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가족 캄보디아와 사랑에 빠지다.
3년전 태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태사랑을 알게 되었는데 태사랑 덕분에 알차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었지요.
이번 캄보디아 여행도 태사랑을 통해 준비했는데 정보만 얻고 가다 이렇게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부족하지만 캄보디아에서의 여운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용기를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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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장인물(7인)
해운대 사는 우리나라 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리 버리한 40대 아줌마, 매력이 없는 것이 유일한 무기인 남편(자기소개를 본 남편이 인간 네비게이션- 길찾는데 타고난 도사라고 수정해달래요 ㅋ), 새침데기 여고생 딸, 민경이란 이름의 목소리 크고 조금은 수다스럽지만 인정이 넘치는 초등학교 여자 조카, 다크 서클이 나날이 아래로 흘러 내리고 있는 중학교 남자조카, 남편의 누님이신 대한민국 아줌마의 친화력의 진수를 보여주는 50대 시누님, 역시 우리 나라 교육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누의 아리따운 이십대 딸(이번 여행을 통해 고등학교 보다는 유치원교사가 더 적성에 맞을 것 같은 생각을 갖게 함)
2. 여행 기간 (2011. 1. 27 ~ 2. 1)
3. 숙소(앙코르지아 호텔)
숙소 평: 시설에 대해 너무 기대를 하고 왔다면 실망할지 모르나 가격 대비 A를 주고 싶고 특히 지배인, 매니저, 직원의 친절도는 A+를 주고 싶음.
4. 여행 준비
호텔을 통해 미니버스와 한국어 가이드를 예약했고 스케줄은 인터넷을 뒤져 마음에 드는 3일 유적 코스를 프린트 해 감. 아이들을 데리고 가므로 앙코르와트에서 살아남기란 만화책을 구입해서 여러 번 읽었고 책도 두 권 정도 읽음. 그리고 책 한권을 가지고 가 여행 틈틈이 읽음.
그리고 간단한 인사말을 몇마디 외워갔는데 두뇌의 한계상 어꾼과 쭘므리 쑤어 외에는 자신있게 나오는 말이 없었음 ㅠㅠ
5. 유적지 여행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이 있는 만큼 감동을 주는 것이 앙코르와트 유적임.
어른들은 유적지를 돌며 1000년 전의 역사와 대화하며 때론 감동하고 사색에 빠지기도 했으나 아이들은 더운 날씨에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를 잃고 지루해 함.
아무리 멋진 유적도 결국 초등학교 조카에겐 돌덩이에 불과함.
그래도 만화책을 읽었다고 거기에 나온 유적물엔 눈을 반짝임.
6. 미니버스 기사와 한국어 가이드(이름이 소피어였는데 여자 이름 같아서 필로 불러달라더군요)
미니버스 기사님 :성함을 까먹어 정말 죄송한데 무지 중후하고 멋진 어르신으로 물먹는 하마 군단인 우리들을 위해 아이스박스 가득 시원한 생수를 준비해 주셨고 정확한 장소에 우리를 기다려 한 번도 우리를 헤매게 하지 않으셨음.)
숙소에서도 얼마나 물을 많이 주시던지 한 번도 생수를 사먹은 적이 없음, 태국 여행 때는 물 값 제법 썼는데...)
가이드 필 :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엘리트로 영어 가이드를 하다 한국어 시험에 합격하여 지금은 한국어 가이드를 함. 너무도 어려운 한국어 시험에 걸렸을 때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고 함. 지금 장가를 가야하는데 돈이 없어 못가고 있음(수입은 많으나 가난한 시골 8남매의 막내라 수입의 많은 부분을 고향에 보내고 있음. 고생하면서도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 자식을 대학 보낸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거려 함께 눈물이 핑)
자기 돈으로 과일과 옥수수를 우리에게 사줘 감동 먹음. 한국을 너무 사랑하여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에 가보는 것이 꿈인데 항공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냄.
