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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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6)

하로동선 2 3396
- 왓 엑프놈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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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 삼빠우]까지 둘러보았으니 원래는 숙소로 돌아가면 오늘의 투어는 끝인데, 자꾸만 자료에 나와 있는 [왓 엑프놈]에 마음이 간다. 이곳을 가게 되면 투어비는 10불이 추가되는데, 그래도 여기를 언제 또 다시 오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넷이서 10불이래봐야 우리 돈 만원이다.
 

뚝뚝은 시내를 지나 북쪽으로 달리는데, 배는 또 왜 이렇게 고픈지 모르겠다. 쉼없이 먹는데도 늘 배가 고프다. 이번에도 노점에 정차. 맑은 닭계장에 밥을 말은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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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먹으려고 보니.. 이거 참... 보는 바와 같이 그냥 닭고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장도 있고, 심지어 “닭선지”까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보다 친숙한 바케트 빵을 시켰는데... 한숫갈을 떠서 입에 넣어보니 비릿한 냄새가 가득하다. 아침에 먹은 쥐고기보다도 더 비위가 상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친구들은 나를 보며 <원주민>이라고 생각하는데, 못 먹겠다고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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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옆에서 같은 음식을 먹던 잔타가 이 병에 들어있는 “된장국물”같은 소스를 넣은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따라해봤다.
야.... 얼마나 맛이 달라지는지 모른다. 갑자기 비린내가 싹 사라지는 신비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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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을 말끔히 비우고 기분이 좋아져서 이렇게 사진도 찍어줬다. 그리고 친구들이 먹다 남긴 바케트 빵까지 깨끗하게 해치웠다.
 

- 왓 엑프놈 -
 

이 사원은 수리아바르만1세(SuryavarmanⅠ) 때인 1029년에 건축되어 힌두교 3대신 가운데 하나인 시바에게 헌정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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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크지 않고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곳곳에 [위험] 표시가 있다. 씨엠립에 있는 아주 잘 관리되는 앙코르 유적과는 다른 폐허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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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상태가 좋은 신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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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곧 무너지게 생겼다. 이 사원의 곳곳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데이트를 나온 서너쌍의 연인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스타일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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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원의 옆에는 근래에 새로 만들어진듯한 건물과 불상도 있는데, 특별히 높이가 30m에 이르는 캄보디아 최대의 불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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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의 한켠에는 이런 건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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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보니 Library, Child's cafe and arts 라고 적혀 있다. Please join with us to build the child's future and community 라는 말도 함께 있으니 누군가의 지원에 의해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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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캄보디아식 저녁식사 -
 

왓 엑프놈을 끝으로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왔다. 모두들 힘들어해서 일단은 휴식. 오늘의 뚝뚝 비용은 25불. 팁은 5불을 주었다. 다른 친구들은 쉬고 나는 어두운 로비에서 여행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주인장이 형광등을 켜 준다.
 

저녁식사는 캄보디아의 전통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우리의 제안에 따라 잔타가 안내했다. 잔타에게는 미리 오늘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해 놓았었다. 우리가 간 곳은 [바난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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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잔타의 추천에 의해 음식이 올라왔다. 록락 스테이크, 피쉬 아목, 그린 커리, 또 하나의 음식, 잔타에게도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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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대포 음식 중 하나인 록락 스테이크(Lok lak steak)이다. 내가 웬만한 음식은 다 맛있다고 하는 사람이라서 신빙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맛은 좋다. 이런 음식들에 앙코르 맥주를 곁들이면 참으로 행복한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다. 가격도 비싸봐야 전부 5불 이내이다.
 

바탐방에도 [BTB Mall]이라는 대형 쇼핑센터가 생겼다. 앞마당에는 무대를 꾸며 놓고 가수를 불러다가 공연을 해서 구경꾼이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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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보니 여러 가지 물건들이 준비되어 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키즈 카페처럼 아이들 노는 공간, 전자오락실 등이 있다. 가수가 노래하는 모습을 잠깐 봤는데 트랜스젠더다. 외모는 여자인데, 목소리는 영락없는 남자... 마당에는 돈 내고 다트로 인형을 뽑는 야바위 같은 것이 있다. 다트 한번 던지는데 1,000리엘. 엄청 비싸다.
 

- 또 오일 마사지 -
 

저녁도 배불리 먹었으니 또 마사지를 받을 시간이다. 다들 피곤하다며 사양했는데, 나는 그럴 수 없다. 문제는 이미 해가 저물어서 멀리 가기에는 적당치 않다는 점. 어제의 그 집은 가봤으니 또 가기는 싫고... 그래서 그냥 숙소에서 가까운 곳으로 갔다. 그런데 여기는 맹인이다.
 

처음에는 맹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좀 그랬는데, 생각을 해보니 이것도 좋은 경험일 것도 같았다. 어차피 지금까지 맹인에게 마사지를 받아본 적도 없었으니까.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1분 거리의 대각선 방향에 [캄보디아 전통 마사지]라고 한글로도 씌어진 간판이 보였다.
 

