기 시작하는 두 분. 장기 투숙자분은 있던 자전거도 사고 후 팔아버린 상태였고, 사모님은 이미 다른 여행자들의 자전거 모험담 아니 실패담 아니 생사를 건 고생담(...)을 익히 눈으로 보아 알고 계신 상황이었다.
그 두 분의 확신에 찬 충고는 하나.
"정말 자신있으면 가라. 불가능하다는 말은 안하겠다. 하지만 자전거 실력이 전문가급이거나 체력이 남아돌지 않는 이상은 정말정말 성공하기 힘드니 알아서 각오해라. 아니면 일단 첫 날은 툭툭을 타고 거리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을 해 본다음 괜찮다 싶으면 다음 날 자전거를 타고 가는건 어떤가. 일단 우리는 비추한다."
커헉...!!! (-0-;;)
자고로 타지에선 현지인 말을 들으면 손해는 보지 않는 법. 자신감이 급 쪼그라든 난 그 자리에서 바로 다음 날 오전에 툭툭을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일단 자전거 모험을 연기시키기로 했다.
'그래, 일단 내일 하루는 툭툭으로 정황이나 살펴보지 뭐'
앙코르 유적지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은 이 책을 잊지 마시라
- 특히 가이드 없이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강추하는 책!!
목차 중 한 면
- 사실상 중요하고 볼만한 앙코르 유적지 대부분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거대한 앙코르왓을 돌아보기 쉬운 루트별로 번호를 매기고 각 번호에 해당하는 부분에 사진과 설명을 곁들였다.
- 유명한 우유의 바다 휘젓기 페이지.
이 페이지처럼 설명이 많이 필요한 곳은 몇 페이지에 걸쳐 설명해 놓았다.
이렇게 세세한 설명까지 모두 되있어 보물 찾기를 하듯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다.
중앙 성소를 설명한 부분
- 3년 전과 현재의 계단 차이등도 설명되어 있어 사실상 인터넷 정보를 모아올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가이드가 없다면 이 책이라도....
태국과 캄보디아를 여행하기로 결정한 후 이 두 나라에 대한 책들을 리뷰와 미리보기 등으로 심사 숙고하여 몇 권으로 추려낸 후 구입해다. 구입한 책들 중엔 여행기도 있었고, 가이드 북도 있었는데 그 중 앙코르 유적지에 관한 책이 바로 이 '앙코르왓, 캄보디아'라는 책이다. 집에서 훑어볼 때 부터도 심상치 않은 책이라는 생각은 했는데, 이거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앙코르 유적지를 돌아보니 이 책 정말 물건이다.
서울 절반 넓이에 펼쳐져있는 앙코르 유적지를 각 지역별로 나눈 다음 그 중 중요하며 많이 방문하는 유적지들을 모두 책 속에 집어넣었다. 각 유적지는 지도와 함께 돌아보기 좋은 방향으로 번호가 매겨져있고, 그 번호를 따라 둘러보면 유적지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돌아볼게 된다. 각 번호마다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들을 일일이 체크해 놓은 다음 설명을 곁들였는데, 가이드가 없어도 이 번호를 따라 움직이며 설명을 해놓은 부조나 불상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다니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
전문가가 아닌지라 실제 이 책에 쓰여진 정보 중 틀린 부분이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으나 앙코르 유적지가 초행인 하지만 가이드를 고용할 여유가 없는 배낭여행자들에겐 최고의 책. 이거 내가 너무 약을 파는거 같은데;; 그래도 이 책 한 권이면 앙코르 유적지 구경이 더욱 재미있고, 풍요로워질 수 있으니 좋은건 나눠야되는거 아닌가.
이 책의 저자나 출판사한테 쥐뿔도 얻은 것 없이 순수히 내 경험으로 추천하는 것이니 날 너무 약장사로 생각하진 말아주시길. (쿨럭)
얘가 바로 앙코르 유적지 입장권
- 일주일 기간 동안 3일을 입장할 수 있으며 가격은 40달러. (3일 입장권이 4만원!!)
느지막히 일어나 앙코르 유적지를 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특혜 아가씨가 알려준대로 최대한 움직이기 편한 복장을 하기 위해 전 날 야시장에서 구입한 보라색 면바지에 위에는 나시를 그리고 그 위에 얇은 긴팔 점퍼를 걸쳤다. 선글라스도 챙겼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생수도 꼼꼼하게 챙겼다. 가이드북은 물론이요, DSLR과 보조 카메라에 배터리 충전까지 모두 체크한 후 배낭에 넣었고, 우중충한 하늘이 불안해 늘 가지고 다니는 초소형 우산 겸 양산까지 모두 챙겼다.
좋아, 이제 출발이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먹고 있으니 곧 툭툭 기사 아저씨가 도착한다. 툭툭 기사 Mr.Samai 아저씨는 리자 호텔에서 주로 거래를 하는 분으로 기본적인 영어 의사 소통이 가능했으며, 무척이나 친절한 분이었다.
툭툭을 타고, 오늘이 앙코르 유적지 첫 날이라고 말하자 그럼 일단 입장권을 구입한 후 앙코르 왓과 따 프롬부터 가자고 일정을 짜주시는 아저씨.
씨엠립의 툭툭 기사들은 앙코르 유적지 루트짜기에 있어서만큼은 전문가와 다름없으니 자세한 일정 짜기가 어렵다면 거래하는 툭툭 기사 아저씨와 상의해보는것도 좋다. 내 경우 3일 동안의 유적지 탐방 루트를 모두 싸마이 아저씨의 의견을 따라 다녔는데 3일 동안 내가 볼 수 있는 중요 유적지를 내 체력이 받쳐주는 한 모두 보고 다녔으며 시간 분배 역시 꽤나 효율적이었다. 그러니까 현지에선 현지인의 의견을 따르면 손해는 안본다는 말이 여기서도 통한다는 말씀.
