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떠난 배낭여행 - 앙코르 첫째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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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떠난 배낭여행 - 앙코르 첫째날 3

오뚜달 1 3846

앙코르 첫째날 3 - 바푸온, 피미아나까스

공사중인 바푸온(Baphuon), 왕궁터, 피미아나까스(Phimeanak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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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푸온은 들어가는 다리가 멋있었다. 특이하게 세 개의 봉으로 받친 다리가 길게 뻗어 있었다. 바닥이 드러나는 연못 근처에는 버려진 사원의 돌이 역사의 쓸쓸함을 불려일으켰다. 그래도 다리는 그 위에서 나름대로 운치를 보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바푸온 자체는 공사중이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복원 후의 모습을 표현한 3차원 그래픽과 자세한 복원 안내 내용만으로 만족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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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만 접한 사원내의 누워있는 부처(Reclining Budda)는 공사 먼지를 맞으며 이 사원에 마지막 입김을 행사한 불교 권력자를 마음에 염두해둘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앙코르의 많은 유적지는 수세기에 걸쳐 왕위를 이은 여러 왕들의 종교에 의해 힌두교에서 불교로, 불교에서 다시 힌두교로 개종을 거듭했다. 그래서 한 사원내 힌두교의 흔적과 불교의 영향력이 공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누워있는 부처와 함께 무너져내렸다는 피라미드에 대한 상상도 잠시 머리 속에 머무른다.


왕궁터를 통과하면서 피미아나까스로 향한다. 태국의 아유타야에 남은 여러 왕궁터처럼 이 곳도 뚜렷한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왕궁이었을 거라고 추정되는 터를 편리하게 왕궁터라고 부른 듯 하다.


피미아나까스는 잘 보존되어있지는 않았지만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왔다. 단을 세 번 세워 우뚝 솟아오르게 해 그 위에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주는 석조 건축물을 쌓아올린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풍파를 그대로 드러낸 채 서 있었다.


박세이참끄롱을 쩔쩔매며 올랐던 한 관광객이 다른 방향 계단으로 올라오면 훨씬 쉽다는 것을 깨닫고는 억울해하던 모습이 생각나 피미아나까스를 오르기 전에 사원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역시나 발품 팔아서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보다 오르기 쉬운 계단이 나를 맞아주었다. 앙코르의 사원을 올라갈 때는 꼭 사방을 한 바퀴 돌아본 후 네 방향중에서 제일 쉬운 계단을 찾아볼 것.


왕궁터와 피미나아까스사이에 음료수와 기념품을 파는 간이 시장이 있었다. 가게는 많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구색을 잘 갖춘 듯 했다. 마음에 드는 앙코르 티셔츠와 앙코르에 오면 누구나 산다는 편안한 나염 바지(월남바지 정도)가 있었는데 나중에 더 좋은 것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그냥 야자수를 파는 옆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솔직히 피곤에 지쳐서 우선 마시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 티셔츠와 바지를 사지 못 한 것이 두고두고 안타까웠다. 그 통로로는 지나가는 사람이 적어서 가격도 무척 싸게 불러주었던 것이다. 예상과는 달리 그 후로는 바쁜 일정과 피곤함때문에 쇼핑을 여유롭게 할 수 없었고, 오히려 사야한다고 마음을 먹으니 좋은 가격에 흥정을 하기도 어려웠다. 바쁜 여행 중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나 필요한 것이 있고 가격이 대충 맞으면 바로 사는 것이 여러모로 보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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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없었는지 야자수 주인아저씨는 찾는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비싼 가격도 아니었는데 우린 또 열심히 흥정을 한 후 나름대로 뿌듯해하며 야자수를 마셨다. 맹숭맹숭한 야자수 맛이 별로라는 사람도 많지만 아이스박스속에서 시원하게 냉각된 야자수만큼 더위를 쫓기에 좋은 것도 없다. 또한 땀으로 배출하는 각종 무기질을 보충하는 데 더할 나위 없다. 먹는 거 하나에도 건강을 챙기는 센스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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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큰 통 두 개를 사서 두 명씩 나눠마신 후 뭐가 아쉬웠는지 안쪽의 건데기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멋 모르고 먹었는데 원래 그렇게 먹는 거랜다. 영양의 핵심이라나. 역시 웰빙을 강조하는 우리 그룹 실속파들의 자세가 돋보인다. 건데기도 단백한 것이 나름 맛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 지 주인 아저씨가 다른 야자수도 긁어 먹어라며 건네준다. 많이 먹는 것이 민망했지만 맛 앞에 누가 양반일까. 하여간 잘 먹었다.


잠깐 야자수 주인 아저씨와 몇마디 얘기를 나누었다. 주인 아저씨라고는 했지만 30대도 안 되어 보였다. 워낙에 세계 여러나라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니 물건 사고 파는데 필요한 용어와 기본 생활용어 기준으로 5개국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죽고 살기로 영어 하나에만 매달려도 어렵건만. 기가 죽기는 했지만 아저씨는 생존 수단이었으니 나보다 절박했으므로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위로를 해 본다. 아저씨의 웃음이 정말 친근하다. 한국말로 인사까지 해 주니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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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랑에서 정말 많은 도움말 얻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려진 글이라 경어가 사용되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릴께요.

http://blog.naver.com/janellepark" http:>http://blog.naver.com/janellepark

1 Comments
시골길 2007.04.30 17:02  
  잘익은 것은 제법 맛나죠, 야자속살이..야자수 즙은 그냥 밋밋한데 반해서 속살은 씹히는 느낌도 좋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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