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왓 자전거 여행기 4_여행 첫날 ^^;
마지막 여행기를 올리고 무려 한달이 지났네요...ㅜㅜ
여행 끝나고 벅찬 감동에 나의 경험을 남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제가 사실 마지막 학기라 취업 준비중이라서요 --;
정신없이 살다보니 글도 못쓰고...항상 빚진 마음이었는데
몇분이나 읽으실까 싶지만 혹시라도 자전거 여행 가실분에겐 도움이 조금이나마 될테니
다시 시작해 보렵니다.
여행 첫날.
전날에 피곤해서 일찍 잔데다가 럭키 몰에서 사둔 싼 양주 한잔 덕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눈 감은채로 유령처럼 부유해 욕실까지 가서
샤워하고 전날 사둔 용과랑 빵 큰 물 2개 썬크림 수건 모두바리바리 큰 베낭에 넣고
(나중에 어찌나 후회했던지)
빵 몇조각 입맛도 없지만 그야말로 입에 우겨 넣고 나가려다가
입구까지 와서 카메라를 안챙긴 것을 알고 한번,
그리고 자전거 열쇠를 안들고 온 것을 알고 다시 한번 더 --;;;;;; 숙소에 올라갔다 온 후
비로소 자전거에 올라타 첫 패달을 밟았습니다.
처음에는 가로등도 없이 어두운 새벽의 씨엠립 시내를 자전거를 타고 가느라
가뜩이나 자전거도 오랫만에 타는지라 극도로 긴장하며 타고 갔지요.
대충 인터넷에서 프린트 해 온 씨엠립 지도를 보며 앙코르 왓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거의 경보수준의 속력으로 달려갔습니다.(사실 무서워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매표소 앞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저멀리 동이 터오고 있었죠.
결국 앙코르왓의 환상적인 일출을 보는건 실패했구요.
5일 이상 구경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매표소에서 1주일 권을 끊었고
별로 사는 사람이 없는지 매표소 직원은 거듭 확인하면서 환불은 안된다를 반복하더군요.
그렇게 표를 구입하고 앙코르 왓으로 향하는데
앙코르 왓을 둘러 싼 거대한 연못(내지는 해자)앞에서 우회전을 하던 순간....
티비로, 영화로, 책으로, 사진으로 숱하게 봤던 그 앙코르왓의 전경이
그야말로.. 그야말로 거짓말처럼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났는데..
글빨이 없어 그때의 감격을 다 표현은 못하겠습니다만
한마디로 눈물이 날정도로 감격했습니다 --; 아....표현의 한계.
사실은 오기전에 만화가 이우일씨가 나오는 앙코르왓 여행기 동영상을 보고 왔지요
이우일씨도 자전거를 타고 앙코르 왓을 향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다녀와서 한번 더 봤는데 그때의 제 모습이 생각 나면서 가기전에 볼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더라구요.
아무튼 앙코르 왓 앞에 도착하여 적당히 자전거를 댈 곳을 찾으니
콜드 드링크를 파는 캄보디아 아줌마가 오더니 자전거를 봐줄테니 돈을 달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군요. 그냥 씩 웃고 입구로 향했습니다.
이미 일출을 보고 내부까지 구경하고 온 어마어마한 숫자의 관광객들이 나오고 있었고
뭐랄까... 덕분에 조금은 한산한 내부를 여유있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내부 이야기는 안하렵니다. 각자 보고 느껴보세요.
앙코르 왓 내부 외에 주변에 있는 귀엽게 생긴 야생 원숭이들과 잠시 논 후
페달을 밟아 남문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이때부터 어깨가 탈골될 정도로 아파왔고
엉덩이의 꼬리뼈는 못을 박은듯 저려왔습니다.
앞에 설렁 설렁 걷고 있는 코끼리 뒤를 따라
행여나 무시무시한 코끼리 발이나 코에 채이지나 않을까 엉뚱한 걱정을 하면서
남문에 도착했습니다.
멀리서 부터 보이는 바이욘.
각자 좋아하는 유적지가 따로 있을 테지만
저는 바이욘을 두번 들렀습니다. 첫날과 마지막 날.
미소를 짓는 얼굴 눈을 감은 얼굴 슬픈 얼굴들을 굳이 다 구별해서 보고 오고 싶어서요.
윙크하는 얼굴이 있다던데....결국 못찾고 왔습니다. --;
역시나 내부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바이욘을 나오자 이미 몸이 말을 안들을 정도로 지쳐....이대론 죽겠다 싶어
입구 근처에 아무렇게나 앉아 아침에 싸온 사랑하는 용과를 먹었습니다.