가이드가 없는 날은 한국어 과외 선생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고아원에서 자원 봉사를 하는 마음 따뜻하고 성실한 친구임.(한국 대학생들이 봉사활동하러 오면 통역 봉사를 많이 함)
아무리 책을 읽고 갔어도 가이드가 없었으면 참 재미없을 뻔 했음.
원래 둘째 날 앙코르왓 사원이 있는 날만 가이드와 함께 할 예정이었으나 함께 있으니 너무 좋아 급히 다음날도 가이드를 해 달라고 부탁함. 가이드 없는 날의 유적에 대한 즐거움이 60점이면 가이드가 있는 날은 90점 이상임. 비싼 항공료 물며 그곳까지 가서 가이드 비용 아낀다고 60점 짜리 여행을 만들 이유가 없음.(이건 다분히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이니 알아서 판단해주세요^^)
7. 서바래이 호수에서의 나른한 휴식
아이들이 돌들에 지쳐갈 무렵 우리 가이드 필의 제안으로 현지인들이 가는 서바래이 호수의 유원지에 감.(일요일이라 유원지에 놀러 온 사람들로 넘쳐 남)
외국인들은 우리 뿐이라 호기심에 넘친 시선들을 당당히 받아냄.
닭 바베큐를 시켜놓고 9명이 해먹에 누워 아름다운 경치와 수영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른한 휴식의 행복에 빠짐. 처음으로 조카들이 여행에 흥미를 가짐.
전날 프놈바켕에서 일몰을 보며 봤던 그 호수를 직접 와서 즐긴다는 생각에 행복지수가 올라감.
앙코르 맥주와 함께 하는 닭 바베큐 맛은 거의 환상적임.
캄보디아에는 양계장이 없어 모든 닭을 집 마당에 풀어 놓고 키움. 그래서 너무 육질이 쫄깃 쫄깃 맛있음.
다 먹고 난 뒤 착한 가격에 기쁨이 두 배 ^^
8. 자야바르만 7세 병원 자선 첼로 콘서트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 7시 15분부터 8시 40분까지 공연이 이루어지는데 거의 반평생 넘는 세월을 캄보디아를 위해 헌신한 스위스 출신의 의사가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무료 치료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구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첼로 선율을 선사함.
관객 대부분 유럽인들이고 동양인은 일본인 한팀과 우리 뿐이었는데 그들의 기부에 대한 관심이 부러웠음.
첼로 연주와 의사 선생님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호소, 그리고 스크린에 펼쳐진 다큐에 감동이 작렬하는 시간이었음. 그런데 실내 에어컨이 너무 강해 거의 동태가 될 뻔 해 감동의 눈물이 그대로 안구 속에 얼어 버림.
시디나 티셔츠를 사도 되나 기부금을 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늦은 저녁을 먹으러 밤길을 걸음.
중학생 조카가 춥고 배고프고 잠도 오고... 자신이 난민이 된 것 같다고 해서 많이 웃음.
9. 음식
주로 크메르 음식을 먹었고 숙소 근처의 1달러하는 거리에서 파는 국수를 먹기도 했으나 캄보디아가 한때 프랑스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여 전통 프랑스 음식점을 수소문함.
숙소에서 매니저님을 비롯한 여러분의 도움으로 뚝뚝을 타고 찾아 감.
들어가는 순간 거의 기절 직전의 감동을 맛봄.
내 평생 본 가장 아름답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었음.
호텔이 아닌데도 수영장이 있고 갤러리를 같이 하는 음식점인데 인테리어와 장식, 조명 등이 어울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함.
7명이 와인을 마시며 요리를 배부르게 시켜 먹었는데도 우리나라 돈으로 1인당 2만원도 안됨. 음식 나오기 전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미친 듯 사진을 찍어 댐)
10. 밤 문화
매일 밤 나이트 마켓과 팝 스트리트를 어슬렁거리며 놀다가 지치면 맛사지를 받음.
