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캄보디아에서 여행자증명서 발급받기, 그리고..
07 MAY 2009
Cambodia Sihanouk Ville
PM 01:30
대사관에 들어가기 위해 신상에 대한 정보를 기 록해야 한다.
기록표에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한글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날짜/출신국적/이름/방문목적 ..
였던가?? 대충..
07 MAY 2009 / KOR / JIN / 여권분실
07 MAY 2009 / Israel / YANIBE MAGRALA ... .... / 여권분실
JOY 가 따라 기록한다. 여권분실 .. 글을 쓴건지 그림을 그린건지.. 여튼 그 또한 한글을 시도해본다.
그리고 본명을 적네?
이후 저 기록을 보는 사람은 나를 얼마나 칠칠맞게 생각할까..
경비2 : 베낭은 가지고 갈수 없으니 여기다가 두고 가. 카메라 있어?
아까와 다른 경비, 영어가 가능하다.
- 사실..밖에 있던 경비를 보며, 한국 대사관에서 어떻게 영어 하지 못하는 사람을 고용했을까 하며 다소 실망한 상태였다.
수이 : 응, 카메라 있어.
경비2 : 여기다가 두고가. 넌?
JOY : 난 없어.
나도 없다고 할걸... 카메라도 반입금지인가? - 덕분에 이 날 아무런 사진을 찍을수가 없었다 -
우리가 배낭을 내려놓자 배낭안을 보려는듯 제스쳐를 취한다.
수이 : 워워~ 그거 열지마. 한번 열면 닫기 힘들어.
경비2 : 안에 머 있어?
JOY : 어차피 여기다가 놓고 가는데 왜 묻는거지?
눈을 껌뻑꺼리더니 알았다고 이제 그만 가보라한다. 경비2의 행동이 불친절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무척이나 어설펐다. (그리고 이해가 안가는 한가지는 건물안에 경비는 조이가 사진찍는것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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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은 생각보다 작았다. 우리 동네 동사무소 보다도..
왠지 대사관하면 그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크고 웅장할것 같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에어컨 만큼은 빵빵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에어컨의 힘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대기석이 보이고,
안에는 통 유리에 한뼘도 안되는 대화창을 통해 30대 중반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캄보디아 경찰서에서 받은 서류를 넘겼다.
그리고 나의 끊임없는 질문에 그는 천천히 대답했다.
대사관 왕씨아저씨 : 저희측에서 도움을 줄수 있는것은 여행증명서를 발급해드리는 것이구요, 이미그레이션에서 직접 비자를 받으셔야지 출국하실수 있으세요. 비자를 받는 것은 3일 ~ 4일 정도 걸리구요. 돈은 한국 영사관을 통해서 한국에서 보내주시면 저희측을 통해 전해 드릴수 있구요.
수이 : 3~ 4일이요? 안되요. 3~ 4일이라고 하면.. 내일 모래 부터 연휴인데 그럼 앞으로도 7일 정도 걸릴수 있다는 말씀 이시잖아요. 말이 되요? 저는 내일 모래 한국으로 가야 해요. 프놈펜에서 더이상 시간을 보낼수도 없구요.
대사관 왕씨아저씨 : 그건 저희측에서 관리하는 부분이 아니라 캄보디아 자체에서 하는 거라서...
수이 : 잠시만요. 그럼 저 같은 경우 어디 가서 도움을 받을수 있나요. 한국 대사관이 여기 말고 또 있어요? 여기 대사관 맞긴 맞아요?
적지 않게 흥분을 한 상태 였다. 비자는 당연히 캄보디아에서 발급해주는건데 당시 나는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대사관에서 이 일을 해결해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_-.. 잘 기억은 안나는데 나는 저보다 좀 더 심한 말로 내 입장을 얘기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옆에서 바라보던 joy 는 자꾸 내게 왜 그러냐고 어떻게 된거냐고 .. 잉글리쉬로 얘기 해달라고 보챈다.
수이 : 비자를 받는데 ..3 ~ 4일 걸린데.
