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아줌마, 아들 둘과의 느림여행- 가는 날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소심한 아줌마, 아들 둘과의 느림여행- 가는 날

하늘소풍 9 4246

*안녕하세요?? 5월 5일부터 5월9일까지 아들 두녀석 데리고 자유여행 갔다온 소심한 아줌마입니다.

여행가기전 다양한 정보를 <태사랑>에서 보면서 갔다와서 저같은 여행을 갈 가족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해서 우리들의 소소한 여행일기를 적어봅니다.

캄보디아! 정말로 아름다운 미소가 넘쳐났던 곳이라 다음에 다시 가고 싶네요. 무척 주관적인 저의 글솜씨없는 글이므로 그냥 그런 여행기도 있구나 하고 봐주세요..그리고 계속 며칠간 이어갈수 있게 격려댓글 마~니 부탁드립니다...


2011년 5월 5일

바야흐로 몇 달의 기다림을 종식하는 날!

어제까지 바빴던 이벤트를 마무리 하고 새벽까지 짐을 쌌다.

드디어 떠난다!

계속되는 편두통과 어깨통증! 삶의 무게인지, 같은 일상의 나른함의 무게인지 백두산의 무게만큼 내 어깨를 짖누르던 날!

더이상 참아낼 마음의 여유가  없을만큼 , 내 안엔 답답함의 찌꺼기들이 가득하다. 털어내고 와야지!

 

그래서 가는 곳이 "캄보디아"의 <시엠립>. 아는 거라곤 <앙코르왓>뿐이다.

 

처음엔 책도 사서 읽고, 싸이트도 뒤지며 이것저것 담으려 했으나 남이 보여주고 알려주는 정보는 내 것이 아님을 알고, 그저 욕심버리고 내가 보는대로, 느끼는대로 담아오려 마음을 편히 가졌다. 그러자 마음이 한없이 편해졌다. 정말  이 "마음"이란 놈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 둘 데리고 처음 떠나는 여행. 남편은 너무 편안한 얼굴이다. 이럴땐 안절부절 걱정해주어야 하는것 아닌가? 혼자 놔두고 가려니 미안했던 마음이 싹 없어진다. 이제 자유다!! 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래! 당신 몫까지 잘 놀고 올께요!

 

부산에서 리무진버스를 타고 5시간 반만에 <인천공항> 에 도착했다.

첨엔 비행기를 타야지 했는데 시간이 맞질 않는다. 그래서 10시 30분 고속버스를 타고 긴 여행의 시작을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내 맘대로 5시간 30분을 음악을 들었다, 책을 읽었다, 영화를 보다보니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시간"이 참 낯설어져 있는 삶!

 

아들 녀석 둘은 신이났다. 왜냐하면 학교를 3일이나 빼먹을수 있는 특권을 엄마가 저질러(?)주어서 감사해하고 있다. 차창밖의 5월의 날씨는 눈물나게 맑고 좋다. 아이들의 눈에도 시골의 풍경이 들어오는지 밖을 구경하고, 게임도 하며 모처럼 목소리가 들떠있다.

그래! 너희들도 여유가 없었구나. 휴게소의 놀이터도 신기할만큼 아이답지 못하게 자라고 있었구나.

이런 생각에 미안해졌다.


4시쯤에 정확하게 버스는 우리를 <인천공항>에 내려놓았다.

작년 여름 태국여행이후 오랫만인데, 공항은 사람들로 북쩍거린다. 그들이 우리를 보면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와! 이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길래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니나?" 이다.


더운 곳이라 옷들을 좀 챙기고, 큰 아들 장이 않좋아서 한국 음식들 챙기고, 고아원에 갖다줄 학용품과 옷가지,먹을것을 챙기니 겨우 3명인 우리 짐이 3개 트렁크에, 가방2개나 된다.

 

이미 환전을 했지만, 아이들에게 5만원씩 주면서 달러로 환전해오라고 했다.

"이 돈은 너희들이 캄보디아에 가서 사고싶은것, 쓰고 싶은 곳에 쓸 돈이니 너희가 알아서 잘 챙겨" 그랬더니, 환전해서 각자 가방 깊숙한 곳에 넣어둔다. 사고 싶은 것들이 많다면서....

 

공항은 식당들이 넘 비싸다. 아침도 햄버거였는데, 역시 점심도 햄버거다. 이런 일년 먹을 햄버거를 여기서 다 먹네...

1982266985_b1f30c74_3.JPG

 < 신이난 두 아들! 비행기에서 각자의 디카와 MP3에 심취해있다>


7시 대한항공 시엠립 직항편!

비행기 예약할 2월에는 과연 갈수 있을까하면서 단체할인 항공권을 싸게 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며칠더 묵어도 되는 여유가 생겼는데, 돌아오는 날이 5월 9일 밤 11시도 정해진 거라 연장이 안되어 울며 겨자먹기로 간다.... 싸니까! 그것도 직항인데!!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 구경도 하고, 툭툭기사인 쌈메이트에게 확인 메일도 체크했다..