날씨는 흐리지만 당장 비가 올 것 같진 않다. 툭툭에 앉아 쌩쌩 달리자니 가슴이 두근두근.
씨엠립 시(市)는 조경도 잘되있구나....하고 감탄하며 드라이브를 즐기는데 잠시 멈추는 싸마이 아저씨. 예쁜 고속도로 휴게실 같은 작은 건물이 앙코르 유적지 입장권 판매소라고 한다. '우와~ 엄청 깔끔하고 현대적이네' 감탄을 하며 줄을 서니 사진을 찍어야 된다며 뒤로 물러서라는 직원의 말. 얼떨결에 웹캠으로 사진을 찍고, 돈을 지불하니 호빵처럼 눌린 얼굴이 프린트된 3일 입장권을 내민다. 이거 사진으로만 보면 절대 못알아볼 거 같은데 캄보디아 공무원들은 매의 눈으로 쳐다보면 알아보는 모양.
다시 툭툭에 올라타고 이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싸마이 아저씨.
첫번째 목적지 앙코르 왓이 가까워오니....대로에 슬슬 자전거로 앙코르 왓을 향하는 서양인 여행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근데 표정들이....다들 혼이 반은 빠져나갔어!! 이게 뭐야, 늬들 어쩌려고 그래!! 이제 시작인데 벌써 눈이 뒤집어지면 어쩌자는거야!! (-0-;;)
쌩쌩 달리는 툭툭으로도 20분은 족히 달렸으니 자전거로 도대체 얼마나 걸려 거기까지 온 걸까.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여행자들의 등은 땀으로 흥건했고, 표정은 보이지 않는 앙코르 왓을 향해 무언의 욕이라도 퍼붓는것 같았다. 물론 개중에는 즐기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었겠지만.....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태양은 점점 더 강하게 내리쬐고.....(이하생략;;)
신들의 세계인 앙코르 왓과 인간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해자
- 이때부터 이미 관광객들은 이성을 잃고 사진 찍기에 열정을 불태운다.
잔뜩 찌푸렸다, 갑자기 해가 났다, 또 갑자기 빗방울이 날리는 변덕스러운 날씨
- 사진으로도 가늠이 되겠지만 앙코르 왓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자체도 정말 만만치 않은 거리. 근데 내부는 더 크다. (자전거 반입 금지;;)
그러니까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은 여기서부터는 또 무한 걷기가 시작된다는 말씀. -_-;;
앙코르 왓은 위에서부터 인간을 압도하는 건축물이 아니라 가만히 엎드려 아래에서부터 인간에게 울림을 주는 건축물이었다.
이래서 현지인 말은 들어야 하는거라고 중얼거리며 툭툭에서 내리니 웅장한 규모의 앙코르 왓이 두 팔을 벌리고 서있다. 아니 두 팔을 벌리고 조용히 엎드려 있다. 마치 기도라도 하는듯이.
진입로에 발을 디디기 전 가만히 앙코르 왓을 바라보았다.
구름 낀 하늘 아래 천 년의 세월을 조용히 버티고 있는 앙코르 왓을 보자니 비슈누 신의 경고가 들리는 듯 했다.
'이 곳에 들어오는 자, 몸과 마음을 경건하게 할 지어다.'
목에는 카메라를 걸고, 가이드북은 허리춤에 꽂았다. 끝도 없이 길어보이는 진입로(250m)를 지나, 중앙 고푸라를 통과하면 곧 참배로가 나왔다.(이 포스트 첫번째 사진)
그늘 하나 없는 300m 거리의 참배로를 지나자니 어느 나라의 사원을 가나 드는 생각. '신의 이름을 빙자하여 인간은 같은 인간을 얼마나 괴롭히는가'가 또다시 떠올랐다. 그늘이 하나도 없다. 이 더운 나라에서 300m를 땡볕에 걸어가게 만들다니. 진입로까지 합하면 무려 550m가 그늘 하나 없이 이어진다. 아무리 신에게 다가가는 일이 녹록치 않다고는 하나 반 키로를 직사광선 아래에 걷게 하다니. 그래놓고 왕들이, 사제들이 땡볕에 걸었겠나. 자기들은 죄다 파라솔이니 가마니 타고 왔다갔다 했겠지. 여기 청소는 자기들이 했겠냐고. 분명히 하인들이나 노예들이 했을거 아닌가. 사제들이 수행의 목적으로 이 넓은 앙코르 왓을 직접 쓸고, 닦고, 고난을 온 몸으로 맞으며 관리했다면야 인정하겠지만 그럴리가.
하지만 그래서 앙코르 왓은, 과거 인류의 문화 유산들은 더 애절하고 더 압도적인게 아닐까. 돌 하나하나에 새겨져있을 어느 이름 모를 하인의 땀이, 조각 하나하나에 새겨져있을 어느 이름 모를 장인의 눈물이, 그리고 사원과 신상을 향해 올렸을 수 많은 사람들의 절절한 기도들이 천 년의 세월을 겹으로 쌓아 입고 있었다. 바닥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오는 그들의 사연을 이 사원은 온 몸으로 보듬으며 방문객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나를 존중해다오. 너를 존중해다오. 그리고 그들을 존중해다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중얼거리며 작게 대답했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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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보기 및 수정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simplecode81)를 참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