JOY : 믿을수가 없어, 어떻게 그래? 우린 국경에서 10분만에 비자를 받았어. 그런데 어떻게 3~ 4일이 걸려?
예상했지만 대사관 아저씨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현실이 되어버린것만 같았다. 다시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이는 내일 밤에 돌아가야 하고 나 혼자 이곳에서 7일동안.. 난 숙소에서 점심도 먹으러 나가지 못할거야.. 죽어버릴까... 등등 ..
사실 말이지.. 지금 생각하면 무척이나 민망하다.
땀에 범벅된, 초라한 한국아이가 외국아이와 나란히 들어오더니 번호표도 뽑지 않고 (이건 정말 나중에 알았다. 한국인은 나 뿐이었고 나머진 캄보디아인) 여권 잊어버렸다고 최대한 불쌍하게 말하다가 갑자기 소리 고래고래 지르다가.. 가만히 서서 눈물을 뚝뚝흘리고 ..
JOY 가 또 다시 나를 달랜다. 그리고 다른 것들에 대한 얘기도 해달라고.. 그게 전부냐고..
아무런 대답이 없자 답답했던 조이가 대사관 아저씨에게 가서 말을 건다. 영어 할줄 아느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설명을 듣고 오더니 일단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한다.
- 여행자 증명서를 만드는데 필요한 사진 2장, 수수료 7$ -
그래도 내가 왕씨아저씨에게 고마워 하는건 한국으로 전화를 걸 수 있게 해준점이다...
[PM 15:00]
사진을 찍고, 대사관에 다시 돌아와서 대사관 아저씨에게 한국으로 부터 돈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영사관에 알아서 연락하라고 한다.
수이 : 전화는 어디서 해요? 알아서? 전화기 찾아서 하면 되요? 여기 오버시즈콜 되는데 있어요? 없죠?
끄덕인다.
제길..
일단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조이랑 나랑은 계획을 짠다.
우리의 계획은 이러했다.
여행자증명서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1시간 동안 영사관과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최대한 빨리 이민국에 가서 미친듯이 사정해서 3 ~ 4일 걸리는 비자를 오늘 당장 받고, 밤에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가는것..
그렇게 계획을 짜고 가려는데 경비가 다시 부른다. 안에서 나를 찾는다고..
건물안으로 들어가니 대사관왕씨아저씨가 직접 영사관에 전화해서 나에게 연결해준다. 정말 내 모습이 안스러워 보였던 것이다. 사실 그 날 난 단화를 신고 있었는데 자꾸 발에 땀이 차서 건물에 안에 있는 동안 그냥 맨발로 돌아다니곤 했었다. 오죽 미친년으로 보였을까 -_-.. 머리까지 산발된 상태에..
- 이때 부터 그는 천사로 보였다
영사관측의 말이, 내가 한국으로 부터 돈을 받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증명을 받아야 한단다. 왕씨아저씨에게 뭔 또 증명서가 필요하냐고 하자 직접 왕씨 아저씨가 영사관과의 통화를 하신다. 방법을 설명 받고, 다시 대사관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100만원을 요구 (?)했다.
-역시 기가막혀 하신다.. '엄마! 아빠한텐 비밀이야! 알지? 집에 가서 꼭 줄게!! -
이번 내 여행경비보다 많은 돈이었다. 비록 여행기간이 3일남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현재 한푼도 없는 상황이 너무괴로웠었다. (그리고 오늘은 호텔에서 잘것을 결심한다)
분위기를 봐도 대사관에서 한국에 이렇게 전화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로 보였다.
건물밖에서 잠시 대사관왕씨아저씨와 대화를 했었는데 그때 JOY가 이름을 물어 왕씨성을 가진 분이라걸 알았다.
왕씨아저씨 조심스레 '많이 힘드셨나봐요.. ' 라는 말을 건낸다.
:: 당신이 한국이라면 절대 외국에서 여권과 지갑을 분실하지 말라..
한국 대사관은 서류처리외 해줄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
그게 한국대사관이다. 어떤 나라에서든.