짐도 좀 줄이고 싶어 물도 원샷하고.
발은 이미 후들후들 떨렸지만 불굴의 의지로 테라스 쪽으로 향했습니다.
코끼리 테라스 문둥이 왕...등등 밟아야 할 필수 코스를 돌고
사실 힘들어 죽을것 같았지만 뭔가 오기가 생겨 승리의 문쪽으로 페달을 밟았는데....
아마 힘들어서 뇌가 정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동쪽으로 가야했는데
북쪽으로 페달을 밟아 갔죠.
덕분에 예정에도 없었던 프레야 칸에 당도했습니다.
프레아 칸 입구를 걷다 보면
파인애플등의 과일을 파는 꼬마 여자애가 있습니다.
제가 걸어가는 동안 저 멀리서 부터 열씸히 2000리엘 1달러를 외치고 있었죠.
과일은 나도 있고...관심이 없어 쓱 지나쳤는데
나중에 올때 보니 너무나 어린 여자애였고
백인 관광객들에게도 열심히 외쳐보지만
별 소득이 없는 데도 웃으면서 1달러 외치는 모습이 뭔가 짠해서
먹고싶지도 않은 파인애플을 사면서 물어봤습니다.
'몇살이야?' ....6살이라고 합니다.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아주 합리적인 판매방식이라는 생각이 순간--;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팔때 아무래도 효과적일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네 아무튼
여행다니면서 느낀건데 저는 아무래도 손님을 몰고오는 엄청난 능력이 있는 것인지
제가 과일을 사서 옆에서 먹고 있으려니까
아까 지나친 백인들도 다시와서 사가고
지나가던 다른 관광객들도 와서 사가고.
덕분에 꼬마 여자아이는 신나서 과일을 팔았구요.
사실 씨엠립 시내에서도 조용한 식당을 찾아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들어가면
밥을 중간쯤 먹을때 쯤 외국인 관광객들도 저를 흘끗 보고 식당으로 들어온다던가...
마켓에서 과일을 사려고 고르고 있으면 왠지 관광객들이 제 옆으로 몰려온다던가...
올드 마켓의 많고 많은 옷가게 중 제가 고르고 있으면 하필 그 가게로 와 옷들을 고른다던가
하는....복스러운 존재임을 여행을 통해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네요.ㅋ
음....
잘못왔다는 걸 안건 지도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기왕에 온거 아까와서 프라삿 프레이까지 돈 후에 다시 북문으로 향했습니다.
북문 위쪽 코스 자전거로 돌기에 참 좋습니다.
뚝뚝도 별로 없고 한적해서 좋구요 양쪽의 숲사이로 달리는 기분이 참 상쾌합니다.
상쾌...까지는 아닌것 같군요...역시 너무 더우니까.
간간히 스쳐지나가는 뚝뚝에 탄 관광객들은
굳이 지나가면서 고개를 돌려 제 얼굴을 확인하고 갑니다.
불쌍해 보였나?
이튿날인가는 공항쪽인 서바라이로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한국인 관광객인지 뚝뚝에 탄 여자 두분이서 제 얼굴을 본 후 국적을 확인한 후
'어머' 라는 탄성을 지르고 사라지시던데...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대충 예상하기론..'저사람 미쳤나...이 더위에 이런 이상한 코스를 자전거로...'
쯤의 의미가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잘생겨서 그랬을수도 있구요....
자자 아무튼 --;;;;;;;
북문을 통해 다시 바이욘 쪽으로 향하던 도중
엄청난 고수를 목격했습니다.
자전거도 뭣도 없이 걸어서 북문코스를 지나고 계시더군요.
동양인이었는데 ...
그저 무사히 여행을 마치셨기를 빕니다.
동문을 돌아 원래의 코스로 향했습니다.
사실 이쪽의 코스 중에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따네이'였습니다.
책자나 인터넷에도 별로 정보가 없는 곳인데
이곳 태사랑 글을 검색하다가 어떤 분이 '강추' 하시길래 굳이 꼭 가고싶었습니다.
톰마놈을 본 후
12시 쯤이 되어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해서 적당한 곳을 찾았는데
뚝뚝을 탄다면 숙소로 잠시 돌아오거나
어떤 자전거 여행자 분은 유적 구석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하셨지만
딱히 적당한 장소가 없어 결국 궁여지책으로 발견해 낸 환상의 휴식장소는
화장실이었습니다.