처음엔 뚝뚝 2대로 왕복하다 보니 뚝뚝 비용이 10달러 정도 나왔는데 어떤 뚝뚝 기사가 7명 다 태우겠다고 우겨 길거리 사람들의 시선에 민망해 하며 탔는데 의외로 무지 재미있었음.
기다리지 말고 그냥 가시라는 대도 막무가내로 기다리겠다고 우겨 시간 약속을 하고 한참을 밤거리 문화를 즐기고 시간에 맞춰 나오니 반갑게 우리를 맞아줘 감격함(왕복 5불이라 비용이 절약됨)
11. 맛사지
총 네 번의 맛사지
두 번은 센트럴 맛사지 - 6달러란 싼 가격에 만족할만한 시설과 맛사지를 받음
한번은 자선공연을 보고 너무 늦게 와 센트럴을 포기하고 우리 숙소에서 출장 맛사지를 받음- 내 침대에서 받으니 편하긴 했으나 센트랄에 비해 솜씨는 못 미침(6달러)
바디 튠 - 마지막 날 아로마 오일 맛사지를 1시간 받았는데(20달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듬. 맛사지 중독증에 걸린 본인이 받아 본 가격 대비 최고의 맛사지 였음. 아마 첫날부터 바디 튠을 찾았다면 4일동안 이곳만 찾았을 것 같음
12. 같이 행복하기
한국에서 커다란 가방에 옷을 가득 넣고 학용품과 사탕을 준비해 갔는데 다일공동체를 찾아 가려고 했음.
그런데 우리의 지배인님과 매니저님이 다일공동체는 많이 알려져 봉사자들이 많이 찾으므로 봉사자들의 손길이 없는 진짜로 가난한 고아원을 가자고 하셔 그쪽으로 방향을 정함.
아침을 먹고 지배인님과 매니저님을 선두로 우리 가족과 뚝뚝 3대를 나눠 타고 호텔을 나섬(근데 주인이 호텔을 비우고 그렇게 오래 나가셔도 되는 거예요?)
지배인님이 기부할 엄청나게 큰 쌀가마와 우리가 가지고 온 물품들, 그동안 호텔 손님들이 기부한 고맙고 소중한 물품들을 가득 싣고 흙먼지 날리며 신나게 시골길을 달림.
뚝뚝 기사님이 길을 잘못 알아 엉뚱한 고아원을 방문함. 시설도 좋은데다 백인 봉사자도 보여 다시 나옴.(우린 진짜로 가난하고 도움이 절실한 곳으로 가야된단 말이예요)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린다고 온몬을 미친듯이 흔든데다 흙먼지를 뒤집어 써서 난 너무 힘든데 초등 조카는 놀이기구 탄 것 같다고 까불며 좋아함.
원달러를 외치는 우울한 관광지의 아이들만 보다가 진짜 시골 아이들을 봤는데 외국인의 단체 출현에 흥분하여 ‘헬로’를 외치며 손을 흔들며 반겨주어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이 아줌마 따라서 급흥분하며 미친듯이 손을 흔들어 댐.
아이들의 얼마나 밝고 맑던지 행복지수가 우리나라 아이들의 서너 배는 될 것 같았음.
마을 곳곳에서 뛰어 나오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 때문에 캄보디아에서 느낀 우울함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함.
진짜 로컬들이 사는 마을 광경 구경에 혼을 빼앗기다 어느덧 작고 허름한 고아원에 도착함.
여기서 미래의 미스 캄보디아와 미스터 캄보디아를 만남.
처음 보는 우리에게 안아달라고 매달리는 아이들.
한 아이 안아주고 나면 또 다른 아이가 매달리고...정이 많은 중학교 남자조카는 양팔로 아이 하나씩을 안았는데 다리에 또 다른 아이가 매달려 있어 마음이 찡했음.
그때부터 공차고 노래하고 세세세 하고 뛰어다니며 오전 한나절을 보냄.