[PM 15:40]
수이 : 와~ 이제 우린 부자야~ !!!!!!!!!!!!!!!!!! 조잇! 뭐 먹고 싶어? 꺄악 ~
엄청난 수수료와 함께 나는 700 $ 를 받았다.
여행자 증명서와 돈을 찾고 나니 내 마음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JOY : 얼마? 700$ !!!!!!! WOW! 우린 부자야, 라스베거스에 갈까?
수이 : 좋아~!!! 아니면 이태리에 가서 피자 먹자.
JOY : 그것보다 태국에 팟타이가 먹고 싶어.. !
우리의 농담에 뒤에서 지켜보던 캄보디아 경비와 캄보디아 (누군진 모르겠다. 대기석에 죙일 앉아 있던 한남자) 가 함께 웃는다. 왕씨아저씨도 함께..
좋았던 마음도 잠시, 또 맥빠지게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이 시간 이미그레이션 업무는 끝났다고.. .. (비자업무) 아아... 무엇하나 순조롭게 진행되는게 없구뇽..
잠시 고민하더니 언제나 그래왔듯 JOY 가 정리를 한다.
JOY : 일단 그럼 오늘은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쉬고 내일 일찍 일어나서 이미그레이션에 간다음 도장을 받고 9시 30분이나 15시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가는거야.. 숙소는 어디로 갈래? 저번에 묵었던 곳으로 갈까?
(캄보디아 - 방콕 비행기: 95 $, 1일 3회 )
수이 : 캐피탈 게스트하우스? 거기보단 이미그레이션 근처에서 머물자. 공항 근처니까 호텔이 있을거야
JOY : 호텔은 너무 비싸.
수이 : 아냐, 오늘은 호텔에서 자는거야. 우리 지내는 동안 단 한번도 에어콘 방을 잡아본적 없잖아.
여기까지 오는데 너 없었으면 난 아무것도 못했을거야. 너에게 내가 지금 해줄수 있는 것은 최고의 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게 해주는것 뿐이야
JOY : 나를 위한 거라면 더욱 그럴 필요 없어. 우리는 공항 근처 게스트하우스를 찾을수 있을거야
수이 : 조이 내 말 ...
조이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를 부르던 툭툭 기사에게 가서 지도를 펼쳐보인다.
정말이었다. 조이에게 내가 당장 해줄수 있는 것은 근사한 저녁과 멋진 호텔에서 마지막 남은 밤을 보내게 해주고 싶었다.
이곳에 오기까지 경비는 물론, 점심값부터 계속 해서 이동하는 툭툭경비와 서류에 필요한 돈,
사진값, 음료수, 담배값 모두 조이가 냈음에도, 나로부터 일푼의 돈도 받지 않으려 했다.
툭툭기사와 흥정을 한 조이는 나에게 빨리 타라고 손짓을 한다.
(이러다가 사랑에라도 빠질것 같다... 뭐 이런 멋진놈이 다 있나..)
지금생각해보면 그곳지명이 어딘지도 모른채 따라간다. 호수가 있고, 여행자 골목인데 방값은 3$ ~ 15$까지..
한국와서 지도를 검색해보니 검깍호수 근처인듯 하다.
[게스트하우스로 이동중]
내가 호텔로 가자고 내내졸랐지만 그는 그럴 필요 없다고 끝내 거절을 했다.
'너에게 있어서는 오늘이 마지막 밤일텐데.. 마지막 하루도 나로 인해 한국 대사관과 프놈펜에서 걷다가 끝낸 하루를 어떻게 보상 해줘야 할까.. '
[해피 게스트 하우스의 레스토랑]
[해피 게스트 하우스의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호수]
JOY : 왜 우리가 여길 지금 알았지? 여긴 프놈펜이 아닌것 같아.......
그랬다. 프놈펜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평화로움이었다.
아직 비자를 받기 전이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모르지만... 지금은 잠시 쉬고싶다.
'내일 걱정 해도 되잖아..잠시만 쉬자...오늘 너무 힘든 하루 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