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수어스다이 캄보디아(3)
- 바탐방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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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민국을 지나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여기서는 <무료>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다. 물론 지금 이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택시를 타고 어디로든지 이동할 수 있는데 셔틀버스를 타면 [포이펫 터미널]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앉아 기다리며 음료수도 사 마시고 담배도 피우며 쉬고 있으니 어디선가 낡은 버스가 온다. 이게 셔틀인가 보다...
버스에서 내다 본 [포이펫] 시내는 많이 정돈된 모습이다. 일단 도로가 완전히 포장되어 차량 운행이 순조롭고, 예전에는 픽업트럭에 사람과 짐을 산더미처럼 싣고 가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찾기가 힘들다. 그렇게 10분 쯤 가니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벌판에 [포이펫 버스터미널]이 나온다.
Poipet Tourist Passenger International Terminal 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이곳에서는 씨소폰, 바탐방, 씨엠립, 프놈펜 등 캄보디아 내의 각지로 가는 버스와 택시의 표를 팔고 있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바탐방까지의 요금은 버스와 택시가 모두 10달러이다. 택시와 버스의 요금이 같다는 것부터도 황당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요금이 비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탐방]까지 가는 택시는 밖에서 30불 또는 그 이하에서도 가능하다. 나라에서 또는 시에서 운영하는 터미널에 오면 값이 싸거나 뭔가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표를 끊고 나면 여기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차량을 핸드폰으로 수배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지금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여기는 외진 곳이기 때문에 밖에 나가봐야 택시를 잡기도 힘들다.
표를 구입하고도 한참을 더 기다린 끝에 택시에 탑승. 도로 사정은 생각보다 많이 양호하다. 가끔씩은 사람들을 짐칸에 가득 싣고 달리는 픽업트럭도 볼 수 있다. 그렇게 한 시간정도 달리면 [씨소폰]이 나온다.
현지에서는 “망고”라는 의미로 [쓰와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포이펫에서 앙코르 와트가 있는 씨엠립으로 향하는 도중에 있다. 도시 규모는 제법 크고 커다란 시장과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시간만 충분하면 이런 곳에 내려서 하루쯤 쉬어가는 것도 좋을 텐데, 우리에게는 시간이 너무도 없다.
이제는 행복에 겨워서 그런가... 택시에도 오래 앉아 있으려니 엉덩이가 아파 온다. 작은 택시에 기사를 포함하여 다섯이 타서 그런가? 하도 죽겠어서 기사에게 잠깐 쉬어가자고 말을 했다.
이렇게 노점에 차를 댔다. 뭘 좀 먹어볼까 해서 둘러보니 여기는 동아제약의 박카스를 캔으로 만들어 팔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박카스 캔을 본 기억이 없는데..
이런 것도 신기하다. 휘발유를 길가에서 이렇게 병에 담아서 판다. 주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양이다. (여기서는 오토바이를 “모또”라고 부른다.)
드디어 바탐방에 들어섰다. 기사에게 우리가 한국에서 예약했던 [버스 스탑 게스트하우스]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러나... 기사가 영어를 못한다. 몇 마디 캄보디아 말로 핸드폰에 대고 떠들더니 곧 전화를 끊고 그냥 제가 스스로의 힘으로 물어물어 찾기 시작한다. 아.. 정말.. 속이 터진다...
우리는 우리대로 자료에 나오는 지도를 보며 나름대로의 통박을 굴려 본다. 우리가 찾는 게스트하우스는 이 동네에서는 제법 유명하다는 [화이트 로즈 레스토랑]의 바로 옆집이다. 결국은 그냥 대충 짐작이 되는 곳에서 내렸다. 요금은 40불. 기사가 100B의 팁을 요구하길래 그냥 달라는대로 줬다. 솔직히 우리는 기사한테 고마운 것이 없는데...
- 버스 스탑 게스트하우스 -
여행을 준비할 때 어느 블로그에서 본 [버스 스탑 게스트하우스]가 마음에 들어서 먼저 이메일로 예약을 했었다. info@busstopcambodia.co 출발 한 달전 쯤인 12월27일과 출발할 무렵인 1월25일에 위의 주소로 메일을 보냈고, 그 때마다 답장도 받았다. 우리가 한국에서 오는 교사들이라는 것을 이미 밝혔기 때문에 안 가면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 자랑스러운 KOREA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게 되는 거고.. 따라서 어떻게든 찾아내야 했다.
그래도 다들 나보다는 길눈이 밝아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정말 White Rose 레스토랑의 바로 옆집이다.
이미 알고 있던 대로 주인은 호주 사람이다. 사진의 오른쪽에 앉은 머리가 허연 분이 주인이다. 내가 예약을 확인하자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예전에는 베트남에 있다가 캄보디아로 넘어온 것은 작년이라고 하는데, 현지에서 젊은 아가씨를 얻어 아기까지 낳고 살고 있었다. (왼쪽에 보이는 요람 속에 아기가 있다. 1살이다) 일단 말이 통하니까 정말 살 것 같다. 내가 우리가 해야 할 바탐방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주인장은 친절하게 필요한 사항을 안내해 줬고, 제일 먼저 뚝뚝 기사를 불러줬다.
