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4)
- 오일 마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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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고, 주인장에게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했다. 이 말에 주인장은 씽긋 웃음을 지으며 “해피 피니쉬”를 원하느냐고 묻는다. 갑작스런 질문에 내가 당황해하자 주인장은 이 지역의 마사지 상황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 즉, 우리 숙소 주변에는 여섯 개의 마사지 가게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맹인이다. 만일 맹인을 원하지 않는다면 약간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우리가 맹인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뚝뚝을 불러줬다. 그러면서 해피 피니쉬는 네 마음에 달렸다(It's up to you)고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뚝뚝은 상커강(Tonle Sangker)에 놓인 Iron Bridge를 건너더니 어느 마사지 가게 앞에 섰다. 같이 간 넷 중 둘은 발마사지를 원했고, 나를 포함한 둘은 오일 마사지를 원했다. 이유는? 한국에서 오일 마사지는 매우 비싸다. 따라서 여기에 왔을 때 실컷 받아두는 것이 남는 장사일 것 같아서이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본 마사지 걸들은 하나같이 키가 작고 얼굴이 까맣다. 다행히(?) 팬티는 입고 받았는데, 바로 옆에는 친구가 있었다. 따라서 “여기는 퇴폐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나의 맛사지 걸은 31살이라고 했다. 고향은 씨엠립. 부모를 포함한 가족들은 모두 그곳에 있고 자신만 여기에 와 있다고 한다. 그녀는 그 나이에 이미 이혼한 경험이 있었다. 아이도 8살 짜리 아들이 있는데 자신이 데리고 있다고 한다. 마사지 가게에서 일하면 한 달에 월급으로 40불을 받는데, 방값이 35불이라고 한다. 그럼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녀는 자기 집안에 돈 버는 사람은 자기 혼자라고 했다.
그녀는 한국인을 너무 좋아했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는 법도 없이 그냥 다 드러내서 듣고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예전에는 한국 사람하고 사귄 적도 있다고 한다. 왜 헤어졌느냐고 묻자 그가 한국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나더러 여기에 얼마 동안 있을 거냐고 자꾸 묻는다. 우리는 낼 모레면 떠나는데... 차마 그렇게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든다. 그녀가 한국인을 좋아한 이유는 열심히 일하고, 또한 강인하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옛 남편은 술만 마시고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왠지 숙연해진다. 물론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1불의 팁. 그것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호의의 끝이다. 마사지 가격은 15불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2-3불은 줘야 했을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마사지는 굉장히 비싸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가 얼마냐고 묻는다. 글쎄... 얼마지? 목욕탕에서 아줌마들이 받는다는 마사지가 한시간에 6만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은 있는데, 남자들이 이렇게 받는 오일마사지는 얼마지? 한국에서 마사지가 성매매를 겸하지 않는 경우가 있나? 그냥 어림짐작으로 200달러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많이 부른 것 같다. 그냥 100달러라고 할 것을... 그녀는 자기도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며 반긴다. 글쎄... 그것은 또 다른 문제가 있지... 너한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건데, 그게 참... 대신 내가 그랬다. 한국은 물가도 굉장히 비싸다고...
- 아침 -
1월28일 토요일 6시.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각에 눈을 떴다. 어둡고 가파른 계단을 조심해서 1층에 내려와 보니 종업원이 이제 막 바닥을 쓸고 문을 연다. 밖에 의자 내놓고 오토바이를 옮기길래 내가 좀 도와줬더니 수줍게 웃는다. 평소에 이렇게 매일같이 일찍 일어났다면 나는 지금쯤 모범공무원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우리가 썼던 방이다. 침대위의 노트는 내가 태사랑과 트래블게릴라를 보고 직접 만든 [여행자가이드]이다. 햇반은 다른 사람들이 만일을 대비해 가져온 것이다. 하룻밤에 15불인 이 숙소의 시설은 정말 열악하다. 샤워 꼭지에서 물은 졸졸 나온다. 샤워 꼭지는 망가져서 맨날 바닥에 떨어진다. 샤워 꼭지의 돌리는 부분도 바닥에 떨어진다. 양변기의 뚜껑도 손을 대기만 하면 바닥에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에이”한다. 그나마 우리 방에는 바퀴벌레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15불의 방값에는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식사라고 해 봐야 빵 2쪽, 계란 2개, 햄 2개, 토마토 2쪽이다. 나같은 대식가는 혼자 4인분을 먹어야 할 판이다. 여기 게스트하우스는 주인장이 친절하다는 것 말고는 장점이라는 게 없다.