화장실은 깨끗하고
점심때라 관광객들도 각자 어딘가로 가서 휴식을 취하느라 한산하고
해서 입구옆 벤치에 앉아 싸온 빵과 과일을 먹고
엠피쓰리를 귀에 꼳은 후 꾸벅꾸벅 30분간 졸았습니다.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 하고 이미 뻘겋게 부어오른 팔을 좀 씻고
뚝뚝 기사에게 물어 당최 표지판도 없어 찾을 수가 없는 따네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가 따네이라고 굳게 믿고 갔던 곳은 타케오 였습니다.
타케오의 감상을 말씀드리면...
고소공포증이 있으신 분은 절대 도전하지 마시라는 것.
이런 형태의 계단이 곳곳의 유적에 있는데
올라갈때는 어떻게든 올라갑니다만
내려갈때는 무서워서 눈물이 납니다.
간신히 타케오의 정상을 계단을 걸어 올라간 후
도저히 내려갈 엄두가 안나.....주변에 중국 여자애들에게
'여기 딴길 없니?' 라고 물어보았으나 사방 계단이 그런 꼴..
결국 서로 응원해 가며 기어서 내려왔습니다만.
공포 체험 후 그곳이 따네이가 아니었다는 걸 알고는 허탈했으나
이미 찾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 타 프롬을 찍고
반티에이 크데이로 향했습니다.
유적 앞에는 항상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그리고 늘어선 상인들이 있지요.
항상 콜드 드링크를 외치고...거절하면 유적을 보고난 후 나한테 사라...라는
정형화된 영어 문장을 던지곤 합니다.
딱히 거기서 못사먹을 이유도 없었지만
왠지 몇백원이 아까워 무시하고 지나치곤 했었습니다.
반티에이 크데이를 구경한 후
반대편에 있는 저수지로 보이는 쓰라쓰랑으로 갔습니다.
이곳 옆에 보니 자그마한 벤치가 있길래
쉴 요량으로 잠시 앉았더니
'너 잘 걸렸다'라는 눈빛을 한 크메르 여자애가 전속력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
엉겹결에 나도 안녕~
"차가운 음료수 안필요해?"
"어...나 있어 내 가방에 큰걸로...보여줄까?" 라고 하면서 반쯤 남은 물병을 보여줬습니다.
"음..알겠어 근데 그건 안시원하잖아."
이 말에 논리적으로 내가 왜 콜드 드링크가 필요하지 않은지 반박할 길이 없어
말이 탁 막혀서...어버버 했습니다.--;
결국 찾아낸 이유가.."여기 음료수는 비싸니까"...라고 했더니.
"1달러에 시원한 코크랑 작은 물병 줄께 ok?"
뭐 여기까지 말하는 데야....게다가 예전에 식어버린 물병 보담도
차가운 콜라가 먹고싶기도 했고..
여자애의 싹싹함도 마음에 들어서
그냥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신나서 가게에서 가져다준 코크를 먹고 있자니
여자애는 심심했는지 옆에서 나뭇가지를 만지작 거리며 말을 겁니다.
"어디서 왔니?"
"코리아"
"응? 코리아....아 꼬레~"
"응.."
"여기 처음이야? 얼마나 있을꺼야?"
"처음 왔고...일주일쯤 있어..."
"그래? 너 다른나라 어디 가봤어?"
중국 인도 일본 태국 유럽등등등 가본 나라를 말했습니다.
아무튼 예정에 없었으나 여자애의 대화에 조금 즐거워 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엇보다...얘는 왜이렇게 영어를 잘할까? 해서 물어봣더니..
"관광객들한테 배웠어. 영어를 배우는 곳이 있는데 너무 비싸"
이 대답에 저는 자신이 조금 처량해 짐을 느끼며...
난 정규교육 받고 겨우 영어도 공부해서 겨우 이수준인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존영어의 위대함인가.
아무튼 자신의 크메르어 이름을 알려주고 뜻은 행운을 부르는 뜻이라며 설명해 주기도 했구요
여러 유적중 괜찮은 곳을 추천도 해주었고.
즐거운 대화를 했던것 같아요.
그 여자애...(여자애라기보단...24살이라던데 --;)는 매일 보는 한국인 관광객이 신기할 것도
없었지만
맨날 콜드드링크를 외치면 무시하고 가는 경우가 태반이라
궁금해도 말할기회가 적었다며..
이런저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었죠.
유적 관광도 감동이었습니다만...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예상치 못한! 긴 글이 되었습니다만...나름 열심히 적었는데도 하루 분량을 채우지 못했네요.
그만큼 여러 경험을 했고 글로쓰기엔 버겁고.
취직활동하는 와중에 열심히 또 쓰겠습니다.
다시한번 자전거 여행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