뚝뚝이를 기다리는 동안 주인장은 이 동네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이 지역의 경제권은 기본적으로 화교가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숙소 바로 앞에서 오른쪽을 보면 거리 풍경은 이렇다. 보는 바와 같이 양쪽의 건물은 모두 중국풍이다. 숙소의 바로 맞은 편에는 LEAN HOA Chiness School 이라는 화교 학교가 있다.
사진은 숙소의 왼쪽 풍경이다. 왼쪽 건물이 화이트 로즈 레스토랑이고, 오른쪽 건물은 이 동네의 부자가 사는 집이다. 그 집의 주인도 화교라는데, 그 사람은 자기 집이 1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자랑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인장은 자기가 볼 때는 아니라며 그 집 주인을 “바보같은 놈”이라고 흉을 본다.
- 바탐방 시내 관광 -
기다리던 뚝뚝이 왔다. 기사는 잔타(Chantha)라는 이름의 믿음직한 청년이다. 나이는 31살. 태어난지 열흘된 아기가 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바탐방 역]이다. 론리 플래닛에도 소개되어 있다는 이곳은 포이펫과 프놈펜을 잇는 기차의 중간역이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 버린 이곳의 시계는 언제나 8시 2분을 가리키고 있다. 역사 뒤로 돌아가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레일 위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레일 위에서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니 아이들 몇몇이 와서 “깁미 원달러”를 외친다. 기분이 참 씁쓸하다...
기차역 옆으로 들어가면 소박하지만 그들이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바탐방은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에 해당하는 캄보디아 제2의 도시인데, 규모가 작고 대체로 가난한 모습이다.
다음은 역 부근에 있는 [바탐방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때가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는데, 박물관은 이미 문을 닫았다. 우리가 찾아가자 관리인은 문을 열어주겠다며 열쇠를 찾는 등의 부산을 떤다. 그러나... 내일 오란다. 자료에는 입장료가 1불이고, 규모는 아주 작아서 특별히 볼 것은 없다고 되어 있는데, 그래도 서운한 마음이 든다.
박물관의 바로 옆은 [왓 담레이 소]라는 이름의 도심 속 사원이다. 박물관에서는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데도 우리의 기사 잔타는 우리를 뚝뚝에서 태워 그리로 모신다. 기본적으로 사원은 불당, 승려의 학습공간, 그리고 생활공간으로 구분되며, 경내에는 여러 가지 불상이나 불탑, 조형물들이 놓여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조형물이다. 잔타의 설명에 따르면 석가모니 시대의 인도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새가 쪼아먹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참혹하였는데, 이런 모습을 보며 석가모니는 중생들에게도 보다 수준 높은 정신세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보는 바와 같이 사원은 아주 한적하다. 여행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저녁 무렵이라 저런 벤치에 앉아서 쉬어가면 참으로 좋을 분위기이다.
시내 관광의 마지막은 [프사 낫]이다. 바탐방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캄보디아의 오늘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저녁 무렵이라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는지 시장통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는 정말 먹음직스럽다.
시장통을 돌며 과일가게에 들러 망고를 비롯한 몇 가지 과일의 맛을 봤다. 내가 어느 가게에선가 소세지 또는 어묵과 비슷한 것의 맛을 보고 있으려니 서양인 여행자가 다가와서 “그게 무슨 맛이냐?”고 묻는다. 그게 참.. 뭔지는 모르겠는데 맛은 짜고 맵다.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는 바로 옆에 있는 [The Colonial]에서 했다. 여기는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Lok Lak 이라는 이름의 스테이크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가격은 대체로 5불 이내.
주문하면 저렇게 샐러드가 같이 나온다. 스테이크 옆에는 감자튀김이다. 이런 음식에 앙코르 맥주를 곁들이면 아주 훌륭한 식사가 된다.
사족:
1) 캄보디아를 혼자 여행할 사람이라면 [포이펫 터미널]에 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행을 구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까요. 주로 운행하는 차량은 택시나 미니버스 같았습니다.
2) 바탐방 역을 나왔을 때 같이 간 형이 내게 한마디 했습니다. “너 여기가 그렇게 오고 싶었냐?” 글쎄요... 왜 오고 싶었을까요... 바탐방 여행에 관해서는 Daum에서 the Blue Orange 님의 블로그를 많이 참고해서 일정을 계획했었습니다. 굉장히 잘 만들어진 블로그거든요.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여행을 계획하면서 [기차역]에 마음이 끌리더라구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모양입니다.
3) 이번 여행에서 캄보디아는 바탐방-씨엠립-프놈펜-시하눅빌 이렇게 네군데를 지났습니다. 모두 유명한 관광지들입니다만, 그래도 이곳 바탐방이 캄보디아의 오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보니 우리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씨엠립은... 좀... 아니더라구요.
4) 이번에 본 바탐방역은 역사를 새로 칠했더군요. 폐역사에 색깔을 칠한다...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새로 칠한 페인트 때문에 감동이 적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