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왓디 무앙타이(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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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왓디 무앙타이(16)

이준용 3 1022
- 방콕의 아침 -

아침 7시쯤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내가 있는 호텔의 1층은 식당. 가장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밖을 내다보는데 방콕의 아침은 참으로 싱그럽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한기도 좋고,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도시의 매연도 좋다. 외국에 나올 때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냄새를 즐기며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찬찬히 주위를 살펴본다. 거리의
차들.. 사람들.. 손님을 기다리는 뚝뚝.. 짜그라퐁 거리(Chak Kraphong Road)의 아침은 이토
록 분주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아침식사는 베이컨을 넣은 오믈렛과 샌드위치. 1인당 2,000원
이니 싸서 좋긴 한데, 양은 쥐똥만큼 이다. 서양 애들은 아침을 배고프게 시작하나보다.

먼저 카오산으로 걸어 내려가서 환전을 하고, 홍익여행사에 들러 리컨펌(비행기 좌석 예약
확인)을 했다. 그리고 나서 방콕 시내관광을 시작. 먼저 큰길로 나와 걸어서 왼쪽으로 돌았
더니 정말 큰 길이 나온다. 왕복 10차선 정도? 우리를 제외한 다른 관광객들은 모두 광화문
대로 같은 그 길을 무단횡단. 신호등이라고는 거의 없는 이곳에서 그토록 용감하다니... 아내
도 그들을 따라하고 싶어하는데 난 질서의식보다도 무서워서 못하겠다. 결국 횡단보도까지
빙 돌았다. 국립박물관과 국립미술관이 있는데 생략. 한국에서도 박물관가면 애들하고 술래
잡기나 하는데 무슨... (사람들이 이용(?)을 안 해서 그렇지 사실 박물관처럼 술래잡기하기
좋은 곳도 없다) 길 따라 내려간 곳은 싸남루앙 광장. 굉장히 넓고 푸른 잔디를 보니 마음
까지 상쾌해진다. 이어서 들어간 곳은 탐마삿대학교.


- 지성과 미모 -

우리나라로 치면 연-고대에 드는 명문이라는데(최고의 대학은 쭐라롱껀 대학) 가장 눈에 띄
는 것은 여학생들의 외모. 아.. 이건 정말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흰색 블라우
스에 검정색 또는 갈색 치마를 교복으로 입고 머리는 단발로 단정하게 했는데, 다들 얼마나
키가 크고 날씬한지... 게다가 얼굴도 생각처럼 검지 않고 가끔은 아주 하얀 얼굴도 볼 수
있었다. 쳐다보는 내가 얼이 빠질 지경...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지성과 미모를 갖췄다는 것
은 바로 얘네들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아... 아내랑 같이 오는 게 아니었는데... 영어가 딸려
서 함부로 말을 붙이진 못해도 쳐다보는 거야 눈치 안볼 수 있잖아?

구내식당에 갔다. 그때가 아침 먹은지 불과 두 시간쯤 지났을 때인데, 아침이 하도 부실해서
거의 쓰러질 지경. 근데 문제는 사먹으려면 말을 해야 한다는 것. 튀김과 국수, 기타 여러
음식들이 진열된 곳에 서서 또다시 멍청한 얼굴로 기다렸다.
"도와 드릴까요?"
내게 말을 붙여오는 태국 여대생. 으하하하!!!!
"국수를 먹고 싶은데요"
"그래요? 어떤 걸로 만든 것을 원하세요?"
여기가 명문대학이라 그런지 이 여학생의 발음은 장난이 아니다. 너무 잘해! 게다가 얼마나
친절한지 국수의 종류, 국수에 넣을 고기종류 등을 영어 못 하는 나를 위해 손가락으로 일
일이 짚어가며 묻더니 아줌마한테 주문까지 전해준다. 감동... 사진을 부탁했던 또 다른 여학
생은 우리가 포즈를 취하자 스스로 사진 속에 돔을 넣어주는데, 이것이 이 대학의 상징이라
고 한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프라이드!