- 대나무 기차 -
대절한 뚝뚝을 타고 오늘은 바탐방 시외관광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 행선지는 [뱀부 트레인]이다. 시내에서 3km 정도 떨어진 이곳에는 지난번에 잠깐 이야기했던 철로가 놓여 있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이곳에 사람들은 대나무로 깔판을 만들고 기차 바퀴에 엔진을 연결한 다음, 두 쌍의 바퀴를 밴드로 연결했다. 이것이 뱀부 트레인 여기 말로는 [노리]이다. 예전에는 이것을 타고 현지인들이 이동을 하고 물건을 실어 날랐다는데, 오늘날에는 관광상품이 되어버렸다.
여기가 탑승장 입구이다. 우리를 보자 제복을 입은 직원이 다가온다. 요금은 1인당 5불. 기본적인 안내가 있고, 이어 기차에 탑승한다. 우리의 기사는 15살 먹은 아이이다.
기차는 이렇게 생겼다. 그래도 손님을 배려한다고 바닥에 카펫 비슷한 것을 깔았다.
이렇게 놓인 레일을 달린다. 속력은 30km/h 정도? 선로가 구불구불해서 그 이상은 빨리 달리지도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바람을 직접 맞아서인지 몸에 느껴지는 속력은 이보다 훨씬 빠르다. 모두들 소리를 지르고 난리들이다. 이제야 “캄보디아에 오기를 잘했다”고 저마다 한마디씩 던진다.
이렇게 앞에 가는 차를 만날 수도 있다. 앞에 여인이 혼자 앉아있길래 찍었는데 나중에 반환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호주 출신의 학교 선생님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이곳에 왔다고 한다.
한 30분쯤 달리면 이렇게 반환점에 도착한다. 승객들은 내려서 노점에서 쉬고 기사들은 기차의 방향을 돌려놓는다.
노점은 이렇게 생겼다. 사진 속의 남정네들이 나를 보고는 먹어보라고 음식을 내 놓는다. 공짜는 아니고 5불이란다.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그렇다. 쥐다. 나도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해서 그들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내 짐작대로 쥐가 맞았다. 언젠가 TV 다큐멘터리에서 동남아의 어느 마을에서 사람들이 쥐를 요리해서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오늘 현장을 목격하는 셈이다.
내가 황당해하면서 쳐다보니까 갑자기 가격이 1불로 떨어진다. 껄껄... 마음을 진정하고 났더니 이것도 다 캄보디아에 온 기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먼저 1불을 지불하고 뒷다리를 뜯어 입에 넣고 씹었다.
“쥐”라는 생각만 하지 않으면 그런대로 먹을 만은 했다. 일단 바싹 튀겼기 때문에 고소하고, 이상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고기도 쫄깃쫄깃해서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맛은 닭고기 살이랑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머스터드 소스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그런데 같이 간 친구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나마 동생 하나가 좀 먹어 보더니 이내 뱉어버린다. 그런데... 아침도 조금 먹어서 허기는 졌지만 그래도 한 마리를 혼자 다 먹을 생각을 하니 너무 많은 것 같았다. 그래서 원주민 아저씨들한테 같이 먹자고 막 손짓을 하니까 그들이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이내 나랑 같이 먹기 시작한다.
다시 대나무 기차이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보는 바와 같이 철로는 단선이다. 그러므로 마주 오는 차를 만났을 때가 문제이다. 어떻게 하느냐?