<네이버>에서 인터넷 무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역시 대한민국은 IT강국, 서비스 짱인 나라임에 틀림없다.


기다리는 동안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공연도 하고 있구나... 흠!! 시설은 좋으나 컨텐츠에서 다른 공항보다 아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런것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요!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인데 외국손님들의 첫인상과 끝인상을 결정하는 이곳에서 좀더 한국의 진~한 여운을 남겨줄 볼거리, 먹거리, 찍을거리를 만들어주면 빌빌한 외교행사보다 낫지 않을까 아쉬웠는데 바뀌는 모습이 다행이다.


드디어 대한항공에 들어간다... 벌써 지친 아이들! 그래 캄보디아까지 6시간 정도 걸리는데 우린 아침 9시부터 나와서 이제야 겨우 한국출발행 비행기안에 들어왔으니 지칠만도 하다. 그래도 늘 비행기는 즐겁다는 녀석들!!

1982266985_b142eeb7_4.JPG

 <아이들에겐 기내식 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무얼 먹을까? >

1982266985_9cd6badd_5.JPG

 <대한항공 기내식! 내가 맥주를 달라고 하자 아이들이 놀란다 " 엄마? 술도 마셔요?". 그래 요녀석들아~ 단지 엄마는 내일을 위해 참을 뿐이었단다! >



두둥~ 출발!! 아직 해가 지지않은 한국의 땅과 바다를 내려다본다.

작게보이는 삶의 현장들을 잠시 내려놓은  모든 여행객들의 표정이 밝고 가볍게 느껴진다.

이제부터 나도 계산없는 함박 웃음이 저절로 지어질까? 눈도 같이 따라 웃게 될까??

 

기대된다. 짧디 짧은 이 여행의 시작!


더우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든든하고 잘생긴(?) 보디가드 두 남자의 호위 하에 가는 첫 여행은 집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있을 내 평생의 반려자는 생각도 안나게 하는 힘이 있다! 하하! 



2시간 느린 캄보디아 시엠립 공항에 도착하니 현지시각으로 10시 40분. 무사히 착륙했다.

비행기 밖을 나서는데 훅 불어오는 더운 대기로 잠시 숨을 쉬기가 곤란했다. 예상했던 더위보다는 밤이라 낫다는 여유로운 생각이 저절로 생겨난다.

비자수속을 위해 바삐 나섰다. 아이들이 많이 지친 상태라서. 게다가 한국의 각종 여행싸이트에서 듣던 비자수속비 문제 때문에 신경이 날로 선다. 소심한 아줌마인 나는 마음을 다잡고 줄을 서는데 앞쪽부터 자꾸 뭐가 아닌지 사람들을  돌려보낸다...

 

비자수속하는 곳의 모습이 특이하다.

비자 수속하는  부채꼴 모양의 이 카운터 주변으로 한명씩 담당자들이 앉아서 정말 아날로그식으로,  한사람이 비자를 넘기면 릴레이로 다음 사람이 받아서 뭐라 적고, 넘기면 비자를 붙이는 식으로 6,7명의 직원이 나란히 앉아있다.  한사람이 인정하면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알아서 처리하는 디지탈 방식이 아니다. 이 많은 인원들이 앞의 한사람이 클레임을 걸면 나머지는 손놓고 잡담하고 있다.

 

 11시를 넘어간다. 아이들의 눈을 쳐다보니 뭔가 딱딱한 느낌이 드는지 총을 든 경호원을 계속쳐다보며 엄마에게 불안한 시선을 던진다.

 

나의 차례다. 우리 아이들은 만 9세, 10세다.  12세 미만은 비자가 면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왔다. 그래서  20달러만 내 손에 들려있다. 비자피는 나만 내면 되니까. 쭉 보더니 "each 20 dollars"라고 한다. 그래서 웃으면서 말했다.


" 우리 아이들은 12세 미만이다. 그러니 비자피가 없다. 내가 너희 대사관 싸이트에서 다 확인해봤다."  앞의 공무원은 나를 계속 보더니 여권 3개를 옆으로 툭 던진다. 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몇명의 공무원 손을 거친  여권과 입출국신고서가 마지막 직원에게서 내게로 오자, 입국심사하는 여자가 막 빨리오라고 부른다.


나는 비자번호를 적어야한다는 얘기를 '태사랑"에서 들어서 적으려고 찾으니, 그냥 오라고 소리친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더니 한국말로 "빨리빨리 원달러"라고 부드럽게 말한다.

하하!! 당황했다. 그리고 웃음이 났다.  이렇게 받는구나... !!!!!

그래도 소심한 아줌마는 아들 둘에게 비리 현장을 보여줄순 없어서 그냥 가만히 서있었다.

그냥 뭔말인지 모른척 하면서, 순진한 얼굴로... 나는 그냥 아이 둘 딸린 착한 (?) 아줌마입니다...라면서. 뭔가 안통한다고 생각했는지 그 옆의 직원이 나를 보며 웃으며 멋적게  묻는다.

 "Can you speak English?"

물론 알지만, 그냥 고개만 갸웃거리는 시늉을 하자 큰 아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자기 가방에서 1달러를 꺼내려 한다.