- 왕궁과 사원들 -

탐마삿대학교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왕궁]. 이곳은 방콕과 태국, 그리고 태국인들을 말해주
는 그들의 심장부이다. 높이 치솟은 궁전, 누각과 사원들은 모두 금박, 자기, 유리로 찬란하
게 장식되어 있어서 보고 있으면 눈이 부실 정도... 절로 감탄을 연발하게 만든다. 문화가 다
르기 때문이라 자위하지만, 사실 우리의 경복궁과는 비교가 안 된다. 왕궁에 함께 있는 [왓
프라깨우]에서 에메랄드 불상을 보고 나와서는 [락므앙]과 전통안마의 본산으로 유명한 [왓
포]를 보았고, 타티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짜오프라야 강을 건너 일명 새벽사원이라 불리
는 [왓 아룬]을 본 후, 다시 배를 타고 내려가니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야왈랏 거리. 이 길
을 따라 뚝뚝으로 달려서 마침내 도착한 곳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황금 불상이 모셔진 [왓
뜨라이밋]이다. (이곳의 황금불상은 순금 5.5톤. 요즘 금 한돈에 4만5천원쯤 하니까
5500000/3.75*4만5천원=659억원. 수공비(?)제외. 하하!!) 여기까지 본 후 버스를 타고 카오산
으로 돌아오니 삭신이 쑤신다.


- 저녁시간 -

벌써 저녁을 먹기엔 좀 이르고 몸은 피곤한데 마침 떠오른 것은 안마. 카오산거리에 있는
[피안마사지]로 향했다. 가게 입구에 이르니 아줌마들이 밖에 나와 앉아 있고, 유리창 안으
로는 얼굴마사지를 받는 사람들이 보인다. 내게 뭘 원하느냐고 묻는데, 종류를 보니 전신마
사지, 발마사지, 얼굴마사지, 오일마사지가 있다. 전신마사지를 택하니 1시간에 5,000원. 안으
로 들어가니 먼저 발을 닦아준다. (하긴 고랑내 나는 발은 만지기 싫을테니까) 이어서 2층으
로 이동. 바지를 갈아입으라고 하면서 합바지 같은 것을 준다. 대충 사물함 뒤에서 탈의. 그
리고 입실...

커다란 방에 가득 남녀가 누워있었다. 나와 아내는 나란히 누웠는데, 나를 맡은 안마사는 엄
청 힘세게 생긴 아줌마. 처음에는 다리부터 시작하더니 발, 손, 손목, 팔, 어깨, 머리, 목, 등
, 허리까지 주무르거나 우두둑 소리가 나도록 비틀며, 머리와 목 부위는 지압을 해 준다. 엄
청나게 시원하면서 따뜻한 온돌방에서 온몸을 지지니 슬슬 잠이 온다. 내 옆에는 서양여자
인데, 안마사는 남자. 아내를 맡은 안마사는 좀 어려 뵈는 아가씨라 힘이 없어 보였다.

몸까지 시원하게 풀리니 어느덧 허기진다. 여행자가이드에 나온 대로 우리가 향한 곳은 마
사지가게에서 얼마 멀지 않은 [인터수끼]. 태국에 오는 사람들이면 꼭 먹어본다는 수끼를 먹
기 위함이다. 가게로 들어가서 종업원이 오기만을 조용히 기다리는데, 기대감(?)으로 얼마나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하하!! 먼저 여행자가이드에 나온 대로 주문하면서 "마이 싸이 팍
치"(팍치는 빼 주세요)를 잊지 않았다. 팍치는 우리말로 '고소'라는 잎인데 강하고 역겨운 냄
새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비위가 상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막상 빼라고
하고 나니 그 맛이 궁금해지면서 괜히 변덕이 났다. 결국 내 소스는 팍치가 있는 것으로 교
체하고, 아내의 것은 그대로 두어 맛을 비교해 보기로 결심. (이런 걸 보면 확실히 둘이 오
기를 잘한 것 같다)

