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지매의 여행기-1일째-방콕에서 헤매다
비행기 안에서 싱가포르 유학생이랑 같이 앉게 되었다.(싱가포르공대가 전액무료에 용돈까지 주는 좋은 대학이란다. 단하나의 조건, 3년동안 싱가포르서 일할 것) 첨간다고 걱정을 하니 이것 저것 많이 알려준다.
비행기좌석은 31A또는 B가 좋단다. 앞공간이 많아서 다리 펴기 좋다고.(우리 표는 32였는데 마침 31이 비어서 거기 앉아왔다. 올 때도 31A자리에 앉아서 바깥구경도 하고 편하게 왔다^^) 죽기싫음 모또는 타지마라, 출국세 700바트 꼭 준비해라, 수상버스 타고 차이나타운도 가봐라 등등.
공항에서 헤어지고 혼자 무빙워크타고 나왔는데 초보 표시를 냈다. 같은 비행기에 탔던 한국인들은 얼마나 빨리 걸어가는지... 혼자서 양쪽 벽화 구경하면서 천천히 나왔는데 어느 순간 보니 앞에 아무도 없다. 이런! 첨부터 미아가 되다니ㅠㅠ 안내데스크서 물어보는데 영어가 되어야지. I go to out하니 못알아듣는다. 방콕으로 나가려고 한다해도 안되고. 방콕이 아니라 뱅콕이란다. out도 아니고 outside고. immigration으로 가란다. 가니 사람들이 장사진이다. 이래서 다른 여행객들이 그렇게 빨리 나갔구나 싶었다.
공항버스 타고 카오산 가서 그 유학생이 알려준대로 홍익인간을 찾아서 아무리 헤매도 없다. 지나가는 한국인관광객한테 물어보니 없어졌단다. 덥고 지치고(우리나라 초가을 날씨라고 긴소매도 괜찮대서 하나 갖고간 긴소매 옷땜에 땀이 비오듯한다) 아무데나 보이는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달랑 침대하나 선풍기 하나가 전부다(거금 150바트에 그것도 5층이다ㅠㅠ). 일단 나가서 슬리퍼부터 하나 샀다. 운동화로는 더워서 다닐 수가 없다.
어느 책에선가 잘라낸 휴대지도를 들고 나섰는데 왕궁찾기가 장난이 아니다. 지나는 사람들한테 팰리스라니 못알아듣는다.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지나던 중학생들이랑 겨우 말이 통했는데(우리나라 학생들처럼 이 애들도 외국인이랑 만나 영어로 한두마디 하는 걸 무척 즐거워한다. 근데 내가 너무 영어가 딸려서ㅠㅠ) 이 애들 말이 왕궁은 너무 멀단다. 걸어서 20분 걸린다고 했는데 내가 헤매면서 더 멀리 걸어왔지 싶다. 수상버스를 타고 왕궁이나 가자 싶어 수상버스 선착장을 찾았다. boat라 했다가 ship라 했다 별짓을 다했다(나중에 알고보니 All about책에 지도가 아주 잘나와 있었는데 그땐 그 지도 볼 생각을 못했다).
타짱까지 15바트에 탔는데 정류장 이름을 말안해준다. 지나가다 갑자기 커다란 건물이 나오길래 옆사람한테 물어보니 그게 왕궁이란다. 부랴 부랴 나가서 내리니 한정류장 더 간 타띠엔이다. 옆에 와트 포라는 절이 있어서 할 수 없이 그곳이라도 보자 싶어 들어갔다. 온통 타일로 된 탑들뿐이다. 우리네 절하면 고색창연한 느낌도 좀 있는데 여기는 영~.
마침 한가운데 법당에 들어갔는데 할머니들 몇분이 계신다. 우리네 할머니들이 회색 절옷을 입는 거와 달리 여기는 전부 흰옷이다. 간 김에 불전에 돈도 한푼 넣고 삼배를 했더만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태국 절은 우리보다 훨 간단하다. 그냥 앉아서 합장하고 바닥에 손바닥대고 손위에 얼굴 한번 대고 끝이다.
좀 있으니 스님이 들어와서 설법을 한다. 첨엔 신자들도 웃고 하더만 나중엔 조용하다. 설법이 아니고 무슨 불경 외우는 것 같기고 하고. 한 30분을 그러다니 다들 참선 시작! 6시에 시작해서 7시에 끝났다. 중간에 나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앉아있었는데 그렇게 조용히 앉아있는 것도 해볼만했다(만약 일행이 있었음 가자고 난리였을거다. 못알아듣는 소리 30분, 침묵 30분이었으니까^^). 끝나자 다들 스님한테 음료수, 돈 등을 시주한다.
버스로 카오산 도착. 다리가 아파서 길거리(조금 싸길래)서 발마사지를 받았다. 눈감고 있으려니 플래쉬가 자꾸 터진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계속 찍는다. 유럽이나 미국 어딘가 컴퓨터 바탕화면이 되는거나 아닌지 모르겠다ㅡㅡ;;
태사랑서 알게 된 사람들이랑 새벽에 룸피니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정말 중요한 시계를 안갖고 왔다. 아들 녀석이 알람작동법까지 알려줬는데... 카오산을 헤매다 헤매다(가죽줄달린 손목시계는 많은데 알람시계는 왜 그리 안보이는지) 겨우 발견. 알람 시계가 소리가 작아서 큰소리 나는걸로 달라 할려는데 sound도 생각이 안난다. 영어 손놓은지가 몇십년이 다되어가니 ㅡㅡ;;;
피곤해도 빨래는 했다. 근데 게스트하우스 비누가 너무 작아서 겨우 했다. 이럴줄 알았음 집에서 챙겨오는건데(싱가포르 대학생이 내가 준비한 경비를 듣더만 모자란다고 해서 현지서 살 예정이던 비누나 샴푸를 하나도 안샀다) 후회막심!
비행기서 챙겨온 담요는 유용하게 썼다. 무거울까봐 안갖고 올려고 했는데 그 대학생이 갖고 가라고 어찌나 재촉을 하는지^^. 게스트하우스 담요대신 쓰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