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게 소개 한마디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GNVol 24기로 2009년 2월부터 캄보디아에 와 있는 임건엽입니다.
뱅몽사업장에서 체육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체육선생님이시군요~ 그래서 마라톤을.. 근데 아이들이 참가하게 된 계기라도 있나요?
뱅몽사업장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대부분 마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거든요.
일주일에 두 번, 체육 수업을 갈 때마다 제가 어디에 사는지,
그 곳은 어떤 곳인지 늘 궁금해 해요.
그래서 이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서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고민하다가
앙코르왓 국제 하프마라톤 대회를 알게 되었죠.
그래서 태권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서 6명이 참가하게 되었죠.
여기 사진을 보니까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에 참가한 학생도 있네요?
까우라이는 본인 스스로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실은.. 까우라이가 사는 지역은
전기, 수도시설은 물론이고
길이라는 데가 온통 흙구덩이에 큰 돌들이 깔려 있는 곳이에요.
근데 까우라이가 사용하고 있는 휠체어는 11살이었던 5년 전부터 쓰던 거라서
지금 16살인 까우라이가 쓰기엔 휠체어가 턱없이 작았어요.
그래서 휠체어 밖으로 발이 빠져나와서 계속 돌부리에 부딪히니까
발은 언제나 상처투성이에 피에..
전 그것도 모르고 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래, 같이 하자! 했던 거였어요.
어머, 그럼 어떻게 되었나요? 작은 휠체어를 타고 참가한건가요? 에이, 설마요. 그러면 발이 남아나질 않을걸요.
실제로 까우라이의 몸에 맞는 휠체어를 구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그래서 이곳저곳 알아보다 다행히 휠체어를 후원받게 되어
까우라이의 몸에 맞는 튼튼한 휠체어를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까우라이에겐 좋은 일이기도 하네요~ 새 휠체어도 생기고요.실제로 제게 더 좋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같이 마라톤 연습을 하면서
까우라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까우라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거든요.
왜 휠체어를 타게 되었는지, 항상 웃고 있지만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까우라이에게 너무 필요한 새 휠체어가 생긴 기쁨은 두 말할 것도 없고요.
연습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아이들이랑 연습하면서 미운 정 고운정이 많이 들었는데..
혹독하게 연습시키고 매일 아침 직접 만든 영양쥬스 먹이고.. 흠흠.
어쨌든, 므은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키가 140cm 정도로 여느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은 편인데, 다른 아이들이
1km만 뛰어도 힘들다고 하고 쉬자고 하고 그런데 므은이는 안 그랬어요.
제일 작은 아이가 아침 운동 때마다 선두에 서서 지친 큰 아이들을
이끌어 가고 그러는 거예요. 그러면 큰 아이들이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달리고..
아, 정말 재밌었다고 해야하나, 깜찍? 끔찍? 했다고 해야하나~ 하하.
우리 친구들 모두 완주했나요? 네! 그럼요! 저희 아이들이 그 마라톤 대회
최연소 참가자들이었는데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다들 완주했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워요.
특히 삐로압은 그 전날부터 다리가 퉁퉁 부어 많이 아파했고,
써팔 역시 당일 복통이 심했는데도 4시간이 넘게 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에 완주했습니다. 물론 우리 까우라이 역시 3시간에 걸쳐 완주했구요.
몸이 아픈데도 포기하지 않았다구요?!
제가 처음부터 내년에도 대회가 있다고 설득해도
꼭 더 뛰고 싶다고 부탁하더라고요.
포기하지도 않고, 솔직히 포기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구요.
응급차 안전요원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저는 까우라이와 함께 뛰었는데요,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들이 안 와서 아이들을 찾으러 갔습니다.
결승선을 2km도 안 남긴 지점에서 걸어오는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 남은 거리도 저와 함께 뛰어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어요.
정말 대단한 일이예요.
까우라이는 어땠나요? 많이 힘들어했죠? 까우라이는 평소에 연습할 때도 1km를 자신이 밀고,
제가 1km를 밀어주면 좀 휴식을 취하고.. 하는 방식으로 했는데요,
실제 대회 당일에는 전날 잠도 설치고 몸도 많이 안 좋아서
100m를 혼자 달리기도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3km를 밀면 100m는 까우라이가 밀고.. 그런 식으로 달렸습니다.
임건엽 자원봉사자님이 너무 힘드셨겠는데요? 솔직히 저는 그 전날에 자전거 마라톤에 이미 참가했던 터라
정말 너~무 힘들었었어요.
러닝화도 없어서 제 발보다 작은 운동화를 신었거든요.
그랬더니 까우라이가 자기가 아는 재미있는 얘기들을 완주하는 내내
계속 해주면서 응원을 해주더라구요.
그리고 주위의 관광객들, 현지주민, 다른 참가자들..
계속 응원해주셔서
저도 그렇고 까우라이도 그렇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마지막 50m는 스스로 들어가게 하고 싶어서 까우라이 혼자 달리게 했는데요,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가 터지고 주위의 관람객들이 자신을 응원하는 게
신기하고 기분 좋았는지 손도 흔들어 주고 아주 여유롭게 달리더라구요. 하하.
어쨌든, 까우라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너무나도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듣고 있는 저도 정말 가슴 뭉클하네요. 완주 후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눈물을 펑펑 쏟는.. 그런 영화 같은 마지막 장면은 없었지만,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런 감정을 서로 공유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내년에도 또 참가해요!” “언제부터 다시 운동 시작해요?” 질문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열정을 볼 수 있었구요.
마라톤 이후로 뭔가 변한 게 있나요? 음..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마라톤 완주를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게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들의 열정을 볼 수 있어서 너무 뜻 깊었구요. 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체육시간을 통해서도 아이들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임건엽 자원봉사자님, 좋은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은 봉사 기간도 힘내셔서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나눠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