수끼는 우리의 전골이나 샤브샤브와 비슷해서 끓는 물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징어,
새우, 생선, 어묵 및 각종 야채들을 익혔다가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인데, 그 맛은 형용할 수
가 없다. 황홀할 정도... 특히 가격이 저렴하니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남는 장사인 셈(한국
의 태국음식 전문점에 가서 수끼를 주문하면 그 엄청난 가격에 기절한다고 함) 따라서 기본
으로 나온 것 이외에도 배 터져서 죽지 않을 만큼 재료를 추가했다. 내가 특히 맛있어 한
것은 어묵. 죽여준다. 하하!! 결국 국물에 밥까지 볶아먹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 힘든 상
황이 되어서야 식사를 마쳤는데, 가격은 1인당 5천원씩 해서 만원. 배가 너무 불러서 허리도
못 펴고 말도 안나왔지만 그래도 한마디. "내일 또 오자"

사족:
1) 싸남루앙 광장에서 은근히 기다린 것은 모이 주는 사람. 여기서 알고 가기로는 장사꾼으
로 보이는 사람들이 관광객을 보면 모이를 주라고 하며 먹이봉지를 들고 따라붙는다고 했
다. 엉겹결에 이 모이를 받아 주었다간 500바트의 모이 값을 요구한다니 일종의 사기꾼. 그
러나 불행히도 나는 이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기대가 컸는데...
2) 그러나 왓 포로 가는 길에서는 여행자가이드에 나온 대로 사기꾼을 만났다. 락므앙에서
나와 남쪽으로 내려가 국방부 건물 앞을 지나는데, 말쑥하게 차려입고 손에는 서류봉투를
든 사람이 마주 오네? "왓 포 가려면 한참 남았나요?" 하고 물었더니 하는 말. "오늘 왓 포
는 문을 닫았습니다." 굉장히 분명하고 유창한 발음. 이어서 "제게 30바트를 주시면 더 좋은
다른 곳을 안내하겠습니다." 하하하!! "마이 뺀 라이"(You are welcome)
3) 서울에 한강이 관통하듯 방콕을 관통하는 짜오프라야 강. 방콕의 교통난을 대변하듯 이
곳에는 배가 다니며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체증이 없으니 더 빠를 수도... 한강과의 가장 큰
차이는 접근의 용이성. 누구나 조금만 걸으면 바로 강가에 도달하여 출렁이는 물소리를 들
을 수 있다. 특히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경사진 콘크리트 둑이나 사람 없이 넓기만한
잔디밭, 왕복 8차선의 대로, 주변의 경치를 안방에서 독차지하려는 값비싼 아파트가 없다.
4) 아파트 말고는 특별히 볼 게 없어도 턱없이 값만 비싼 한강의 배와는 달리, 이곳의 배삯
은 70원부터 시작하며 비록 가난할지언정 그들의 사는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5) 대충 감을 잡았겠지만, 태국의 전통안마(Traditional Massage)는 퇴폐가 아니다.
6) 원래 수끼집에서 나와서는 밤중에 팟퐁으로 가려고 했었다. 팟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락가. 무희들이 나와서 여러 가지 쇼를 하는데, 어떤 이는 이를 두고 [기인열전]이라 표현
했다. 하하!! 당연히 매춘도 겸하므로 남자들끼리 갈 때는 좀 조심해야 하지만, 나야 뭐 아
내와 함께 갈 생각이었으니 걱정될건 없다. 문제는 당시에 둘 다 너무 배가 불러서 거동이
힘들었고, 포만감에 젖어 이 좋은 구경 가는 것을 그만 까먹고 말았다.
7) 오늘의 사진은 왕궁
3 Comments
효숙 1970.01.01 09: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준용 1970.01.01 09:00  
제가 잘못 아는 내용을 올바르게 지적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하긴 고소하지도 않은데, 무슨 고소...
kks 1970.01.01 09:00  
팍치는 우리나라 말로 고소가 아니라 고수 라고 하지요.<br>우리나라에서는 사찰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채소고 먹다보면 그향에 길들여지고 나중에는 팍치가 빠지면 음식맛이 안나는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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