얼마 전 한국인 두분이 오셔서 2주 동안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갔는데 덕분에 아이들의 작품이 교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음.
선생님이 없어 그전에 아이들 혼자서 그림을 그렸다고 함. 색연필과 도화지, 크레파스가 많이 필요할 것 같음.
고등학교 딸은 대학 가서 리코더를 아이들 수만큼(이곳은 25명의 아이들이 지내고 있음) 준비해 가서 리코더 연주를 가르쳐 주겠다는 기특한 말을 함( 딸아! 그 약속 꼭 지켜라!!)
점심 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밥을 먹는데 콩알만한 녀석이 밥을 네 그릇이나 먹는 걸 보고 깜놀함. 부모의 사랑에 대한 결핍 때문에 그렇게 허기진 거니? 마음이 많이 아픔.
1주일 전에 아빠가 돌아가셔서 고아원에 들어 온 꼬마 형제는 슬픔이 전혀 없는 해맑은 얼굴로 노래도 잘하더니 밥도 잘 먹음.
25명의 아이들이 3끼를 먹는데 15달러가 든다고 해서 며칠 식사분의 기부를 함.
지금 생각하니 더 내고 올 걸 하는 마음에 후회가 막심함.(그래도 액수보다는 성의가 중요하다는 꿋꿋한 믿음으로 자신을 위로함 ^^)
여자 아이는 몇 안되고 남자 아이가 대다수라 물어보니 캄보디아는 남자가 결혼지참금을 여자집에 줘야하기에 딸은 재산이 된다고 생각해 키우는데 아들은 도움이 안되므로 많이 버려진다고 함.(중학교 남자 조카 한국에 태어난 것에 심하게 안도함)
어느새 시간이 되어 정이 든 아이들과 헤어지는데 자꾸 이 아이 저 아이에게로 눈길이 감. 예쁜 소녀가 자기가 그렸다고 자랑한 그림을 품에 안고 길을 나섬.(아가야! 네 그림이 비행기로 여섯 시간 떨어진 어느 작은 아파트에 걸리게 되는구나. 너와 난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잠시 만난걸까?)
우리가 사라질 때까지 따라 나와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점점 시야에서 흙먼지와 함께 사라짐.
눈이 무지 예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고 명랑한 아이들 때문에 아무래도 캄보디아를 다시 찾게 될 것 같은 예감에 빠짐.
13.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지배인님과 매니저님.
여행에서 본 풍경보다도 유물보다도 결국 당신들이 저에게 더 오래 남을 거예요.
말이 없지만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온 몸과 마음을 도배한듯한 지배인님과 지구촌 유목민인 잘생기고 성격 좋은 따뜻한 마음의 매니저님!
다녀온 분들이 앙코르지아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두 분 때문이겠지요.
근데 지배인님은 그렇게 투숙객들에게 마구 퍼주고 나면 언제 돈 모아 장가 가실거예요?
14. 주절 주절
쓰다 보니 재미없는 글을 너무 길게 적는 민폐를 범하고 말았네요.
사진은 정리 되는대로 올릴게요.
근데 지배인님과 매니저님의 초상권과 관련되는 사진이 있을까봐 걱정입니다.
두 분이 원하지 않으시면 당연히 빼고 올릴게요.
아침에 도착해 여행 휴유증으로 피곤하지만 내일 아침 일찍 대한민국 며느리 된 도리로 설 음식 만들러 시댁에 가야되기에 급히 글을 올립니다. 시댁에서 3일을 보내고 와서 올리려다 시간이 지나면 이 감정, 이 느낌이 흐려질 것 같아서...
호텔의 친절 100점 직원분들, 그리고 늘 호텔 앞에 진을 치고 있었던 뚝뚝 기사님들도 그리울 거예요.
캄보디아는 이제 여행지가 아니라 제 이웃으로 영원히 남을 것 같군요.
캄보디아에서 많이 아프고 또 행복했습니다.
다녀온 여러분들도 그러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