초라한 가게... 방도 없이 그냥 침대 네 개 놓고 커튼으로 칸막이를 했을 뿐이다. 주인장은 부부였는데, 모두 맹인이다. 남자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데 썬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여자는 작은 키에 썬글라스도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그냥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들 부부사이의 딸을 보자 그럴 수도 없다. 빤히 나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동자. 집에 있는 작은 아이가 생각났다. 이 상태에서 돌아선다면 그 아이 앞에서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
 

맹인과의 대화는 일반인들과의 대화와 또 다른 면이 있었다. 정상인이라면 묻지 않을 질문을 한다. 예를 들어 “몇 명이 오셨어요?” 같은 거. 거의 체념한 심정.. 그래도 오일 마사지를 선택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무조건 오일 마사지로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남자라서 그런지 누르는 힘의 강도가 다르다. 그렇다고 아프다고 하면 마사지사가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은 참아 본다. 등을 누를 때는 어금니를 꽉 다물고 어떻게든 견뎠는데, 다리를 누르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악!!”
결국 비명을 질렀다. 순간 마사지는 일시 정지. 그래 놓고 나니 얼마나 부끄럽고 무안하던지. 그래서 내가 먼저 껄껄대고 웃었다. 그러면 마사지사도 웃는다. 다시 마사지 시작. 또 아악!! 다시 나도 웃고 그 사람도 웃고... 또 아악!! ... 한번 비명소리를 지르고 나니까 부끄러운 것도 없고, 또 무안하면 웃으면 되니까... 이후 마사지는 아예 이런 패턴으로 진행되었다.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60분이 왜 이렇게 길까... 거의 끝나갈 무렵에 친구들이 찾아왔다.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오니까 숙소 주인장이 가보라고 했단다. 돈을 내려고 하는데 아이가 또 나를 빤히 쳐다본다. 네가 집에서 큰 역할을 하는구나... 생각했다. 요금은 12불.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한테도 하나 주고 올 것을 그랬다. 아까와서 안한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생각을 못했다.
 

- 바탐방에서의 마지막 밤 -
 

숙소로 오니 주인장은 또 나를 보며 씩 웃는다. “Are you happy?" ... 그는 내가 해피 피니쉬를 하고 온 줄 아는 모양이다. 참 이럴 때는 뭐라고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바탐방은 밤 9시가 넘으면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 밖은 적막강산에 깜깜절벽이다. 도시가 얼마나 어두운지... 우리는 숙소의 문까지 닫고 맥주를 한잔 더 했다. 몇 번 말했지만 주인장은 사람이 참 좋다. 우리랑 같이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를 몰려면 자격증이 필요한지”에서 시작해서 빈부의 격차, 그리고 실업...
내가 그랬다. 한국은 요즘 젊은이들이 일자리 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그가 깜짝 놀란다. 한국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는냐고. 일자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더욱이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은 젊은이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그것은 호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의 나이가 많기 때문일까? (나이를 묻는 것이 실례라서 물을 수 없었지만 칠십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냥 이런 것이 생활인 듯... 아침이 되면 역시 노인네인 주변의 서양인 친구들이 찾아오고, 그들은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 이제 스물을 갓 넘은 듯한 그의 아내나 1살이라는 그의 아이는 미래에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것도 같다. 이런 면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훨씬 엉망이지 않나? 아니면 이런 문제는 국적과 인종을 넘어 개개인의 인격 문제인가...
 

사족:
 

1) 왓 엑프놈으로 가는 길에서 어느 초등학교 앞을 지났습니다. 청색 치마 또는 청색 반바지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아이들이 운동장에 가득합니다. 학생대표로 보이는 아이는 국기게양대 밑에 서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줄을 맞춰 서 있고, 학생대표는 국기가 달려 있는 줄을 잡고 있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지는데... 이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들만의 의식은 너무나 엄숙하였습니다.
 

2) 저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원도 과외도 모두 정부에서 금지시켜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시절입니다. 학교가 끝나면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해가 질 때까지 운동장에서 축구하면서 놀았습니다. 여름철 오후 6시. 운동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집니다. 운동장의 모든 아이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본관 앞의 국기게양대를 향해 경례를 합니다. 동시에 선생님 두 분이 나오셔서 자못 엄숙하게 국기를 내려 거두십니다.
 

3) 이런 의식은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4) 저 아이들에게 조국 캄보디아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습니다. 이방인인 제 눈에 비친 캄보디아는 저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습니다. 저들의 부모는 또는 저들 자신에게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고단하고 힘든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5) 감동이 워낙 컸기 때문일까요? 뚝뚝을 세워야 할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그래서 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빨리 결정하지 못한 제 자신을 원망했습니다만... 조금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사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오늘의 이 모습은... 비록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대신 제 마음에 담기로 했습니다...
2 Comments
동쪽마녀 2012.02.16 13:45  
저는 사진을 잘 못 찍기 때문에 마음에 저만의 것으로 담아두는 일이 더 많습니다.
제가 연배 있으신 분들의 여행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냥 먹고 즐기는 여행 이외의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예요.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맛사지비를 받는 아이의 눈망울이 막 상상됩니다.
국민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국가,
또는 국민에게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강요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는 국가.
에구.ㅠㅠ
하로동선 2012.02.17 10:34  
제가 딸만 둘을 두고 있는데 9살, 7살입니다. 마사지 가게의 아이도 아마 비슷한 나이였을 겁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비록 힘없는 어린아이이지만 지켜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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