이때도 이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먼저, 차량이 많은 쪽이 우선이다. 또는 사람이 많이 탔어도 우선이다. 무거운 짐을 실은 쪽도 우선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기차를 해체해서 옆으로 치워놓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조립해서 타고 가는 것이다.
원래 기차를 해체 후 조립할 때는 상대편 기사도 와서 돕는데, 내가 해보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레일 위에 있던 것을 저렇게 들어서 옮겨 보았다. 아... 저게 얼마나 무거운지 모른다. 이름은 “대나무” 기차이지만 대나무가 아니라 그냥 “나무”로 만들었다. 따라서 나는 낑낑거리며 겨우 옮겼다. 구경하던 친구들은 허리 조심하라고 한다. 그나저나 상대방 15살짜리 아이 쪽에는 엔진이 붙어있어서 나보다 더 무거울텐데.. 녀석은 끄덕도 하지 않는다.
- 사당수수 주스 -
뱀부 트레인을 탄 후에 우리는 시내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곳의 [프놈 바난]으로 갔다. 여기에서 프놈(phnom)은 우리말로 “언덕”이라는 뜻이니까 [바난 언덕]에 가는 것이다. 열대의 태양아래 뚝뚝을 타고 달리려니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데나 노점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보시라... 말로만 듣던 사탕수수에서 즙을 뽑아내고 있다. 이런 것을 그냥 지나칠 내가 아니다.
드디어 완성된 사탕수수 주스. 가격은 1,000리엘. 우리 돈으로 250원 정도이다. 맛을 보니 엄청 달고 시원하다. (시원한 이유는 주스를 만들 때 얼음을 넣어주기 때문) 하여간 이것을 끓여서 물을 기화시킨 다음 알갱이를 걸러내서 정제하면 “설탕”이 되는 것이다. 책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 눈으로 보니 신기하고 좋다.
우리들의 제안으로 사탕수수를 조금씩 잘라달라고 부탁했다. 영어→크메르어 통역은 우리의 뚝뚝 기사 잔타가 했다.
저렇게 모두들 하나씩 입에 넣고 씹어 보았다. 맛은? 당연하지만 아주 달다. 내가 사탕수수를 씹으면서 "I am a machine"이라고 했더니 모두들 웃는다. 사탕수수는 딱딱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이를 상할 수 있다.
중간에 [포도농장]이라고 한군데 더 들렀다. 여기는 꼭 패키지 팀이 쇼핑하러 오는 곳 같은 분위기이다. 아마도 뚝뚝기사에게 커미션이 주어지는 모양이다.
포도밭은 한국에도 많은데, 여기서는 포도주(왼쪽 둘)와 음료(오른쪽 둘)를 판매한다. 가격은 술이 15불과 12불로 여기 물가를 감안하면 대단히 비싸다. 1인당 2불을 내면 저렇게 작은 잔에 시음을 할 수 있다.
사족:
1) 마사지의 막판에 그녀가 그러더군요. 내가 원하면 자기가 입으로 해 주겠다고. 바로 옆에 친구가 누워있는데 말입니다. 참.. 내가 어이가 없어서...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I don't know what you mean)고 하니까 더 이상 조르지는 않더군요.
2) 마사지가 끝날 무렵에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오토바이 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이라고는 우리밖에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 모양입니다. 정말 친절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바탐방이 사실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3) 초등학교 다닐 때 그러니까 70년대 중반쯤에 우리나라에 쥐포가 등장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것을 “쥐고기”라고 불렀는데, 순진한 사람들은 그게 바다에서 나는 “쥐치”가 아니라 하수도를 뛰어다니는 “쥐”인줄 알고 처음에는 경악했습니다.
4) 우리가 흔히 보는 쥐는 시궁쥐이고, 동남아에서 음식으로 먹는 쥐는 들쥐입니다.
5) 사탕수수 주스는 제가 캄보디아에서 먹은 음료 중 가장 시원하고 맛있었습니다. 저 시간이후부터는 눈에 보일 때마다 사먹곤 했습니다. 심지어 아침부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