"엄마! 내가 일달러 낼께요."

"안돼! 한국 사람 봉인줄 알고 얘네들이 이러는건데 거기에 놀아나면 안된다. 우린 이 나라를 방문한 손님이야."

 

그제서야 두 아이는 무슨 중요  임무를 띤것처럼  굳은 결의에 찬 얼굴로 그 직원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계속 잡아두기 그런지, 같은 말로 "빨리빨리, 원달러"라고 하면서 비자번호랑, 묵을 호텔이름이 빠졌다고 영어로 클레임을 건다.

그래서  "Where? Where? " 물으며 모르는척하면서  하나씩 적어넣고, 웃고 있으니 포기했는지 그냥 가라고 한다.

옆의 입국 심사대에 할머니 한분이 " 얘들이 뭐라카노?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지!"하고 허허 웃으시니 그쪽 입국담당직원은 할머니를 바로 패스 시킨다... 가끔은 알고도 모르는 척, 아님 정말 모르는게 약일 수도 있다.

 

밖으로 나오니 호텔에서 PIck up 기사분이 내 이름을 적은 종이를 들고있다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아이둘만 데리고 이렇게 다니는 아줌마는 없다고 금방 알아보셨단다.


아이들을  데리고 늦은 시간 도착하니, 무료 픽업서비스좀 해달라고 호텔에 이메일을 보냈더니 친절하게 자동차로 데리러 오셨다. 베트남 출신인데, 일이 없어 캄보디아에서 일한다는 이 아저씨는 등치가 다른 캄보디아 사람들과 달리 우람한데, 마음은 한없이 여리고 다정하시다. 4일내내 우리 아이들 머리 쓰다듬어주시고, 저녁마다 돌아오면 오늘은 어디갔다왔냐고, 즐거웠냐고 물어봐주셨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 프린스 당코르 호텔 & 스파>다. 아고다에서  2월에 반값 할인할때 사서 숙박료가 4성급에도 저렴하다...


호텔의 내부도 깔끔하고, 침대가 정말 좋았다. 직원들 모두 늦은시간에 도착한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단 하나의 단점은 에어컨 소리가 많이 시끄럽다. 그러나 우리처럼 무디고, 밤마다 파김치가 되는  여행자들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것 같다.

 

이제 우리는 낯선 삶에 뛰어든 이방인이  되었다. 내게 모든것이 현실이 되면 소중하지만 힘겹다. 나는 이곳에 남겨둘 것이 없는 여행자이기에 이곳에서 보게될 모든 것들이 "감상"이라는 필터를 거친채 내게 올 것이다. 그래서 슬픈것도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1982266985_659f7724_6.JPG

 <지금시각 새벽 1시 !  호텔 첫날 밤부터 유희왕카드를 펼쳐놓고 놀고있다.. 얘들아! 여긴 캄보디아인데..  이제 여행의 문을 걸어 들어가야하는데~ 아이들에겐 집에서 하는 일상과 다르지 않나보다. >

1982266985_1e800bde_7.JPG

<자야한다는 말 떨어지자마자  5분안에 잠들어버리는 아이들, 그래! 내일부턴 정말 많이 걸을거야!  그리고 너무 더울거니까 에너지 보충하자... Good Night! >

9 Comments
필릴리 2011.05.29 11:18  
멋집니다. 글도 재밌네요.나도 아이들 데리고 이런 여행을 하고 싶은데...
하늘소풍 2011.05.29 17:33  
고맙습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지석맘 2011.05.30 09:17  
9월에 6살 아들과 둘이 여행가려구 알아보고 있는중이예요~
걱정반...기대반인데, 잘 다녀오신듯 하여 보기좋네요~^^
하늘소풍 2011.05.31 11:50  
저도 떠나기전 걱정 참 많이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더라구요. 덥긴 많이 덥고, 많이 걸어야함은 맞는데, 굳이 어른의 속도를 안맞추고 일상을 보니 오히려 보는게 다르면서 많습니다.
푸잉이 2011.06.02 15:12  
자녀와 여행이라니~ 완전부럽네요^^
날자보더™ 2011.06.25 23:25  
엄마 대신 원달러를 내밀려던 아드님과
바로 엄마의 마음을 읽고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을 아드님들의 모습이 떠올라 정말 사랑스러워요. 유희왕카드놀이 사진이 없었다면 다 큰 청년들이라 생각했을 정도로 의젓한데요.
참 따뜻한 여행기네요.
두 아드님과 씩씩하게...최초에 그런 계획을 짜신 그 결심도 참 존경스럽습니다.
잘 읽을께요.
한신개고기 2011.06.26 00:10  
잘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나라를 방문한 손님, 큰 아드님이 많은 것을 배웠을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본 작은 아드님도 배웠겠죠? 역시 어머니는^^
하늘소풍 2011.07.28 03:41  
고맙습니다..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시는 넉넉한 마음~~ 저도 늘 배워갑니다.
진강 2011.10.17 00:50  
저도 내년에 아들이랑 여행가려고 준비중임다...잘 읽고 갑니다...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